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화
사기꾼 제작자 (2) “듣고 나니 이제 속이 시원해?”
“반대입니다.”
“응?”
“오히려 가슴이 더 답답해졌습니 다.”
안유천의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픽 하고 실소를 터트렸을 때였다.
졌습니다.”
“대체 서운한 게 왜 그렇게 많아?” “이 대표님도 잘 아시겠지만,저와 단비는 업계 톱클래스 작가입니다.”
“그래,톱클래스 작가님들이자 쌍 천만 작가님들에게 제대로 각색료를 지불하지 못하고 도와달라고 해서 나도 많이 미안해하고……
“그런 뜻이 아닙니다.”
“그럼?”
“저희가 지금의 위치까지 오른 데 는 이 대표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이 대표님이 아니었다면 저희는 여 전히 무명작가로 남아 있었을 가능 성이 높으니까요. 그런데 저희가 이 대표님이 곤경에 처했는데,모른 척 할 정도로 의리가 없다고 판단하신 겁니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처음부터 솔직히 상황을 알려 주 셨다면 좋았다. 이 말씀입니다. 저희 도 대표님께 진 빚을 갚을 기회는 주셔야죠.”
“그러니까… 이천만 원에 각색을 맡겠다는 뜻이야?”
“아니요.”
“그럼?”
“그냥 해 드리겠습니다.”
안유천이 씨익 웃으며 대답하는 것 을 들은 이규한이 두 눈을 크게 떴 다.
“진심이야?”
“당연히 진심이죠.”
안유천의 진심을 알게 된 순간,일 단 고마웠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고개를 흔들었 다.
“그건 안 돼.”
“왜 안 된다는 겁니까?”
“내 양심이 허락하질 않거든.”
“사기꾼 제작자가 되고 싶지는 않 아. 그냥… 다른 작가를 찾을게.”
김단비 작가에게 ‘우리의 복수는 범죄가 아니다’의 각색을 맡기려 했 던 것.
너무 과한 욕심이었다는 생각이 들 었다.
이천만 원이라는 예산에 어울리는 신인 작가를 찾는 게 맞다고 이규한 이 막 판단을 내렸을 때였다.
“그건 안 됩니다.”
이번에는 안유천이 반대 의사를 피 력했다.
“왜 안 된다는 거야?”
“겨우 찾아온 기회이니까요. 아니, 어쩌면 이번이 이 대표님에게 빚을 갚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으니까 저희도 놓칠 수 없습니 다.”
안유천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강경한 안유천의 표정을 확인한 이 규한이 물었다.
“그럼 어쩌자는 거야?”
“이렇게 하시죠. 저희가 돈을 안 받고 각색을 하겠습니다.”
“아까 그건 분명히 안 된다고
료를 안 받는 대신 지분 계약을 해 주세요.”
“지분 계약?”
“영화가 개봉한 후에 흥행에 성공 하면 저희도 각색료보다 더 많은 수 익을 올릴 수 있으니까요.”
안유천이 꺼낸 제안.
이규한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또,작가들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제안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한 가지 함정이 존재했 다.
다’라는 작품이 개봉 후 손익 분기 점을 넘기지 못하는 흥행 결과표를 받게 된다면?
지분 계약을 맺은 작가들이 한 푼 도 받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만약,진짜 이 바닥에 넘치고 넘치 는 양아치나 다름없는 제작자라면?
이 사실을 밝히지 않을 것이었다.
이게 웬 떡이냐는 생각을 하면서 냉큼 이 제안을 받아들였으리라.
그렇지만 이규한은 양심상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이규한이 다시 입을 뗐다.
다’라는 작품이 개봉 후 손익 분기 점을 넘기지 못하는 흥행 결과표를 받게 된다면?
지분 계약을 맺은 작가들이 한 푼 도 받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만약,진짜 이 바닥에 넘치고 넘치 는 양아치나 다름없는 제작자라면?
이 사실을 밝히지 않을 것이었다.
이게 웬 떡이냐는 생각을 하면서 냉큼 이 제안을 받아들였으리라.
그렇지만 이규한은 양심상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이규한이 다시 입을 뗐다.
물었다.
“김 작가 생각도 같아?”
“네,같습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돌아온 대답 을 듣고 이규한이 놀랐을 때,안유 천이 어깨를 으쪽하며 물었다.
“이제 됐죠?”
“어떻게 김 작가도 같은 생각일 거 라고 확신했어?”
“신뢰죠.”
“신뢰?”
“내가 선택한 사람이라면,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이 대 표님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또 이 대표님에게 빚을 갚 고 싶어 할 것이다. 이런 믿음을 갖 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유천이 꺼낸 대답을 들은 이규한 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입을 뗐다.
“부럽네.”
“네?”
“처음으로 네가 부럽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굳건한 동료이 자 동반자를 만나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안유천에게 처음으로 부러 움을 느낀 것이었다.
그때,안유천이 물었다.
“첫 번째 문제는 해결된 것 같고, 나머지 하나의 문제는 뭡니까?”
“두 번째 문제는 ‘우리의 복수는 범죄가 아니다’라는 작품이 흥행할 가능성이 무척 낮다는 거야.”
이규한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안유천과 김단비 작가도 경력이 쌓 인 만큼,지분 계약을 할 경우 작품 이 손익 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면 각 색료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안유천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그런 그가 잠시 후 말했다.
“진짜 이상하네요. 내가 알던 이 대표님이 아닌 것 같아요.”
“무슨 뜻이야?”
“천재 제작자께서 왜 이렇게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시는 겁니까?”
“그건……
“저희는 이 대표님을 믿습니다. 이 대표님이라면 무조건 이번 작품을 흥행시킬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는 뜻입니다.”
빈말이 아니었다.
안유천과 김단비가 자신을 바라보 는 시선에는 조금의 의심도 담겨 있 지 않았다.
그 시선들을 마주한 순간,이규한 은 반성했다.
‘그래,이건 나답지 않아.’
20,857명.
감정을 통해서 ‘우리의 복수는 범 죄가 아니다’라는 작품의 예상 관객 수를 확인한 후,가슴이 답답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손익 분기점을 넘 기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지금 그 생각이 바뀌었다.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의 복수는 범죄가 아니다’라 는 작품이 홍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혼자가 아냐!’
예전과는 달랐다.
지금 이규한의 곁에는 좋은 동료들 이 많았다.
당장 업계 톱클래스 작가들인 안유 천과 김단비부터 마치 자신들의 일 처럼 발 벗고 나서서 이규한을 도와 주려 하고 있지 않은가.
‘해 보자.’
해서 이규한이 각오를 재차 다졌을 때,안유천이 물었다.
“그나저나 계속 당하고 계실 건 아 니죠?”
“그게 무슨 소리야?”
“복수해야죠.”
“누구한테 복수를 해?”
“이 대표님을 작정하고 궁지로 몰 아넣은 사람에게 복수해야죠.”
‘복수라.’
이규한이 두 눈을 빛냈다.
‘우리의 복수는 범죄가 아니다’의 공동 제작자로 참여하게 된 과정이 워낙 급작스럽게 진행됐다. 그래서 어떻게 이 작품을 손익 분기점을 넘 길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서 고민하느라 다른 것을 생각할 여 유가 없었다.
그렇지만 안유천의 이야기를 들은 순간,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복수에 대한 의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이대로 당하기만 하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
이규한이 속으로 생각하며 두 눈을 빛냈을 때,안유천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제야 내가 알던 대표님 같네 요.”
안유천과 김단비.
두 명의 작가가 ‘우리의 복수는 범 죄가 아니다’라는 작품의 각색을 맡 기로 결정했다.
“스타트는 잘 끊었어.”
영화는 기다림의 예술.
이규한 혼자 마음이 급해서 앞서간 다고 해서 일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 이 아니었다.
모든 것에는 단계가 있는 법이었 다.
까지 기다려야 할 때였다.
덕분에 여유가 조금 생기자,이규 한은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김대환 대표에게 복수를 할 준비를 시작했 다.
그 준비의 첫 단계는… 공부였다.
NEXT 엔터테인먼트 인근에 위치 한 고깃집.
지글지글.
돼지갈비가 맛있는 소리를 내면서 익어 가고 있었지만,NEXT 엔터테
인먼트 투자팀장인 김태훈은 젓가락 을 들지 않았다.
연신 앞에 놓인 소주잔만 비우고, 다시 채우기를 반복했다.
“왜 그렇게 급하게 드세요?”
이규한이 묻자,김태훈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스스로에게 벌을 주고 있는 거 야.”
“무슨 벌이요?”
“굴러온 복을 제 발로 걷어찼으니 벌 받을 만하잖아.”
?
‘변호사’ 말이야.:
김태훈이 덧붙인 이야기를 들은 이 규한이 비로소 말뜻을 이해했다.
NEXT 엔터테인먼트 투자팀장이었 던 김태훈은 ‘변호사’라는 작품에 투자할 기회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 는 굴러온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찼 다.
그런데 ‘변호사’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흥행에 성공했다.
그것도 중박이 아닌 대박 흥행이었 다.
1,225만여 명.
‘변호사’의 최종 관객수였다.
않을 수 있을까.
“내가 해태 눈이었다. 아니,해태 눈깔만도 못한 눈을 달고 있었어.”
자책을 이어 가던 김태훈이 이규한 의 손을 덥석 잡았다.
“고맙다.”
“갑자기 뭐가요?”
“못난 형을 다시 만나 줘서.”
이규한이 픽 하고 웃으며 대답했 다.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영화 인생 무척 기니까요.”
“그래,다시는 이 대표를 의심하지 않을게.”
각오를 다지던 김태훈이 소주잔을 들며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날 찾아왔어? 못난 형을 위해서 위로주라도 사 주 려고 찾아온 거야?”
“겸사겸사요.”
“겸사겸사?”
“위로주도 사 드리고,궁금한 것도 있어서 찾아왔어요.”
이규한이 단순히 위로주를 사기 위 해서 찾아온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 을 갖고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아챈 김태훈이 두 눈을 빛내며 물었다.
“뭐가 궁금한데?”
“‘암살자,보이지 않는 총구’의 진 행 상황이요.”
벌컥.
김태훈은 바로 질문에 대답하는 대 신,소주잔부터 집어 들었다.
단숨에 잔을 비운 후 깊은 한숨을 내쉬는 김태훈의 모습을 확인한 이 규한은 NEXT 엔터테인먼트에서 투 자와 배급을 맡은 대작인 ‘암살자, 보이지 않는 총구’의 진행이 순탄치 않다는 사실을 눈치첼 수 있었다.
그런 이규한의 예상은 적중했다.
“‘암살자,보이지 않는 총구’의 진 행 상황이요.”
벌컥.
김태훈은 바로 질문에 대답하는 대 신,소주잔부터 집어 들었다.
단숨에 잔을 비운 후 깊은 한숨을 내쉬는 김태훈의 모습을 확인한 이 규한은 NEXT 엔터테인먼트에서 투 자와 배급을 맡은 대작인 ‘암살자, 보이지 않는 총구’의 진행이 순탄치 않다는 사실을 눈치첼 수 있었다.
그런 이규한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런데 왜?”
“복수를 준비 중이거든요.”
이규한이 대답하자,김태훈이 재차 의아한 시선을 던졌다.
“무슨 복수? 누구한테 복수하려는 건데?”
“복수할 대상이 있습니다.”
“설마… 나는 아니지?”
“당연히 아니죠.”
“다행이네.”
안도한 표정을 짓는 김태훈에게 이 규한이 다시 물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이규한이 했던 공부는 인터넷 검색 을 통해서 영화 관련 기사를 보고 유추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좀 더 정확한 진행 상황을 알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필 요가 있었다.
“결국 배우 싸움이야. NEXT 엔터 테인먼트에서 투자 배급을 맡은 ‘암 살자,보이지 않는 총구’와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 배급을 맡은 ‘해적의 시대’ 모두 같은 배우를 노 리고 있거든.”
“누구요?”
“하정후.”
1억 관객 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