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163화 (163/272)

163화

작품을 고르는 안목 (2) “물론,영화를 찍고 싶습니다. 그런 데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성균이 두 눈을 빛내며 대답했 다.

“왜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출연했던 작품들이 흥행 부 진을 겪었으니까요.” 자,이규한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왜 일까요?”

“네?”

“왜 이성균 씨가 출연한 작품들의 흥행이 부진했을까요?”

“그건… 제 연기가 부족했기 때문 이겠죠.”

“또 다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십 니까?”

“…제 티켓 파워가 약해서일 겁니 다.”

이성균이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 다.

충분히 불쾌할 수도 있는 질문들이

었지만,그는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 고 있었다.

“저는 이성균 씨와 생각이 조금 다 롭니다.”

“어떻게 다르다는 겁니까?”

“이성균 씨가 그동안 출연했던 작 품들이 흥행 부진을 겪은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규한이 덧붙였다.

“작품을 고르는 눈이 없었습니다.”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던 이규 한이 고개를 돌렸다.

‘나를 사랑한 아저씨’의 시나리오 책을 읽고 있는 이성균은 무척 집중

하고 있었다.

어느덧 마지막 장을 넘긴 이성균이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하신 겁니까?”

“제가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귀한 시간을 허비하셨으니까요.”

이성균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규한은 ‘나를 사랑한 아저씨’의 시나리오 책을 건네며 천천히 읽어 보라고 제안했다. 그렇지만 이성균 은 지금 꼭 읽어 보고 싶다고 고집 을 피웠다.

을 드러낸 이유였다.

“시간 낭비가 아닙니다. 이것 역시 제 일이니까요.”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 다.”

“그럼 본격적으로 작품에 대해 이 야기를 해 볼까요? 어떻게 보셨습니 까?”

“재밌네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이성균에게 서 대답이 돌아왔다.

“만약 이대로 영화를 촬영하고 개 봉하면 예상 관객수는 얼마나 들 것 같습니까?”

이번에는 어려운 질문인 걸까.

이성균이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잠 시 고민한 후 대답했다.

“최소… 사백만은 들 것 같습니 다.”

그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쓰게 웃 었다.

그 반응을 확인한 이성균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웃으십니까?”

“틀렸거든요.”

이규한이 대답했다.

‘1,454,427명.’

‘우리의 복수는 범죄가 아니다’에 서 ‘나를 사랑한 아저씨’로 제목을 바꾸고,남지유가 출연 확정을 한 현재까지의 예상 관객수였다.

이성균의 예상과 약 250만 명 이 상 차이가 났다.

“이게 이성균 씨가 작품을 보는 눈 이 없다는 증거로군요.”

이규한이 덧붙인 이야기를 들은 이 성균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제 안목에 문제가 있군요.”

“네,문제가 있습니다.”

“그럼 영화 출연은 포기해야겠군 요. 다시 어렵게 출연 기회를 잡는

다 해도 흥행에 실패할 테니까요.”

이성균의 표정이 어둡게 변한 순 간,이규한이 고개를 흔들었다.

“저와 함께 돌아가시죠.”

“네?”

“작품은 제가 고르겠습니다. 작품 을 보는 안목은 있는 편이니까요.”

이규한이 힘주어 말한 순간,이성 균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동안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했던 작품들이 대부분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목소리로 물었다.

“그 말씀은 제게 영화계로 복귀할 기회를 주시겠다는 뜻입니까?”

“원하신다면요.”

“당연히 원합니다.”

이성균이 잠시의 지체도 없이 대답 하는 것을 들은 이규한이 질문했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편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보다 수익 면에서는 더 낫지 않습니까?”

이성균의 정확한 회별 출연료까지 는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비슷한 수준의 배우들이 받는 출연료를 통해 유추한다면 대 략 삼천만 원 선일 가능성이 높았 다.

미니 시리즈의 경우 보통 16부작.

이성균은 미니 시리즈 한 작품에 출연하면 대략 오억 원 정도의 수익 을 거둘 수 있는 셈이었다.

반면 영화 쪽은 톱배우만이 오억 정도의 개런티를 받을 수 있었다.

단순 비교를 한다면 미니 시리즈 한 편에 출연하는 것이 영화에 출연 하는 것보다 수익 면에서 더 나은 셈이었다.

그래서 이규한이 의아한 시선을 던 지고 있을 때,이성균이 입을 뗐다.

“분명 수익 면만 놓고 보자면 드라 마에 출연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렇 지만 저는 영화에 다시 출연하고 싶 습니다.”

“왜 입니까?”

“한이라고 표현하면 될까요?”

“한". 이요?”

“제 배우 인생 필모에 남을 좋은 작품에 꼭 한 번 출연하고 싶습니 다. 또,이성균이 출연해도 영화가 흥행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 니다.”

이성균의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속 으로 쾌재를 불렀다.

‘돈보다는 명예다.’

현재 이성균이 갖고 있는 생각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본론을 꺼낼 때가 됐다.’

이렇게 판단한 이규한이 다시 입을 뗐다.

“제가 이성균 씨를 만나자고 한 이 유는 함께 작업을 하고 싶어서입니 다. 개인적으로 팬일 정도로 이성균 씨의 연기를 좋아하거든요. 그렇지 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입니까?”

“우선 개런티를 많이 드리지 못합 니다. 그래서 저는 런닝 개런티를

가능한 많이 걸고 싶습니다.”

“작품이 흥행하면 수익을 많이 거 둘 수 있다는 뜻이로군요.”

“맞습니다,일단 보시죠.”

이규한이 미리 준비해 온 계약서를 건넸다.

그 계약서를 신중하게 살피던 이성 균이 슬쩍 눈살을 찌푸리는 것이 보 였다.

‘너무 적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 반응을 확인한 이규한의 살짝 어두워진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습니까?”

이성균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조금 미루겠 습니다. 나머지 하나의 문제에 대해 서 듣는 게 우선일 것 같으니까요.”

옳은 지적이란 생각이 들어서 이규 한이 다시 입을 뗐다.

“또 하나의 문제는 여자 주인공이 신인이란 겁니다.”

“신인이요? 누굽니까?”

“남지유입니다.”

“남지유라면… 가수요?”

“맞습니다.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 연한 적은 있지만,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신인이라고 말씀드린 겁니

이규한이 설명을 마치며 이성균의 반응을 살폈다.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네요.”

“어떤 부분이 부담이 되시는 겁니 까?”

“만약, 이 작품에 출연한다면 제 책임이 더 무거워지니까요.”

그의 말대로였다.

‘나를 사랑한 아저씨’가 개봉 후 흥행에 성공한다면?

신인 여배우인 남지유를 이끌어 준 이성균에게 찬사가 쏟아질 터였다.

이성균이 흥행 실패에 대한 책임을 오릇이 지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게 이성균이 부담스럽다고 표현 한 이유.

그리고 톱배우들이 급을 따지면서 신인 배우와 함께 작업하는 것을 꺼 리는 또 하나의 이유였다.

‘어려운 건가?’

이규한의 표정이 굳어졌다.

대화의 분위기상 이성균을 ‘나를 사랑한 아저씨’에 캐스팅하는 것이 어려울 거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

그때,이성균이 아까 미뤘던 대답 을 꺼냈다.

“하겠습니다.”

“저와 함께 작품을 해 보시겠다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대답.

그래서 희미한 웃음을 머금고 있는 이성균에게 이규한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출연하시기로 결정하신 겁니 까?”

“부담이 크긴 하지만,그 점이 오 히려 도전 욕구를 불태우네요. 그리

고 이규한 대표님을 믿기 때문입니 다.”

“저를요?”

“이규한 대표님이라면 이번 작품을 흥행시켜서 금전적인 보상도 해 주 실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결정했습 니다.”

“그렇군요.”

이성균에게서 ‘나를 사랑한 아저 씨’에 출연하겠다는 확답을 받아 낸 상황.

이규한의 입장에서는 최상의 시나 리오였다.

자신을 믿고 출연을 결정한 이성균 의 신뢰에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감 이 양어깨를 짓눌렀기 때문이었다. ‘날 믿어 준 사람들에게 보답하자.’

이규한이 속으로 각오를 다질 때, 이성균이 웃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지금 제가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거든요.” “큰 틀은 대충 짜여졌다.”

이성균이 먼저 떠나고,커피 전문

점에 혼자 남겨진 이규한이 백팩에 서 ‘나를 사랑한 아저씨’의 시나리 오 책을 꺼냈다.

제목을 변경했고,각색을 거쳤고, 남녀 주연까지 정해진 상황.

아직 가야 할 길이 좀 더 남아 있 긴 했지만,흥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요인들은 정해진 셈이었다.

감정을 해 볼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규한이 펜을 들었다.

-남자 주인공: 이성균.

한이 시나리오 책을 들어 올렸다.

-2,230,765.

잠시 후, 눈앞에 떠오른 숫자를 확 인한 이규한의 표정이 밝아졌다.

“또 틀렸네.”

이규한이 웃으며 혼잣말을 더했다.

“티켓 파워,있네,”

아까 이성균은 본인이 출연했던 영 화가 흥행 부진을 겪었던 원인이 티 켓 파워가 부족해서라고 자책했었 다.

1,454,427에서 2,230,765로.

이성균이 남자 주인공으로 합류한 후,‘나를 사랑한 아저씨’의 예상 관 객수는 약 80만 명 가까이 늘어 있 었다.

즉,이성균이 발휘한 티켓 파워가 80만이라는 뜻이었다.

물론,단순 계산을 하는 것은 불가 능했다.

이성균과 남지유의 케미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영화계로 돌아와 한 을 풀려는 이성균의 강한 의지도 이 런 감정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터였 다.

‘옳은 선택이었어.’

중요한 것은 이성균은 ‘나를 사랑 한 아저씨’에 캐스팅한 것이 틀리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더 기쁜 점은 손익 분기점 을 훌쩍 넘겼다는 것이었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

그러나 이규한은 아직 만족하지 못 했다.

‘나를 사랑한 아저씨’를 흥행시켜 서 더 많은 수익을 거두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안유천과 김단비 작가,그리고 이 성균까지.

그들은 모두 런닝 개런티 계약을 맺었다.

영화 제작자 이규한을 믿었기에 런 닝 개런티 계약을 맺었던 이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 주고 싶은 것이었 다.

“흥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 가운데 남은 게 뭐가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개봉 시 기였다.

그렇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단 생각 이 들었다.

“또 다른 변수를 찾아야 해.”

이규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를 사랑한 아저씨’가 개봉하기 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 다.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지이엉. 지이잉.

그때,휴대 전화가 진동했다.

액정에 떠올라 있는 것은 낯선 번 호였다.

“여보세요?”

이규한이 전화를 받자,투박한 목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이규한 대표 전화가 맞소?”

“그렇습니다만,누구시죠?”

“백기원이라고 하오.”

전화를 건 남자는 달랑 이름 석 자만 밝혔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바로 남자의 정 체를 알아첼 수 있었다.

‘빅박스 투자팀장 백기원이 내게 왜 전화를 건 거지?’

이규한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을 때, 백기원이 덧붙였다.

“우리 한번 만납시다.”

1억 관객 제작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