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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관객 제작자-202화 (202/272)

202화

그녀의 결혼식 “그게 무슨 뜻이야?”

“뒤통수를 맞을 확률이 높다는 뜻 입니다.”

이규한이 상황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 설명을 모두 들은 김태훈이 천 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김대환 대표는 자식인 김기현이

이끄는 스카이 엔터테인먼트에서 ‘어메이징 히어로즈’를 단독 제작 했다는 영광을 돌리려 할 가능성이 높겠군.”

“모르죠.”

“뭘 모른다는 거야?”

“그게 영광이 될지 흑역사가 될지 는 아직 모른다는 겁니다.”

이규한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머금 은 채 말했다. 그리고 김태훈과 장 준경은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이규한이 세우고 있는 계획을 정확 하게는 몰라도 대략은 간파한 듯 보 였다.

“그럼 ‘어메이징 히어로즈’는 걱정 할 것이 없다,그러니까 ‘베테랑들’ 을 내년 여름 시장에 개봉해도 된다 는 뜻이지?”

“네,맞습니다.”

이규한이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단순히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게 다 가 아닙니다. ‘어메이징 히어로즈’는 내년 여름 성수기 시즌에 개봉할 확 률이 낮습니다. 그러니까 ‘베테랑들’ 은 무주공산에 깃발을 꽂는 효과가 있을 겁니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참은 채 이 규한이 화제를 돌렸다.

“선배님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 다.”

“어떤 부탁이지?”

이규한이 대답했다.

“화환 하나만 보내 주십시오.” “갑자기 왜 화환을 보내 달라는 거 야?”

전혀 영문을 모르는 김태훈이 의아 한 시선을 던졌다.

“아까 제가 커피 전문점 블루문의

카운터를 여동생인 규리를 대신해 지켰던 건 규리가 곧 결혼하기 때문 입니다.”

이규한이 설명하자 김태훈이 깜짝 놀랐다.

“이 대표 여동생이 결혼한다고?”

그리고 놀란 것은 장준경도 마찬가 지였다.

“나한테 절대 알리지 말라고 했잖 아?”

“생각이 바뀌었어.”

“왜 생각이 바뀌었는데?”

“많은 사람이 결혼식에 찾아와서 축하해 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 각이 들었어.”

‘부담을 주지 말자.’

원래 이규한이 가졌던 생각이었다.

특히 최호인과의 관계가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남지유 와 대화를 나눈 후에 그 생각이 바 뀌었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언젠가는 자신과 최호인의 관계가 알려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부담은 결국 자신과 최호인이 떠안고 가야 할 부분이었다.

지금은 여동생인 이규리의 결혼 소 식을 알려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 게 축하받도록 만드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당연히 그랬어야지.”

김태훈이 핀잔을 건넸다.

“원래 결혼식에 많은 사람이 찾아 와서 축하해 줘야 더 잘 사는 법이 야.”

김태훈이 웃으며 술병을 들었다.

조르륵.

이규한의 잔을 채우며 김태훈이 덧 붙였다.

“‘베테랑들’에 ‘부산행 열차’까지. NEXT 엔터테인먼트의 운명을 이 대표에게 걸었어. 잘 부탁해.”

- 축 결혼. NEXT 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주송.

- 결혼을 축하합니다. 로터스 엔터 테인먼트 대표 심수창.

- 결혼 축하합니다. 씨제스 엔터테 인먼트 대표 김대환.

- 규리 씨,결혼 축하해요. 미녀배 우 전혜수.

- 깨 볶으면서 사세요. 가수 남지 유.

이규리와 최호인의 결혼식장에는 놓을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화환이 밀려들었다.

메이저 투자 배급사 대표들은 물론 이고,함께 작업했던 배우들과 감독 들이 모두 결혼 소식을 듣고 빠짐없 이 화한을 보내 주었기 때문이다.

그 화환들을 하나하나 살피던 이규 한이 도중에 걸음을 멈추었다.

- 축 결혼. 램프 엔터테인먼트 대

표 박태혁.

램프 엔터테인먼트 박태혁 대표가 보낸 화환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규한이 그 화환을 물끄러미 바라 보고 있을 때,김미주의 뾰족한 목 소리가 들렸다.

“배신자가 보낸 화환이네요.”

“박태혁 대표 큰 돈 썼네.”

“왜요?”

“이거 제일 비싼 화환이거든.”

이규한이 쓴웃음을 머금은 채 대답 하자 김미주가 물었다.

“설마 이 화환 보낸 것 때문에 박

대표를 용서하려는 건 아니

“이상하게 별로 립지가 않네.”

“왜 밑지 않아요?”

“박태혁 대표 덕분에 내 인생에 대 해 다시 생각하게 됐거든.”

“배신당한 충격이 크긴 컸나 보네 요.”

혀를 차던 김미주가 덧붙였다.

“지금도 잘 살고 계세요.”

“응?”

“대표님,지금까지 잘 살아오셨다 고요. 여동생 분 결혼식장에 도착한 수많은 화환이 대표님이 그동안 잘

사셨다는 중거예요.”

이규한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작품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던 수많은 사람이 잊지 않고 화환을 보 내거나 결혼식장에 찾아 주는 것.

자신이 그동안 잘못 살지는 않았다 는 증거로 충분했다.

잠시 후,이규한이 고개를 돌렸다.

화환이 많이 도착하고,축하하기 위해서 찾아오는 손님이 많은 것으 로 인해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간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잘했어.’

기실로 걸음을 옮겼다.

“오빠.”

이규한이 들어서자,곱게 신부 화 장을 하고 순백색 드레스를 입은 채 대기실에 앉아 있던 이규리가 반갑 게 맞아 주었다.

“그토록 바라던 결혼을 하게 된 소 감이 어때?”

“무서워.”

“왜 무서워?”

“이제 진짜 현실과 맞닥트리게 될 테니까.”

“미리 겁먹지 마.”

“하지만…… “내가 있잖아. 설마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이 힘들 때 모른 척하겠어?”

이규한이 웃으며 말했지만,이규리 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빈대도 낯짝이 있거든.”

“무슨 뜻이야?”

“오빠한테 더 신세지고 싶지 않다 는 뜻이야.”

“별로 해 준 것도 없는데?”

“오빠 덕분에 호인 씨가 입봉할 수 있었다는 것도,내가 커피 전문점 블루문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도, 또 우리가 결혼할 수 있었다는 거 나도 다 알아. 그리고 결혼을 축하 하는 화한이 이렇게 많이 도착한 것 도 다 오빠 덕분이잖아. 이 은혜는 평생 안 잊을게.”

이규리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알면 됐다.”

“진짜*" 진짜

“고맙지?”

“응.”

“그럼 잘 살아라.”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이 말을 속으로 삼킨 이규한이 서 둘러 신부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더 오래 있으면 이규리가 오열해서 신부 화장이 다 지워질 것 같아서였

잠시 후,이규한도 부모님 곁에서 하객들을 맞이했다.

“이 대표,축하해.”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축하드려요. 아버님,어머 님,저 기억하시죠?”

“기억하다마다. 우주걸스 제아 양 아닌가?”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찾아와 줘서 고마워요.”

“당연히 와야죠. 축가를 부를 기회 를 지유 언니에게 벳긴 것은 분하지 만요.”

부모님께 인사한 제아가 이규한에 게 말했다.

“대표님,서운해요.”

“왜 서운한 겁니까?”

“지유 언니한테만 축가를 부탁했잖 아요.”

“그건……

“역시 지유 언니를 더 좋아하시는 거죠?”

“그런 게 아니라……

“대신 대표님 결혼식 축가는 제게 맡겨 주세요.”

“왜요? 싫어요?”

“싫은 건 아니지만……

“저 혼자는 못 미더운가 보죠? 알 았어요. 그럼 그때는 저희 우주걸스 멤버들을 다 데리고 와서 축가를 부 룰게요. 그럼 되죠?”

‘결혼을 하긴 해야겠네.’

이규한이 속으로 생각하며 픽 웃었 다.

그 후로도 수많은 하객이 결혼식장 을 찾아와 주었다. 그리고 하객들 중에는 유명한 배우들도 많았다.

“웬 연예인이 이렇게 많이 찾아 와?” “난 결혼식장을 잘못 찾아온 줄 알 았네.”

“TV에서도 잘 못 보던 배우들을 여기서 다 보네.”

“신부 오빠가 유명한 영화 제작자 라더니. 진짜 유명하긴 한가 보네.”

일반인 하객들이 이렇게 웅성이면 서 놀랐을 정도였다.

“대표님,저도 왔습니다.”

잠시 후,이규한이 박상구 작가를 발견하고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 했다.

“박 작가님,작품 연재하느라 많이 바쁘실 텐데 찾아와 줘서 감사합니

이규한이 인사하자마자 곁에 서 있 던 백진엽이 뚱한 목소리를 꺼냈다.

“뷔페에서 배 채우러 온 거지?”

“에이,예전의 제가 아니라니까요.” “맞잖아?”

“제가 축의금을 얼마 냈는지 아세 요?”

“나야 모르지. 얼마나 냈는데?”

박상구 작가가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쳤다.

그것을 확인한 백진엽이 웃으며 말 했다.

“축의금 오만 원 내고 생색은. 난 십만 원 냈거든.”

“누가 오만 원이라고 했습니까?”

“응? 아까 손가락 다섯 개 펼쳤잖 아?”

“오십만 원이란 뜻이었습니다.”

“오만 원이 아니라… 오십만 원?” 백진엽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 고 있을 때,박상구가 말했다.

“오십만 원 내고 뷔페 음식 먹으러 왔겠습니까?”

“그렇긴 하네.”

더 버티지 못하고 백진엽이 수긍했 을 때,이규한이 기회를 놓치지 않 고 말했다.

“박 작가님,이따 식이 끝나고 나 서 저 좀 뵙고 가시죠.”

“저를요?”

“네,백 피디와 함께 보시죠.”

“알겠습니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박상구가 식장 안으로 들어가자 백 진엽이 물었다.

“저 녀석은 왜 따로 만나시려고

요?”

“물어볼 게 있어서.”

“뭐요?”

“이따 얘기해. 결혼식 시작한다.”

식장 안의 불이 꺼지는 것을 확인 한 이규한도 서둘러 식장 안으로 들 어갔다.

잠시 후,식이 끝나고 남지유가 축 가를 불렀다.

“믿나요? 믿어요. 나를 믿고 그대 를 믿어요. 오랫동안 바라던 시간이 왔어요. 모든 사람의 축복 속에 청아하면서도 깊이 있는 남지유의 목소리가 식장에 울려 퍼졌다.

“꼭 어려운 숙제를 하나 해치운 느 낌이네.” 는 이규리를 바라보던 이규한이 희 미한 웃음을 지은 채 혼잣말을 꺼냈 다.

결혼식이 끝났다.

피로연장에서 하객들에게 인사한 이규한이 백진엽과 박상구 작가가 앉아 있는 탁자로 다가갔다.

“박 작가님,식사 많이 하셨어요?”

“네,배가 터질 만큼 많이 먹었습 니다.”

“그럼 커피 마시면서 잠깐 얘기 좀

하시죠.”

“커피는 제가 가져……

박상구 작가가 커피를 가져오기 위 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것을 이 규한이 만류했다.

“백 피디가 가져와.”

“제가요?”

“당연한 것 아냐? 여기 있는 박 작가님 덕분에 ‘부산행 열차’가 좋 은 조건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는 것,벌써 잊었어?”

“알겠습니다. 제가 갖고 오겠습니 다.” 백진엽이 커피를 갖고 온 후 이규

한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 다.

“웹툰 판권을 하나 구입하려고 합 니다.”

“어떤 작품이요?”

이규한이 용건을 꺼내자 박상구 작 가가 흥미를 드러냈다.

“혹시 ‘신과 같이’라는 작품을 아 십니까?”

“‘신과 같이’요?”

박상구 작가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의아한 표정을 지은 것은 백 진엽도 마찬가지였다.

사이트에서 연재하는 작품인데요? 그리고 그 작품을 연재하고 있는 작 가는 누군데요?”

백진엽이 질문들을 쏟아 냈다.

그 질문들을 받은 이규한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 질문에도 대답하기 어려워서 였다.

이규한이 현재 알고 있는 것은 ‘신 과 같이’라는 제목뿐.

작가의 이름도,어느 사이트에서 연재하는지도 몰랐다.

아니,과연 연재를 시작했는지조차 도 알지 못했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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