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188화 (188/272)

188화

천재 맞네 “대체 왜 그렇게 놀라시는 겁니 까?”

“그게……

우중완이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머 뭇거렸다.

그 모습을 수상쩍게 바라보던 이규 한이 고개를 떨궜다.

져 놓은 콘티를 이규한이 집어 들 자,그의 낯빛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건 보실 필요 없는데……

“감독님,원래 죄짓고는 발 뻗고 못 자는 법입니다. 그냥 솔직하게 털어놓으시죠.”

그 추궁을 받은 우중완이 더 버티 지 못하고 대답했다.

“실은 콘티를 조금 수정했습니다.”

“얼마나요?”

“그렇게 많이 수정한 건 아닌 데……

우중완이 우물쭈물하며 변명을 꺼 내다가 이규한의 곁으로 다가왔다.

“대표님이 직접 확인해 보시죠. 이 게 기존의 콘티이고,대표님이 들고 계신 것이 제가 수정한 콘티입니 다‘”

우중완이 건넨 기존의 콘티를 받아 든 이규한이 수정된 콘티와 번갈아 바라보며 유심히 살폈다.

‘앵글이 바뀌었고,주인공이 콘테 이너 박스 틈에 끼여 나오지 못하는 장면이 추가됐네. 그리고 여형사가 코피를 홀리는 장면도 추가됐군.’

기존의 콘티에서 바뀌어 있는 부분 들을 확인한 후 이규한이 우중완에 게 물었다.

“좀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심심하다니요?”

“형사들이 범인들을 쫒아가서 검거 하는 추적 신 말입니다. 기존의 영 화나 드라마에서 워낙 많이 보여졌 지 않습니까? 그래서 관객들이 지루 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었습니다. 뻔한 추적 신이지만 지루 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작품만의 아 이덴티티를 부여할 수 있는 좋은 방 법이 없을까? 여기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게 있어서 콘티를 수정해 봤습니다.”

“몸 개그와 코피가 감독님이 찾아

“중요한 건 몸 개그가 아닙니다.”

“그럼 어느 부분이 중요한 겁니

까?”

“여유입니다.”

“여유요?”

“저희 작품의 제목이 ‘베테랑들’ 아닙니까?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형사들이라면 범인을 검거할 때도 여유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래서 추적 신 과정에서도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 주면 기존의 추적 신과는 차별화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몸 개그는 그 여유를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

이고요. 그리고 이게 다가 아닙니 다.”

“또 뭐가 남았습니까?”

“음악입니다.”

“음악… 이요?”

“긴박감이 느껴지는 추척 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흐느적거리는 음악을 삽입할 겁니다. 그럼 기존의 추적 신과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질 겁니 다.”

아까 허둥대면서 우물쭈물하던 모 습은 더 이상 없었다.

우중완은 잔뜩 신이 나 입에서 침 을 튀겨 가며 이규한에게 자신이 찾 아낸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 다.

그 설명을 듣던 이규한이 고개를 돌렸다.

조용히 자신과 우중완의 대화를 듣 고 있던 장준경이 이규한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씨익 웃음을 지었다.

우중완이 바꾼 콘티가 무척 마음에 든다는 의미였다.

‘괜찮네. 아니,좋네.’

이규한의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우중완의 말처럼 형사들이 범인을 추적하는 신은 수없이 많았다.

심어 주려고 해도,관객이 새로움을 느끼게 만들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우중완이 아까 설명한 방식 대로 바꾼다면?

기존 어디서도 본 적 없던 새로운 추적 신이 탄생할 것이다.

그러나 우중완은 이런 이규한과 장 준경의 속내를 알지 못했다.

“설명이 부족한가요? 아직 감이 잘 안 오시죠?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음 악은 이겁니다. 우우우우응.”

우중완이 이규한과 장준경의 이해 를 돕기 위해서 콧노래를 홍얼거리 기 시작했다.

“그만하시죠.”

잠시 후,이규한이 콧노래를 흥얼 거리는 우중완을 제지했다

“왜 그러십니까? 이 음악은 별로 마음에 안 드십니까?”

‘그 음악이 마음에 안 드는 게 아 니라 무슨 음악인지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그럽니다.’

원래 하고 싶은 대답 대신 이규한 이 다른 대답을 꺼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 니까?”

“제가 바꾼 콘티가 마음에 들지 않 으십니까?”

“그 대답을 하기 전에 제가 먼저 질문하겠습니다. 언제 콘티를 수정 하시기로 결심한 겁니까?”

“새벽입니다.”

“오늘 새벽이요?”

“추적 신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다 가 밤을 꼬박 샜습니다. 조금이라도 자야겠다는 생각에 이불을 뒤집어썼 는데 문득 아까 말씀드렸던 방법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바로 콘티를 수정했습니다.”

이규한이 다시 장준경에게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천재 맞네.’

장준경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대표님,혹시 화가 많이 나신 겁 니까?”

잠시 후, 우중완이 긴장한 표정으 로 물었다

“왜 제가 화가 났다고 생각하신 겁 니까?”

“약속을 어겼으니까요.”

“어떤 약속이요?”

“시나리오 수정을 할 때,대표님과 꼭 상의하겠다고 약속을 했지 않습

니까? 그 약속을 어겼다고 생각해서 화가 나신 것 아닙니까?”

그제야 이규한이 우중완과 계약할 당시에 했던 약속을 떠을리는 데 성 공했을 때였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시나리오를 수정한 게 아니라 콘티만 수정한 겁 니다. 그리고 대표님께 연락해서 콘 티를 수정했다는 것을 알려 드리려 고 했습니다.”

제 발 저린 도둑처럼 우중완이 변 명을 꺼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규한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왜… 웃으십니까?” “좋아서요.”

“네?”

“감독님이 바꾼 콘티가 마음에 듭 니다. 그리고 감독님과 계약한 제 자신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뒤늦게 말뜻을 이해한 우중완의 표 정이 밝아졌을 때였다.

“이 정도 수정은 감독님이 임의대 로 하셔도 괜찮습니다. 숲의 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이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딱 여기까지입니다.”

…?" “여기서 한발만 더 나가면 숲의 경 관을 해칠 수 있습니다. 그건 제가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일단 칭찬을 건넨 후,이규한은 경 고도 빼먹지 않았다.

여기서 더 풀어 주면 우중완 감독 이 오버를 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 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우중완 감독은 순순히 수긍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긴장의 끈을 놓 지 않고 덧붙였다.

“장 대표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 볼 겁니다. 그렇게 할 거지?”

“잠시도 한눈팔지 않을게.” 장준경이 웃으며 대답한 순간,이 규한이 덧붙였다.

“장 대표,나랑 잠깐 얘기 좀 하 자.” “아무래도 한동안 바쁠 것 같다. 그러니까 ‘베테랑들’은 네가 마무리 잘해 줘.”

이규한이 부탁하자 장준경이 의아 한 시선을 던졌다.

“무슨 일 있어?”

“새 작품 제작에 들어갈 것 같아.” “벌써?”

장준경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를 사랑한 아저씨’가 아직 극장 에 걸려 있는 상황.

그런데 바로 새 작품 제작에 들어 간다고 하니 놀란 것이다.

“그럴 사정이 좀 있어.”

“어떤 작품인데?”

“‘어메이징 히어로즈’라는 작품이 야.”

“어메이징 히어로즈?”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와 배급을 맡을 예정이야. 나는 공동 제작자로 작품에 참여하게 될 것 같

이규한이 설명을 더한 순간,장준 경이 두 눈을 더욱 크게 떴다.

“공동 제작을 또 하겠다고?”

“그래.”

“왜 또 공동 제작을 하려는 건데?” 장준경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불과 얼마 전,이규한이 램프 엔터 테인먼트의 박태혁 대표와 공동 제 작을 하다가 뒤통수를 맞은 것을 알 고 있기 때문이리라.

“김대환 대표가 원했어.”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의 김대환 대 표가?” “어디와 공동 제작을 하길 원하는 데?”

“스카이 엔터테인먼트.”

“김기현과 공동 제작을 한다고?”

“그렇게 됐다.”

장준경의 얼굴에 떠올라 있던 불안 감이 더욱 짙어졌다.

“난 말리고 싶은데.”

“나도 별로 안 하고 싶어.”

“그런데 왜 하려는 건데?”

“우리 작품을 위해서.”

이규한이 대답했지만,장준경은 영 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은 그렇게만 알아 둬.”

그렇지만 이규한은 자세히 설명하 는 대신 다른 대답을 꺼냈다.

“그리고 사명감 때문이기도 해.”

“사명감?”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계약을 맺을 생각이거든.”

“다른 방식으로 계약을 맺다니? 어 떻게?”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이규한이 대략의 계획을 밝힌 후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김흥집 대표에 대해서 알 고 있어?”

“김홍집 대표라면… 협회장?”

“맞아.”

김흥집은 현직 제작자이자 한국영 화 제작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인물 이었다.

“어떤 사람이야?”

“소문이 별로 안 좋아.”

“왜 소문이 안 좋다는 거야?”

장준경이 대답했다.

“협회장을 맡고 난 후,제작자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서 일하기보단 사 리사욕을 채우는 데 집중한다는 소 문이 돌거든.” 한국영화 제작자협회.

영화 제작자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창설된 협회였다.

이규한 역시 한국영화 제작자협회 의 회원이었고,매달 일정 금액의 회비를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한국영화 제작자협회의 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홍집에 대해 서 이규한은 아는 것이 거의 없었 다. 그리고 이규한은 김흥집과 일면 식도 없는 사이였지만,약간의 거부

감을 갖고 있었다.

그 이유는 유명무실이란 표현이 어 울릴 정도로 한국영화 제작자협회가 제작자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서 나 서지 않기 때문이었다.

기존 투자사와 제작사의 수익 배분 비율은 7 대 3.

그렇지만 근래 들어 투자사와 제작 사의 수익 배분 비율이 8 대 2, 심 지어 9 대 1로 바뀌고 있었다.

즉,영화 제작자들에게 불리한 방 향으로 투자 계약이 체결되고 있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 제작 자협회의 협회장인 김흥집은 수수방

관하고 있었다.

“자리 보전이 목표인 건가?”

“협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으면 아무 래도 작품 제작에 유리하니까.”

“왜 유리하다는 거야?”

“김훙집 대표는 투자 배급사들과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거든. 플러스 미디어 알지?”

플러스 미디어는 함유철 대표가 세 운 영화 제작사.

이규한도 플러스 미디어에 대해서 는 알고 있었다.

일 년에 한 작품 이상씩 꾸준히 작품을 제작해서 개봉하고 있기 때 문이었다. 그리고 블루문 엔터테인 먼트에서 제작한 작품들의 흥행 성 적에는 미치지 못했지만,플러스 미 디어에서 제작해서 개봉한 작품들의 홍행 성적은 괜찮은 편이었다.

“갑자기 플러스 미디어 이야기는 왜 꺼내는 거야?”

그렇지만 이규한은 고개를 갸웃했 다.

장준경이 뜬금없이 플러스 미디어를 입에 올린 이유를 알지 못해서였다.

“플러스 미디어가 김흥집 대표와 연관이 있거든.”

잠시 후 장준경이 설명을 했지만, 이규한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김홍집 대표의 제작사는 투웨이 엔터테인먼트로 알고 있는데? 그리 고 투웨이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몇 년 동안 제작한 영화가 없는 걸로 알고 있고.”

“맞아. 투웨이 엔터테인먼트는 작 품 제작을 안 했어. 만약 작품 제작 을 하게 되면 안 좋은 소문이 돌 테니까.”

“안 좋은 소문?”

“김홍집 대표가 한국영화 제작자협 회장이라는 권한을 이용해서 투자 유치를 쉽게 받아 영화를 제작한다, 이런 안 좋은 소문이 돌 가능성이 높거든.”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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