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164화 (164/272)

164화

대표실 점거 능성 스으옥.

세면대 앞에서 고양이 세수를 대충 마친 박상구가 언제 마지막으로 빨 았는지 기억도 안 나는 누런색 수건 으로 얼굴을 닦고 방으로 돌아왔다.

컴퓨터 앞에 앉은 박상구가 잠들기 전에 마감하고 올렸던 ‘은밀하면서 도 위대하게’ 연재분의 댓글을 읽기 시작했다.

-와아,진심 개재밌음.

-천재 작가의 탄생.

-작가 머리를 열어서 확인해 보고 싶다. 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연재분 아래 달려 있는 댓글들을 읽어 내려가던 박상구의 양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이제야 내 진가를 알아보는군.’

이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렇지만 독자들보다 먼저 웹룬 작가 박상구 의 진가를 알아봐 준 사람이 존재했 바로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이규한 대표였다.

-영화로 만들자. 이 작품은 무조건 영화로 만들어야 함.

웹툰 작품인 ‘은밀하면서도 위대하 게’를 무조건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 고 주장하는 댓글을 박상구가 막 읽 었을 때였다.

지이잉. 지이잉.

휴대 전화가 진동했다.

낯선 번호가 떠올라 있는 것을 확 인한 박상구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를 연재하 고 계신 박상구 작가님 전화가 맞습 니까?”

“그런데요. 누구시죠?”

“저는 투자 배급사 빅박스 투자팀 에서 근무하는 구성훈이라고 합니 다.”

‘빅박스 투자팀 직원 구성훈?’

박상구는 웹툰 작가.

그래서 영화판에 대해서는 잘 몰랐 다.

그렇지만 빅박스라는 투자 배급사 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이 있었다.

‘빅박스 투자팀 직원이 왜 내게 전

화를 건 거지?’

박상구가 고개를 갸웃한 순간,구 성훈이 본론을 꺼냈다.

“제가 이렇게 연락을 드린 이유는 현재 작가님께서 연재하고 계신 ‘은 밀하면서도 위대하게’라는 작품의 영상화 판권을 구입하고 싶어서입니 다.”

“판권 구입이요?”

“네,그렇습니다.”

만약 예전이었다면?

박상구는 자신이 연재하던 ‘은밀하 면서도 위대하게’라는 작품의 판권 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이규한을 만나서 ‘은 밀하면서도 위대하게’의 판권을 판 매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당황하 거나 흥분하지 않았다.

‘한발 늦었습니다.’

속으로 생각하던 박상구가 호기심 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다.

“제 작품의 판권을 얼마에 사시려 는 겁니까?”

“직접 만나 뵙고 조율을 하겠지만, 일단 판권을 구입하는 대가로 오백 만 원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백만 원?’

박상구가 눈살을 찌푸렸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이규한 대표 는 이천만 원에 ‘은밀하면서도 위대 하게’의 판권을 구입했다.

‘진짜 양심적인 사람이었네.’

빅박스 투자팀 직원인 구성훈이 고 작 오백만 원에 ‘은밀하면서도 위대 하게’ 판권을 구입하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박상구는 새삼 이규한 대 표가 양심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박상구가 눈살을 찌푸린 데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의 판권을 고작 오백만 원에 구입하겠다는 의 사를 밝히는 구성훈의 목소리.

마치 선심이라도 쓰는 듯한 뉘앙스 였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빈정이 팍 상한 박상구 가 대답했다.

“안 팝니다.”

“네?”

“판권 안 판다고요.”

박상구가 판권을 팔지 않겠다는 의 사를 밝힌 순간, 구성훈이 물었다.

“왜 판권을 안 파시겠다는 겁니 까?”

“너무 싸서 안 팔 겁니다.”

“오백만 원으로 부족하단 겁니까?” “당연하죠.”

“그럼 육백만 원에 파시죠?”

구성훈이 재차 제안한 순간,박상 구가 버럭 소리쳤다.

“이 사람이 누굴 거지로 아나?” ‘백기원 팀장이 날 만나자고 한 이 유가 대체 뭘까?’

이규한이 고민에 잠겼다.

빅박스는 메이저 투자 배급사 가운 데 하나.

그렇지만 이규한이 대표로 재직하 고 있는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와는 전혀 연이 없었다.

함께 작업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 이었다.

“아닌가?”

잠시 후,이규한이 고개를 흔들었 다.

굳이 찾자면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와 빅박스 사이에도 인연이 있었다.

그렇지만 선연이 아니라 악연이었 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가 ‘베테랑들’ 이란 작품의 공동 제작자로 참여하 는 과정에서 초기 투자를 했던 빅박 스와 관계가 틀어졌었다.

비록 이규한이 직접 전면에 나서지 는 않았지만, 백기원 팀장도 그 과 정에 이규한이 관여했다는 것을 모 를 정도로 허술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서로 불편한 사이임에도 불 구하고,백기원 팀장이 먼저 연락해 서 이규한에게 만남을 청한 것이었 다.

“모르겠다.”

그 이유에 대해 좀 더 고민하던 이규한은 일단 사무실 안으로 들어

갔다.

“나 왔어.”

이규한이 김미주에게 인사하고 대 표실로 들어가려 했다. 그렇지만 대 표실의 문이 열리지 않았다.

“왜 이래?”

문이 잠겼다는 사실을 알아챈 이규 한이 당황했다.

“미주 씨,문이 안 열려.”

“저도 알아요.”

“응?”

“백 피디가 들어가서 문을 잠갔어 요.” 김미주의 설명을 들은 이규한이 의

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백 피디가 대표실에 들어가 있 어?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블루 문 엔터테인먼트 대표로 승진이라도 한 거야?”

“그게 가능해요?”

“당연히… 불가능하지. 그런데 왜 백 피디가 대표실에 들어가 있는 건 데?”

“농성 중이에요.”

“농성?”

김미주가 부연 설명을 했다.

“일종의 점거 농성이죠.”

“점거 농성이라……

그 말을 작게 되뇌던 이규한이 고 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학생들이 요구 조건을 관철하기 위해서 총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다는 뉴스를 일전에 본 적이 있 었다.

지금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대학에서 벌어졌던 점거 농성과 비슷한 면이 존재했다.

‘하여간 평범치 않아.’

잠시 후,이규한이 실소를 터트렸 다.

해서 대표실을 점거하고 농성하는

것.

보통 사람은 실천으로 옮기기 어려 웠다.

그래서 백진엽이 역시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하며 이규한 이 대화를 시도했다.

“백 피디,이 문 열어.” “문 열고 얼굴 마주하고 얘기하자 고.”

이규한이 소리쳤지만,대표실을 점 거하고 있는 백진엽은 잠군 문을 열 지도 않았고 대답도 없었다.

한숨을 푹 내쉰 이규한이 다시 입 을 떴다.

“백 피디,잘 들어. 대학생들이 총 장실을 점거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 는 것 같은데 엄연히 다른 점이 있 어.”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반응이 돌아 왔다.

“뭐가 다른데요?”

백진엽이 뚱한 목소리로 질문하자 마자 이규한이 대답했다.

“두 가지가 달라. 우선 네가 대학 생이 아니라는 거지. 자꾸 깜박하는 것 같은데, 넌 내게서 월급을 받고 있는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직원이 야.”

“나머지 하나는요?”

“대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하는 이 유는 총장을 만나서 대화를 원하기 때문이야. 총장이 자꾸 대화를 피하 기 때문에 총장실 점거라는 극단적 인 방법을 쓴 거지. 그렇지만 넌 언 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나와 대화할 수 있잖아?”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걸까.

딸칵.

백진엽이 대표실의 잠금장치를 해 제했다. 그제야 대표실 안으로 들어 간 이규한이 백진엽과 얼굴을 마주

한 채 물었다.

“뭐가 불만이야? 월급이 적어?”

“제가 일하는 것에 비해서 많은 월 급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양심은 있네.”

픽 웃은 이규한이 다시 물었다.

“그럼 대체 뭐가 불만이어서 점거 농성까지 벌인 거야?”

“약속을 안 지키시니까요.”

“무슨 약속?”

“‘부산행 열차’를 제작하겠다는 약 속이요.”

백진엽이 불퉁한 표정으로 꺼낸 대 답을 들은 이규한이 입맛을 껍 다셨

블루문 엔터테인먼트로 영입할 때, ‘부산행 열차’를 빠른 시일 안에 꼭 제작하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아직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것 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규한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꾸준히 투자를 받기 위해서 시도했 지만, 여러 투자사들에게 거절을 당 했기 때문에 제자리걸음인 상태였 다.

“나도 노력하고 있다는 것, 백 피 디도 알잖아?” “덜하셨죠.”

“응?”

“‘부산행 열차’는 뒤로 미뤄 두고 자꾸 다른 작품 제작에 나서지 않습 니까?”

순간 이규한의 말문이 막혔다.

‘베테랑들’과 ‘나를 사랑한 아저씨’, 그리고 ‘암살자,보이지 않는 총구’ 까지.

이규한이 의도치 않게 제작에 참여 한 작품들이었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직원인 백진 엽은 그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에 불만이 폭발한 것이었다.

“약속 지킬게.”

이규한이 한숨을 내쉬며 백진엽을 달랬다.

“말로만요?”

“진짜 약속 지킬 거야.”

“제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겁니 다. 그리고 계속 약속을 안 지키면 다시 대표실을 점거하고 농성할 겁 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이렇게 쉽게 문을 열어 드리지 않을 겁니다.”

백진엽이 단단히 엄포를 늘어놓았 다.

“무섭네.”

본심과는 다른 말을 꺼내면서 이규

한이 머리를 긁적였다.

‘때가 되긴 했어.’

이규한의 기억 속 ‘부산행 열차’의 개봉 년도는 2016년.

빨리 투자를 받아서 촬영에 들어가 야만 개봉 일자를 엇비슷하게 맞출 수 있었다.

그렇지만 문제는 거의 대부분의 투 자 배급사들이 ‘부산행 열차’에 투 자하는 것을 꺼린다는 점이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이규한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 였다.

지이잉. 지이잉.

휴대 전화가 진동했다.

“박 작가님,오랜만입니다.”

전화를 건 게 박상구 작가임을 확 인한 이규한이 반갑게 전화를 받았 다.

“좋아합니다.”

박상구 작가가 불쑥 말했다.

예상치 못했던 고백을 들은 이규한 이 당황했다.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의 판권을 구입하기 위해서 박상구 작가를 만 난 후,이번이 처음으로 통화를 하 는 것이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통화를 하는 상황인데 다짜고짜 좋아한다는 고백을 하니 어찌 당혹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존경합니다.”

그때,박상구 작가가 덧붙였다. 그제야 이규한이 물었다.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 니까?”

“이규한 대표님이 아주 좋은 분이 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거든요.”

“왜 그 사실을 새삼 깨달으신 겁니 까?”

“나쁜 놈들을 만났거든요.”

‘나쁜 놈들?’

박상구 작가가 통화 중에 꺼내 놓 는 이야기.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역시 작가들이란.’

그래서 이규한이 속으로 한숨을 내 쉬었을 때,박상구 작가가 다시 입 을 뗐다.

“빅박스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투자 배급사 빅박스요?”

“네,거기인 것 같습니다.”

“빅박스에서 왜 박 작가님에게 연 락을 한 겁니까?”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의 판권을 구입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잠시만요.”

이규한이 양해를 구한 후,컴퓨터 앞에 앉았다. 포털사이트에 접속한 이규한이 웹툰을 연재하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1 위구나.’

웹툰 인기 순위에서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가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규한이 축하 인사 를 건넸다.

“연재 성공하셨네요.”

“전부 이 대표님 덕분입니다.”

“제 덕분이라고요?”

“그때 이 대표님이 절 믿고 고가에 판권을 구입해 주신 덕분에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 이 었습니 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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