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180화 (180/272)

180화

일석이조(一 石=鳥) “무슨 자신?”

“‘나를 사랑한 아저씨’라는 작품을 흥행시킬 자신이요.”

이규한이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자신 없어. 그렇 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 어느 작품보다 최선을 다했다 는 것.” 이규한이 대답을 마치고 아이스커 피를 한 모금 마셨을 때,권지영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뗐다.

“반반이었어요.”

“무슨 뜻이야?”

“이 대표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공 범들’의 개봉 일정을 뒤로 늦추는 것에 대해서 반반인 입장이었다는 뜻이에요. 어쩌면 빈 수레가 더 요 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 요.”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이규한이 희 미한 웃음을 머금었다.

“북소리를 요란하게 내 주십시오.” 이규한이 김대환 대표에게 했던 부 탁이 었다.

그 작전이 의도대로 어느 정도 먹 혀든 셈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

잠시 후,이규한이 묻자 권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생각이 바뀌었는데?”

이규한이 재차 질문하자 권지영이 대답했다.

“‘공범들’의 개봉 일자를 늦추는 쪽으로 바뀌었어요.”

‘전략이 먹혀들었다.’

이규한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렇지만 애써 겉으로 내색하지 않 으며 다시 물었다.

“왜 생각이 바뀌었어?”

“이규한 대표님 때문이죠.”

“나?”

“안유천과 김단비 작가를 한데 모 으고,블루문 엔터테인먼트를 이끌 고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사람,바로 이규한 대표님이니까요.”

권지영이 이규한과 시선을 마주한 채 덧붙였다.

“제가 알고 있는 이규한 대표님은 아군일 때는 더없이 든든하지만,적 으로 만나기는 두려운 분이거든요.”

“그럼 다음에는 적으로 만나지 말 자고.”

“저도 그러고 싶죠. 그렇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게 문제죠.”

권지영이 한숨을 내쉰 후 덧붙인 말을 들은 이규한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입을 뗐다.

“다시 아군으로 만나자.”

“혹시 준비하는 작품이 있으세요?”

권지영은 눈치가 빨랐다.

그녀가 흥미를 드러낸 순간,이규 한이 재빨리 대답했다.

“권 팀장도 이미 알고 있는 작품이 야.”

“뭐죠?”

“부산행 열차.”

“또 ‘부산행 열차’ 이야기세요?”

잔뜩 기대하고 있던 권지영이 표정 을 일그러트렸다.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지만,이규한 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런 반응이 돌아올 것을 어느 정 도 예상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와 지금은 달라.”

“무슨 뜻이에요?”

“권 팀장에게 ‘부산행 열차’라는 작품에 대해 처음 보여 줬을 때와 지금은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뜻 이야.”

<……?"

“‘워킹 데즈’라는 작품,권 팀장도 알지?”

‘워킹 데즈’는 좀비를 소재로 한 미국 드라마였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 었고,국내에서도 매니아층이 두터 운 편이었다.

“들어는 봤어요.”

시 입을 됐다.

“해외에서 극찬을 받고 있고,그 인기 덕분에 국내에서도 정식으로 방영될 거야. 케이블 채널에서 판권 을 구매했다고 하더라고. 이게 세상 이 변해서 좀비물도 통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지.”

“너무… 이르지 않을까요?”

“장르물의 경우는 선두 주자가 되 는 게 중요해. 지금 이런 소재의 장 르물을 제작하는 건 너무 이른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할 때가 가장 적기라는 뜻이지. 그래서 블루문 엔 터테인먼트에서 ‘부산행 열차’를 준 비하고 있는 거고.”

이규한의 설명을 들은 권지영이 두 눈을 가늘게 좁힌 채 말했다.

“그래도 아직은 너무 이르다는 생 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해외에서는 좀비물이 먹히고 있지 만 아직 국내에서는 안 먹힐 거다, 맞아?”

“네,

권지영이 대답한 순간,이규한이 기다렸다는 듯이 스마트폰을 꺼냈 다.

“이거 한번 봐.”

포털 사이트에서 웹툰이 연재되고 있는 장소를 찾아간 후,이규한이

스마트폰을 권지영에게 건넸다.

“웹툰이 네요.”

“그래.”

“몰랐는데 웹룬 좋아하시나 봐요?”

“좋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러 작품의 판권도 구입했지.”

금시초문이기 때문일까.

놀란 표정을 지은 채 권지영이 물 었다.

“그런데 이걸 왜 제게 보여 주시는 건데요?”

“인기 작품 순위를 봐.”

“인기 작품 순위요?”

이규한이 시키는 대로 인기 작품 순위를 확인하던 권지영이 두 눈을 빛냈다.

낯익은 제목의 작품을 발견했기 때 문이다.

“‘부산행 열차’가 4위네요. 여기서 연재하고 있는 ‘부산행 열차’라는 작품과 제가 알고 있는 ‘부산행 열 차’라는 작품이 같은 작품인가요?”

“맞아. 지금은 연재 초기라서 4위 지만,앞으로 연재가 더 진행되면 순위가 더 상승할 확률이 높아. 그 리고 내가 이걸 권 팀장에서 보여 준 이유는 국내에서도 좀비물이 먹 힌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어서였 확실한 증거를 보여 준 상황.

권지영은 반박하는 대신 다시 고민 에 잠겼다.

‘역시 효과가 있어.’

그 반응을 지켜보던 이규한이 희미 한 미소를 머금었다.

‘부산행 열차’의 시나리오를 웹툰 으로 연재한 것.

투자 배급사와의 협상 과정에서 국 내에서도 좀비물이 먹혀들 수 있다 는 것을 어필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이규한의 계산은 적중한 듯 보였다.

달라진 권지영 팀장의 반응이 그 증거였다.

그때 였다.

“어?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도 있네요.”

권지영이 인기 순위 1위에 올라 있는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를 발 견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권 팀장이 ‘은밀하면서도 위대하 게’라는 작품을 어떻게 알아?”

“하도 재밌다는 소문이 자자해서 판권을 구매해 볼까 고민했거든요.”

그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두 눈 을 빛내며 말했다.

“권 팀장, 너무 늦었다.”

“네?”

“판권 이미 팔렸거든.”

“그걸 이 대표님이 어떻게 알고 계 세요?”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의 판권을 샀던 게 나거든.”

이규한의 대답을 들은 권지영이 흥 미를 드러냈다.

“그 작품의 판권은 또 언제 사셨어 요?”

“판권 구입한 지 꽤 됐어.”

“하여간 적으로 만나기 두렵다니까 요.”

혀를 내두르던 권지영이 고개를 갸 웃했다.

“그런데 표현이 좀 이상하네요.”

“어떤 부분이 이상하다는 거야?”

“조금 전에 판권을 샀던 게 이 대 표님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럼 지금 은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의 판권 을 갖고 계시지 않다는 뜻인가요?”

‘예리하네.’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 권지영 의 날카로움에 속으로 감탄하며 이 규한이 대답했다.

“맞아. 판권을 넘겼어.”

“누구한테요?” “램프 엔터테인먼트 박태혁 대표에 게 넘겼어.”

“박태혁 대표님이요?”

권지영도 램프 엔터테인먼트 박태 혁 대표를 알고 있었다.

또,이규한과 박태혁 대표의 관계 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과속 삼대 스캔들’의 작업을 함께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의리도 있으시네요.”

감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권지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규한이 혀를 내밀어 입술을 축였다.

‘지금부터가 중요해.’ 빅박스 측에서 ‘은밀하면서도 위대 하게’라는 작품의 투자와 배급을 맡 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빅박스 측에서 한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수익 배분 비율.

빅박스 측에서 제시한 투자사와 제 작사의 수익 배분 비율이 8 대 2라 는 것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투자 배급사를 찾겠다 는 의사를 갖고 있었는데,마침 로 터스 엔터테인먼트 투자팀장인 권지 영이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라는 작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

를 꺼낸 상황이었다.

속된 말로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셈이었다.

“권 팀장.”

“말씀하세요.”

“아까 나를 적이 아니라 아군으로 만나고 싶다고 했지?”

“그랬죠.”

“기회를 줄게.”

“무슨 기회를 주신다는 거예요?” 이규한이 대답했다.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라는 작품 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에 투자를 해서 수익을 거두는 것.

투자 배급사 투자팀장의 주된 임무 였다. 그리고 이미 웹툰 원작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은밀하면서도 위 대하게’는 영화로 제작했을 때 흥행 가능성이 무척 높은 편이었다.

그런 작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 를 얻은 권지영 팀장이 흥미를 드러 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제 입장에서는 두 팔 벌려 환영이 죠. 그런데……

“그런데 뭐야?”

위대하게’의 판권을 램프 엔터테인 먼트 박태혁 대표에게 넘겼다고 말 씀하셨잖아요?”

“그랬지.”

“그럼… 램프 엔터테인먼트에서 제 작하는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라는 작품에 투자를 하라는 뜻인가요?”

이규한에게 질문을 던지는 권지영 팀장의 표정.

아까 이규한에게서 처음 투자 제의 를 받았을 때와는 달랐다.

“왜? 그건 싫어?”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 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들었으니까 “램프 엔터테인먼트는 못 믿는다?”

“아무래도 신뢰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죠.”

권지영에게서 바로 대답이 돌아온 순간,이규한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게 현실이지.’

램프 엔터테인먼트와 블루문 엔터 테인먼트가 그동안 쌓아온 필모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 이었다.

“걱정하지 마.”

“어떻게 걱정을 안 할 수가 있어

“블루문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 을 할 테니까.”

“공동 제작이요?”

“그래.”

“그럼 또 이야기가 달라지죠.”

권지영의 태도가 돌변했다.

희미하게 웃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 던 이규한이 말했다.

“그럼 고민해 보라고.”

“알겠어요.”

‘일석이조(一石그鳥).’

권지영과의 만남에서 원하는 것 이 상을 얻어 내는 데 성공한 이규한이 환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홍보팀 회의 실.

김덕원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는 이규한을 유심히 바라보았 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그 시선을 느낀 이규한이 물었다.

“여유가 넘치는군. 이 대표는 걱정 되지 않나?”

“뭐가 말입니까?”

“‘나를 사랑한 아저씨’라는 작품 말일세.”

(?

“나도 제작 시사회에 참석했었네.”

김덕원이 팔짱을 낀 채 말을 이었 다.

“신인 감독,신인급 여주인공 그리 고 제작비도 크지 않은 작품이야. 게다가 남주인공인 이성균은 대단한 티켓 파워를 갖춘 배우와는 거리가 멀지. 오히려 출연하는 작품마다 흥 행에 실패해서 투자 배급사에서 캐 스팅을 꺼리는 배우지. 한마디로 딱 히 내세울 게 없는 작품이란 뜻이 야. 그런 작품의 개봉을 코앞에 두 고 있는데 왜 자넨 이렇게 여유가 넘치는지 이해가 안 가서 말이지.”

“작품을 믿습니다.”

“작품을 믿는다?”

김덕원이 슬쩍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의 복수는 범죄가 아니다’에 서 ‘나를 사랑한 아저씨’로.

작품의 제목만 바뀐 것이 아니었 다.

시나리오 초고를 김덕원도 보았기 에 작품이 환골탈태 수준으로 많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나쁜 방향의 변화가 아니라 좋 은 방향으로의 변화였다는 것도.

그렇지만 “무조건 흥행이 확보되었 을 정도로 수작이냐?”는 질문을 던 졌을 경우,김덕원의 대답은 “아니 다.”였다.

“나도 제작 시사회에 참여해서 작 품을 봤네. 솔직한 감상평은 대단하 거나 압도적인 작품은 아니라는 것 이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

“그래서 영화계 비수기에 개봉을 결정한 것이고요.”

“하지만 경쟁작이 만만치 않네.”

“어떤 작품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로터스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와 배급을 맡은 ‘공범들’. 영화가 잘 빠 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더군.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여유가 있나?” 이규한이 대답했다.

“개봉이 미뤄질 테니까요.”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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