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209화 (209/272)

209화

돌아이 백진엽 “인간 공부요?”

최효민 작가가 홍미를 드러냈다.

“요새 제가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도 당했고,머 잖아 배신을 또 한 번 당할 겁니다. 그래서 왜 내게 이런 일이 자꾸 벌 어질까에 대해 고민해 봤는데,결국 인간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라 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아직 인간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 다,그래서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꾸 배신을 당하고 어려움을 겪는다,이렇게 판단을 내 렸기 때문에 여러 사람을 만나며 인 간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규한이 설명을 마치자 최효민 작 가가 앞에 놓인 아이스커피를 한 모 금 마신 후 입을 뗐다.

“재밌네요.”

“뭐가 재밌다는 겁니까?”

“저와 비슷한 면을 발견했거든요.”

“어떤 점이 비슷합니까?” “판권을 팔 생각이 없으면서도 이 자리에 나온 건 인간 이규한이 궁금 해서였거든요.”

좀 전까지만 해도 시큰둥하던 최효 민 작가의 표정이 바뀌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영화제 작자 중 한 명인 이규한은 어떤 사 람입니까?”

최효민이 흥미로운 시선을 던지며 질문한 순간, 박상구 작가가 대답했 다.

“좋은 분이라니까요.”

뒤이어 이규한이 대답했다.

“저는 형편없는 사람입니다.” “왜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 는 겁니까?”

최효민 작가가 수첩을 꺼내며 질문 했다.

펜을 들고 받아 적을 준비를 하고 있는 최효민 작가를 힐끗 살핀 이규 한이 대답했다.

“사명감이 없었으니까요.”

“사명감… 이요?”

“성공하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흥 행 영화를 제작해서 성공한 제작자 가 되자. 이게 제 인생의 유일한 목 표였습니다. 덕분에 영화제작자로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지만,대신 다 른 것을 보지 못했죠.”

“다른 것이라면?”

“영화제작 환경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길을 가 고 있는 다른 동료들이 어려움을 겪 고 있다는 것을 놓쳤죠. 아니,알면 서도 모른 척했습니다. 제 성공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규한이 솔직하게 대답하자 박상 구 작가가 입을 뗐다.

“그 정도면 훌륭하죠.”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동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단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거든요. 형,안 그래요?”

박상구 작가가 최효민 작가에게 동 의를 구하듯 물었다.

“상구야.”

“네.”

“넌 좀 빠져 있어라.”

“왜요?”

“지금 어른들 얘기하고 있는 중이 니까.”

박상구 작가가 뺨을 부풀리며 불만 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최효민 작가 는 그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이규

한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서요?”

“이제부터라도 사명감을 갖고 살아 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짐을 한 게 다입니까?”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규한이 대답을 마친 순간 박상구 작가가 다시 끼어들었다.

“이규한 대표님은 형편이 어려운 영화제작자들을 위해서 본인 건물의 사무실들을 거의 무료로 제공해주기 로 결정했어요. 또 투자사와 제작사 사이에 불공정한 계약이 이뤄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고요.”

‘어떻게 알았지?’

이규한이 놀란 표정을 지었을 때 최효민 작가가 물었다.

“넌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직원도 아니면서 그걸 어떻게 알아?”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직원한테 들 었어요.”

“누구?”

“진엽이 형이요.”

“돌아이 백진엽?”

“네.”

“풋

두 작가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규 한이 참지 못하고 실소를 터트렸다.

백진엽의 이름 앞에 붙은 ‘돌아이’ 라는 수식어가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돌아이 백진엽이 블루문 엔터테인 먼트에서 근무한다고?”

“맞아요.”

“말도 안 돼.”

자유분방한 백진엽의 성격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일까.

최효민 작가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 정을 짓고 있었다.

“더 놀라운 사실을 알려 줄까요?”

“아직 더 놀랄 일이 남았어?”

“뭔데?”

“진엽 형이 애사심을 갖고 있어

요.”

“애사심?”

최효민이 충격받은 표정으로 덧붙 였다.

“이거 반전 끝판왕이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시죠.”

최효민 작가가 불쑥 꺼낸 제안을 들 은 이규한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뜻입니까?”

“다시 대화를 시작해 보자는 겁니 다. 제 작품의 판권을 구매하고 싶 어서 여기까지 찾아오신 거죠? 제 작품의 판권을 팔겠습니다. 단,제가 제시하는 조건들을 충족시킬 수 있 는 경우입니다.”

‘달라졌다?’

최효민 작가는 아까 자신의 말처럼 원점부터 대화를 시작했다. 그렇지 만 아까와 달라진 점이 분명히 있었 다.

“판권은 안 팝니다.: 아까 최효민 작가는 일언지하에 판 권을 팔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그런데 지금은 판권을 팔 수도 있 다고 말이 바뀌어 있었다.

“왜 마음이 변하신 겁니까?”

이규한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질 문하자 최효민 작가가 대답했다.

“돌아이 백진엽에게 애사심을 갖게 만들었다는 것이 이규한 대표님이 신뢰할 수 있는 분이라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그 대답을 듣고서 이규한이 떠올린 생각이었다.

백진엽을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 입사시켰던 게 이런 식으로 도옴이 될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기 때문 이었다.

그때,최효민 작가가 다시 입을 뗐 다.

“실은 제 작품인 ‘신과 같이’의 판 권을 구입하고 싶다는 연락이 몇 차 례 왔었습니다.”

“벌써요?”

“프롤로그를 비롯해서 연재를 몇 편 올리지도 않았는데 여러 곳에서

판권 구입과 관련해서 연락이 왔었 습니다.”

‘빠르다.’

웹룬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 가 인기를 얻으면서 판권 구입 경쟁 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었다.

‘빨리 움직이길 잘했어.’

그래서 ‘신과 같이’의 판권을 구입 하기 위해서 서두른 것이 다행이라 고 속으로 생각하며 이규한이 물었 다.

“그런데 왜 판권을 안 파셨습니까?

“불안해서요.”

최효민 작가가 꺼낸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쓰게 웃었다.

예전 이규한이 판권을 구입하겠다 는 의사를 밝혔을 때 웹툰 작가들에 게서 돌아왔던 반응은 크게 둘이었 다.

하나는 대체 왜 본인 작품의 판권 을 구매하려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것이었고,나머지 하나는 이규한을 믿어도 되는지 확신하지 못해서 불 안해했었다.

최효민 작가도 비슷한 케이스라고 판단한 이규한이 물었다.

“판권을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이 어디입니까?”

“풀하우스 미디어와 필그램 엔터테 인먼트가 제작사였고,로터스 엔터 테인먼트가 투자 배급사였습니다.”

‘권 팀장이 움직였네.’

로터스 엔터테인먼트의 이름을 들은 이규한이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부산행 열차’에 투자할 기회를 놓 친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 로터스 엔 터테인먼트 투자팀장인 권지영이 웹 툰 판권을 구매하기 위해서 움직였 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쁜 곳은 아니네.’

잠시 후 이규한이 떠올린 생각이었 다.

풀하우스 미디어와 필그램 엔터테 인먼트는 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은 중견 제작자가 세운 제작사였다.

최소 2년에 한 편씩은 꼭 영화를 제작해서 개봉하는 제작사들이었다.

그리고 투자 배급사인 로터스 엔터 테인먼트는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메이저 투자 배급사인 로터스 엔터 테인먼트에서 최효민 작가를 상대로 사기를 칠 확률은 극히 낮았다.

“너무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 다. 전부 괜찮은 곳이니까요.”

“이규한 대표님,아까 제가 드린 말씀을 못 들으셨나 보네요.”

,?, “저는 순진하지 않습니다. 제게 작 품의 판권을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제작사 및 투자 배급사들에 대해서 나름대로 조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제게 사기를 칠 정도로 평판 이 나쁜 곳은 아니라는 사실쯤은 저 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까 왜 불안하다고 말씀 하셨던 겁니까?”

“사기를 당할까 봐 불안했던 게 아 닙니다.” “그럼?”

“자식이나 다름없는 내 작품이 불 행해지지 않을까,이게 제가 불안해 하는 이유입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부심과 진한 애정이 느껴지는 발언이었다. 그래 서 이규한이 새삼스러운 시선을 던 지고 있을 때, 최효민 작가가 다시 입을 뗐다.

“이번 작품인 ‘신과 같이’는 총 3 부작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3부작이요?”

“네. 이미 구상과 구성이 끝난 상 황입니다.”

‘스케일이 예상보다 크다?’

이규한이 놀랐을 때,최효민 작가 가 덧붙였다.

“그래서 판권 구입을 하기 위해 찾 아왔던 영화 관계자들에게 내걸었던 조건은 ‘신과 같이’를 시리즈로 제 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그 조 건을 내걸었더니 모두 난색을 표하 더군요.”

“뭐라고 하던가요?”

“120분짜리 영화 한 편으로 제작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건 불가능한가요?”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최효민 작가가 단호한 목소리로 대 답했다.

“이게 제가 아까 불안해했던 이유 입니다. 제작비를 비롯한 여러 문제

때문에 제 작품인 ‘신과 같이’를 억 지로 러닝타임이 2시간에 불과한 영 화 한 편으로 제작하면 작품이 망가 질 게 뻔하거든요.”

이규한이 절반쯤 남아 있던 아이스 커피를 들어서 비웠다.

‘양쪽 입장 모두 이해가 돼.’

‘신과 같이’라는 웹툰 작품의 장르 는 판타지.

영화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CG가 많이 사용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히 제작비가 상승 될 터.

‘최소 백억은 들지 않을까?’

백억짜리 대작을 세 편씩이나 제작 하는 것.

영화제작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갈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부담이 된다고 표현하는 것 으로는 부족했다.

한국 영화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신과 같이’라는 작품은 총 세 편으로 제작을 해야 한다는 조건 을 듣고서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었 다.

그리고 최효민 작가의 입장도 이해 가 갔다.

이미 ‘신과 같이’는 3부작으로 구 성이 끝난 상황.

러닝타임 120분짜리 영화 한 편으 로 담을 수 없는 스케일이었다.

그런데 제작비 문제로 인해 억지로 영화 한 편으로 줄여서 제작한다면?

작품이 망가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난제야.’

해서 이규한이 어려운 문제라고 판 단했을 때였다.

“풀하우스 미디어의 윤길수 대표가 절충안을 제시하더군요.”

최효민이 말했다.

“윤길수 대표가 어떤 절충안을 제 시했습니까?”

“총 3부작으로 구성된 ‘신과 같이’ 의 1편을 먼저 영화로 제작하겠다. 그리고 개봉 후에 반응이 좋으면 바 로 속편 제작에 돌입하겠다고 하더 군요.”

풀하우스 미디어의 윤길수 대표에 대해서는 이규한도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 히는 실력과 감각이 있는 영화제작 자였고,작품을 보는 눈이 깐깐하기 로 소문이 난 편이었다.

‘깐깐한 윤길수 대표가 이런 절충 안까지 제시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이규한은 더욱 ‘신과 같이’라는 작품에 욕심이 생 겼다.

윤길수 대표가 이렇게 욕심을 낸다 는 것이 ‘신과 같이’가 좋은 작품이 라는 증거였기 때문이었다.

“그 절충안을 거절하셨습니까?”

“네.”

“왜요?”

“영화로 제작했을 때 흥행 여부는 모르니까요.”

9”

“만약 ‘신과 같이’ 1편이 개봉해서 폭망하면 2편과 3편은 제작되지 않 을 것 아닙니까?”

“그야… 그렇죠.”

‘진짜 순진하지 않네.,

이규한이 속으로 생각했다. 제작비가 100억 이상인 대작 영화 의 1편이 흥행에 실패했는데 속편이 제작될 확률?

제로였다.

그 사실을 최효민 작가도 알고 있 었다.

“그럼 제 작품은 용두사미가 됩니 다. 속된 말로 영화로 제작 안 하는 것만도 못 한 상황이 되는 거죠.”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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