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196화 (196/272)

196화

베스트 스튜디오 김용택이 연출했던 ‘렛츠고 고’는 SF 스포츠 장르의 영화였다. 그리고 실험적인 작품이었던 ‘렛츠고 고’는 흥행에 참패했다.

‘시대를 너무 앞서 갔어. 그리고 망하는 공식을 모두 집어넣었어.’

이규한이 판단하는 ‘렛츠고 고’가 홍행에 실패한 원인이었다.

- CG를 많이 사용하면 망한다.

- SF 영화는 망한다.

- 스포츠 영화는 망한다.

영화 제작자와 투자자들이 절대 금 기시해야 한다는 세 가지였다. 그런 데 김용택 감독이 연출한 ‘렛츠고 고’는 금기를 셋이나 어겼다.

그러니 어찌 망하지 않을 수 있을 까.

‘그래도 CG는 예상보다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지.’

당시 ‘렛츠고 고’라는 작품이 거둔 유일한 성과였다.

“저도 그 작품을 봤습니다.”

잠시 후 이규한이 대답하자,김용 택이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이마 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항의하러 찾아오신 건 아니죠?”

“네?”

“‘렛츠고 고’란 쓰레기 영화를 보 느라 아까운 내 돈과 시간을 허공에 날렸다,그러니 물려내라고 제작사 로 항의 전화가 엄청 걸려 왔거든 요. 그래서 이규한 대표님도 항의차 방문하신 게 아닌가 걱정돼서 한 말 입니다.”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규한이 대답하자 김용택이 안도 의 한숨을 내쉬었다.

“많이 긴장했었는데 다행이네요. 어쨌든 한 가지는 확실하네요.”

“뭐가 확실하다는 겁니까?”

“그 영화를 보셨다고 하셨으니 이 규한 대표님이 영화감독 김용택에게 관심이 있어서 찾아온 것은 아니겠 군요.”

김용택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유머가 있는 사람이네.’ 영화감독에게 있어 자신이 연출한 작품은 자식이나 마찬가지였다.

흥행 참패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관객들과 평단의 평가도 혹평 일색 이었다.

김용택에게는 무척 아프고 쓰라렸 을 기억.

그런데 김용택은 유쾌하게 당시의 아팠던 기억을 털어놓고 있었다.

“그때 많이 힘드셨죠?”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악평이 쏟아지면서 관객이 급감하는 걸 확인하고 나서 집 밖으로 나가는 게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내 감독 인생은 여기서 끝났구나,이렇게 생 각했죠. 그런데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더군요.” “무슨 뜻입니까?”

“정산을 마치고 나니까 손해를 안 봤습니다.”

“네? 어떻게……?”

이규한이 고개를 갸웃했다.

‘렛츠고 고’란 작품은 CG가 많이 사용됐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이 높았 던 편이었다.

이규한이 어렴풋이 기억하는 ‘렛츠 고 고’의 최종 관객 수는 100만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

당연히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 다.

고’가 손해를 보지 않았는지 잘 이 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렛츠고 고’는 해외에서 흥행에 성공했습니 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꽤 큰 수익 을 거뒀죠.”

“그렇군요.”

김용택의 설명을 듣고서 이규한이 비소로 상황을 이해했을 때였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뭘 깨달으셨습니까?”

“나는 국내용이 아니라 해외용 감 독이란 사실을요.” “능담이었습니다.”

이규한이 웃지 않자 김용택이 멋쩍 은 표정으로 덧붙였다.

“제가 그때 진짜 깨달은 것은 중국 을 비롯한 해외 시장의 규모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 었습니다. 그리고 CG 기술을 전문 적으로 하는 업체가 기술력만 담보 된다면 먹을거리가 꽤 많다는 것이 었습니다.”

이규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 반응을 확인한 김용택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능담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웃으신 겁니까?”

“실패에서 좋은 교훈을 얻으신 게 대단하게 느껴져서요.”

“애가 셋이거든요.”

“네?”

“애들을 굶길 수는 없지 않겠습니 까?”

김용택이 웃으며 덧붙였다.

“제 판단이 틀리지 않다면 영화 산 업에서 CG 기술은 점점 더 중요해 질 겁니다. 지금은 어렵지만,머잖아 본격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겁 니다.” 김용택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 다.

그 이야기를 듣던 이규한은 문득 안타까음을 느꼈다.

김용택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렛 츠고 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총 세 편의 작품을 연출했고, 그중 ‘아이 캔 플라이’라는 작품은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홍행 면에서 도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 김용택의 감독으로서의 재능 이 아깝게 느껴진 것이었다.

“그럼 이제 더 이상 연출은 맡지 않기로 하신 겁니까?” “아까 말씀드렸듯이 반강제적으로 쉬고 있습니다. 더 이상 제게 연출 제안이 들어오지 않으니까요.”

“만약 제안이 들어오면 다시 연출 을 하실 의향은 있다는 뜻이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자신도 없습 니다. ‘렛츠고 고’의 실패를 통해 제 한계를 명확히 깨달았거든요.”

“어떤 한계를 깨달았습니까?”

“스토리를 치밀하게 또 대중적으로 구성하는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오 죽하면 ‘렛즈고 고’에 조딩을 타깃 으로 한 작품이었냐는 댓글이 달렸 겠습니까?” “아니었습니까?”

“네?”

“농담이었습니다.”

김용택이 웃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 닫고 이번에는 이규한이 멋쩍은 표 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미안해하실 만했습니다.”

이규한이 머리를 긁적일 때 김용택 이 덧붙였다.

“그래서 스토리가 좋은 소설의 원 작 판권을 사서 제가 가진 약점을 커버해 볼까 고민 중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새삼스 러운 시선을 던졌다.

본인의 약점을 파악하고 인정하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김용택은 그것을 넘어 본인 의 약점을 극복할 방법도 찾아낸 셈 이었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야.’

속으로 생각하던 이규한이 두 눈을 빛냈다.

‘신과 같이?’ ‘신과 같이’.

이규한은 ‘신과 같이’라는 작품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작품을 본 적은 없었 다.

이규한이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 ‘신과 같이’라는 작품이 개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규한이 ‘신과 같이’라는 작품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이유는 기사를 통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 도전장을 내 민다. 한국형 판타지의 시작을 알리 는 ‘신과 같이’의 무모하지만 과감 한 도전.〉

당시 기사의 제목이었다. 그리고 이규한도 제목처럼 무모한 도전이라 고 판단했었다.

한국에서 판타지 장르는 흥행하지 못한다.

또 할리우드의 CG 기술을 따라가 지 못한다.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김용택 감독을 만나고 난 후 이규한의 생각이 바뀌었다.

‘목숨을 걸었어.’

김용택은 CG 기술이 돈이 될 거 란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베 스트 스튜디오를 국내를 넘어서서 세계적인 기술을 갖춘 CG 기술 전 문 업체로 만들겠다는 의욕을 불태 우고 있는 게 느껴졌다.

“감독님,베스트 스튜디오의 CG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제가 직 접 확인해 볼 수 있을까요?”

“물론 가능합니다. 단,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조건입니까?”

“소문 좀 내 주십시오. 이규한 대

표님처럼 영향력 있는 영화 제작자 께서 베스트 스튜디오의 기술력에 대해 언급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이규한이 약속한 순간 김용택이 앞 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이규한은 김용택과 함께 소규모 극장처럼 조성된 공간의 의 자에 앉았다.

불이 꺼지고 난 후 화면에는 원승 이가 등장했다.

‘손오공?’

정의 손오공이 자신의 털을 뽑아서 입 앞에 갖다 대고 흑 불었다.

그 순간 손오공이 둘로 늘어났다.

그 둘이 넷으로,이내 여덟으로 불 어났다.

그리고 여덟의 손오공이 여의봉을 손에 든 채 거미 형상을 한 흉측한 괴물과 대결을 펼치기 시작했다.

잠시 후,거미 형상의 괴물이 피처 럼 시커먼 액체를 입에서 쏟아 내며 쓰러졌다.

거만한 표정의 여덟의 손오공이 다 시 하나로 합쳐지며 영상은 끝났다.

이 의자에서 등을 됐을 때,김용택 이 설명을 덧붙였다.

“이게 가장 최근에 베스트 스튜디 오에서 중국 쪽 영화 제작사의 의뢰 를 받아 CG 작업을 한 결과물입니 다. 어떻습니까?”

“훌륭하네요.”

빈말이 아니었다.

베스트 스튜디오의 최근 CG 작업 결과물에서는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 지 않았다.

이규한이 막연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수준이 높았다.

‘할리우드 기술력에 비하면 아직

손색이 있지만,만약 좀 더 시간이 흐른다면?’

그때는 베스트 스튜디오의 기술력 도 더 상승할 것이었다.

"한국형 판타지,절대 무모한 도전 이 아니다.’

직접 영상을 보고 난 후 이규한은 확신을 품었다. 그리고 김용택 감독 과 ‘신과 같이’라는 작품에 욕심이 생겼다.

“감독님,혹시 염두에 두고 계신 작품이 있습니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규한이 열띤 목소리로 질문하자 김용택이 손사래를 쳤다.

“아직 먼 홋날의 이야기입니다. 당 장 연출을 맡을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은 베스트 스튜디오를 성장시키 는 것이 우선이니까요.”

“그러니까 염두에 두고 계신 작품 은 없다는 뜻이로군요.”

“그렇습니다.”

순순히 대답하던 김용택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왜 자꾸 이런 질문들을 던 지시는 겁니까?”

“김 감독님께 관심이 있으니까요.”

“왜요?”

“가능성을 엿봤다고 표현하면 될까 요?”

이규한이 웃으며 대답한 순간 김용 택이 정색했다.

“의아하네요.”

“뭐가 의아하신 겁니까?”

“이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으신데 어떻게 성공하신 겁니까?”

‘……?"

“거의 모든 제작자들이 영화감독 김용택은 끝났다,이렇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규한 대표님은 “그래서 성공했을 겁니다.”

“네?”

“다른 제작자들과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는 뜻입니다. 그리고 감독님도 마찬 가지 아닙니까?”

“무슨 뜻입니까?”

“기존의 틀을 깨려는 것,다른 감 독님들과는 확실히 다른 사고를 갖 고 접근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렛츠고 고’라는 실험적인 작품이 김용택이 다른 감독들과는 다른 사 고를 갖고 있다는 증거였다.

‘실패의 위험이 크다는 것은 알지 만,나는 도전한다.’

‘렛츠고 고’를 보고 난 후 이규한 은 김용택 감독의 도전 정신을 느꼈 었다.

그 도전 정신은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했다.

“어쨌든 기분은 좋네요. 비록 빈말 일지언정 요새 영화판에서 제일 잘 나가는 제작자인 이규한 대표님께 인정을 받았으니까요.”

“두고 보십시오. 빈말이 아니었다 는 것을 곧 아시게 될 겁니다.”

택이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베스트 스튜디오를 찾아오 신 진짜 이유는 뭡니까?”

그 질문을 받은 이규한이 대답했 다.

“돈 좀 벌게 해 드리려고요.”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이규한이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백진엽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백진엽은 이규한이 곁으로 다가온 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채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이규한도 백진엽이 보고 있는 모니 터로 힐끗 시선을 던졌다.

그런 이규한의 눈에 웹툰이 들어왔 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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