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200화 (200/272)

200화

알바 하는 중입니다 (2) “우선 자리를 옮기시죠.”

“그럴까?”

“그 전에 차부터 주문하시죠,

“차를 주문하라고?”

“1인 1주문이 원칙이거든요.”

이규한이 웃으며 대답하자 김태훈 이 혀를 내둘렀다.

“이 대표 여동생이 가게를 믿고 맡

긴 이유가 았었네. 난 아이스 아메 리카노로 마실게.”

김태훈이 지갑을 꺼내려고 할 때 이규한이 만류했다.

“오늘 커피는 제가 사겠습니다.”

“왜 이 대표가 사는 거야?”

“먼 길 오셨으니까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이규한 이 빈 탁자에 앉았다. 그리고 서류 봉투에서 투자 계약서 초안을 꺼냈 다.

잠시 후,이규한이 두 눈을 빛냈 다.

투자사와 제작사의 수익 배분 비율 이 6 대 4로 명시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만족해?”

그때 김태훈이 물었다.

“이런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으셨 을 텐데요?”

“물론 쉽지 않았지. 흰자위가 충혈 된 거 보이지?”

이규한이 김태훈의 눈을 바라보았 다.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틀 밤 꼬박 샜다.”

“왜 그러셨습니까? 제가 일주일의 시간을 드렸지 않습니까?”

“걱정돼서.”

“뭐가 걱정됐다는 겁니까?”

“로터스 엔터테인먼트가 우리보다 더 빨리 움직일까 봐 걱정됐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던 김태훈이 표정을 굳혔다.

“설마… 아니지?”

“뭐가요?”

“나보다 권 팀장이 더 빨리 찾아왔 던 것은 아니지?”

“아닙니다. 그러니 안심하십시오.” 그 대답을 듣고서야 김태훈이 안도 한 표정으로 커피를 마셨다.

그런 그에게 이규한이 물었다.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후회 안 해. 이 대표를 믿으니까.” “하지만……

“물론 수익 배분 비율이 낮춰지면 서 투자사 입장에서는 손실이 있지. 그렇지만 다른 방식으로 그 손실분 을 회수하기로 작전을 짰어. 요새 해외 시장이 괜찮거든. 수출로 손실 을 만회해 보기로 했어.”

했다.

그렇지만 이규한이 원한 대답은 아 니었다.

“제가 말씀드린 건 그 부분이 아닙 니다.”

“그럼?”

“이게 선례가 될 겁니다. 선례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른 제작사에서 도 NEXT 엔터테인먼트와 투자 계 약을 맺을 때 수익 배분 비율을 6 대 4로 하자고 요구할 겁니다. 그 부분도 감안하셨습니까?”

“물론… 감안했어.”

이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NEXT 엔터테인먼트는 동네 구멍 가게가 아니었다.

김태훈이 이런 결론을 내리고 찾아 오기 전에 NEXT 엔터테인먼트 내 부적으로 치열하게 논의를 했을 것 이다.

그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이 발생할 것에 대해서 검토하지 않았을 가능 성은 낮았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예외야.”

“예외요?”

“다른 제작사가 이런 조건을 요구 했다면 절대 응하지 않았을 거야. 그렇지만 블루문 엔터테인먼트는 예

외로 하기로 했어.”

“이유는요?”

“그동안 블루문 엔터테인먼트가 보 여 줬던 분명한 성과가 있으니까. 이 대표가 이끄는 블루문 엔터테인 먼트에서 제작한 작품은 분명히 상 업성과 작품성을 겸비했을 것이다. 그래서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 할 것이다. 이런 확신을 가졌기 때 문에 예외로 하기로 한 거야.”

꿀꺽.

김태훈이 목이 탄 둣 아이스커피를 단숨에 비울 때 이규한이 물었다.

“그럼 다른 제작사와 투자 계약을 맺을 때는요?” “그럼?”

“다시 예전 수익 배분 비율로 회귀 하기로 했어.”

이규한이 두 눈을 빛냈다.

아까 투자사인 NEXT 엔터테인먼 트와 제작사인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의 수익 배분 비율을 6 대 4로 명 시한 투자 계약서를 확인했을 때 이 규한은 기뻤다.

그렇지만 NEXT 엔터테인먼트가 다른 제작사들과 투자 계약을 체결 할 때 수익 배분 비율을 다시 7 대 3으로 회귀시킨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금이 이규한은 더욱 기뻤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애써 흥분을 누 르며 입을 뗐다.

“어려운 결정을 내리셨네요. 이런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이 대표 말처럼 절대 쉽지 않았 어. 며칠 동안 대표님까지 참석해서 이 문제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어. 그 논의를 거쳤고,몇 가지 이유 때 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어.”

“어떤 이유들인지 저도 알 수 있을 까요?”

“우선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의 영향 이 컸어.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사와 제작사의 수익 배분 비율 을 6 대 4로 한 투자 계약서를 체 결했잖아. 정확히 어떤 이유 때문에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이런 투자 계약서를 체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이런 계약을 체결했다는 거야. 즉,씨제스 엔터테인먼트가 스 타트를 끊었으니까 우리도 예외를 두는 것에 부담이 덜했지.”

이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메이징 히어로즈’에 공동 제작 자로 참여하는 조건으로 수익 배분 비율이 6 대 4인 투자 계약을 요구 했던 것.

‘어메이징 히어로즈’라는 작품이 흥행에 성공했을 때 더 많은 수익을 거두기 위함이 아니었다.

진짜 이유는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 였다.

그런 이규한의 의도는 적중했다.

메이저 투자 배급사인 씨제스 엔터 테인먼트가 남긴 선례가 역시 메이 저 투자 배급사 중 한 곳인 NEXT 엔터테인먼트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하는 데 영향을 미쳤으니까.

“또 하나의 이유는 상생이야.”

“상생이 요?”

“투자사와 제작사의 수익 배분 비 율이 기존의 7 대 3에서 8 대 2로, 심지어 9 대 1까지 바뀌었잖아? 이 렇게 수익 배분 비율이 바뀌면 투자 사 입장에서는 이익인 게 분명해.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 영화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우리 대표님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우려를 하고 계셨어. 그런데 마침 ‘부산행 열차’ 때문에 이 문제에 대 해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가질 기회 가 마련된 셈이었지. 그리고 대표님 이 제작사도 한국 영화 산업의 한 축이기 때문에 상생해야 한다고 판 단해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다시 수 익 배분 비율을 7 대 3으로 되돌리 는 결단을 내리신 거야.”

이규한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NEXT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인 이주송은 영화인이 아니었다.

경영학과 출신으로 외국계 투자사 에서 근무를 하던 중에 퇴사한 후, 돌연 영화계로 뛰어들었다.

‘영화인이 아닌데 영화인들보다 더 한국 영화 산업을 걱정하는구나.’

이규한이 떠올린 생각이었다.

정작 영화인 출신 투자 배급사 대 표들은 제작사를 착취해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 었다.

그런데 영화인 출신이 아닌 NEXT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인 이

주송이 되레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 는 영화 제작사와 제작자들을 생각 해 주고 있었다.

“마지막 이유는 NEXT 엔터테인먼 트로 좋은 작품이 더 많이 들어오도 록 만들기 위함이야.”

“그게 무슨 뜻입니까?”

“다른 메이저 투자 배급사들은 현 재 투자사와 제작사의 수익 배분 비 율을 8 대 2로 해서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실정이야. 영화 제작 자들은 당연히 불만이 있지만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마지못해 계약 을 체결하고 있고. 그런데 NEXT 엔터테인먼트는 8 대 2가 아니라 7

대 3으로 투자 계약을 체결한다는 소문이 퍼지면 어떻게 될 것 같아?”

“당연히 NEXT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를 받고 싶어 하겠죠.”

“대표님이 노리시는 게 바로 그거 야. 자연스럽게 다른 투자 배급사보 다 NEXT 엔터테인먼트로 좋은 작 품들이 많이 들어올 테니 옥석을 잘 골라서 흥행작을 많이 배출하자는 계산을 하신 거지.”

‘현명하네.’

이규한이 속으로 감탄했다.

NEXT 엔터테인먼트는 후발 주자 인 데다가 다른 메이저 투자 배급사 처럼 극장 체인도 소유하고 있지 않 그럼에도 불구하고 NEXT 엔터테 인먼트는 빠르게 성장해서 기존의 메이저 투자 배급사들의 아성을 위 협할 정도가 됐다.

그리고 이규한은 NEXT 엔터테인 먼트의 빠른 성장과 성공의 원동력 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바로 이주송이라는 리더의 탁월한 능력이었다.

‘나비효과.’

잠시 후 이규한이 떠올린 단어였 다.

7 대 3의 수익 배분 비율을 앞세

워 NEXT 엔터테인먼트로 더 좋은 작품이 몰려들게 되면 흥행작을 다 수 배출해 내겠다는 이주송의 계산.

적중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되면 다른 메 이저 투자 배급사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좋은 작품이 NEXT 엔터테인먼트 로만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결 국 수익 배분 비율을 다시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엄청난 일을 해낸 셈이네.’

이규한이 환하게 웃었다.

러도 좋을 정도로 엄청난 성과였다.

‘축하주라도 한잔해야 하는데.’

이규한이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김태훈이 제안했다.

“술 한잔해야지?”

이규한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 보시다시피 알바 중이라서요.” “시간 참 안 가네.”

이규한이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 고 한숨을 내쉬었다.

커피 전문점 블루문의 폐점 시간은 밤 열 시.

아직도 약 두 시간 정도를 더 버 텨야 했다.

“쉽지 않네.”

여전히 많은 손님을 힐끗 살핀 이 규한이 다시 펼치고 있던 책으로 시 선을 던졌을 때였다.

갑자기 가게 내부가 술렁였다.

“어머,맞지?”

“진짜 맞네.”

“와아,실물이 더 예쁘다.”

응성이는 소리를 듣고서 고개를 든

이규한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유 씨가 여긴 어떻게……?”

“소문 듣고 왔어요.”

“어떤 소문이요?”

“대표님이 여기서 알바 하고 계신 다는 소문이요.”

남지유가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 소문이 벌써 났어요?”

“네. 그래서 찾아왔어요.”

9”

“신인 배우답게 대표님께 어필 좀 하려고요.”

“어필… 이요?” 이규한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을 때,남지유가 불쑥 물었다.

“유니폼 있죠?”

“유니폼은 갑자기 왜……?”

“일단 주세요.”

이규한이 엉겁결에 유니폼을 건네 자 남지유가 유니폼을 받아 들고는 스태프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남지유가 유니폼으로 갈 아입고 돌아왔다.

“뭘 하려고요?”

이규한이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남 지유에게 물었다.

“대표님 도와드리려고요.” “저를요?”

“레시피 있죠?”

“있긴 한데……

“제가 이래 봬도 바리스타 자격증 도 있는 사람이랍니다. 레시피만 있 으면 웬만한 음료는 다 만들 수 있 어요.”

남지유가 자신 있게 말하며 기존 알바생과 인사를 나누었다.

“단기 알바생 남지유입니다. 잘 부 탁드릴게요.”

“네? 네. 사진 한 장……

“사진은 당연히 찍어 드릴게요. 그 전에 레시피 좀 알려 주세요. 제가

커피 만들게요.”

“지유 씨가 직접이요?”

“네,할 수 있어요.”

남지유가 의욕을 드러내며 커피 내 리는 법을 배웠다.

이규한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딸랑.

문이 열리고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 작했다.

“어서 오세요.”

이규한이 인사하자 카운터 앞으로 다가온 손님들이 앞다투어 물었다.

“진짜 남지유가 여기서 알바 해

“지유 씨가 커피 직접 만들어 주는 건가요?”

‘소문 참 빠르네.’

이규한이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쓰 게 웃었다.

SNS 마케팅.

이규한이 ‘나를 사랑한 아저씨’의 홍보를 위해서 사용했던 마케팅 방 식이었다.

그리고 SNS 마케팅은 커피 전문점 블루문에서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 다.

일일 알바를 한다는 소식을 손님들 이 SNS를 통해 알리자 손님이 몰려 드는 것이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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