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193화 (193/272)

193화

학습 효과 김기현이 앞장서서 대표실로 향했 다.

“거기 말고 저기 앉아.”

대표실로 들어서서 이규한이 무심 코 소파에 앉으려 할 때 김기현이 제지했다. 그리고 이규한에게 다른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상석?’ 김기현이 권한 자리가 소파 상석임 을 알아첸 이규한이 물었다.

“왜 여기 앉으라는 거야?”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끌어 가는 것은 너니까.”

“하지만……

“규한아,이번 프로젝트 나한테도 무척 중요해. 나도 재기가 절실한 만큼 꼭 성공을 거두고 싶거든. 그 러니까 잘 부탁한다.”

김기현이 워낙 저자세로 나온 터라 이규한도 살짝 당황했다.

“억울하지 않아?”

“뭐가 억울해?”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와 스카이 엔 터테인먼트의 수익 배분 비율이 7 대 3인 것 말이야.”

“전혀 중요하지 않아.”

김기현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후 이규한이 두 눈을 빛냈다.

‘전혀 억울하지 않다가 아니라… 전혀 중요하지 않다?’

얼핏 듣기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 처럼 느껴졌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그 차이를 놓치 지 않았다.

공동 제작의 수익 배분 비율이 7 대 3으로 정해진 것이 전혀 중요하 지 않다고 김기현이 대답한 이유.

어차피 블루문 엔터테인먼트를 내 치고 스카이 엔터테인먼트 단독 제 작으로 ‘어메이징 히어로즈’를 개봉 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쉽게 안 변하는 법이지.’

김기현은 저자세를 유지한 채 사람 좋은 웃음을 입가에 매달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규한을 바라보는 오만 한 눈빛은 그대로였다.

“넌 나를 성공으로 이끌어 줄 장기 판의 졸일 뿐이다.”

그 오만한 눈빛으로 김기현은 이렇 게 말하고 있었다.

‘네 생각처럼 상황이 흘러가진 않 을 거야.’

이규한이 속으로 각오를 다지며 입 을 뗐다.

“그럼 본격적으로 ‘어메이징 히어 로즈’에 대해 얘기해 보자.” “개봉 시기는 언제로 생각하고 있 어?”

시기에 대해 물었다.

“내후년 여름이나 겨울 성수기 개 봉을 염두에 두고 있어.”

김기현에게서 대답이 돌아온 순간 이규한이 두 눈을 빛냈다.

예상보다 김기현이 생각하는 ‘어메 이징 히어로즈’의 개봉 시기가 늦어 서였다.

“개봉까지 너무 오래 걸리는 게 아 닐까?”

“물론 빨리 개봉하면 좋지. 그렇지 만 개봉을 서두르는 게 능사는 아닌 것 같아서.”

“왜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해?” “‘광안리’로 교훈을 얻었거든.”

김기현이 쓰디쓴 웃음을 지은 채 대답했다.

‘학습 효과.’

이규한이 희미한 웃음을 머금었다.

제작비가 100억 넘게 투입됐던 대 작 ‘광안리’는 흥행에 참패했다.

그 흥행 참패에는 엉성한 CG가 한몫했었다. 그리고 ‘광안리’의 CG 가 엉성했던 요인은 개봉을 서둘렀 기 때문이다.

당시 개봉을 서두르도록 주도했던 당사자가 바로 김기현이었다. 그리 고 김기현은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셈이었다.

“네 생각은 어때?”

그때,김기현이 질문했다.

‘확실히 변하긴 했네.’

이규한이 속으로 생각했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와 스카이 엔 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을 하는 것.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스물, 우리가 가장 빛났던 순간’이란 작품을 공동 제작 했었 다.

당시 김기현은 이규한에게 기획 개 발을 모두 일임했었다.

그리고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었는 두 번째 공동 제작 작품인 ‘어메이 징 히어로즈’는 달랐다.

그는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며 참 여하고 있었다.

“개봉이 더 빨랐으면 좋겠어.” 예상치 못했던 대답이기 때문일까. 김기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닐까?”

“CG가 마음에 걸려?”

이규한이 질문하자 김기현이 고개 를 끄덕였다.

“‘어메이징 히어로즈’는 CG 기술 이 많이 삽입되니까. 개봉을 너무

서두르다가 엉성한 CG 때문에 관 객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 까?”

“확실한 건 내후년 여름 성수기 시 장에는 개봉하면 안 돼.”

“왜 안 된다는 거야?”

“‘슈퍼파워스’ 후속편이 내후년 여 름에 개봉한다는 소문이 있거든.”

이규한이 이유를 알려 주자 김기현 의 표정이 굳어졌다.

“확실해?”

“못 믿겠으면 직접 봐.”

이규한이 백팩에서 영화 관련 잡지 를 꺼내서 김기현에게 건넸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슈퍼파워스’ 후속편에 대한 기획 취재 기사를 읽은 김기현이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진짜였네.”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어떤 확률?”

“‘어메이징 히어로즈’가 ‘슈퍼파워 스’ 후속편과 정면 대결을 펼쳐서 이길 확률 말이야.”

“그건……

김기현이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망 설일 때,이규한이 힘주어 말했다.

“제로야.” 반박하지 못하는 김기현을 바라보 며 이규한이 덧붙였다.

“내가 제작하는 영화가 개봉할 시 기에 어떤 경쟁작이 개봉하느냐,그 걸 확인해 보는 건 기본 중의 기본 이야. 그런데 넌 그 기본을 지키지 않은 거고.”

“내가… 실수했네.”

김기현이 실수를 인정한 순간 이규 한이 다시 입을 뗐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 겨울 성수기 시장도 피해야 해.”

“왜 피해야 한다는 거지?”

“다른 메이저 투자 배급사에서 내 년 겨울 성수기 시장을 노리고 준비 하고 있는 경쟁작들이 만만치 않거

드 ”

이번에는 김기현의 반응이 달랐다.

“오히려 반대가 아닐까?”

“무슨 뜻이야?”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와 배급을 맡은 ‘어메이징 히어로즈’라 는 작품이 내년 겨울 성수기 시장에 개봉한다,이런 소문이 돌면 다른 투자 배급사들이 지레 겁을 집어먹 고 정면 대결을 피하려 들지 않을 까?” ‘예전이었다면 그랬겠지.”

“그 말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 다는 거야?”

“그래.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의 위 상이 예전 같지 않거든. 씨제스 엔 터테인먼트에서 투자와 배급을 맡았 던 대작들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했 으니 당연한 결과 아니겠어?”

김기현의 표정의 침통해졌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의 위상이 추 락한 것에 본인도 일조했다는 사실 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기 김기현은 자신 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같지는 않은데?”

“위험해.”

“왜 위험하다는 거지?”

“특히 빅박스에서 준비 중인 경쟁 작이 막강하거든.”

“빅박스에서 준비하는 작품? 어떤 작품인데?”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라는 작품 이야.”

“웹툰이 원작인 작품?”

“그래. 내가 판권을 사서 준비했기 때문에 잘 알아. ‘은밀하면서도 위 대하게’와 ‘어메이징 히어로즈’가 정 면 대결을 하면 밀릴 거야.”

김기현이 심각하게 변한 표정으로 고민하다가 제안했다.

“그럼 설이나 추석 시즌에 개봉하 는 건 어때?”

비록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끼어 있는 성수기 시즌에는 미치지 못 했 지만,설과 추석이 끼어 있는 시즌 에도 관객들이 영화관을 많이 찾았 다.

준성수기 시즌 정도라고 표현하면 될까.

그리고 김기현의 의견은 나쁘지 않 았다.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준비 상황 과 경쟁작들의 면면을 감안하면 내 년 추석 시즌이 최적의 개봉 시기라 는 계산을 이규한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고개를 흔들었 다.

이규한의 목적은 ‘어메이징 히어로 즈’를 흥행시키는 것이 아니었기 때 문이다.

오히려 ‘어메이징 히어로즈’를 망 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렇지만 노골적으로 이런 의도를 드러내서는 안 됐다.

김대환 대표는 그 정도로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되겠어?”

그래서 이규한은 대답하는 대신 오 히려 반문했다.

“응?”

“속편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아냐?”

이규한이 질문하자 김기현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당연히 이규한이 ‘어메이징 히어로 즈’가 속편 제작을 염두에 둔 작품 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라고 판단했 기 때문이리라.

“그걸… 어떻게 알았어? 혹시 아버 지가 말씀하셨어?”

“아니.”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내가 그 정도 눈치도 없었다면 지 금까지 험한 영화판에서 살아남지도 못했을걸.”

“‘슈퍼파워스’ 시리즈를 모델로 하 고 있는 거잖아?”

이규한이 덧붙인 말을 들은 김기현 은 너무 놀란 탓에 말문이 막혔다.

그런 그에게 이규한이 덧붙였다. “‘어메이징 히어로즈’가 한국 영화

를 대표하는 시리즈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상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 해.”

“상징성?”

“여름 성수기 혹은 겨울 성수기에 는 ‘어메이징 히어로즈’ 시리즈가 개봉한다, 이런 공식을 만들어 주면 상징성이 생기거든. 그리고 내가 추 석이나 설이 끼어 있는 준성수기 시 즌에 ‘어메이징 히어로즈’를 개봉하 는 것을 꺼리는 데는 한 가지 이유 가 더 있어.”

“어떤 이유지?”

“주 타깃층이 다르기 때문이야.”

“타깃층?” “설이나 추석에는 가족 관객이 영 화관을 많이 찾아. 반면 방학 성수 기에는 학생들이 영화관을 많이 찾 는 편이고. 내가 직접 읽어 본 ‘어 메이징 히어로즈’의 주요 타깃층은 학생들 같던데,맞아?”

“그래. 주 타깃층은 학생들이 맞 아.”

“그럼 설과 추석이 끼어 있는 준성 수기 시즌에 개봉하면 오히려 손해 라는 것도 인정해?”

“내 생각도 같아.”

김기현이 동의한 순간,이규한이 바로 다음 수순으로 넘어갔다.

“그럼 언제가 좋으려나?”

이규한이 이렇게 이야기를 정신없 이 몰아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김기현에게 오래 생각할 시간을 주 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럼 빨라야 내후년 겨울 성수기 시즌에 개봉이 가능한 건가?”

잠시 후 김기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런 그의 표정에는 답답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음이 조급하겠지.’

이규한은 김기현이 답답하고 초조 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를 짐 작할 수 있었다.

‘광안리’와 ‘사랑이 운다’.

스카이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했던 두 작품은 흥행에 실패했다.

김기현은 그로 인해 자존심이 상했 을 것이다.

아버지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김 대환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작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무능한 제작자.

이런 인식이 김기현에게 박혔기 때 문이었다.

당연히 김기현은 보란 듯이 ‘어메 이징 히어로즈’를 흥행시켜서 그 인

식을 바꾸고 싶어 할 것이다.

또,본인에게 실망한 아버지 김대 환에게 인정을 받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김기현은 최대한 빨리 ‘어 메이징 히어로즈’를 제작해서 개봉 하고 성공을 거두고 싶으리라.

“왜 그렇게 단정해?”

? r?

“더 빨라질 수도 있어.”

이규한이 넌지시 말하자 김기현이 두 눈을 빛냈다.

“개봉이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그래. 내년 여름 성수기 시즌도 있잖아.”

“그건… 너무 이르지 않을까?”

김기현이 기대와 우려가 반반씩 섞 인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왜 안 된다고 생각해?”

이규한이 되묻자 김기현이 대답했 다.

“아까도 말했듯이 개봉을 서두른다 고 해서 능사는 아니니까. 개봉이 늦춰지더라도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김기현.”

“말해.”

“‘광안리’와 ‘어메이징 히어로즈’는 달라.” “하지만……

“작품이 다른데 같은 잣대를 들이 밀면 곤란해. 그리고 ‘광안리’와 ‘어 메이징 히어로즈’는 결정적인 차이 가 두 가지 존재해.”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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