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화
투 플러스 원 “제작비가 400억이라면 국내 시장 에서 흥행하는 것만으로는 손익분기 점을 넘기는 게 고작일 테고,결국 해외시장도 잡아야 할 텐데. 그렇다 면 캐스팅이 더욱 중요해지겠군. 내 말이 맞나?”
“정확합니다.”
이규한이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NEXT 엔터테인먼트 투자팀장인
김태훈이 했던 이야기와 거의 흡사 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선배님이라면 어떻게 캐스팅 을 하시겠습니까?”
“나라면 어떻게 할 거냐?”
잠시 고민하던 양동현이 대답했다. “투 플러스 원으로 할 거야.” ‘투 플러스 원?’
처음 들어 보는 용어였다.
‘대형 마트의 원 플러스 원 상품이
랑 비슷한 건가?’
이규한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양동현이 설명을 더했다.
“톱배우 두 명에 아이돌 한 명으로 캐스팅을 진행할 거란 뜻이야.”
‘그런 뜻이었구나.’
비로소 말뜻을 이해했지만,이규한 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아이돌 출신을 캐스팅하는 것에 본 능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 이다.
“표정을 보니 별로 내키지 않는가 보군?”
이규한이 마뜩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발견한 양동현이 물었다.
“솔직히 아이돌 출신 배우를 캐스 팅하는 것에 거부감이 조금 있습니 다.”
“본업이 아니라서?”
“네.”
이규한이 순순히 대답하자 양동현 이 다시 질문했다.
“그런데 왜 그랬어?”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가 제작했던 ‘나를 사랑한 아저 씨’ 말이야. 본업이 배우가 아닌 가 수를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했었잖 아.” ‘남지유.’
양동현의 지적대로였다.
이규한은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했던 ‘나를 사랑한 아저씨’라는 작품에 배우 출신이 아니라 가수인 남지유를 캐스팅했었다.
물론 남지유는 아이돌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본업이 배우가 아 니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 다.
“그건……
이규한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나를 사랑한 아저씨’에 남지유를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한 데는 작품의 특수성이라는 부분이 영향을 미쳤 다.
그렇지만 양동현에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432만,‘나를 사랑한 아저씨’의 최 종 관객 수가 맞지?”
‘내 행보를 주시하고 있었다는 게 빈말이 아니었구나.’
그 질문을 받은 이규한이 떠올린 생각이었다.
‘나를 사랑한 아저씨’의 최종 관객 수를 양동현이 만 자리까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이 빈말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정확히 432만 1,572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으신 겁니까?”
“남지유의 지분이 알고 싶어서.”
“지분이요?”
“432만 1,572명 중에서 남지유가 동원한 관객이 얼마나 될까? 쉽게 말해 남지유의 티켓 파워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제 생각에는… 30만 명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이규한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 했다.
그렇지만 막 던진 대답은 아니었 다.
770,156에서 1,454,427으로.
남지유를 캐스팅하고,‘우리의 복 수는 범죄가 아니다’에서 ‘나를 사 랑한 아저씨’로 제목을 변경한 후에 감정했던 결과였다.
약 70만 명가량 예상 관객 수가 늘어났던 상황.
이규한이 남지유의 티켓 파워가 30만 명 정도라고 판단한 이유는 ‘나를 사랑한 아저씨’로 제목을 변 경한 것이 예상 관객 수 증가에 더 큰 몫을 했다고 판단해서였다.
“내 생각은 달라. 남지유의 티켓 파워는 더 강해.” “그럼 선배님은 지유 씨의 티켓 파 워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최소 백만 명 이상.”
양동현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 답했다.
‘이번엔 선배님이 틀렸어.’
이규한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양동현의 계산이 틀렸다고 판단한 근거는 감정이라는 능력이었다.
‘최대 70만 명 미만이야!’
백번 양보해서 작품의 제목을 ‘우 리의 복수는 범죄가 아니다’에서 ‘나를 사랑한 아저씨’로 바꾼 것이 예상 관객 수 증가에 미친 영향이 극히 미미하다고 치더라도,남지유 의 티켓 파워는 70만 명 이하였다.
이미 감정을 통해 확인한 상황. 그래서 이규한이 힘주어 대답했다.
“선배님께서 지유 씨의 티켓 파워 를 과대평가하신 것 같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네.”
“그렇게 판단한 근거는?”
“그건
이규한의 말문이 막혔다.
‘저만이 갖고 있는 특수한 능력인 감정을 통해서 남지유의 티켓 파워 를 확인했더니 최대 70만 명 미만
이었습니다.’
이게 이규한이 확신을 갖고 대답한 이유였다. 그렇지만 감정이란 능력 을 드러낼 수 없기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나를 사랑한 아저씨’라는 작품, 무척 흥미로웠어.”
양동현이 깍지를 끼며 말했다.
“어떤 부분이 흥미로우셨습니까?”
“최종 관객 수가 흥미로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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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밥을 먹은 지 햇수로 사십 년 가까이 됐어. 촬영 보조로 영화 일을 시작했던 내가 제작사를 차린 게 20년이 조금 넘었군. 그때 어머 니가 많이 말리셨어.”
“왜 말리셨습니까?”
“얼마 있지도 않은 집안 재산을 다 말아먹는 걸로 모자라 빚더미에 올 라앉게 될까 봐 걱정하셨던 거지.”
양동현이 꺼내는 옛날이야기를 듣 던 이규한이 쓰게 웃었다.
이규한이 제작사를 차리겠다고 선 언했을 때도 비슷한 이유로 어머니 가 극구 반대하셨던 것이 떠올라서 였다.
“그런데 난 영화제작사를 차려서 성공할 자신이 있었어. 왜 자신이 있었는지 알아?”
“모르겠습니다.”
“작품의 시나리오와 출연 배우,감 독을 확인하고 나면 개봉했을 때 관 객이 얼마나 들지 대충 알 수 있었 거든.”
이규한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감정 능력과 비슷해.’
이규한은 감정이라는 능력을 통해 서 작품의 예상 관객 수를 미리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양동현은 감정이란 능력이 없음에도 예상 관객 수를 짐작할 수 있다고 고백했다.
비로소 양동현의 성공 이유를 알게 된 이규한이 새삼스러운 시선을 던 질 때,그가 다시 말했다.
“오랜만에 내 예상이 빗나갔어.”
“무슨 말씀이신지?”
“‘나를 사랑한 아저씨’란 작품 말 이야. 개봉하던 날 극장을 찾아가서 직접 봤어. 작품을 다 보고 난 후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이규한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마주 앉아 있는 양동현은 이 규한과 함께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 제작자로 꼽히는 인물.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떤 평가가 나올까?’
이규한이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양동현이 마침내 입을 뗐다.
“이규한이 대단하긴 하구나,이런 생각을 했어.”
“왜 그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봤거든.”
“뭘 보셨단 말씀입니까?”
양동현이 대답했다.
“‘우리의 복수는 범죄가 아니다’라 는 작품의 시나리오를 봤어.”
“어떻게… 보셨습니까?”
이규한이 놀란 표정으로 묻자 양동 현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억지로 봤어.”
“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김대환 대표 가 ‘우리의 복수는 범죄가 아니다’ 라는 시나리오 책을 들고 와서는 한 번 보고 평을 해 달라고 협박했거
드 ”
‘그런 일이 있었구나.’
됐을 때였다.
“시나리오가 너무 형편없어서 화가 났어. 그런데 김대환 대표가 네가 그 작품을 제작한다고 해서 깜짝 놀 랐지. 왜 그랬어?”
“김대환 대표에게서 이유는 못 들 으셨습니까?”
“못 들었어.”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밝히기 곤란하다?”
“죄송합니다.”
“괜찮아.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 까, 아니다’라는 작품을 제작하게 된 이 유에 대해 더 추궁하는 대신 양동현 은 화제를 돌렸다.
“형편없던 작품을 그렇게 짧은 시 간에 이 정도로 완성도 있게 바꾼 것이 내가 널 대단하다고 평가했던 이유야.”
“과찬이십니다.”
“과찬이 아냐. 난 그렇게 해낼 자 신이 없었거든.”
“선배님도 충분히……
“규한아.”
“네.”
“서로 얼굴에 금칠하는 건 여기서
그만하자. 체질에 안 맞아서 말이 지.”
“알겠습니다.”
이규한이 웃으며 대답했을 때 양동 현이 불쑥 숫자를 입에 올렸다.
“250만.”
‘250만? 이게 뭐지?’
250만이란 숫자의 의미를 알아내 기 위해서 이규한이 머릿속이 분주 해졌을 때,양동현이 부연을 했다.
“내가 판단한 ‘나를 사랑한 아저 씨’의 최종 관객 수였어.”
‘아!’
비로소 양동현이 입에 올렸던 250
만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알게 된 순 간 이규한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비슷해.’
이규한이 가진 감정이란 능력을 사 용할 수 있는 횟수는 총 일곱 차례.
그리고 ‘나를 사랑한 아저씨’의 마 지막 감정 결과는… 2,483,347명이 었다.
방금 양동현이 예상한 최종 관객 수와 고작 만여 명 차이였다.
‘엄청나구나.’
작품을 보고 난 후 관객 수를 예 측하는 양동현의 능력.
더 정확하고 대단하다는 사실을 알 게 된 후 감탄했을 때였다.
“그런데 관객이 더 들었지. 그것도 무려 200만 명 가까이 더 들었어. 이게 내가 ‘나를 사랑한 아저씨’라 는 작품이 흥미롭다고 말했던 이유 야.”
‘나를 사랑한 아저씨’의 최종 관객 수는 432만여 명.
양동현이 예상했던 최종 관객 수와 큰 차이가 있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들었 어.’
작품이 개봉하기 전 이규한이 마지 막으로 했던 감정 결과보다도 훨씬
더 많은 관객을 동원했었다.
“내 예상이 틀렸던 이유가 무엇일 까에 대해서 계속 고민했지. 그리고 내가 찾아낸 결론은 남지유였다.”
‘또 틀렸어.’
이규한이 판단했다.
‘SNS 마케팅.’
이규한이 ‘나를 사랑한 아저씨’의 흥행을 위해서 준비했던 비장의 패 는 SNS 마케팅이었기 때문이다.
그때,양동현이 다시 말했다.
“내가 친하게 지내는 후배 중에 빅 데이터 분석 전문가가 있어. 그 후 배한테 부탁했는데 개봉 시점을 전 후로 해서 ‘나를 사랑한 아저씨’라 는 작품명이 SNS에서 언급된 횟수 가 엄청나게 늘었어.”
“SNS 마케팅 전문가를 고용했습니 다.”
이규한이 감추지 않고 사실을 알려 주었지만 양동현은 놀라지 않았다.
그 반응을 확인한 이규한이 물었 다.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그럴 거라 짐작했지. 그리고 나도 해 봤다.”
“네?”
“‘악당의 변’이란 작품을 개봉할
때 홍보의 일환으로 SNS 마케팅 전 문가를 고용했었지.”
‘역시… 감각이 있어.’
이규한이 새삼스러운 시선을 던지 고 있을 때 양동현이 덧붙였다.
“SNS 마케팅은 효과가 있었어. 그 런데 ‘나를 사랑한 아저씨’와 비교 하면 파급력이 새발의 피나 다름없 었지.”
‘왜 큰 차이가 발생했을까?’
이규한이 그 이유에 대해 고민할 때 양동현이 설명했다.
“당시 ‘나를 사랑한 아저씨’와 함 께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이 바로 남지유였어. 그리고 난 그 이유를 남지유의 팬덤 때문이라고 판단했 다.”
“팬덤이요?”
“남지유의 팬들이 호응해서 계속 리트윗 하면서 SNS에서 ‘나를 사랑 한 아저씨’의 홍보 파급력이 극대화 됐던 거지.”
그 설명을 들은 이규한의 표정이 신중해졌다.
‘선배님이 맞고 내가 틀렸을 수도 있어.’
1억 관객 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