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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관객 제작자-203화 (203/272)

203화

염라를 닮았다 ‘판권 구입을 서둘러야 하는데.’

이규한이 답답함과 초조함을 동시 에 느꼈다.

최근 들어 웹툰이 큰 인기를 얻으 면서 웹툰 판권을 구입하려는 영화 제작사와 드라마 제작사들이 늘어나 는 추세였다.

분명히 ‘신과 같이’라는 웹툰 작품 이 연재 중에 인기를 얻게 된다면, 판권 구입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확률이 높았다.

그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최대 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필요했다.

“작가는 누군지 몰라. 그리고 현재 연재를 하고 있는지조차도 몰라.”

이규한이 솔직하게 대답하자 백진 엽과 박상구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 다.

“제목밖에 아는 게 없다는 뜻인가 “맞아.”

“그럼 무슨 수로 찾습니까?” 백진엽이 핀잔을 건넸다.

이규한이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며 박상구 작가를 바라 보았다.

아까 박상구 작가에게 결혼식이 끝 나고 난 후에 잠깐 따로 만나서 이 야기를 하자고 했던 이유.

혹시나 박상구 작가는 ‘신과 같이’ 라는 웹툰 작품의 제목을 들어 본 적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기 때문이었다.

“내용도 전혀 모르세요?”

이규한의 시선에서 간절함을 느꼈 기 때문일까.

박상구 작가가 물었다.

“내용은… 소시민이 죽고 난 후, 사후 세계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규한이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 으며 대답하자 백진엽이 말했다.

“벌써 재미없네. 그 작품의 판권을 대체 왜 구입하려는 건데요?”

‘백 피디는 역시 대중성이 없어.’

이규한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신 과 같이’는 웹툰 연재를 할 당시 대 단한 인기를 얻는다.

덕분에 영화로 제작한다는 소문도 무성했었고.

그렇지만 백진엽은 ‘신과 같이’의 주요 스토리를 듣자마자 재미없다는 이야기부터 꺼냈다.

이것이 백진엽의 대중성이 부족하 다는 증거.

어쨌든 백진엽의 평가가 중요한 것 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규한이 박상 구 작가를 빤히 바라보고 있을 때, 그가 입을 뗐다.

“분명히 어디서 들어 본 이야기 같 은데……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박상 구 작가를 발견한 이규한이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었을 때였다.

박상구 작가가 손으로 탁자를 치며 소리쳤다.

“염 라?”

백진엽이 의아한 시선을 던질 때, 박상구 작가가 덧붙였다.

“효민이 형이 지난번 술자리에서 절 보고 염라를 닮았다고 했어요.”

“염라를 닮았다?”

“제가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발끈 했던 기억이 나네요.”

‘찾았다.’

이규한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때, 박상구 작가가 강렬한 시선을

던졌다.

“그런데 대표님이 이 작품을 어떻 게 알고 계세요?” “아직 연재 시작도 안 한 작품인 데.”

박상구 작가 입장에서는 충분히 의 문을 품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래서 이규한이 변명을 고심하고 있 을 때였다.

“혹시 최효민 작가를 말하는 거 야?” 백진엽이 때마침 대화에 끼어들었 다.

“형도 아세요?”

“당연히 알지.”

“어떻게 아세요?”

“예전에 내가 효민이랑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먹고,또 뭐냐? 그래,같 이 사우나도 다니고 그랬어.”

백진엽이 어깨에 잔뜩 힘을 준 채 대답하는 것을 들은 이규한이 기회 를 놓치지 않고 입을 뗐다.

“백 피디한테 들었어요.”

그 이야기를 들은 백진엽이 두 눈 을 껌벅이며 물었다.

“저한테 들었다고요?”

“그래. 기억 안 나?”

백진엽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 다.

“기억 안 나는데요.”

“분명히 말했어. 최효민 작가와 같 이 술 마시다가 들었다고 했어.”

이규한이 서둘러 덧붙였다.

이걸로 박상구 작가의 의심이 풀리 길 바랐는데.

백진엽이 산통을 깼다.

“그럴 리가 없는데요.”

“왜 그럴 리가 없다는 거야?”

“탱 이었거든요.”

“응?”

“최효민 작가랑 술 마신 적은 없어 요.”

이규한이 살짝 당황했다. 그리고 박상구 작가가 던지는 의심의 눈초 리가 깊어진 순간,이규한이 재빨리 덧붙였다.

“그럼 같이 밥 먹다가 들었나 보 지.”

“최효민 작가랑 같이 밥을 먹긴 했 었는데.”

“그럼 분명히 그때 들었을 거야.”

“뭐,그런가 보죠.” 다행히 백진엽은 더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그리고 박상구 작가도 이규 한에게 던지고 있던 의심의 눈초리 를 거둬들였다.

비로소 한숨을 돌린 이규한이 물었 다.

“박 작가님,혹시 최효민 작가와 친하세요?”

박상구가 그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백진엽이 다시 끼어들었다.

“대표님,왜 저한테 안 물어보고 저 녀석에게 묻는 겁니까? 제가 아 까 밥도 같이 먹고 사우나도 같이 갔던 사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술은 같이 안 마셨잖아.’ “박 작가님은 최효민 작가와 술도 같이 마셨다고 했고. 밥 먹는 사이 가 친해,술 마시는 사이가 친해?” “술 마시는 사이가 더 친하죠.”

“그래서 박 작가님한테 물어본 거 야.”

백진엽의 말문이 막힌 순간,박상 구가 대답했다.

“꽤 친한 편입니다.”

그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부탁했 다.

“그럼 자리 한번 마련해 주시죠.’

커피 전문점 블루문의 문을 열고 지인경 작가가 들어왔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던 지인 경 작가가 이규한을 발견하지 못하 고 무심코 카운터 앞으로 걸어왔다.

“오셨어요?”

여전히 이규리를 대신해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이규한이 인사를 건네 자 지인경 작가가 두 눈을 크게 떴 다.

“대표님?”

“그새 제 얼굴까지 잊어버리신 건 아니시죠?”

“왜 대표님이 여기 계세요?”

“보시다시피 알바 중입니다.”

이규한의 대답을 들은 지인경이 그 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말했다.

“그래서 여기로 찾아오라고 말씀하 셨던 거군요.”

“먼 길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대신 커피는 제가 사겠습니다.”

“네,사양하지 않을게요.”

이규한이 신용카드를 꺼내서 셀프 계산을 마친 후,커피 두 잔을 내려

지인경 작가가 맞은편에 앉는 것을 확인한 이규한이 입을 뗐다.

“각색 작업은 어떠셨어요?”

“그게… 최선을 다하긴 했는데,솔 직히 자신은 없네요.”

지인경이 이규한의 시선을 피한 채 대답했다.

커피가 담긴 머그잔의 손잡이만 매 만지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던 이규 한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부담 가지실 필요 없습니 다. 일전에도 말씀드렸듯이 너무 잘 쓸 필요는 없었거든요.” “하지만……

“지 작가님이 최선을 다해 주신 걸 로 충분합니다.”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그제야 지인경이 고개를 들어 이규 한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그녀가 가방에서 각색을 마친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시나리 오 책을 꺼냈다.

그렇지만 지인경은 손에 들고 있는 시나리오 책을 선뜻 이규한에게 건 네지 못하고 계속 망설였다.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습니까?”

“정말 자신이 없어서요. 그리고…

아무래도 작가 지인경의 마지막 작 품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건네기 아 쉽네요.”

“왜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이번 작품의 각색 작업을 하면서 작가로서 능력의 한계를 느꼈거든 요.”

지인경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둣 우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런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서 이규 한이 입을 열었다.

“당연한 겁니다.”

“애초에 지 작가님과 어울리는 프 로젝트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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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판단하는 지 작가님의 장점 은 기발한 소재를 찾아내는 능력입 니다. 그런 만큼 각색 작업보다는 본인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쓰는 각본 작업을 하시는 편이 낫습니 다.”

이규한이 설명을 마치자 지인경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왜 제게 이번 작업을 맡기 신 건가요?”

“이미 몇 번 말씀드렸지만,이번

작품은 잘 쓸 필요가 없거든요.”

“왜죠?”

“‘어메이징 히어로즈’가 흥행에 성 공하면 안 되거든요.”

지인경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을 짓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이규한이 ‘어메이징 히어로즈’라는 작품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 간략하 게 설명했다.

“아마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제작 이 끝나 갈 때쯤에는 블루문 엔터테 인먼트가 공동 제작에서 배제될 겁 니다. 그래서 흥행에 성공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렸던 겁니다.” 이규한의 설명을 듣고서야 지인경 은 비로소 이해한 표정이었다.

그런 그녀의 표정 변화를 살피던 이규한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기분이 상하셨습니까?”

이미 설명했듯이 이규한은 ‘어메이 징 히어로즈’라는 작품의 성공을 위 해서 노력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작품이 흥행할 가능성을 낮 추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었고, 그 과정에 지인경 작가를 끌어들인 셈 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을 거라 우려했는데.

다행히 기우에 불과했다.

“전혀요.”

지인경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오히려 대표님에게 감사해요. 덕 분에 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 니까요. 또,작가로서 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셨으니까요.”

“도움이 됐다니 다행입니다.”

이규한이 웃으며 말했을 때, 지인 경 작가가 계속 손에 들고 있던 ‘어 메이징 히어로즈’의 시나리오 책을 건넸다.

“고생하셨습니다.”

“확인해 보지 않으세요?”

“나중에 확인해 보겠습니다. 급한 프로젝트는 아니거든요.”

이규한의 대답을 들은 지인경은 불 쾌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안도한 표정이었다.

“그럼 제 일은 끝난 건가요?”

“네,끝났습니다. 이제 종신 계약에 충실하셔야죠.”

“그래야죠.”

“꼭 행복하셔야 합니다.”

이규한이 말하자 지인경이 서운한 기색을 드러냈다.

“왜 벌써 그런 말씀을 하는 거예 요?”

“혹시 제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으 시려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이규한이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다 시 말했다.

“그럼 아까 드린 말씀은 취소하겠 습니다. 지 작가님이 종신 계약을 맺는 결혼식장에서 다시 말씀드리겠 습니다.”

“정말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끼이익.

지인경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깊숙 이 고개를 숙였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란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지인경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됐 다는 생각에 환하게 웃은 이규한이 입을 뗐다.

“그리고 작가님,마지막이란 말씀 은 하지 마세요.”

“네?”

“제가 약속 하나 드리겠습니다.”

“어떤 약속이요?”

이규한이 대답했다.

“저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겁니 다. 다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드 시면,언제든지 저를 찾아오시면 됩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대표실.

“자,마셔.”

이규한이 직접 테이크아웃 해 온 커피를 김기현에게 건넸다.

“잘 마실게.”

커피가 담긴 컵을 탁자 위에 내려 놓는 김기현에게 이규한이 물었다.

“여기까지 찾아오라고 해서 기분 상한 거 아냐?” “전혀. 당연히 내가 와야지.”

“당연히?”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와 스카이 엔 터테인먼트의 공동 제작이긴 하지만 네가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제작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김기현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지 만 이규한은 그의 입꼬리가 딱딱하 게 굳어 있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또,애써 담담한 척하려 했지만 목 소리가 가늘게 떨리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성질 죽이느라 애쓰고 있구나.’

이규한이 희미하게 웃으며 입을 뗐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맙다. 그럼 앞으로도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제 작 진행 상황에 관한 회의는 계속 여기서 해도 괜찮겠지?”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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