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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관객 제작자-229화 (229/272)

229화

독신주의자세요? (2) “난 전혀 그런 눈치를 못 챘는데?”

이규한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을 때 였다.

“병원에 가 봐요.”

“왜 병원에 가 보란 거야?”

“연애 세포가 다 죽은 게 틀림없으 니까요. 혹시 알아요? 명의를 만나 면 죽은 연애 세포가 다시 살아날

지?”

‘껍

말문이 막혀 버린 이규한이 입맛을 다셨을 때였다.

“지유 언니가 왜 자꾸 블루문 엔터 테인먼트를 찾아갈까요?”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 는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서겠 지.”

“지유 언니 요새 잘나가거든요.” “‘나를 사랑한 아저씨’에 출연한 후에 영화 쪽은 물론이고 드라마 쪽 에서도 작품 섭외가 끊이질 않는다 고요. 그 작품들 중엔 놓치기 아까 운 작품들도 많았고요. 그런데 지유 언니는 다 거절했어요.”

“아깝네. 왜 거절했을까?”

“진짜 몰라서 물어요?”

“모르니까 묻지.”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 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서잖아요.”

“응?”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블루문 엔 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는 좋은 작품 에 출연하면서 이 대표님을 자주 만 나고 싶은 거예요. 쉽게 말해 일과 사랑을 다 잡고 싶은 거죠.” 제아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덧붙였 다.

그렇지만 이규한이 여전히 못미더 운 표정을 짓자 그녀가 다시 입을 뗐다.

“지유 언니가 얼마 전에 커피 전문 점 블루문에서 아르바이트 했죠?”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SNS 보고 알았죠.”

“아,SNS.”

이규한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 제아 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엄청 혼났어요.”

“지유 씨가 누구한테 혼이 났다는

거야?”

“누구긴 누구겠어요? 소속사 대표 님한테 혼났죠.”

“그게 혼이 날 일이야?”

남지유는 스케줄을 펑크 낸 것이 아니었다.

쉬는 동안 커피 전문점 블루문에 들렀다가 먼저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규한을 돕기 위해서 팔을 걷어붙 이고 나섰던 것뿐이었다.

그래서 이규한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묻자 제아가 대답했다.

“혼이 날 만한 일이었어요.” “지유 언니가 커피 전문점 블루문 에서 일일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에 언니한테 예능 프로그램 섭외가 들 어왔었거든요. ‘커피를 내려 줘’라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프로그 램 포맷이 연예인들이 커피 전문점 을 하나 빌려서 좌충우돌하면서 직 접 운영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거였 어요. 당시 지유 언니는 섭외를 거 절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커 피 전문점 블루문에서 아르바이트생 으로 일했거든요. 그 사실이 언니 소속사 대표님 귀에 들어가서 엄청 화가 났던 거죠.”

“제아 말이 맞네.” “뭐가요?”

“혼날 만했네.”

만약 이규한이 남지유의 소속사 대 표였다고 해도 화가 났으리라.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그와 동시에 이규한이 떠올린 생각 이었다.

당시에 남지유는 대수롭지 않게 커 피 전문점 블루문의 아르바이트생으 로 일하겠다고 자청했다.

‘지유 씨가 몰랐을까?’

커피 전문점 블루문에서 남지유가 일일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질 것.

그녀가 몰랐을 리 없었다.

당연히 소속사 대표의 귀에 들어갈 것도,또 그로 인해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도 예상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청해 서 커피 전문점 블루문에서 일일 아 르바이트를 했던 셈이다.

‘왜?, 이내 이규한이 그 이유에 대해 고 민했다. 그리고 이유를 알아내는 것 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내게 관심이 있었으니까.’

제아가 충분히 설명해 준 덕분이었 다.

“이제 눈치챘어요?”

“그래.”

“다행이네요. 앞으로 자주 찾아와 요.”

“누굴 자주 찾아오란 거야?”

“누구긴 누구겠어요? 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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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세포 다 죽었지,눈치도 없 지. 그러니까 앞으로 얼마나 헤멜지 눈에 안 봐도 선하거든요. 그냥 이 대로 내버려 두면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아서 내가 좀 도와주려고 해 요.”

제아가 덧붙인 이야기를 듣고서 이

규한이 쓴웃음을 머금었을 때였다.

“확실한 건 오늘 절 찾아온 이유가 연애 상담은 아니란 거네요. 그럼 오늘은 대체 왜 찾아왔어요?”

제아가 뒤늦게 자신을 찾아온 이유 에 대해 물었다.

“부탁할 게 있어서 찾아왔어.”

“무슨 부탁인데요?”

“연기 잘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를 추전해 줬으면 해.”

“갑자기 그런 부탁을 하는 이유가 뭔데요?”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이번에 제작하는 작품에 아이돌 그룹 멤버

를 출연시키려고 하거든.”

이규한이 그녀를 찾아온 목적을 밝 히자 제아가 두 눈을 빛냈다.

“그거라면……

잠시 후 그녀가 말문을 열었지만 이규한이 도중에 끼어들었다.

“미리 말해 둘 게 있어.”

“뭐죠?”

“팔이 안으로 굽지 않았으면 좋겠 어.”

이규한이 우려한 것.

제아가 스타필드 엔터테인먼트 소 속 아이돌 그룹 멤버를 추천하는 것 이었다.

정곡을 찔렸기 때문일까.

“우리 사장님이 많이 아쉬워하겠네

요.”

제아가 혀를 쏙 내밀며 입을 뗐다. “이번 작품은 제작비가 100억이 넘어가는 대작이야. 그리고 작품의 흥행을 위해서 무척 중요한 배역이 라서 그래.”

이규한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하자 제아가 웃으며 덧붙였다.

“우리 사장님이 이 사실을 알고 나 면 더욱 아쉬워하겠네요.”

“다음에 좋은 인연을 맺을 기회가 있을 거야.”

“좋아요. 그럼 조건을 말해 보세 요.”

“조건?”

“그 배역을 맡을 아이돌 그룹 멤버 가 갖춰야 할 조건을 대충이라도 알 아야 대표님께 추천을 할 수 있으니 까요.”

“크게 셋이야.”

“조건이 셋이나 돼요? 엄청 까다롭 네요. 일단 들어나 보죠.” “첫 번째 조건은 팬층이 두터워야 한다는 거야. 두 번째 조건은 연기 수업을 병행한 지 최소 3년 이상은 돼야 해.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조 건은 잘생겨야 해.”

이규한이 열거한 조건들을 듣고 난 후 제아가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어렵네요.”

“세 가지 중 어느 조건을 충족시키 기 어려운 거지?”

“세 번째 조건이요.”

“그게 왜 어렵지?”

“첫 번째 조건과 두 번째 조건에 부합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는 있어 요. 그렇지만 세 번째 조건에 부합 하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네요. 외 모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이니까요.”

이규한이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제 눈에 안경이란 표현이 괜히 있 는 게 아니었다.

상대의 외모에 대한 평가에는 주관 적인 잣대가 드리워질 수밖에 없었 다.

그래서 이규한의 표정이 살짝 굳었 을 때였다.

“주원아.”

제아가 휴게 공간 쪽으로 걸어오던 남자를 불렀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뒤늦게 제아를 발견한 남자가 깍듯 하게 인사했다.

“어디 가?”

“안무 연습이 있어서요.”

“그래? 전에 연습하는 것 보니까 자신감이 없어서 동작이 너무 작더 라. 잊지 마. 춤은 자신감이야.”

“명심하겠습니다.”

“늦기 전에 얼른 가.”

“네.”

재차 깍듯하게 인사한 후 남자가 떠나자마자 제아가 물었다.

“대표님이 보기에 어때요?”

“뭐가?”

“잘생겼어요?”

“미남이네.”

이규한이 지체 없이 대답했다.

조금 전 제아와 짧은 대화를 나눴 던 주원이란 이름의 남자는 말 그대 로 꽃미남이었기 때문이다.

그 대답을 들은 제아가 한숨을 내 쉬었다.

“이래서 어렵다는 거예요.”

“무슨 뜻이야?”

“아까 만났던 주원이가 제 눈에는 미남으로 안 보이거든요. 아직 철없 는 애처럼 보인다고 할까요?”

제아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방금 대화를 통 해서 세 번째 조건에 부합하는 후보 를 찾을 방법을 찾아냈다.

“이렇게 하자.”

“어떻게요?”

“아까 첫 번째 조건과 두 번째 조 건에 부합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 이 있다고 했잖아? 그중에서 제아가 미남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를 추천해 봐.”

“왜요?”

“이유는 묻지 말고 일단 시키는 대 로 해 봐.”

“그런 조건이라면… 딱 한 명 있어

요.”

“누구지?”

“경호 오빠요.”

? ……?"

“모르나 보네요.”

이규한의 반응을 확인한 제아가 한 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엑시즈’란 그룹은 아세요?”

“‘엑시즈’라는 그룹은 알아.”

“그런데 왜 경호 오빠는 몰라요?” “그게… 어설프게 공부해서 그래.”

이규한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 다.

이번 캐스팅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서 아이돌 그룹에 대해서 나름대로 공부를 했다.

덕분에 ‘액시즈’라는 보이 그룹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충 공부를 한 탓에 아 이돌 그룹에 속해 있는 멤버들 이름 까지는 아직 외우지 못한 상태였다.

“그럼 어쩐다?”

잠시 고민하던 제아가 스마트폰을 꺼냈다.

“직접 보세요.”

그녀가 건넨 스마트폰을 받아 든 이규한의 눈에 아이돌 그룹 ‘액시 즈’의 멤버인 도경호의 사진이 보였 다.

“어때요?”

“잘생겼네.”

“역시 대표님이 마음에 들어 하실 줄 알았어요.”

“왜?”

“제 눈에는 경호 오빠가 못생겨 보 이거든요.”

‘취향 참 특이하네.’

취향이 무척 특이하단 생각을 이규

한이 하고 있을 때였다.

“저도 하나 궁금한 게 있어요.”

“뭐가 궁금해?”

“이번 배역을 잘생긴 남자가 맡아 야 한다고 했잖아요? 대체 어떤 배 역인데요? 바람둥이? 아니면 꽃미 남 대학생?”

이규한이 대답했다.

“좀비야.”

창가 쪽 탁자에 앉아서 바쁘게 걸 음을 옮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이 규한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 랐다.

스타필드 엔터테인먼트를 찾아갔을 당시 제아와 나누었던 대화의 일부 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배역이 좀비라면… 꼭 잘생길 필 요가 없는 것 아닌가요?”

잘생긴 아이돌 그룹 멤버가 ‘부산 행 열차’라는 작품에서 맡아야 할 배역이 좀비라는 사실을 이규한이 알려줬을 때 제아는 황당하다는 표 정을 지었다.

어차피 좀비는 다 똑같이 징그럽지 않느냐?

굳이 잘생긴 아이돌 그룹 멤버가 그 배역을 맡아야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 다.

“콩 심은 데 콩 나고,팥 심은 데 팥 나는 법이야.” 당시 이규한이 했던 대답이었다.

그 설명을 들었음에도 제아는 제대 로 이해한 기색이 아니었다. 그렇지 만 이규한은 더 설명하는 대신 나중 에 개봉한 영화를 보면 알게 될 거 라는 말로 대화를 마쳤다.

딸랑.

그때 였다.

이규한이 미리 도착해 있던 커피 전문점의 문이 열리고 조달호가 들 어섰다. 그리고 조달호가 들어선 순 간 커피 전문점 내부에 작은 술렁임 이 일었다.

“혹시 배우 아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맞지? 맞나? 그런데 이름 알아?”

“분명히 TV에서 본 것 같은데… 이름은 모르겠네.”

조달호의 모습을 확인한 커피 전문 점 내 손님들의 반응이었다.

“대표님,오랜만에 뵙습니다.”

그사이 이규한의 앞으로 다가온 조 달호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조달호는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했던 ‘수상한 여자’라는 작품에 조연으로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 인연 덕분에 서로 안면이 있는 상태였다.

“잘 지내셨죠?”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서운합니다.”

“왜 제게 서운하신 겁니까?”

“요새 작품 출연이 너무 뜸하시더 라고요.”

“제가 요새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을 하느라… 작품 출연을 줄였습니 다.”

조달호는 현재 대학에서 교수로 일 하며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그 리고 이규한이 조달호를 만난 목적 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그래도 가끔씩 작품에 출연해 주 십시오. 제가 조 배우님의 연기를

많이 좋아하거든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저를 만나자고 하셨 습니까?”

“조달호 교수님에게 용건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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