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181화 (181/272)

181 화

병 주고 약도 준다 “개봉이 미뤄질 거라고?”

이규한의 대답을 들은 김덕원이 놀 란 표정을 지었다.

“확실한가?”

“네,확실합니다.”

“‘공범들’의 개봉일이 왜 미뤄지는 건가?”

“팀장님 덕분입니다.”

“내 덕분이라고?”

김덕원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을 지을 때,이규한이 덧붙였다.

“팀장님께서 ‘나를 사랑한 아저씨’ 의 초기 흥보를 잘해 주셔서 로터스 엔터테인먼트에서 겁을 먹었습니 다.”

“‘나를 사랑한 아저씨’가 무서워서 ‘공범들’의 개봉일을 뒤로 미뤘다는 뜻인가?”

“맞습니다.”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이규한 을 바라보던 김덕원의 눈이 커졌다.

“혹시 처음부터 이걸 노렸던 건 “‘공범들’이 개봉을 미루면 무주공 산이 될 거다,이렇게 판단했습니다. 다행히 제 계획대로 됐습니다.”

김덕원이 두 눈을 빛냈다.

“북소리를 요란하게 내 주십시오.”

이규한이 김대환 대표에게 부탁했 던 것이었다.

당시 김덕원은 그리 내키지 않았었 다.

‘나를 사랑한 아저씨’의 개봉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

그 시기에 흥보에 열을 올리는 것 은,홍보에 들인 돈과 노력에 비해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았기 때문이 었다.

그런데 이규한이 ‘나를 사랑한 아 저씨’의 개봉일이 많이 남은 시점임 에도 불구하고 홍보에 열을 올려 달 라고 부탁한 데는 이런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이었다.

‘내 예상보다 더 치밀하다?’

김덕원이 새삼스러운 시선을 던지 고 있을 때,이규한이 말했다.

“‘나를 사랑한 아저씨’의 흥보를 대작급으로 해 주십시오.” 제작비 규모가 큰 대작일수록 흥보 에도 돈을 많이 쓰기 마련이었다.

그렇지만 ‘나를 사랑한 아저씨’는 대작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일까.

대작급으로 홍보를 해 달라는 이규 한의 부탁을 들은 김덕원 팀장은 황 당하단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그렇게 해야 하나?”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말해 보게. 아니,날 설득해 보 게.”

“우선 경쟁작이 사라졌습니다. 무 주공산을 ‘나를 사랑한 아저씨’가 차지한 셈이니, 홍보만 제대로 된다 면 흥행작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입니다.”

“그런 이유만으로……

“아직 한 가지 이유가 더 남았습니 다.”

“뭔가?”

“궁지에 몰려 있는 한 사람을 살리 기 위해서입니다.”

9”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김대환 대표 님 말입니다.”

이규한이 말을 마치자마자,김덕원 이 미간을 찌푸렸다.

‘병 주고 약도 주겠다는 뜻이냐?’

이렇게 판단했기 때문이리라.

‘선택의 여지가 없을 거야.’

잠시 후,이규한이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김덕원은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김 대환 대표가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김덕원은 김대환 대표의 심복으로 알려져 있었다.

‘나를 사랑한 아저씨’가 흥행에 성 공해서 김대환 대표의 구명줄이 되 어 주길 당연히 바라고 있을 것이었 다.

‘복수보다 중요한 것은 실리.’

이규한은 이렇게 판단했다. 그래서 현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서 ‘나를 사랑한 아저씨’에게 유리한 방향을 찾은 것이었다.

“이 대표는 참… 겁이 없군.”

잠시 후,김덕원이 못마땅한 표정 을 지은 채 덧붙였다.

“세상이 계속 이 대표 뜻대로 흘러 갈 것 같은가?”

“그렇게 되진 않겠죠.”

“그런데?”

“제가 원래 뒤는 생각하지 않는 편 이라서 요.” “당장 내 앞에 있는 일을 최대한 잘하자,이게 제 신조입니다. 그래서 이런 방법을 찾아낸 것입니다.”

김덕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아직 남은 게 있나?”

“부탁드릴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또 뭔가?”

이규한이 대답했다.

“SNS 마케팅 전문가를 섭외해 주 십 시오.” “어떤 부탁을 하던가?”

서류에 결제를 마친 후 김대환이 물었다.

“‘나를 사랑한 아저씨’의 흥보를 대작급으로 해 달라고 했습니다.”

“훙보를 대작급으로 해 달라?”

“정정하겠습니다.”

“뭘 정정하겠다는 건가?”

“부탁을 한 게 아니었습니다. 반협 박을 하더군요. 무척 위험한 친구라 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규한과의 만남을 떠올리며 김덕 원이 대답했다.

“좀 더 자세히 말해 보게.”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와 배급을 맡았던 작품들이 잇따라 흥 행 참패를 기록하면서 대표님이 사 퇴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을 이용했습 니다. 대표님을 위해서라도 ‘나를 사랑한 아저씨’가 흥행에 꼭 성공해 야 한다,그러니 씨제스 엔터테인먼 트 측에서 흥보에 최선을 다하라고 했습니다.”

김덕원이 대화 내용을 요약해서 알 려 주자 김대환이 웃었다.

“상황 판단이 빨라. 역시 영리한 친구야.”

그래서 무척 위험하고요.’

김덕원이 속으로 소리칠 때,김대 환이 다시 물었다.

“그게 전부인가?”

“부탁을 하나 더 했습니다. SNS 마케팅 전문가를 섭외해 달라고 하 더군요.”

“SNS 마케팅 전문가?”

생소한 용어이기 때문일까.

김대환이 흥미를 드러냈다.

“왜 그런 부탁을 한 걸까?”

“트렌드에 민감한 친구입니다.”

“SNS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서 파급력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여기가 맛있는 집이다,SNS 유저들을 중심으로 이 런 입소문이 퍼지면 식당의 매출이 급상승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SNS 홍보 효과는 머잖아 미디어 쪽으로도 큰 파급력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예상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영화의 호불호에 대한 입소문이 빠르게 퍼 지는 셈이죠. 그래서 저희 홍보팀에 서도 내부적으로 SNS 마케팅에 대 한 사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규한 대표는 저희보다 한 발 더 빨리 움직인 셈입니다.”

“영화만 잘 만드는 게 아니라 흥보 에도 감각이 있다?”

김대환은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 다. 그러나 김덕원은 함께 웃을 수 없었다.

직접 대화를 나누었던 이규한에게 서 무척 위험하단 느낌을 받았기 때 문이었다.

“원하는 대로 해 주게.”

그때,김대환이 말했다.

“이규한 대표의 부탁을 다 들어주 란 말씀이십니까?”

“맞네.”

“하지만…… 김덕원이 난색을 표할 때 김대환이 덧붙였다.

“그 친구가 내 목숨 줄을 쥐고 있 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설마 자네 도 내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길 바라 는 것은 아니겠지?” 후릅. 후르릅.

자장면을 흡입하는 소리가 요란하 게 사무실에 울려 퍼질 때,틀어 놓 은 TV에서 광고가 홀러나왔다.

“약속했잖아. 지켜 주겠다고.” 피 묻은 바바리코트를 입고 권총을 든 손을 아래로 늘어뜨린 이성균이 말했다.

“아저씨,나의 아저씨.”

초췌한 몰골의 남지유가 이성균을 아련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깊어 가는 가을, 당신의 가슴을 따뜻하게 울릴 단 하나의 이야기. 당신을 위해 나의 아저씨가 달려갑 니다.”

“우웩.”

‘나를 사랑한 아저씨’의 TV 광고 가 끝난 순간,백진엽이 젓가락질을 멈추고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 “백 피디,표정이 왜 그래?”

“이건 너무하잖습니까?”

“뭐가?”

“당신을 위해서 나의 아저씨가 달 려간다는 멘트요. 설마… 대표님이 작성한 멘트는 아니죠?”

“내가 작성한 멘트야.”

이규한이 당당하게 대꾸하자,백진 엽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렇게 감각이 별로인데 대체 어 떻게 성공하셨을까요?”

“난 좋은데.” “진호 형 생각에는 어때요?”

“난 괜찮아. ‘나를 사랑한 아저씨’ 라는 작품 내용을 한 문장으로 딱 정리했잖아. 완벽한 로그라인이야.”

황진호의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다 음으로 김미주를 바라보았다.

“미주 씨 생각엔 어때?”

“저도 괜찮아요.”

그 대답을 들은 백진엽이 김미주에 게 못미더운 시선을 던졌다.

“진짜 괜찮아서 괜찮다고 대답한 겁니까?”

“그런데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닙니까?” “다른 이유요?”

“대표님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거짓말한 것 아닙니까?”

백진엽이 의심스러운 시선을 던지 며 질문하자,김미주가 코웃음을 치 며 대답했다.

“나 김미주예요.”

" ‘……?"

“내가 대표님 눈치를 볼 것 같아 요?”

“미주 씨가… 그럴 사람은 아니

백진엽도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한 지 꽤 시간이 흐른 시점.

그래서 김미주가 누군가의 비위를 맞출 정도로 유들유들한 성격이 아 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잠시 후,백진엽이 당혹스러운 표 정으로 다시 물었다.

“그럼 대체 왜 괜찮다고 한 겁니 까?”

“진짜 괜찮으니까요. 키다리 아저 씨는 여자들의 로망을 자극하거든 요.”

“키다리 아저씨? 그리고 로망이 김미주의 대답을 들은 백진엽이 두 눈을 치켜떴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죠?”

“미주 씨와 어울리는 단어들은 아 닌 것 같아서요.”

“자꾸 잊나 본데,나도 여자거든 요.”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조 용히 듣고 있던 이규한이 끼어들었 다.

“내가 보기엔 백 피디에게 문제가 있어.”

“제가 문제라고요?”

“그래.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는데 본인만 좋지 않다고 느끼는 것,대 중성과 괴리가 있다는 증거거든. 어 차피 우린 상업 영화를 제작하는 사 람들이기 때문에 대중성과 너무 거 리가 멀어져서는 안 돼.”

이규한이 백진엽에게 따끔한 충고 를 했을 때였다.

“그나저나 씨제스 엔터테인먼트가 대단하긴 하네요.”

김미주가 감탄한 표정으로 입을 뗐 다.

“뭐가 대단하단 거야?”

“‘나를 사랑한 아저씨’가 제작비가 백억이 넘는 대작도 아닌데 프라임 시간대 TV 광고까지 하고 있으니까 “씨제스 엔터테인먼트가 대단해서 가 아냐.”

“그럼요?”

“시기를 잘 탄 거지.”

블루문 엔터테인먼트가 ‘암살자, 보이지 않는 총구’라는 작품에 공동 제작사로 참여했던 이유.

이규한을 궁지로 몰아넣었던 씨제 스 엔터테인먼트 김대환 대표에게 복수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 시도는 또 다른 나비효 과를 만들어 냈다.

‘해적의 시대’의 흥행 부진으로 김 대환 대표가 사퇴 압박까지 받을 정 도로 궁지에 몰리면서 씨제스 엔터 테인먼트 측에서는 ‘나를 사랑한 아 저씨’의 흥행 여부가 무척 중요해진 것이었다.

그리고 이규한은 나비효과로 인해 발생한 예상치 못했던 상황을 철저 하게 이용하는 중이었고.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이규한의 설명을 들은 김미주가 이 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타이밍이 기가 막혔네요.”

이규한이 웃으며 덧붙였다.

“아직 끝이 아니야.”

“또 뭐가 있어요?”

“비장의 패가 하나 더 남았어.” 이규한이 덧붙였다.

“SNS 마케팅.”

이규한이 SNS에 마케팅에 흥미를 느낀 계기는 남지유의 SNS 팔로워 수가 수백만 명이라는 이야기를 듣 고 난 후였다.

그런 이규한이 떠올렸던 것이 음악 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음원 순위였 다.

‘떠나가다’라는 제목의 노래.

이규한이 무척 좋아했던 노래였다. 그리고 ‘떠나가다’는 싱어송라이터인 황재천이 발표한 노래였다.

음원을 발표한 지 약 6개월의 시 간이 흐를 동안 황재천이 부른 ‘떠 나가다’라는 노래는 인기를 얻지 못 했다.

그렇게 조용히 묻히는 듯했던 ‘떠 나가다’라는 노래는 역주행에 성공 하면서 결국 음원 순위 1위에 등극 하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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