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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관객 제작자-214화 (214/272)

214화

성공을 돕는 나름의 방법 “그 말씀은… 저에 대한 기대치가 제로라는 뜻인가요?”

“응?”

“머잖아 제가 잘릴 수도 있겠네 요?”

‘착각할 수도 있겠네.’

조금 전 이규한의 발언은 해석의 여지가 넓었다.

백진엽이 이렇게 착각할 수도 있었 다.

“오해하는 거야.”

“오해요?”

“말 그대로야. 백 피디가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 적을 두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회사에 도움이 되더라 고.”

“대체 어떤 부분이요?”

“백 피디가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 서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최효민 작가가 ‘신과 같이’라는 작 품의 판권을 절대로 안 팔겠다에서 판권을 팔 수도 있다는 쪽으로 마음

을 바꿨거든.”

이규한이 설명을 했지만,백진엽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 었다. 그러나 이규한은 더 설명하는 대신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부산행 열차’ 진행 상황 은 어때?”

그 질문을 들은 백진엽이 두 눈을 빛냈다.

“갑자기 왜 ‘부산행 열차’에 관심 을 드러내시는 겁니까?”

“항상 관심 있었거든.”

“아닌 것 같은데.”

“응?”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 거나 제작을 준비하던 다른 작품들 과 비교하면 ‘부산행 열차’는 그동 안 찬밥 취급을 받았는데요.”

‘그렇게 오해했을 수도 있겠네.’

못내 서운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는 백진엽을 보며 이규한이 속으로 생 각했다.

이규한은 ‘부산행 열차’에 대해서 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 었다.

일부러 백진엽에게 맡겨 두고 있었 던 것뿐이었다.

“‘부산행 열차’에 대한 애정이 좀 더 각별해졌어.”

“갑자기 왜요?” “백 피디에 대한 내 애정이 갑자기 깊어진 것과 비슷해.”

“제 진가를 이제 인정하시는 거군 요.”

“그렇다고 치자.”

이규한이 웃으며 대답한 후 다시 질문했다.

“박동선 작가가 맡고 있는 ‘부산행 열차’ 각색 작업은 언제 끝나? 얼추 끝날 때가 된 것 같은데?”

“아직 기약 없습니다.”

“1차 각색 작업은 끝냈는데 별로 재미가 없어서요.”

“1차 작업?”

이규한이 의아한 표정을 지은 채 다시 물었다.

“그럼 박동선 작가가 각색 작업을 끝내긴 했다는 거야?”

“네.”

“그런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결과물이 별로라서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박동선 작가에게 재미가 없으니까

백진엽이 꺼낸 대답을 들은 이규한 이 버럭 소리쳤다.

“야,그걸 왜 이제야 말해?”

“안 물어보셨잖습니까?”

“그래도 당연히 말했어야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고 난 다음에 대표님께 말씀드리려고 했습 니다.”

여전히 당당하게 대꾸하는 백진엽 을 바라보던 이규한이 물었다.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드는데?” “좀 건조해요.”

“건조하다니?”

“한마디로 한국적인 색깔이 없어

요.”

“한국적인 색깔?”

“사랑도 없고,신파도 없거든요.” 이규한이 한숨을 내쉰 후 물었다.

“사랑과 신파?”

“네.”

“그거 백 피디가 제일 싫어했던 두 가지잖아?”

“예전엔 그랬죠. 지금은 변했습니 다.”

“왜 변했어?”

“대표님의 조언을 새겨들었죠.”

“내가 무슨 조언을 했지?”

“백 피디는 대중성이 없다. 우리는 상업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 니 대중성을 길러야 한다. 이렇게 제게 조언해 주셨던 것,기억 안 나 십니까?”

물론 기억이 났다.

그렇지만 대중성을 기르는 것과 극 중에 억지 사랑놀이와 억지 신파를 끼워 넣는 것은 엄연히 달랐다.

“내 말을 잘못 이해한 것 같네.”

“네?”

“줘 봐.”

이규한이 더 설명하는 대신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뭘 달라는 겁니까?”

“박동선 작가가 작업을 마친 시나 리오 말이야.”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아직 각색 작업이 안 끝나서……

“백 피디 표현대로라면 1차 각색 작업을 마친 시나리오는 갖고 있을 것 아냐?”

“있긴 한데. 그걸 왜 달라는 겁니 까?”

“내가 직접 확인해 보려고.”

“실망하실 텐데요.”

“실망해도 내가 실망할 테니까 빨 리 주기나 해.”

드르륵.

백진엽이 마지못한 표정으로 서랍 을 열어서 ‘부산행 열차’ 시나리오 책을 꺼낸 후 이규한에게 건넸다.

‘일단 읽어 보자.’

이규한이 감정하기 전 박동선 작가 가 각색한 시나리오를 펼쳤다.

그 자리에 선 채로 ‘부산행 열차’ 시나리오를 읽어 내려가기를 한참. 팔랑.

시나리오의 마지막 장을 넘긴 이규 한이 감탄했다.

‘좋다.’ 아직 재고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 면 시나리오의 수준과 완성도가 무 척 높은 편이었다.

“어떠세요?”

그때,이규한의 눈치를 살피고 있 던 백진엽이 질문했다.

“박동선 작가에게 전화해.”

“대표님도 제 생각과 같은가 보네 요. 역시 로맨스와 신파가 시나리오 속에 녹아들어 가야……

“빨리 전화 걸어서 박동선 작가에 게 사과해.”

“왜 사과를 하라는 겁니까?”

“잘 쓴 시나리오를 알아보지 못하

는 해태 눈깔을 달고 있었으니까.”

백진엽에게 핀잔을 건넨 이규한이 ‘부산행 열차’ 시나리오 책을 집어 들었다.

‘얼마냐?’

잠시 후,이규한의 눈앞에 숫자가 떠올랐다.

- 5,132,511.

‘늘었다.’

이규한이 두 눈을 빛냈다.

‘부산행 열차’라는 작품에 대한 감 정.

처음 감정한 것은 백진엽이 단편 시나리오였던 ‘인천행 버스’를 장편 시나리오로 바꾸고 난 후였다.

당시 감정 결과는 2,159,443명.

박동선 작가가 각색한 후 예상 관 객 수가 300만 명 가까이 늘어난 셈이었다.

그때,백진엽이 다시 입을 뗐다.

“좋습니다. 무시무시한 좀비가 사 방에 득실거리는데 사랑은 힘들겠 지. 그렇지만 백번 양보해도 신파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백 피디.”

“말씀하시죠.”

“‘부산행 열차’가 개봉해서 흥행에 성공하길 바라지?”

“그야 당연하죠.”

‘부산행 열차’라는 작품을 기획부 터 시작해 각본까지 쓴 백진엽의 입 장에서 작품의 흥행을 바라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백진엽을 확인한 이 규한이 모니터를 켰다.

“계속 봐.”

“뭘 계속 보란 겁니까?”

“아까 보던 웹툰.”

“그게 ‘부산행 열차’의 성공을 돕 는 방법이야.”

NEXT 엔터테인먼트 투자팀 회의 실

김태훈과 마주 앉은 이규한이 물었 다.

“‘부산행 열차’ 각색고는 읽어 보 셨습니까?”

“응. 다섯 번이나 정독했다.” 김태훈에게서 돌아온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메이저 투자 배급사로 들어오는 시 나리오는 많았다.

일주일 사이에 대략 수십여 편.

그리고 메이저 투자 배급사 투자팀 장은 바빴다.

투자팀장이 직접 읽는 시나리오는 수십여 편 가운데 채 다섯 편도 되 지 않았다.

제작 역량이 뛰어난 제작사에서 보 낸 시나리오 혹은 A급 배우가 캐스 팅된 상태이거나 유명 감독이 연출 을 맡기로 한 작품의 시나리오만 골 라서 읽어 보는 셈이었다.

편의 시나리오를 모두 정독하는 것 은 아니었다.

초반부만 읽어 보다가 ‘이게 아니 다’ 싶으면 그대로 내던지는 경우도 태반이었다.

그런데 김태훈은 박동선 작가가 각 색한 ‘부산행 열차’의 시나리오를 다섯 번이나 정독했다고 밝혔다.

이게 그가 ‘부산행 열차’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를 알려 주는 증거였 다.

또,‘부산행 열차’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어떠셨어요?”

“솔직히 말하면 내심 걱정하고 있 었어.”

“왜요?”

“각색 작업을 맡은 박동선 작가를 믿을 수가 없었거든.”

김태훈의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작 게 고개를 끄덕였다.

박동선이 쓴 시나리오 가운데 개봉 한 것은 단 한 작품뿐이었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했던 ‘사관, 왕을 만든 남자’였다.

아직 필모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황.

게다가 각색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 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김태훈은 제작비가 100억 이 훌쩍 넘어가는 대작인 ‘부산행 열차’의 각색 작업을 박동선 작가에 게 맡긴 것이 불안했으리라.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어. 잘 썼네. 각색고에서 윤색만 가볍게 거치면 될 것 같아.”

“제 판단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규한이 대답하며 김태훈에게 새 삼스러운 시선을 던졌다.

같은 내용의 시나리오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김태훈과 백진엽이 내린 평가는 백팔십도 달랐다.

‘괜히 메이저 투자 배급사 투자팀 장이 된 게 아니지.’

시나리오를 보는 눈이 역시 정확하 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김태훈 이 질문했다

“윤색은 누구에게 맡길 생각이야?”

“안유천과 김단비 작가에게 맡기려 고 합니다.”

“안유천과 김단비?”

“네. 아시죠?”

“당연히 알지. 그리고 그 두 작가 가 ‘부산행 열차’의 윤색을 맡아 준 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지.”

‘이제 정말 업계 톱클래스 작가가

됐구나.’

김태훈의 반응을 확인하고서 이규 한이 떠올린 생각이었다.

메이저 투자 배급사 투자팀장들에 게 능력을 인정받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안유천과 김단비 작가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셈이었다.

“그런데 안유천과 김단비 작가가 큰돈도 못 벌고 별로 명예도 얻지 못 하는 윤색 작업을 과연 맡아 줄 까?

“제가 부탁하면 맡아 줄 겁니다.”

“정말 가능해?” “맡겨 주십시오.”

이규한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두 작가와 그동안 인간적인 신뢰가 쌓인 데다가 각색에 준하는 윤색료 를 지불한다면 두 작가가 ‘부산행 열차’의 윤색 작업을 맡아 줄 거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케이. 그 부분은 이 대표한테 맡길게. 그럼 이제 슬슬 캐스팅에 대해서 고민해 볼 시점이 됐네.”

김태훈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고 제안한 후 이규한에게 물었다.

“혹시 염두에 두고 있는 주연 배우 가 있어?”

“네,있습니다.”

“누구지?”

이규한이 지체없이 대답했다. “공태유와 마동수입니다.”

“공태유… 그리고 마동수?”

이규한이 입밖으로 꺼낸 두 배우의 이름을 들은 김태훈이 마뜩지 않은 기색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당황하지 않았 김태훈에게서 이런 반응이 돌아올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이었 다.

“두 배우 중 어느 쪽이 마음에 안 드시는 겁니까?”

“솔직히 말하면… 둘 다 별로야.”

김태훈이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 을 뗐다.

“일단 공태유부터 얘기해 보자고. 내 판단으로 공태유는 너무 약해.”

“티켓 파워가 약하다는 뜻이죠?”

“그래. 공태유가 드라마 쪽에서는 꽤 잘 먹히는 편인데,이상하게 영 화 쪽으로만 넘어오면 힘을 못 쓰더 김태훈의 분석은 정확한 편이었다.

공태유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드라 마들은 꽤 화제가 됐었고,시청률도 잘 나왔다. 그렇지만 드라마의 인기 에 힘입어 영화계로 넘어와 주연으 로 출연했던 작품들은 대부분 흥행 에 실패했다.

“이 대표도 알다시피 공태유가 주 연으로 출연했던 영화들 중에 흥행 에 성공한 작품이 거의 없잖아.”

“그래서 ‘부산행 열차’의 주연을 맡아서 극을 이끌게 하기에 공태유 는 불안하다는 거군요.” ‘그렇지. ‘부산행 열차’는 제작비가 백억이 넘어가는 대작이잖아. 기왕 이면 더 센 배우를 붙였으면 좋겠 어.”

“예를 들면… 하정후요?”

“하정후가 주연을 맡으면 최상이 지.”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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