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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관객 제작자-213화 (213/272)

213화

착하게 살면 복받는 거거든 이규한이 남지유의 티켓 파워가 백 만 명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 했던 근거는 감정 결과였다.

그렇지만 이규한이 간과했던 부분 이 존재했다.

바로 ‘나를 사랑한 아저씨’의 최종 관객 수가 마지막 감정했던 결과보 다 약 200만 명 가까이 더 많다는 점이었다.

‘SNS 마케팅 과정에서 남지유의 팬덤이 영향을 미쳤다면… 남지유의 티켓 파워가 더 컸을 수도 있어.’

이규한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였다.

“요즈음은 팬덤의 영향력이 무척 큰 편이야. 특히 해외시장에서는 더 욱 그렇지. 이규한이 대단한 제작자 이긴 하지만,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이규한이라는 제작자의 이름과 명성 은 먹히지 않아. 해외 팬들이 한국 영화를 보러 찾아오기로 결심했을 때,첫 번째 판단 기준은… 어디까 지나 배우야.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느냐 여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이게 내가 아까 투 플러스 원으로 캐스팅을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던 이유야.”

양동현의 조언을 들은 이규한이 고 개를 끄덕였다.

‘많이 배웠어.’

양동현은 이미 해외시장에 대한 조 사를 마친 후였다.

그래서 그가 던지는 조언들은 이규 한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연기력과 인지도를 모두 갖춘 두 명의 톱클래스 배우에 한류 스타인 아이돌 배우 한 명을 조합한다면… 누가 좋을까?’ 아직 ‘신과 같이’의 시나리오는 없 었다.

판권을 구입하지 못한 상황이니 시 나리오가 있을 리 없었다.

그렇지만 최효민 작가를 통해서 ‘신과 같이’의 대략적인 스토리와 캐릭터 구성에 대해서는 전해 들은 후였다.

그래서 차례로 캐스팅 후보들을 떠 올리던 이규한이 잠시 후 역으로 제 안했다.

“투 플러스 투로 가는 건 어멸까 리얼리 픽처스 인근에 위치한 양동 현의 단골 포장마차.

이규한이 양동현을 뒤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주인 할머니가 걱정스러운 시선을 던지며 입을 뗐다.

“왜 또 왔어?”

“오랜만에 왔는데요.”

“오랜만이라고? 나 아직 치매 안 걸렸어. 정신 말짱해.”

“어제는 안 왔습니다.”

“적당히 찾아와.” “손님이 왔는데 반겨 주시지 않고 왜 구박을 하십니까?”

“영화 만든다는 사람이 영화는 안 만들고 맨날 술만 퍼마시니까 그렇 지.”

“영화도 만들고 있습니다.”

“뻥치네. 술 마시기 바쁜데 영화를 대체 언제 만들어?”

“진짜 만들고 있다니까요. 제가 시 사회에 꼭 초대하겠습니다.”

“퍽도 초대하겠다.”

양동현이 머리를 긁적일 때,주인 할머니가 이규한 앞으로 스케치북을 내밀었다.

“이걸 왜……?”

“사인해.”

“사인… 이요?”

“배우 아냐?”

“아닙니다.”

“그래? 난 저놈이 배우들을 데리고 오길래 너도 배우인 줄 알았지. 그 럼 넌 뭐 하는 사람이야?”

“저도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너도?”

“네.”

“그럼 백수 둘이 모인 거네.”

혀를 끌끌 차던 주인 할머니가 물

“술값 낼 돈은 있는 거지?” 양동현이 이규한을 빤히 보며 물었 다.

“술값 있지?”

“네? 네.”

“오늘은 네가 사.”

“제가… 요?”

“술값은 한 것 같아서 말이지.”

“알겠습니다.”

이규한이 흔쾌히 대답했다.

오늘 사무실에서 양동현이 해 줬던 조언들은 큰 도움이 됐기 때문이었

다.

“쯧쯧.”

그때 주인 할머니가 다시 혀를 찼 다.

“못났다. 참 못났어.”

“또 왜요?”

“나이도 많이 먹은 놈이 젊은 애한 테 얻어먹냐?”

“저보다 부잡니다.”

“누가? 이놈이 부자야?”

“이 녀석이 만든 영화들이 흥행에 엄청 성공했거든요.”

“또 뻥친다.”

“탱 아닙니다.”

“가서 술이나 처먹어.”

말로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서일 까.

양동현이 시키는 대로 비어 있는 탁자에 앉았다.

“내가 이런 취급을 받으며 살고 있 다.”

잠시 후,그가 희미한 미소를 머금 은 채 꺼낸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참지 못하고 픽 하고 실소를 홀렸 다.

대한민국 최고의 제작자인 양동현 이 백수 취급을 받으며 포장마차 주 인 할머니에게 혼나는 것이 흥미로 웠기 때문이었다.

“웃지 마. 너도 백수 취급받은 건 마찬가지니까.”

‘그렇긴 하네.’

이규한이 주변을 살폈다.

잠시 후 포장마차 한쪽 벽에 붙어 있는 사인지가 보였다.

대충 붙어 있는 사인지를 살피던 이규한이 잠시 후 두 눈을 빛냈다. 하정후의 사인을 발견했기 때문이 다.

“하정후도 여기 찾아왔습니까?”

“몇 번 찾아왔어.”

“친하십니까?”

“왜? 하정후가 탐나나 보지?”

“네,탐이 납니다.”

이규한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연기력과 인지도를 모두 갖춘 배 우,

‘신과 같이’에 캐스팅할 배우의 조 건이었다. 그리고 이규한이 그 조건 에 부합하는 배우로 가장 먼저 떠올 린 것은 하정후였다.

문제는 하정후의 캐스팅이 쉽지 않 다는 것.

이미 한 차례 하정후 캐스팅에 공 을 들였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캐스팅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 었다.

그런데 양동현과 하정후가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두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었다.

“도와주십시오.”

이규한이 부탁하자 양동현이 물었 다.

“하정후 캐스팅을 도와 달라는 거 야?”

“아닙니다.”

“그럼?”

이규한이 덧붙였다.

“이번 작품을 저와 공동 제작 하시

공동 제작의 위험성.

이규한이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라는 작품 을 공동 제작 하던 도중 박태혁 대 표에게 제대로 배신을 당한 경험이 있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규한이 양동 현에게 ‘신과 같이’의 공동 제작을 먼저 제안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

우선 양동현은 박태혁 대표와 달리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양동현이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제 작자 위치에 오른 이유.

단지 제작했던 영화들이 흥행에 성 공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동안 꾸준히 쌓아 온 신의가 밑 바탕이 됐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박태혁 대표처럼 배신할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이번 프로젝트는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단독으로 감당 하기에는 벅찼기 때문이었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와 리얼리 픽 처스가 공동 제작을 한다면?’

이규한과 양동현은 대한민국 최고 의 영화제작자들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신과 같이’라는 작품을 공동 제작 한다면 투자 배급 사가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 궐 것이다.

최고의 영화제작자 두 사람이 의기 투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투자 배급 사 측에서는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양동현의 경험과 인맥은 기획 개발 과정을 비롯해 캐스팅 단계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공동 제작을 하자?”

“네.”

“그럼 수익 배분 비율은 어떻게 할 거지?”

“4 대 6으로 하겠습니다.”

“4 대 6?”

“블루문 엔터테인먼트가 4,리얼리 픽처스가 6입니다.”

“왜 5 대 5가 아니라 4 대 6이

지?”

“선배님의 도움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이규한이 대답한 순간 양동현이 대 답했다.

“안 해.”

“왜 안 하시는 겁니까? 혹시 수익 배분 비율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겁니까?”

“아니. 6도 너무 많아.”

“그런데 왜……

양동현이 대답했다.

“겁이 나서.” ‘아까도 말했듯이 나이가 드니까 겁이 많아지더라고. 그래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자신이 없어.”

양동현이 소주잔을 비운 후 말했 다.

완곡한 거절 의사를 접한 이규한이 아쉬움을 느낄 때였다.

“그냥 찾아와.”

“네?”

“소주만 사면 진행 상황에 대한 의 논 상대는 해 줄 테니까. 또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도와주 지.”

양동현의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두 눈을 빛냈다.

“공동 제작자로 작품에 이름을 올 리지는 않겠다. 그렇지만 공동 제작 자나 다름없는 역할을 해 주겠다.”

방금 양동현이 꺼낸 이야기에 담긴 뜻이었기 때문이다.

“왜 그냥 도와주시려는 겁니까?”

“그냥 아냐.”

“네?”

“소주 사면 도와준다고 그랬잖아.” 탁.

때, 주인 할머니가 케첩이 뿌려진 계란말이가 담긴 접시를 내려놓았 다.

“속지 마.”

“네?”

“물주가 필요한 거니까.”

주인 할머니가 떠난 후 양동현이 젓가락을 들었다.

“먹어 봐. 여기 계란말이가 일품이 거든. 내가 구박받으면서도 계속 찾 아오는 이유가 이 계란말이 때문이 야. 그러니까 물주 역할 맡아 줘.”

이규한이 시키는 대로 젓가락을 드 는 대신 질문을 던졌다.

“솔직히 말씀해 주십시오. 저를 도 와주시려는 진짜 이유가 뭡니까?”

“봤거든.”

“뭘 봤다는 겁니까?”

“사무실 임대해 주겠다는 공고를 봤어.”

양동현이 소주잔을 들어 올리며 덧 붙였다.

“날 비롯한 선배들이 했어야 하는 일인데,그걸 네가 대신해 준 게 고 마웠다.”

“그건……

“그게 다가 아냐. 나도 투자사와 제작사가 투자 계약을 맺을 때 수익

배분 비율이 8 대 2, 심한 경우에는 9 대 1로 바뀐 것에 우려를 갖고 있었어. 그런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했어. 그런데 이번에도 네가 나섰지.”

“저는 별로 한 게 없습니다.”

“김대환 대표를 적으로 돌릴 각오 를 하면서까지 직접 나섰잖아. 그런 데 왜 별로 한 게 없어?”

‘다 알고 있다?’

이규한이 양동현의 혜안에 깜짝 놀 랐을 때였다.

“진심으로 고맙다.”

양동현이 덧붙인 말을 들은 이규한 의 뱃속 깊숙한 곳이 뜨거워졌다.

사명감 때문에 그동안 혼자서 고군 분투를 하고 있었다.

어차피 누군가 알아 주길 바라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가끔씩 지 치고 힘들 때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런데 양동현은 이규한이 고군분 투하며 외로운 싸음을 펼치고 있다 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응원을 보내 주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그간의 노 력을 보상받은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널 도우려는 거야.”

양동현이 덧붙였다.

“이걸 바라고 한 일이 아닌데요.” “원래 인생이 그런 거야.”

구"

“착하게 살면 복받는 거거든/5 잠시 후,양동현이 이규한의 잔을 채워 주며 덧붙였다.

“이규한,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마 음껏 해 봐. 내가 최선을 다해서 도 와줄 테니까.” 다음 날 아침.

블루문 엔터테인먼트로 출근한 이 규한이 백진엽의 책상 앞으로 다가 갔다.

백진엽은 이규한이 근처에 다가왔 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웹룬 을 보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낄낄.”

혼자 낄낄거리며 웃고 있는 백진엽 을 바라보던 이규한이 물었다.

“그렇게 재밌어?”

“이거 진짜 웃겨 죽는……

뒤늦게 이규한이 옆에 다가와 있다 는 걸 알아챈 백진엽이 서둘러 모니

터를 꼈다.

“언제 오셨어요?”

“좀 전에.”

“기척이라도 좀 내시지.”

“일부러 기척을 감추려고 애쓰지 않았어. 네가 워낙 집중한 탓에 못 들은 거지. 그런데 모니터는 왜 꺼?”

“네?”

“그냥 보던 것 마저 보지.”

이규한이 말하자 백진엽이 손사래 를 쳤다.

“그럼 안 되죠.”

“왜?” “저는 대표가 아니라 일개 직원에 불과하니까요.”

그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웃으며 입을 뗐다.

“그냥 봐도 돼.”

“왜요?”

“내 생각이 바뀌었거든.”

“어떻게요?”

“백 피디가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 서 근무하는 것만으로도 회사에 도 움이 된다. 이렇게 말이지.”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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