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191화 (191/272)

191 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번다 (1)

이규한이 ‘변호사’에 투자했던 금 액은 약 20억.

총 제작비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그리고 영화가 성공을 거두고 나 자,투자금이었던 20억의 몇 배의 수익이 돌아왔다.

거기에다가 제작사 수익까지.

장에 꽂힌 수익금은 이규한의 예상 을 홀쩍 웃돌 정도로 무척 많았다.

청월 빌딩보다 더 규모가 큰 빌딩 을 대출 없이 구입하고도 한참 남을 정도로 수익 규모는 컸다.

“제작만 하지 않고 직접 투자까지 해서 돈을 더 벌었다고 자랑하는 거 냐?”

“오히려 반대야.”

“응?”

“이번에 정산을 받고 나서 내가 무 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이규한이 소주잔을 비운 후 장준경 에게 물었다.

“건물 새로 살 생각했던 거 아냐?” “아냐.”

“그럼 어떤 생각을 했는데?”

이규한이 대답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 이 번다는 속담 알지? 그 속담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 “무슨 소리야?”

장준경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을 지었을 때, 이규한이 설명을 덧

붙였다.

“천만 영화인 ‘변호사’의 제작사로 서 거둔 수익이 일부 투자를 해서 벌어들인 수익보다 적더라고.”

이규한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뒤늦게 말뜻을 이해한 장준경도 씁 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됐다.

“듣고 나니 슬프네.”

“더 슬픈 소식을 알려 줄까?”

“뭔데?”

“앞으로는 제작사 수익이 더 줄어 들 거야.”

‘변호사’의 수익 배분 비율은 7 대 3.

투자사가 7, 제작사가 3을 나눠 갖 는 구조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투자사와 제작사 의 수익 배분 비율이 8 대 2, 심지 어 9 대 1로 바뀌는 추세였다.

그러니 개봉한 작품이 흥행에 성공 한다고 하더라도 제작사가 거두는 수익은 더 줄어드는 셈이었다.

그리고 굳이 부연 설명은 필요 없 었다.

장준경도 이런 상황에 대해서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현직 제작자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에잇,한 잔 하자.”

장준경이 소주병을 들어 이규한의 잔을 채워 준 후,본인의 술잔을 들 었다.

잔을 부딪치고 함께 소주잔을 비운 후 장준경이 말했다.

“다음 세상에서는 제작자로 태어나 지 말아야겠다.”

“그럼 뭘 하게?”

“감독을 해야겠어. 아니,배우가 나 으려나? 너도 알다시피 내가 얼굴이 좀 되잖아. 연기도 기본은 하는 편 이고.”

“배우는 좀 아닌 것 같다. 우리 과 에서 나 다음으로 연기를 못한 게 너였잖아? 그래서 졸업 공연도 망쳤 었고.”

“자식,기억력 좋은 건 여전하네.” 장준경이 반박하는 대신 깔끔하게 인정했다.

“그럼 넌 뭘 할 거야?”

“나?”

“나보다 연기를 더 못하니까 배우 가 되는 건 불가능하고,감독으로 성공하기에는 연출력이 부족하고. 그럼 투자사 일을 해야 하나?”

“난 다시 제작자가 될 거야.”

이규한의 대답이 의외여서일까. 놀란 표정을 짓던 장준경이 입을

“지금보다 제작 환경이 더 어려워 져도 성공할 자신이 있다는 거야? 역시 성공한 제작자는 다르네.”

“그런 거 아냐.”

“응?”

“나라고 무슨 용 빼는 재주가 있겠 어? 투자사와 제작사의 수익 배분 비율이 9 대 1인 상황에서 수익을 거둘 방법은 없어.”

“그런데?”

“그러니까 바꿔야지.”

? <……?"

로 살기 위해 지금의 불합리하고 암 울한 제작 환경을 바꿔야 해.”

“문제는 바꾸는 게 쉽지 않다는 거 야.”

“나도 알아. 그래도 부딪쳐 봐야 지.”

이규한이 다시 채워진 소주잔을 비 운 후 덧붙였다.

“그게 내게 주어진 사명인 것 같거

드 ”

“사명?”

“너무 거창해?”

“좀 거창하긴 하네. 그런데 네가 그 사명을 달성했으면 한다.”

“그래야 나도 다음 세상에서 태어 나더라도 다시 좋아하는 제작자 일 을 계속할 수 있을 테니까.”

새삼스러운 시선을 던지고 있는 장 준경의 잔을 채워 주며 이규한이 화 제를 전환했다.

“참,오늘이 마지막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장준경이 의아하 다는 시선을 던졌다.

“갑자기 뭐가 마지막이라는 거야?”

“임대료 대신 소주 사는 것.”

“그럼 이제 완전히 임대료를 안 받 겠다는 거야? ‘변호사’로 돈 많이

벌어서 선심 쓰는 거야?”

“오히려 반대야.”

“반대라니?”

“이제부터 진짜 임대료를 받을 거 야.”

“왜 임대료를 받으려는 건데?”

“특혜는 시비를 부르고,공정성에 금이 가게 하거든.”

“특혜? 공정성? 또 뭐가 그렇게 거창해?”

“너도 알다시피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고 나면 청우 빌딩으로 다른 영 화 제작사들이 입주할 거야. 난 그 들에게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임대

료를 받기로 결정했어. 그런데 너한 테만 임대료를 면제해 주면 분명히 뒷말이 나올 거야.”

비로소 말뜻을 이해한 장준경이 불 만을 드러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너무한 거 아냐?”

“뭐가 너무하다는 거야?”

“부자가 더 무섭네. 내 형편이 어 떤지 알면서.“

‘베테랑들’의 제작 기간이 길어지 면서 빅스빅 픽처스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고 장준경은 호소했다.

소에 넘어가지 않았다.

“너도 곧 부자될 거야.”

“어느 세월에?”

“‘베테랑들’이 개봉하고 나면.”

이규한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 했지만,장준경은 불안한 표정을 감 추지 못했다.

“‘베테랑들’이 개봉한다고 해도 흥 행 여부는 아직 몰라.”

“분명히 흥행해.”

“그걸 어떻게 확신하는데?”

이규한이 대답했다.

“내가 그렇게 만들 거거든.”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실. 이규한이 김대환과 독대했다.

“날 만나러 찾아온 걸 보니,양단 간의 결정을 내렸나 보군.”

“네,어느 정도 결정을 내렸습니 다.”

“기왕이면 내 제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는데.”

김대환이 기대를 감추지 않은 채 입을 뗐다.

“다행이네요.”

“뭐가 다행이란 건가?”

“대표님을 실망시키지 않는 방향으 로 결정을 내렸으니까요.”

이규한이 대답하자 김대환의 표정 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공동 제작을 하기로 결심한 건 가?”

‘김대환 대표도 어쩔 수 없는 아버 지네.’

산전수전 다 겪은 김대환도 자식의 일에는 담담하지 못했다.

이렇게 얼굴에 표정 변화를 드러내 는 것이 그 증거였다.

“그럴 생각입니다.”

“잘 생각……

“아직 제 이야기 안 끝났습니다.”

김대환의 말을 도중에 자른 후 이 규한이 다시 입을 뗐다.

“제가 원하는 조건이 수용된다면 공동 제작을 할 겁니다.”

“어떤 조건인가?”

“우선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와 스카 이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을 하 게 될 경우,수익 배분 비율을 정해 야 합니다.”

김대환이 지난번 만남에서 이규한 에게 공동 제작을 제안할 당시,수 익 배분 비율에 대해서는 이야기하 지 않았다.

그래서 이규한이 우선 이 부분에 대해서 확실히 하려는 것이었다.

“4 대 6 정도면 적당하지 않겠 나?,’

김대환이 넌지시 운을 뗐다.

“어느 제작사가 4입니까?”

“그야 당연히… 블루문 엔터테인먼 트이지.”

“왜 당연하다고 말씀하시는 겁니 까?”

“이미 작품의 투자도 확정됐고,시 나리오 초고가 나와 있는 상황에서

블루문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사 로 참여하는 거니까. 솔직히 말하면 4 대 6도 과하다고 생각하네. 다만 내가 자네의 능력을 인정하기 때문 에 특별히 신경을 쓴 것이지.”

김대환이 선심 쓰듯 말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속으로 코웃음 을 쳤다.

“7 대 3으로 하시죠.”

“7 대 3? 어디가 7인가?”

“당연히 블루문 엔터테인먼트가 7 입니다.”

이규한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꺼 낸 대답을 들은 김대환이 표정을 굳

“왜 당연하다고 말하는 건가?”

“대표님이 부탁하는 입장이니까 요.” “제 입장에서는 공동 제작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아니,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이번 작품에 공동 제작자로 참여하는 것이 그리 내키 지 않습니다.”

“왜인가?”

“제가 얼마 전에 뒤통수를 맞았다 는 것,대표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김대환은 허술한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에 대해서 철저하게 조사를 했 을 것이고,당연히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라는 작품의 제작을 준비 하는 과정에서 공동 제작자였던 램 프 엔터테인먼트의 박태혁 대표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 을 것이다.

그런 이규한의 예상대로였다.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현은 좀 그 렇군. 제작 도중에 하차하게 됐지만, 블루문 엔터테인먼트가 손해를 본 것은 없는 것 같은데?”

김대환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블 루문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 도 중에 하차하는 과정에서 판권료를 비롯한 손해배상을 충분히 받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규한의 판단은 달랐다.

“아니요. 손해를 봤습니다.”

“왜 손해를 봤다는 건가?”

“천만 영화로 만들 자신이 있었으 니까요.”

이규한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대 답한 순간,김대환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네의 자신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어쨌든 저 는 그 일을 겪은 후,앞으로 가능하 면 공동 제작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 습니다. 그런데 대표님의 부탁과 기 현이와의 친분 때문에 다시 내키지 않는 공동 제작을 하는 겁니다. 그 래서 그에 걸맞는 보상을 받을 생각 입니다.”

“그게 7 대 3의 수익 배분 비율을 원하는 이유다?”

“그렇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김대환이 다시 제안했다.

“그럼 6 대 4로 하세. 블루문 엔터 테인먼트가 6, 스카이 엔터테인먼트 가 4인 조건이지.”

“안 하겠습니다.” “그냥 없던 일로 하시죠.”

이규한이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 나자 김대환이 당황한 기색을 드러 냈다.

“수익 배분 비율이 꼭 7 대 3이어 야 한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후우,알았네.”

“무슨 뜻입니까?”

“그 제안을 수용하겠네.”

김대환이 마지못한 표정으로 이규 한의 제안을 수용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규한이 재차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연기가 대단하네.’

김대환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렇지만 이 규한은 그가 연기를 한다는 것을 눈 치채고 있었다.

‘4 대 6이든 7 대 3이든 어차피 상관없을 테니까.’

김대환은 이미 작품의 개봉을 앞둔 어느 시점에서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를 공동 제작사에서 배제할 계획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와 스 카이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을 하는 과정에서 수익 배분 비율을 어 떻게 정하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 니었다.

‘아마 수익 배분 비율이 바뀌었기 때문에 블루문 엔터테인먼트를 베제 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더 강해졌을 거야.,

이규한이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김대환이 물었다.

“다른 조건도 있나?”

“물론입니다.”

“말해 보게.”

“작품의 기획 개발은 블루문 엔터 테인먼트와 스카이 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할 겁니다. 그렇지만 중요 사안에 대한 결정권은 블루문 엔터 테인먼트가 갖겠습니다.”

“왜 그런 조건을 내거는 건가?”

“기현이를 믿을 수가 없기 때문입 니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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