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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관객 제작자-228화 (228/272)

228화

독신주의자세요? (1) ‘팬층이 두터워야 한다. 그리고 연 기의 기본은 갖춰야 한다.’

이규한이 생각하는 매력적인 좀비 배역을 맡아야 하는 아이돌 그룹 멤 버의 두 가지 조건이었다.

문제는 이규한이 아이돌 그룹에 대 해서 전혀 문외한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규한이 고심 끝에 떠올린 방법은 현직 아이돌 그룹 멤버를 찾 아가서 자문을 구하는 것이었다.

스타필드 엔터테인먼트.

걸 그룹 우주걸스의 소속사였다.

그리고 이규한이 스타필드 엔터테 인먼트를 찾아간 이유는 그가 알고 있는 현직 걸 그룹 멤버가 우주걸스 멤버인 제아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예전 전혜수를 캐스팅하기 위해서 무작정 찾아갔다가 경국지색 모임에 참석했던 그녀와 만났던 인연이 지 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택시에서 내려 스타필드 엔터테인 먼트로 찾아간 이규한을 반겨 준 것 은 대표인 임철중이었다.

“이규한 대표님?”

“맞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스타필드 엔터 테인먼트 대표인 임철중입니다.”

임철중과 악수를 나누던 이규한이 의아한 시선을 던졌다.

그에게 스타필드 엔터테인먼트를 방문할 거라고 알린 적이 없었다.

우주걸스 멤버인 제아에게 직접 연 락해서 스타필드 엔터테인먼트 사무 실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던 것

이 다였다.

그런데 우주걸스의 소속사 대표인 임철중이 직접 마중을 하기 위해서 나와 있는 것이 의외였던 것이었다.

“오셨어요?”

잠시 후,제아가 모습을 드러내며 인사했다.

“까아!”

“여기요,여기! 저 좀 봐 주세요!”

“언니 사랑해요!”

그때,스타필드 엔터테인먼트가 입 주해 있는 건물 앞에 모여 있던 열 성 팬들이 제아를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런 팬들의 모습을 확인한 이규한 이 놀란 표정을 지었을 때였다.

“왜 놀라세요?”

“그게

“보셨죠? 대표님은 절 모르셨지만 이래 봬도 제가 꽤 인기가 있는 편 이랍니다.”

제아가 살짝 고개를 쳐든 채 말했 다.

“이제 나도 알아요. 제아 양이 인 기가 있다는 걸.”

쓴웃음을 지은 채 이규한이 대답했 다.

이규한도 최근 아이돌 그룹에 대해

덕분에 우주걸스가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인기 있는 걸 그 룹이란 것을 이제는 알고 있었다.

‘삼촌 소리를 들어 마땅했어.’

이규한이 속으로 반성하고 있을 때 제아가 말했다.

“말투가 그게 뭐예요?”

“네?”

“완전 아저씨 같거든요. 그냥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럴까?”

“제가 부탁하는 겁니다. 그래야 좀 덜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요.”

“그럼 말 편하게 할게.”

이규한이 재차 쓴웃음을 지었을 때 였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말씀 나누 시죠.”

임철중이 사무실로 들어가자고 제 안했다.

“알겠습니다.”

이규한이 대답하며 속으로 의문을 품었다.

‘대체 나와 무슨 얘길 하려는 거 지?,

이규한은 영화제작자.

임철중은 아이돌 그룹을 비롯한 가 수들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소 속사 스타필드 엔터테인먼트의 대 표.

이규한과 임철중 사이에는 접점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임철중의 사무실에 도착해 서 아이스커피를 한 모금 마실 때까 지도 이규한이 품었던 의문은 풀리 지 않았다.

‘혹시 OST 때문인가?’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가수들에게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는 영화의 OST를 맡게 해 달라는 부 탁을 하는 걸 거라고 이규한이 판단 했을 때였다.

스윽.

임철중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한 권 의 책자를 건넸다.

“한번 보시죠.”

“이게… 뭡니까?”

“스타필드 소속 가수들의 프로필 책자입니다.”

“이걸 왜 제게 주시는 겁니까?”

“나중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마스크

가 괜찮은 애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집중적으로 연기 수업을 받았기 때 문에 연기도 곧잘 하는 편입니다.”

“연기 수업이요?”

“진신호 배우는 아시죠?”

“네,알고 있습니다.”

진신호는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 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 정받은 배우였다. 그래서 이규한이 알고 있다고 대답하자 임철중이 덧 붙였다.

“진신호 배우를 비롯해 여러 배우 분들을 강사로 모시고 자체적으로 연기 수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왜 연기 수업을 합니까?”

“스타필드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들이 배우로 진출한 수 있도록 준비 를 한 겁니다.”

“최근 들어 아이돌 그룹이 많은 인 기를 얻고 있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 합니다. 그리고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데 성공 한다고 해도 수명이 짧은 편입니다. 쉽게 말해 세대교체가 무척 빠른 편 이죠. 그래서 소속 가수들이 다른 길을 열 수 있도록 연기 수업도 병 행하고 있는 겁니다.”

비로소 말뜻을 이해한 이규한이 작

최근 들어 아이돌 그룹 출신 가수 들의 스크린이나 브라운관 진출이 잦아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생존을 위한 나름의 몸부림인 셈이 었다.

‘연기를 곧잘 하는 데는 그만한 이 유가 있었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이규한이 임철중이 건넨 프로필 책자를 백팩 에 넣으며 입을 뗐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블루 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는 작품 중에 대표님 소속 가수들에게 어울 리는 배역이 있다면 연락드리겠습니

원하던 대답을 얻어 낸 임철중의 표정이 밝아진 순간 제아가 끼어들 었다.

“이제 사장님 용건 끝났으니까 이 규한 대표님이랑 둘이서 얘기해도 되죠?”

“응? 아직 안 끝났어.”

“또 뭐가 더 남았는데요?”

“우리 제아가 연기뿐만 아니라 노 래도 잘합니다. 혹시 음악과 관련된 영화를 제작하시면 꼭 주연으로 출 연시켜 주십시오. 절대 실망시키지

임철중은 마지막까지 소속사 가수 홍보에 열을 올렸다.

“알겠습니다.”

이규한이 마지못한 표정으로 대답 한 순간 제아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이제 진짜 끝난 것 같으니까 빨리 나가요.” “우리 사장님이 요새 마음이 초조 하셔서 저러는 거니까 이 대표님이

이해하세요.”

스타필드 엔터테인먼트 내에 마련 된 휴게 공간에 앉자마자 제아가 말 했다.

비타민 음료의 뚜껑을 열며 이규한 이 물었다.

“임 대표님이 왜 초조하신 거야?”

“좀 늦은 편이거든요.”

“뭐가 늦었다는 거야?”

“연기 수업을 병행한 시기요. 경쟁 사에 소속된 다른 아이돌 멤버들이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으로 일찍 진출 해서 자리를 잡고 수익도 내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스타필드 엔터 테인먼트는 연기 수업을 병행하는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어진 탓에 아 직 뚜렷한 실적이 없어요. 이러다가 는 완전히 뒤쳐질 수도 있다는 생각 이 들어서 마음이 급하신 거람니 다.”

“그렇구나.”

이규한이 비타민 음료가 든 병을 입으로 가져가며 대답했을 때 제아 가 다시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 대표님이 찾 아올 거라고 말하지 말걸 그랬어

요.”

“왜?”

“괜히 부담만 드린 것 같아서요.” 제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확인한 이규한이 입을 뗐다.

“신경 쓸 것 없어. 오히려 임 대표 님과의 만남이 내게도 도움이 됐거

드 ”

“무슨 도움이 됐는데요?”

“덕분에 기준을 정할 수 있게 됐 어.”

‘팬층이 두터워야 한다. 그리고 연 기의 기본은 갖춰야 한다.’

이것이 이규한이 내심 갖고 있던 ‘부산행 열차’에서 매력적인 좀비 역할을 맡아야 할 가수 출신 배우의 조건이었다.

그렇지만 두루뭉술한 느낌이 있었 다.

그런데 임철중 대표와의 대화 덕분 에 그 기준이 좀 더 명확해졌다.

‘소속사에서 연기 수업을 충실하게 받은 배우가 필요하다.’

이규한이 새로 정한 기준을 속으로 되뇌고 있을 때 제아가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갑자기 절 만나자고 하셨어요? 혹시… 축가를 부탁하러 온 건가요?”

“축가?”

“이 대표님이 결혼하면 제가 우주 걸스 멤버들과 함께 찾아가서 결혼 식 축가를 부르겠다고 했던 거 기억 하시죠?”

“물론 기억하고 있어.”

이규한이 그런 대화를 나눴던 기억 을 떠올리고 대답하자 제아가 두 눈 을 빛냈다.

“그럼 진짜 지유 언니랑 결혼하는 건가요?”

“누구?”

“지유 언니요.”

이규한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결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애인도 없는데 무슨 수로 결혼한단 말인가?

그런데 제아는 뜬금없이 남지유의 이름을 꺼내며 결혼 상대로 언급하 고 있었다.

그러니 어찌 당황하지 않을 수 있 을까.

“갑자기 지유 씨 얘기는 왜 꺼내는 거야?”

“두 분이 결혼하시는 것 아니었어 요?”

“아닌데.” 이규한이 아니라고 대답하자 제아 가 쌍심지를 킨 채 노려보며 물었 다.

“그럼 설마 딴 여자랑 결혼하는 거

예요?”

“딴 여자라니?”

“지유 언니 말고 딴 여자랑 결혼하 는 거냐고요?”

“그것도 아닌데.”

“그럼요?”

“결혼 안 해.”

그녀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는 사 실을 깨달은 이규한이 대답하자 제 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혹시 독신주의자세요?” “독신주의자는 아냐.”

이규한의 호적은 깨끗했다.

그렇지만 이미 한 차례 결혼을 경 험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의 결혼 생활은 불행했다.

그래서 결혼에 호의적인 편은 아니 었지만 독신주의자는 아니었다.

예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

많은 상황이 변해 있었다.

아니,상황만이 아니라 자신도 변 해 있었다.

‘지난번보다는 잘할 수 있지 않을 까?’ 해서 이규한도 좀 더 나아진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왜 날 독신주의자라고 생각한 거 야?”

“그렇게 의심할 만하잖아요.”

“응?”

“지유 언니처럼 매력적인 여자가 관심을 보이는데도 꿈쩍도 안 하니 까요.”

제아가 꺼낸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픽 하고 실소를 터트렸다.

그녀가 여전히 착각을 하고 있단 생각이 들어서였다.

“오해하고 있어. 지유 씨는 내게 관심이 없어.”

그래서 이규한이 정정하자 제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모르는 거예요? 아니면 모르 는 척하는 거예요?”

“무슨 소리야?”

“진짜 모르나 보네.”

제아가 답답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 웃했다.

“너무 나이가 들어서 연애 세포가 죽은 건가?”

그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발끈했 다.

“내가 그 정도로 나이가 많지는 않 거든.”

“나도 알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나 이가 많이 든 것처럼 느껴져요.”

“그거… 칭찬이야?”

“알아서 생각하세요.”

툭 쏘아붙인 제아가 재차 고개를 가웃했다.

“이렇게 눈치도 없고 매력도 없는 데 지유 언니는 왜 이 대표님을 좋 아하는 거지?”

“오해라……

“아빠 같은 느낌이 있어서 그런 가?” ‘삼촌’으로 모자라 ‘아빠’라는 단어 까지 등장하는 것을 들은 이규한이 발끈했을 때였다.

“지유 언니가 일찍 한국으로 들어 와서 혼자 살았거든요. 그래서 부모 님의 사랑을 많이 못 받았어요. 어 쩌면 이 대표님이 아빠처럼 푸근하 고 든든하게 느껴져서 지유 언니가 좋아하는 건지도 몰라요.”

제아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 다.

그제야 이규한의 표정도 심각해졌 다.

“정말 지유 씨가 내게 관심이 있 어?”

“대표님도 신기하죠?”

“응?”

“저도 신기해요.”

“지유 씨가 내게 관심이 있는 게 신기하다는 거지?”

“아니요. 지유 언니가 그렇게 눈치 를 줬는데도 그걸 알아채지 못한 대 표님이 신기하단 뜻이었어요.”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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