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218화 (218/272)

218화

캐스팅의 비결 (2)

“무슨 뜻이야?”

“투자를 못 받고 있거든요.”

“천하의 하정후가 제작하는 작품인 데 투자가 안 된다?”

“배우 하정후는 믿지만 영화제작자 하정후는 못 믿는다,투자사에서 공 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더군요. 덕분 에 배운 게 많습니다.”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요.”

하정후가 이규한을 응시하며 말했 다.

그런 그의 시선에는 존경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전략을 바꿨습니다.”

잠시 후 하정후가 말했다.

“어떻게 전략을 바꿨는데?”

“어차피 작품을 한 편 제작하는 것 이 어렵다면 대작을 하자. 단순히 제작비가 큰 영화가 아니라 기존 한 국 영화에서 한 번도 제작한 적 없

는 모험적인 장르로 도전하자는 방 향으로요. 그래서 관심을 가졌던 게 ‘신과 같이’라는 웹툰 작품이었습니 다.”

‘배우가 아니라… 제작자로서 관심 을 가졌던 거구나.’

비로소 하정후가 ‘신과 같이’라는 작품을 알고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된 이규한이 웃으며 물었다.

“판권 구입에 실패하셨겠군요.”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최효민 작가를 직접 만났거든요.”

“그럼 대표님도 최효민 작가가 내 건 까다로운 조건도 들으셨겠군요.”

“제작사로서는 절대 수용할 수 없 는 조건이었습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하정후가 이내 두 눈을 빛내며 물었다.

“아까 ‘신과 같이’라는 작품의 제 작자로 참여하셨다고 말씀하셨죠?”

“그렇습니다.”

“그럼 이규한 대표님이 ‘신과 같 이’의 판권을 구입하신 겁니까?”

“아직입니다.”

“아직이라면……?”

“말 그대로입니다. 판권을 구입하 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과 같이’라는 작품의 제작을 포기하지 않으셨다는 뜻이로군요.”

“그렇습니다.”

“최효민 작가가 내걸었던 까다로운 조건을 이 대표님도 알고 계시지 않 습니까? 그런데 왜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까?”

하정후가 질문을 이어 나간 순간, 전혜수가 끼어들었다.

“잠깐 스톱. 나도 좀 알아듣게 말 하지? ‘신과 같이’라는 작품은 대체 뭐고,까다로운 조건은 또 뭔데?”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전혜수를 뒤늦게 발견한 하정후가 미안한 표

정으로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 설명을 모두 들은 후 전혜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최효민 작가가 내건 조 건이 세 편의 시리즈 영화를 한꺼번 에 제작해야 한다는 거지?”

“맞습니다.”

“장르가 판타지라고 했으니까 제작 비도 엄청 들겠네?”

“세 편을 동시에 제작할 경우 삼백 억 정도 들 겁니다.”

하정후가 대답을 마친 순간,이규 한이 나섰다.

“제 판단은 다릅니다.” “제작비 규모를 더 줄일 수 있다는 뜻입니까?”

“반대입니다.”

? 구"

“제가 판단하는 제작비 규모는 최 소 사백억입니다.”

제작비 규모가 오히려 더 늘어나자 전혜수가 더욱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그 작품을 이 대표님이 제작하신 다고요?”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왜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거든 요.”

“하지만……

“그리고 이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 는 희망을 엿봤거든요.”

이규한이 덧붙이자 이번에는 하정 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 희망을 엿봤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희망을 현 실로 만들기 위해서 오늘 자리를 마 련한 겁니다.”

“무슨 뜻입니까?”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정 후 씨의 도움이 필요하거든요.” 예상치 못했던 대답이기 때문일까.

잠시 말문이 막혔던 하정후가 다시 물었다.

“다시 질문드리겠습니다. 제작자 하정후의 도움이 필요한 겁니까? 아 니면 배우 하정후의 도움이 필요한 겁니까?”

“당연히 배우 하정후의 도움이 필 요합니다.”

이규한의 대답을 들은 하정후가 실 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그렇군요.”

그 반응을 살피던 이규한이 덧붙였 다.

“이런 말씀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도 있겠지만,영화제작자 하정후의 합류는 이번 작품을 제작하는 데 있 어 오히려 짐이 될 뿐입니다.” 하정후가 세운 제작사인 파이널 스 톰은 신생 제작사였다.

게다가 창립 작품인 ‘선상 블루스’ 는 흥행에 참패했다.

그리고 투자 배급사는 무척 냉정했 다.

배우 하정후가 아닌 영화제작자 하

정후는 신뢰하지 않았다.

만약 파이널 스톰이 어떤 식으로든 ‘신과 같이’라는 작품에 참여한다면 오히려 투자를 유치하는 데 걸림돌 이 될 확률이 높았다.

그 사실을 이규한이 넌지시 알려 주자 하정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다.

분한 기색이 역력한 하정후의 표정 을 살피던 이규한이 두 눈을 빛냈 다.

아까 영화제작자 하정후의 합류는 ‘신과 같이’라는 작품을 제작하는 데 있어 오히려 짐이 될 뿐이라고 했던 말.

굳이 꺼낼 필요가 없던 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규한이 그 말 을 꺼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하정후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함이 었다.

‘애정이… 많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후 하정후가 분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그 가 영화제작에 대한 애정이 많다는 중거 였다.

만약 애정이 없다면 분하거나 화가 나지도 않았을 터.

‘이걸 이용하자.’

그 반응을 확인하고 이규한의 머릿

속에 좋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어떻게 이 작품을 제작할 수 있을 지 궁금하군요.”

“알고 싶으십니까?”

“네. 제가 판단하기에는 제작이 불 가능하다고 여겨지거든요. 당장 투 자를 받는 게 불가능할 테니까요.”

하정후가 불신 어린 시선을 던졌 다. 그리고 전혜수의 반응도 대동소 이했다.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이 작품 에 400억을 투자할 투자사가 과연 있을까요?”

전혜수가 던진 질문을 받은 이규한 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제가 준비한 계획대로만 착착 진 행된다면 투자를 유치해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 계획이 대체 뭡니까?”

하정후가 재차 호기심을 드러낸 순 간 이규한이 대답했다.

“그건 두고 보시면 알게 될 겁니 다.” “지금은 알려 줄 수 없다는 겁니

까?”

“지금도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어떤 조건입니까?”

“정후 씨가 ‘신과 같이’에 출연할 것을 약속한다면 알려 드리죠.”

“변수가 무척 많은 프로젝트입니 다. 그래서 함부로 외부인에게 계획 에 대해 알려 드리기가 곤란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규한이 정중하게 양해를 구한 후 앞에 놓인 잔에 손을 가져갔다.

그 잔을 들어서 입으로 가져가면서

이규한이 하정후의 반응을 살폈다.

‘물어라.’

먹음직스러운 미끼는 던져 놓은 상 황.

이제는 미끼를 물 때까지 기다려야 할 때였다.

“정말… 이 작품을 제작할 자신이 있으신 겁니까?”

잠시 후,하정후가 물었다.

“만약 자신이 없었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궁금하네요. 이규한 대표님이 갖 고 계신 계획이 대체 무엇인지.”

“그럼 작품에 출연해 주십시오.”

“제작자 하정후의 성장을 위해서 배우 하정후의 이미지를 소모하란 뜻입니까?”

하정후가 영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 으로 물었다.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 아닐까요?”

“무슨 뜻입니까?”

“배우 하정후의 이미지를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한 적 없던 새 로운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연기 영 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 니다. 그리고 덤으로 제작자 하정후 는 성장할 수 있겠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던 하정후가 잔을 비운 후 말했다.

“한번 해 보겠습니다.”

그가 출연 승낙을 한 순간,이규한 과 전혜수가 동시에 놀랐다.

“정후야,너무 성급한 것 아냐? 일 단 회사와 상의부터 하고 나서 “저는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 직 성이 풀립니다. 배우 하정후로서,또 제작자 하정후로서 성장하기 위해서 도전해 보고 싶네요.”

“너도 참……

“즉흥적 이라고요?” “저도 이게 단점이란 걸 아는데도 잘 고쳐지지가 않네요.”

하정후가 말을 마친 순간 이규한이 나섰다.

“아직 계약 조건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계약서는 나중에 따로 회사로 보 내 주시죠.”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기존 정 후 씨가 받았던 개런티와 크게 다르 지 않은 조건으로 맞춰 드리겠습니 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시죠.” “다음… 이요?”

“제가 출연하기로 약속하면 이 대 표님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알려 주기로 하셨잖습니까?”

그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전혜수 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아직은 안 됩니다.” “왜 아직 안 된다는 겁니까?”

“왜 날 보시는 거죠?”

하정후와 전혜수가 거의 동시에 질

문을 던졌다.

이규한이 두 배우를 번갈아 보며 대답했다.

“아직 외부자가 남아 있으니까요.”

“외부자라면… 나요?”

전혜수는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이규한의 시선이 본인에게 닿아 있 다는 것을 알아챈 전혜수는 자신이 외부자란 사실을 금세 알아챘다.

“맞습니다.”

이규한이 확인해 주자 전혜수가 서 운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 말씀은… 제가 먼저 떠나야 한 다는 뜻이로군요. 아직 안주도 많이 남았는데. 그리고 저도 이 대표님이 갖고 계신 계획에 대해서 듣고 싶은 데.”

전혜수가 못내 미련이 남은 목소리 로 말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이규한이 말했 다.

“꼭 떠나실 필요는 없습니다. 외부 자에서 내부자로 변하면 되니까요.”

“그게 무슨 뜻이죠?”

“기왕 말이 나온 김에 혜수 씨도 이번 작품에 출연해 주시죠.”

“나도 ‘신과 같이’라는 작품에 출 연해라,그럼 외부자가 아니라 내부

자가 될 수 있다,맞나요?”

“맞습니다.”

이규한이 기대에 찬 시선을 던졌 다.

그렇지만 전혜수에게서는 바로 대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정후와 달라요. 즉흥적인 스 타일이 아니란 뜻이죠.”

“회사와 상의하셔야 한다는 뜻이로 군요.”

“맞아요.”

“카메오 출연 정도는 회사와 상의 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요?”

“작품 내에 한두 신 정도 출연하는 카메오 출연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거라면… 가능하죠.”

“그럼 약속하신 겁니다.”

“약속… 이요?”

“가능하시다면서요?”

“이거 뭔가 속는 느낌인 것 같은 데……

너무 빠르게 대화가 진행되기 때문 일까.

전혜수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망 설였다.

그 반응을 살피던 이규한이 재빨리 덧붙였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카메오 출연 입니다.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겁니 다.”

“그렇긴 하지만……

“비싼 술도 사고 있지 않습니까?”

이규한이 전혜수에게 대답을 재촉 하는 이유.

오래 생각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서였다.

“…약속하죠.”

그리고 마침내 전혜수가 카메오 출 연을 수락한 순간,이규한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전혜수의 카메오 출연.

얼핏 들으면 별것 아닌 것처럼 느 껴 졌다.

아까 이규한이 말한 것처럼 극중에 서 한두 신 등장하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활용하기 나름이었다.

‘제대로 홍보를 한다면?’

‘암살자,보이지 않는 총구’에서 하 정후와 호흡을 맞췄던 전혜수가 그 인연으로 ‘신과 같이’에 카메오 출 연을 한다는 기사가 쏟아진다면,대 중은 당연히 흥미를 드러낼 터였다.

게다가 전혜수는 다작 배우가 아니 었다.

비록 카메오 출연이지만,‘신과 같 이’에 그녀가 등장한다면?

그녀의 골수 팬들은 그녀를 보기 위해서 극장을 찾아올 것이다.

따라서 작품을 홍보하는 데는 물론 이고,실질적으로 관객이 늘어나는 데 톡톡히 도움이 될 것이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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