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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관객 제작자-225화 (225/272)

225화

좀비 좋아하세요? (2) 혼자 신이 나서 열변을 토해 내던 우중완 감독이 이규한의 반응을 살 폈다. 그리고 시큰둥한 이규한의 표 정을 확인한 우중완 감독이 서둘러 덧붙였다.

“‘월드워’란 좀비 영화는 보셨죠? 최신 무기를 풀 장착한 군인들도 좀 비들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인류가 멸망 직전에 몰리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삽과 곡괭이로 무장한 시골 촌부들이 그 무서운 좀비들에 맞서 싸우는 게 벌써 재밌지 않습니까? 그리고 마을 촌부들이 위기에 처했 을 때 산신령이라고 마을 사람들이 섬겼던 호랑이가 혜성처럼 등장해서 좀비를 물리치는 과정까지. 기발하 지 않습니까?”

부연을 마친 후 우중완 감독이 다 시 이규한의 반응을 살폈다.

녹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이규한이 입을 뗐다.

“재밌네요.”

그 평가를 들은 우중완 감독의 표 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대표님이 생각하기에도 재밌죠?”

환하게 웃는 우중완 감독을 바라보 던 이규한이 짤막한 한숨을 내쉬었 다.

우중완 감독은 ‘베테랑들’이 박스 오피스 순위 1위에 오른 것보다 조 금 전 이규한에게 재밌다는 평가를 들었을 때 훨씬 더 기쁜 표정이었 다.

‘역시 평범하지 않아.’

새삼 우중완 감독이 평범하지 않다 고 생각하면서 이규한이 입을 뗐다.

“그 단편영화를 장편영화로 각색할 생각이시죠?”

“맞습니다.”

“하지 마세요.”

“네?”

“각색 작업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 다.”

“왜 하지 말란 겁니까?”

“투자가 안 될 겁니다.”

“왜요?”

“B급 코미디는 흥행이 어렵거든 요.”

“하지만 재미는 있지 않습니까?” “투자사는 시나리오가 재밌느냐보 다 이 작품을 촬영해서 개봉했을 때

얼마나 관객이 들까에 포커스를 맞 추고 심사를 합니다. 그래서 투자 유치가 어려울 거라고 말씀드린 겁 니다.”

우중완 감독의 말문이 막힌 순간 이규한이 덧붙였다.

“제가 투자가 안 될 거라고 예상한 데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뭡니까?”

“좀비요.”

?

“투자사는 무척 보수적입니다. 그 래서 좀비가 등장하는 새롭고 검증 되지 않은 소재에 대해서는 투자를

꺼리는 편입니다.”

이규한이 설명을 마쳤을 때 우중완 감독이 반박했다.

“아까 대표님도 좀비 영화를 준비 하고 계시다고 말씀하셨지 않습니 까?”

“맞습니다. 그래서 투자를 유치하 는 데 무척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작품을 성공시켰던 블 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준비하는 작 품이지만,좀비 소재의 영화라고 하 니 다들 난색을 표하더군요.”

야심차게 준비했던 좀비 소재의 작 품을 제작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 을 깨달은 우중완 감독은 낙담한 기

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그를 위로하기 위해서 이규한 이 입을 뗐다.

“감독님께서 준비 중인 작품이 투 자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은 아닙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우중완 감독이 두 눈을 빛냈다.

“그 방법이 대체 뭡니까?”

“‘부산행 열차’가 흥행에 성공하는 겁니다.”

“‘부산행 열차’는 뭡니까?”

“아. 감독님은 아직 모르시겠군요.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고 있는 좀비 소재 작품의 제목입니 다.”

비로소 이해한 기색이던 우중완 감 독이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부산행 열차’가 흥행에 성공하는 것과 제가 준비하는 작품의 투자 유 치 사에에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좀비라는 공통점이 있죠.”

?

“좀비가 소재인 ‘부산행 열차’가 흥행에 성공했다고 가정해 보시죠. 그럼 투자사들의 시선이 자연히 바 뀌게 될 겁니다. 어라,좀비 소재의 영화는 당연히 망할 줄 알았는데 그 게 아니네. 좀비 소재의 영화도 흥 행에 성공할 수 있구나. 그럼 다른 좀비 소재의 영화에 투자를 해 봐야 겠다. 이런 식으로 투자사들의 생각 이 바절 겁니다.”

“대표님 말이 맞네요. ‘부산행 열 차’가 흥행에 성공해야만 제가 준비 하는 작품도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겠네요.”

고개를 끄덕이던 우중완 감독이 주 먹을 불끈 쥐고 흔들며 소리쳤다.

“파이팅 입니다.”

“네?”

“‘부산행 열차’의 성공을 빌겠습니 다.”

우증완 감독이 파이팅을 주문한 순 간 이규한이 고개를 흔들었다.

“‘부산행 열차’의 성공은 어렵습니 다.”

“왜요?”

“감독을 아직 못 구했거든요. 좀비 소재의 작품이라고 했더니 좋은 감 독님들은 다들 연출을 기피하더군 요.”

“좀비가 어때서요? 좀비가 얼마나 매력적인데.”

우중완 감독이 발끈한 순간 이규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

“저 요?”

“아까 좀비를 좋아하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중완 감독이 당황한 기색으로 머 리를 긁적였다.

“제가 좀비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 지만……

“그런데 뭐가 마음에 걸리시는 겁 니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서 ,

우중완 감독이 말끝을 흐린 순간 이규한이 제안했다.

“일단 시나리오를 한번 보고 난 후 결정하시죠.” 후릅.

이규한이 세 잔째 녹차를 마시며 우중완 감독을 힐끗 살폈다.

처음 ‘부산행 열차’의 시나리오를 받아 들 때만 해도 우중완 감독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한 후 우중완 감독의 표정 은 바뀌었다.

진지하면서도 심각한 얼굴로 시나 리오를 읽는 우중완 감독을 살피던 이규한이 남은 분량을 살핀 후 팔짱 을 꼈다.

‘부산행 열차’의 홍행이 중요한 이 유.

개봉 후 흥행 여부에 따라서 ‘신과 같이’라는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느냐 마냐의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해야 해.’

‘신과 같이’라는 작품에 투자 유치 를 받아 제작하기 위해서는 ‘부산행 열차’가 무조건 천만 영화가 돼야 했다.

그렇지만 단지 천만 영화가 되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아시아를 비롯한 해외시장에서의 흥행 여부도 중요했다.

‘일단은 천만 영화로 만드는 게 중 요해.’

이규한이 판단한 우선 순위였다. 그렇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7,158,864명.

공태유와 마동수를 캐스팅한 현재 ‘부산행 열차’의 예상 관객 수였다. 아직 목표인 천만 관객에는 약 삼 백만 명 가까이 모자랐다.

부족한 삼백만 명을 채우기 위한

첫 단계로 이규한은 감독 선임 작업 에 돌입했다.

그렇지만 감독 선임이 예상처럼 쉽 지 않았다.

“감독을 아직 못 구했거든요. 좀비 소재의 작품이라고 했더니 좋은 감 독님들은 다들 연출을 기피하더군 요.” 아까 괜히 하소연을 했던 것이 아 니다.

이규한이 처음으로 접촉했던 감독 후보는 강형진이었다.

‘과속 삼대 스캔들’과 ‘수상한 그 녀’의 작업을 함께 하면서 이미 서 로에 대한 신뢰가 쌓인 상황.

그렇지만 강형진 감독은 ‘부산행 열차’의 연출을 맡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

소재가 좀비라는 것에 부담을 느꼈 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접촉했던 감독 후보는 양 도윤 감독이었다.

그 역시 ‘사관,왕을 만든 남자’라 는 작품을 함께 작업했던 인연이 있 었지만,‘부산행 열차’의 연출을 맡 는 것을 고사했다.

“제가 겁이 많습니다. 무서워서 좀 비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는 것도 힘 든데 어떻게 좀비가 주요 소재인 작 품의 연출을 맡을 수 있겠습니까?”

양도윤 감독이 ‘부산행 열차’의 연 출을 맡는 것을 고사하며 밝힌 이유 였다.

마지막으로 접촉했던 것은 양우섭 감독이었다.

‘변호사’의 연출을 맡으며 인연을 맺었던 양우섭 감독에게 마지막 기 대를 품었지만,그 역시 미안한 표 정으로 ‘부산행 열차’의 연출 제의 를 고사했다. 그리고 그가 고사한 이유는 좀비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 세 명의 감독 후보와 접촉해서 모 두 거절당한 후,이규한은 다른 감 독들을 만나기 위해서 움직이지 않 았다.

양우섭 감독을 만난 후 자신의 실 수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다른 제작사와 몇 번 작업 을 해 봤습니다. 그때마다 돌아온 반응은 하나였습니다. 타임 슬립이 가미된 판타지와 감독님은 어울리지 않으니까 감독님이 제일 잘하는 걸 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좀비 소재 의 작품인 ‘부산행 열차’와 저는 어 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제 판 단이긴 하지만 좀비에 대해서 잘 아 는 그리고 좀비를 좋아하는 감독이 ‘부산행 열차’의 연출을 맡아야 하 지 않을까요?”

양우섭 감독의 충고가 옳았다.

좀비에 대해 잘 알고, 좀비에 애정 이 있는 감독에게 ‘부산행 열차’의 연출을 맡기는 것이 맞았다.

그래서 이규한이 조사하던 도중 발 견했던 작품이 바로 우중완 감독이 연출했던 단편영화인 ‘좀비와 호랑 이’였다.

우중완 감독이 연출했던 단편영화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작 품이 바로 ‘좀비와 호랑이’였다.

천재 감독 특유의 기발함은 작품 속에 녹아 있지만,스토리도 엉성한 편이었고 배우들의 연기도 형편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좀비와 호랑 이’라는 단편영화를 보면서 우중완 감독이 좀비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 다는 확신을 가졌다.

‘시기도 나쁘지 않아.’

막 개봉한 상황이긴 하지만, ‘베테 랑들’은 천만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어메이징 히어로즈’가 CG의 완성 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이유로 개봉을 연기하면서 마땅한 경쟁작도 없는 데다가 작품에 대한 평가도 좋았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우중완 감독은 흥행 감독의 반열에 발을 디디게 되는 상황인 만 큼 딱 적기라고 할 수 있었다.

‘적임자.’

이규한이 이렇게 판단을 내렸을 때 였다.

“후우.”

우중완 감독이 긴 한숨과 함께 시 나리오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목이 타네요.” 식어 버린 녹차를 단숨에 비운 우 중완 감독이 감상평을 꺼냈다.

“갈 길이 머네요.”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

까?”

“그게 아니라… 제 작품이요.”

?

“아까 ‘부산행 열차’라는 작품이 투자를 받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씀 하셨잖습니까? 이 정도 작품이 좀비 가 소재란 이유로 투자 유치에 어려 움을 겪었다면 제 작품은 투자 심사 에서 물먹을 게 뻔하단 생각이 들었 습니다.”

재차 한숨을 내쉰 우중완 감독이 덧붙였다.

“아까 말씀드린 작품의 각색 작업 은 한참 뒤로 미뤄야겠습니다.”

“왜입니까?”

“자신감이 뚝 떨어졌거든요.”

“그럼 ‘부산행 열차’의 연출을 맡 아 주시죠?”

“욕심이 생기긴 하지만……

우중완 감독이 슬그머니 말끝을 흐 렸다.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마음이 변 하긴 했다.’

이렇게 판단한 이규한이 서둘러 입 을 뗐다.

“감독님께는 ‘부산행 열차’의 연출 을 맡을 이유가 있습니다.”

“무슨 이유요?”

이규한이 대답했다.

“복권 신세에서 탈출하기 위해서입 니다.” “복권… 이요?”

우중완 감독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 다.

이규한이 뜬금없이 복권이란 단어 를 입에 올렸기 때문이었다.

“지금 감독님은 복권과 비슷합니다.” “‘베테랑들’이 대박이 나서요?”

“아니요. 대박이 날지 쪽박이 날지 알 수 없는 복권과 엇비슷하다는 뜻 이었습니다.”

" ‘……?"

“이번에 연출하신 ‘베테랑들’이 흥 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만,감독 님의 이전 연출작들은 모두 흥행에 참패했습니다. 그래서 제작사나 투 자사 입장에서 감독님은 대박이 날 지 쪽박이 날지 알 수 없는 복권과 비슷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계약을 하고 싶다는 욕심은 나지만 확신은 서지 않는 상태인 거죠.”

이규한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 한 걸까.

우중완 감독은 반박하는 대신 고개 를 끄덕여 수긍했다.

그 반응을 확인한 이규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는 차기작의 흥 행 성적이 무척 중요합니다. ‘베테 랑들’에 이어서 차기작도 흥행에 성 공한다면 제작사와 투자사에게 감독 님에 대한 확신을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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