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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관객 제작자-192화 (192/272)

192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챙긴다 (2)

이규한이 그 대답을 꺼내며 김대환 의 반응을 살폈다.

면전에서 자식이 무능하다는 험담 을 듣고서 기분이 좋을 부모는 없는 법이다.

김대환도 불쾌한 둣 슬쩍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김대환은 웃음 은 지은 채 입을 뗐다.

“기현이가 자네에 비해 많이 부족 한 건 사실이지. 어차피 중요한 건 이번 작품을 성공시키는 것이니 자 네가 내건 조건을 수용하겠네.”

‘역시 감정 조절에 능해.’

이규한이 내심 감탄하며 다시 입을 뗐다.

“한 가지 조건이 더 남았습니다.”

“또 뭔가?”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했으면 합 니다.”

이규한의 대답을 들은 김대환이 의 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라면 이미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나? 아까 7 대 3으로 하기 로……

“그건 제작사 간의 수익 배분 비율 이었죠.”

? ……?"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건 투자사 와 제작사의 수익 배분 비율입니 다.” 후르릅.

김대환이 녹차를 마시는 소리가 대 표실에 가라앉은 적막을 깼다.

‘침묵이 꽤 길어진다?’

이규한도 녹차가 담긴 잔을 향해 손을 뻗었다.

“투자사와 제작사의 수익 배분 비 율을 6 대 4로 해 주십시오.”

조금 전,이규한이 내걸었던 마지 막 조건이었다.

당연히 투자사와 제작사의 수익 배 분 비율을 7 대 3으로 생각했던 김 대환은 뜻밖의 조건에 당황했다. 그 리고 지금까지 그 조건을 수용할지 여부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은 상황

이었다.

‘결정하기 쉽지 않을 거야.’

녹차 향을 음미하며 이규한이 생각 했다.

김대환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 고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는 충분히 짐작이 가능했다.

기존의 관행을 깨는 것이었기 때문 이다.

7 대 3에서 8 대 2, 심한 경우에 는 9 대 1까지.

자본의 힘이 강해지면서 투자사와 제작사의 수익 배분 비율은 제작사 측에 더 악화되고 있는 경향이었다.

그런데 6 대 4로 투자사와 제작사 의 수익 배분 비율을 정하는 것은 최근의 추세에 역행하는 셈이었다.

그리고 만약 이규한이 내건 마지막 조건을 김대환이 수용한다면?

이건 상징성이 있었다.

국내 최대 메이저 투자 배급사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가 투자사와 제 작사의 수익 배분 비율을 6 대 4로 정했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다른 제작사들도 이 계약을 예를 들면서 투자사와의 협상에서 좀 더 좋은 수익 조건을 요구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조건을 원하는 건가?”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김대환이 질문했다.

“대표님도 최근 투자사들이 기존의 수익 배분 비율인 7 대 3이 아니라 8 대 2, 심하면 9 대 1의 수익 배 분 비율을 제작사에 요구하고 있다 는 것을 아시죠?”

“나도 알고 있네.”

‘그래. 모를 리가 없지.’

이런 경향을 김대환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가 투자사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수익 배분 비율을 바꾸도록 주도한

장본인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이유입니다.”

“같은 이유라니?”

“투자사들이 제작사와의 수익 배분 비율을 점점 투자사에 유리하게 계 약하는 것,결국 더 많은 수익을 거 두기 위함이 아닙니까? 저도 이번 작품을 성공시켰을 때,더 많은 수 익을 거두기 위해서 이런 조건을 내 건 겁니다.”

“보기보다 욕심이 많군.”

“욕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위치까지 오를 수 없었겠죠

이규한이 속내를 감춘 채 대답하자

김대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조건도 받아들이겠네.‘

‘됐다!’

김대환이 조건을 수용한 순간,이 규한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원래라면 절대 김대환은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리라.

그렇지만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었 다.

그래서 이규한은 원하던 것을 얻어 낼 수 있었던 것이고.

‘첫걸음을 뗐다.’

이규한이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며 입을 뗐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 주셔서 감사 합니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대표실.

이규한이 ‘어메이징 히어로즈’ 시 나리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과연 먹힐까?”

‘어메이징 히어로즈’가 제작을 마 치고 개봉해서 홍행할 확률.

딱 반반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작품과 흥행에 대한 확신 이 서질 않았다.

“일단 확인해 보자.”

다행히 이규한에게는 감정이라는 특수한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감정 이라는 특수한 능력은 이규한에게 작품의 흥행 가능성을 알려 줄 것이 다.

‘얼마나 될까?’

이규한이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시나리오 책을 집어 들었다.

잠시 후,이규한의 눈앞에 숫자가 떠올랐다.

- 3,341,518.

“예상보다… 많다?”

이규한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시나리오 초고를 집어 들고 감정한 예상 관객 수 결과는 이규한의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효과.’

잠시 후,이규한이 떠올린 생각이 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김대환 대표 는 ‘어메이징 히어로즈’라는 작품을 무조건 성공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터.

씨제스 극장의 상영관을 ‘어메이징 히어로즈’에 몰아 주고,흥보에 엄 청난 물량 공세를 쏟아부을 것이다.

그런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의 강한 의지와 영향력이 이런 감정 결과가 나오는 데 영향을 미쳤을 확률이 높 았다.

“쉬운 프로젝트네.”

잠시 후,이규한이 희미한 웃음을 머금었다.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초기 감정 결과.

비해서 훨씬 예상 관객 수가 많았 다.

그래서 성공시키기 쉬운 프로젝트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이규한은 환 하게 웃지 않았다.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 었다.

“일단 의견을 들어 보자.”

결심을 굳힌 이규한이 회의를 소집 했다.

‘자,의견을 말씀해 보시죠.’

이규한이 멍석을 깔아 주자 황진호 가 가장 먼저 나섰다.

“딱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 어울리 는 작품이네.”

“무슨 뜻이에요?”

“우라까이.”

우라까이는 정식 용어가 아니었다.

영화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은어 처럼 사용되는 표현이었다. 그리고 우라까이의 뜻은 기존의 작품을 살 짝 바꾸는 것을 말했다.

“‘어메이징 히어로즈’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작품이 떠오르셨어요?”

“슈퍼파워스.” 왜 ‘어메이징 히어로즈’라는 작품 의 시나리오를 읽고 난 후 ‘슈퍼파 워스’라는 작품이 떠올랐느냐?

이런 질문을 황진호에게 던지지는 않았다.

이규한 역시 ‘어메이징 히어로즈’ 의 시나리오 책을 읽고 난 후,가장 먼저 떠올렸던 작품이 ‘슈퍼파워스’ 였기 때문이다.

‘확실한 흥행 공식.’

이규한이 두 눈을 빛냈다.

‘슈퍼파워스’는 전 세계적으로 엄 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시리즈 영 화였다.

전편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제작된 속편이 더 큰 인기를 얻으며 계속 후속편이 제작되고 있는 상황이었 다.

그리고 ‘슈퍼파워스’는 국내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슈퍼파워스’ 개봉 시기는 무조건 피해서 개봉해야 한다.”

투자 배급사와 제작사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나올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할까.

‘어메이징 히어로즈’는 ‘슈퍼파워

스’와 마찬가지로 장르가 히어로물 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어메이징 히어로 즈’에 등장하는 히어로들은 대한민 국 토종 히어로들이라는 점과 한국 영화 특유의 신파 요소가 강하게 포 함됐다는 점이었다.

“‘슈퍼파워스’가 흥행했으니까 ‘어 메이징 히어로즈’라는,포맷이 비숫 한 작품을 제작해서 개봉하면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다,아마 이렇게 판 단하고 기획을 시작했을 겁니다.”

이규한이 말한 순간 백진엽이 끼어 들었다.

제작을 염두에 둔 겁니까?”

‘속편 제작?’

그 질문을 받은 이규한이 살짝 당 황했다.

김대환 대표는 이규한과 대화 도중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속편 제작 계획에 대해서 전혀 언급이 없었다.

그래서 이규한은 속편 제작에 대해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살 짝 당황한 것이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그렇지만 백진엽의 지적에는 일리 가 있었다.

해서 큰 인기를 얻는다면?

속편 제작에 돌입할 가능성이 충분 했다.

“그래서였구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이규한 이 혼잣말을 꺼냈다.

김대환 대표의 입장에서 이규한이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공동 제작자 로 참여하는 대가로 내건 조건들은 과하다고 느껴졌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환 대표는 이규한이 내걸었던 조건들을 모두 수용했다.

당시에는 자식인 김기현을 위하는

마음이 커서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단순한 생각이었다.

‘어메이징 히어로즈’가 한국 영화 시장을 대표하는 인기 시리즈 영화 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다면?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제작사인 스카이 엔터테인먼트는 엄청난 수익 을 거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업계 에서의 위상도 확고해질 것이다.

그때 김미주가 말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갑자기 왜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 야기를 하는 거야?” 시장을 대표하는 시리즈 영화로 자 리를 잡으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확실히 하는 편이 좋겠어요.”

“뭘 확실히 하라는 거야?”

“계약 관계요.”

“‘어메이징 히어로즈’의 속편을 제 작할 경우에도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가 계속 참여한다는 조항을 삽입해 야 해요.”

김미주는 돈 냄새에 민감한 편이었 다.

라는 작품에서 돈 냄새를 맡았기 때 문에 이런 반응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고개를 흔들었 다.

“그 조항을 삽입하는 것은 김대환 대표가 허락하지 않을 거야.”

“왜요?”

“원래 좋은 건 여럿이 나누고 싶어 하지 않는 법이니까.”

그 이야기를 들은 김미주가 아쉬운 기색을 드러냈다.

그런 그녀의 반응을 살피던 이규한 이 덧붙였다.

“너무 아쉬워하지 마.”

“왜요?”

“어차피 속편은 제작되지 않을 테 니까.” 스카이 엔터테인먼트로 이규한이 들어선 순간 김기현이 정문까지 나 와서 맞이했다.

“오랜만이다.”

악수를 청하는 김기현의 손을 맞잡 는 대신 이규한이 사무실 내부를 살 폈다.

“아버지 백이 좋긴 하네.”

“무슨 뜻이야?”

“스카이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했 던 영화들이 줄줄이 망했는데도 사 무실은 그대로인 걸 보니 말이야.” 이규한이 비꼬자 김기현이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여전히 감정 조절에 미숙하네.’

그 반응을 확인한 이규한이 속으로 생각했을 때였다.

“잘못 봤어.”

김기현이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예전과는 달라. 직원들을 몇 명 잘랐거든.”

“그래?”

“나도 정신 차렸다. 쓴맛을 몇 번 본 덕분에 영화가 만만한 게 아니라 는 걸 깨달았거든. 그래서 널 보기 부끄러웠다.”

“왜 부끄러웠다는 거야?”

“예전의 내 모습을 보면서 네가 속 으로 엄청 비웃었을 거란 걸 알게 됐거든. 그래서 반성 많이 했다.”

김기현의 모습,예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래서 이규한이 말했다.

“안 어울려.”

“뭐가 안 어울린다는 거야?”

“너와 반성이란 단어 말이야.”

이규한이 지적하자 김기현이 여전 히 웃으며 맞받았다.

“진짜 달라졌다니까. 두고 보면 알 거야. 자,내 방에 들어가서 이야기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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