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화
개를 사용했습니 다.
소문과 진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실.
네이처 필름의 대표인 강태경이 작 성해 온 제작 진행 보고서를 꼼꼼하 게 살피던 김대환이 고개를 들었다.
“감독이 좀 약하군.”
강태경이 접촉했던 감독은 이환일. 이미 세 작품을 연출한 기성 감독 이었다.
이환일 감독이 기존에 연출했던 세 작품은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또 작품의 완성도가 높고 연출력이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지만 흥행 성적은 고만고만했 다.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작품의 성적은 380만.
그래서 김대환은 좀 더 흥행 성적 이 좋았던 감독이 ‘어메이징 히어로 즈’의 연출을 맡았으면 하는 욕심을 품은 것이다.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제작비 규 모를 감안하면 감독이 조금 약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강태경 역시 감독이 약한 편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환일 감독을 선택했 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건 가?”
“그게……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강태경에게 김대환이 재촉했다.
“감추려 들지 말고 솔직히 말해 보 게.” ‘실은 좋지 않은 소문이 퍼졌습니
“무슨 소문이 퍼졌단 건가?”
“‘어메이징 히어로즈’는 이미 한 차례 개봉이 연기됐다,씨제스 엔터 테인먼트 측에서는 CG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함이라고 개봉이 연기 된 이유를 밝혔지만 실상은 다르다, 진짜 이유는 기존에 50% 이상 촬 영을 마쳤던 작품의 수준이 워낙 형 편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기존 촬 영분을 모두 폐기하고 제작사를 바 꿔서 기획 개발 단계부터 새로 시작 하고 있다,그 과정에서 이미 투입 됐던 70억 가까운 자금을 날린 상 태이다,따라서 씨제스 엔터테인먼 트 측에서 ‘어메이징 히어로즈’라는 작품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의 여력 은 50억에서 70억 수준에 불과하다, 그 돈으로 제작하는 CG가 많이 들 어가는 판타지 장르의 작품인 ‘어메 이징 히어로즈’의 완성도가 좋게 나 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그런 만큼 지금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연출을 맡겠다고 나서는 것은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만큼이 나 위험한 일이다. 이런 소문이 업 계 전반에 퍼져 있는 상황이라 흥행 성적이 좋았던 감독들은 아예 만나 기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강태경의 설명을 들은 김대환이 못 마땅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헛소문에 불과하네.”
“정말 헛소문입니까?”
“무슨 뜻인가?”
“헛소문이 아니라 사실이 아닙니
까?”
강태경이 자신의 시선을 피하지 않 은 채 던진 질문을 들은 김대환이 눈살을 찌푸렸다.
강태경과 김대환의 인연.
결코 얕지 않았다.
게다가 강태경은 현재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제작을 맡고 있는 당사 자였다.
그런 그조차 시중에 떠돌고 있는 소문의 진위를 자신에게 묻고 있다 는 것이 이번 사안이 무척 심각하다 는 것을 알려 주는 증거였다.
“나는 이 작품을……
그래서 단호한 표정으로 입을 열던 김대환이 도중에 입을 다물었다.
‘어메이징 히어로즈’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리즈 영화로 만들어서 국내시장은 물론이고 해외시장도 개 척할 것이다.
또 이 작품이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는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재도약의 시금석 역할을 할 것이다.
이게 김대환이 원래 하려던 말이었 다.
그렇지만 아무리 입으로 떠들어 봐 야 강태경에게 믿음을 심어 주기 어 려울 거란 생각이 들어서 도중에 말 을 멈췄던 것이다.
‘결국… 자금이지.’
눈앞의 강태경에게,또 시중에 떠 도는 ‘어메이징 히어로즈’와 관련된 소문을 듣고 동요하고 있는 감독 및 배우들에게 신뢰를 심어 줄 수 있는 방법은 김대환이 떠들어 대는 백 마 디 말이 아니었다.
‘어메이징 히어로즈’에 투입하는 제작비가 얼마나 되느냐였다.
‘최대 70억 정도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대표인 이규 한의 주도로 기획 개발을 거치고 촬 영까지 절반가량 진행됐던 과정에서 ‘어메이징 히어로즈’에는 이미 70억 여 원의 자금이 투입됐었다.
그렇지만 기존 촬영분을 폐기하고 기획 개발부터 다시 시작하는 선택 을 내리면서 그 70억여 원의 자금 을 허공에 날린 셈이었다.
아까 강태경이 알려 줬던 시중에 떠도는 소문이 아주 헛소문은 아니 었던 것이다.
원래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예상 제작비는 최대 150억 수준.
그런데 이미 절반 가까이 날린 셈 이런 상황에서 다시 150억의 자금 을 새로 투입한다면?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제작비는 2??억을 홀쩍 넘어가는 셈이다.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할 가능성 이 높아.’
만에 하나 ‘어메이징 히어로즈’가 개봉 후 흥행에 실패한다면?
200억이 넘는 자금을 이 작품에 쏟아부은 씨제스 엔터테인먼트가 떠 안아야 할 부담이 너무 컸다.
‘최대 70억?’
그래서 김대환이 내심 염두에 두고
있던 추가 투입 자금의 규모였다.
결국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소문이 정확했던 셈이다.
‘어떻게 내부 사정을 알고 있는 것 처럼 정확한 손실 규모와 추가 투입 자금까지 맞힐 수 있었던 거지?’
김대환의 생각이 이내 소문의 출처 로 방향을 바꾸었다.
잠시 후 김대환이 떠올린 것은… 이규한이었다.
“어메이징 히어로즈’라는 작품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외부인은… 이규한이지.’
공동 제작자로서 제작을 주도했던 인물.
당연히 내부 사정에 대해서 잘 알 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소문을 시중에 흘린 것이 이규한이라고 확신하던 김대환 이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왜 이런 소문을 흘린 거지?’ “소문을 슬쩍 흘렸습니다.”
이규한이 입을 떼자 황진호가 흥미 를 드러냈다.
“무슨 소문?”
“우선 표현을 정정해야겠네요. 소 문을 홀린 게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발설했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측에서 ‘어 메이징 히어로즈’가 개봉을 연기한 이유는 CG의 완성도를 좀 더 끌어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다,원점으로 다시 돌아가 기획 개발부터 시작하 기 위해서 개봉을 연기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씨제스 엔터테인먼트가 투입했던 자금은 이미 70억 수준이 다. 이렇게 정확한 사실을 알렸거든 “김대환 대표가 무리수를 두게 만 들기 위함입니다.”
이규한이 대답했지만 황진호는 제 대로 이해한 기색이 아니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 던 그가 부탁했다.
“좀 알아들게 설명해 봐.”
“아까 그 소문이 영화계에 널리 퍼 진 상황입니다. 만약 형이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흥행 감독 이라면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연출을 맡아
달라고 제안했을 때 받아들이시겠습 니까?”
“내가 그저 그런 감독이 아니라 홍 행 감독이라면… 연출 제의를 거절 하지.”
“거절하는 이유는요?”
“‘어메이징 히어로즈’가 아무리 대 작이라고 하더라도 제작비를 200억 을 넘길 순 없어. 그럼 투자사의 부 담이 너무 커지거든. 제작비가 최대 150억이라고 잡고,이미 허공에 날 린 제작비가 70억이야. 그럼 남는 건 최대 80억 수준이야. 거기서 흥 보비 빼고 나면 순 제작비는 최소 50억,최대 60억 수준. 그 정도 돈 으로 CG가 팍팍 들어가는 판타지 영화를 제작해서 성공을 거둘 가능 성? 극히 희박하지. 아니,희박한 게 아니라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 지야. 머리에 총 맞지 않은 이상 망 할 게 뻔한 작품의 연출을 맡겠어?”
황진호가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연출 제안을 거절하려는 이유를 밝 힌 순간,이규한이 씨익 웃었다.
그 미소를 확인한 황진호가 두 눈 을 크게 떴다.
“이거구나.”
“맞습니다.”
“이 소문이 영화계에 퍼졌으니 좋 은 감독들은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연출을 맡지 않을 거고,배우들도 출연을 꺼릴 것은 마찬가지지. 망할 게 뻔한 작품에 주연배우로 출연하 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 캐스팅도 어 렵겠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던 황진호가 물었다.
“그러니까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제작을 무산시키는 게 이 대표가 이 런 소문을 퍼트린 목표가 맞지?”
“그건 아닙니다.”
“아니라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제가 이런 정보를 발설한 이유는 김대환 대표 가 무리수를 두게 만들기 위함입니 이규한이 설명했지만,황진호는 이 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 다.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제작을 무 산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라 김대환 대표가 무리수를 두게 만드는 게 목 적이다? 그 말은 김대환 대표가 망 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제작을 강행하도록 만 들겠다는 뜻이야?”
“아니요. 김대환 대표는 보란 둣이 성공하기 위해서 ‘어메이징 히어로 즈’의 제작을 강행할 겁니다. 자존 심에 상처를 입었으니까요.” “왜 그렇게 생각해?”
“후회할 겁니다.”
“ <……?"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공동 제작 사로서 참여했던 마지막 미팅에서 제가 했던 충고가 김대환 대표의 자 존심에 스크래치를 냈을 겁니다. 김 대환 대표 입장에서는 그동안 무시 해 왔던 일개 영화제작자에게 놀아 난 데다가 충고까지 들은 셈이니까
요.”
이규한이 설명을 더하자 황진호가 두 눈을 빛냈다.
“그럼 김대환 대표에게 후회할 거 란 충고를 던진 것도 나름의 계산이 깔려 있었던 거로군.”
“맞습니다. 김대환 대표가 ‘어메이 징 히어로즈’라는 작품을 포기하지 않길 바라고 던졌던 말이었습니다.”
“상처 입은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 해서 김대환 대표가 무리수를 둘 거 다?”
“네,
“결과적으로 제작비를 더 투입할 거다?”
“제 예상이 틀리지 않다면 이미 손 실을 본 70억을 제외하고,‘어메이 징 히어로즈’의 제작비로 새로 150 억을 쏟아부을 겁니다.” “그럼 제작비가 200억이 훌쩍 넘 어가는 셈이잖아? 너무 무모한 게 아닐까?”
“무모하죠. 그렇지만 김대환 대표 는 자존심 때문에라도 밀어붙일 겁 니다.”
비로소 김대환 대표가 무리수를 두 게 만들겠다는 이규한의 말뜻을 이 해한 황진호가 납득한 표정으로 고 개를 끄덕였다.
그때 하태열이 입을 뗐다.
“이 대표의 설명 덕분에 한 가지 의문은 풀렸어. 그런데 나머지 한 가지 의문은 여전히 풀리질 않아.” “어떤 의문이요?”
“‘부산행 열차’의 제작을 서두르는 것과 김대환 대표와 마지막 승부를 하는 것은 대체 무슨 연관이 있어?”
하태열의 질문을 들은 이규한이 대 답했다.
“제가 말씀드렸던 김대환 대표와의 마지막 승부. ‘신과 같이’를 제작해 서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와 배급을 맡은 ‘어메이징 히어로즈’와 정면 승부를 펼치는 겁니다.”
“‘신과 같이’와 ‘어메이징 히어로 즈’의 정면 승부?”
이규한이 머릿속 구상을 밝혔지만 하태열은 부정적인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이규한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신과 같이’ 시리즈 세 편을 동시 에 제작하기 위해서 필요한 제작비 는 약 400억 수준.
하태열을 비롯한 블루문 엔터테인 먼트 직원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 다.
이규한이 ‘신과 같이’라는 웹툰 작 품을 영화로 제작하려는 의지가 강 한 편이긴 하지만,제작비가 무려 400억대에 달하는 만큼 투자 유치
가 결코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부산행 열차’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시장에서도 흥행을 거두어야만 ‘신과 같이’의 투자 유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일정을 최대한 빨리 잡아야만 ‘어메이징 히어로즈’ 와 ‘신과 같이’의 개봉일을 맞출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신과 같이’의 투자를 빨리 유치하기 위해서 ‘부산행 열 차’의 제작을 서두른다는 거지?”
“맞습니다.”
하태열이 납득한 표정을 지었을 때 이번에는 김미주가 나섰다.
“그럼 이제 남은 건 하나네요. ‘부 산행 열차’를 흥행시키는 것.”
“응. 그리고 ‘부산행 열차’를 흥행 시킬 수 있는 방법은 미주 씨가 알 려 줬어.”
“제가요?”
“그래.”
“언제요?”
의아한 시선을 던지는 김미주에게 이규한이 대답했다.
“미주 씨가 사랑에 빠지고 싶을 정 도로 매력적인 좀비를 창조할 거 야.”
1억 관객 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