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147화 (147/272)

147 화

“마지막으로 백 피디 의견은 어 때?”

이규한이 백진엽을 바라보며 질문 했다.

그 질문을 받은 백진엽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이하동문입니다.”

“이하동문?”

“어차피 이 직품은 투자를 받지 못 할 테니 황 피디님이 미리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뜻입니다.”

백진엽의 의견은 ‘변호사’ 때와 같 았다.

그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지적했 다.

“지난번에 했던 백 피디의 예상은 틀렸다.”

“뭐가 틀렸단 겁니까?”

“‘변호사’가 결국 투자를 받았고, 개봉해서 제대로 흥행까지 했으니 백 피디가 틀렸던 거지.”

이 다시 입을 뗐다.

“이번에도 틀렸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벌써 투자를 받았거든.”

“그러니까 ‘우리의 복수는 범죄가 아니다’라는 작품이 벌써 투자를 받 았다는 겁니까?”

“맞아.”

“말도 안 돼.”

백진엽이 황당하단 표정을 지은 채 다시 물었다.

“대체 이 작품에 투자한 얼빠진 투 자사가 어딥니까?”

이규한이 대답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망조가 들기 시작했네.”

‘우리의 복수는 범죄가 아니다’라 는 작품에 투자한 게 씨제스 엔터테 인먼트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백 진엽이 꺼낸 반응이었다.

“더 늦기 전에 씨제스 엔터테인먼 트 주식을 처분해야겠어요.”

김미주에게서 돌아온 반응이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이 작품 에 투자를 확정했다고? 혹시 내가 놓치고 지나갔던 부분이 있는 건 가?”

황진호가 꺼낸 반응이었다.

다양한 반응들을 모두 들은 이규한 이 입을 열었다.

“요즘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의 헛발 질이 잦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 실이지.”

백진엽의 의견에 동조한 후 이규한 이 김미주를 바라보았다.

“주식 투자도 해?”

“개미처럼 일만 해서는 자가 보유 자가 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 거든요.”

“그런데 왜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샀어?”

민란’이 대박 날 줄 알았거든요」

김미주가 당당하게 대꾸한 순간 이 규한이 안쓰러운 시선을 던졌다.

“손해 많이 봤겠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와 배급을 맡았던 ‘민란’은 손익 분기 점을 넘기지 못하고 극장에서 내려 왔다. 그리고 제작비가 150억을 넘 긴 ‘민란’의 홍행 부진으로 인해 씨 제스 엔터테인먼트의 주식 가치는 많이 떨어졌다.

그렇지만 김미주는 고개를 흔들었 다.

“손해 안 봤어요.”

“어떻게 손해를 안 봤어?”

……?"

“분산 투자를 했어요.”

“아.”

비로소 이규한이 말뜻을 이해했을 때 김미주가 덧붙였다.

“케이 컴퍼니가 대박 났거든요.”

케이 컴퍼니는 ‘변호사’에게 투자 한 회사.

‘변호사’가 대박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덕분에 주식 가치가 많이 상승 했다.

“불행 중 다행이네.”

그 말을 꺼낸 후 이규한이 황진호 에게 고개를 돌렸다.

“‘우리의 복수는 범죄가 아니다’를 다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왜 필요가 없다는 거야?”

“형이 놓치고 지나간 것이 없으니 까요.”

20,857명.

간신히 이만 명을 넘긴 ‘우리의 복 수는 범죄가 아니다’의 감정 결과가 황진호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흥행 요소가 없다는 증거였다.

“그런데 대체 왜 씨제스 엔터테인 먼트에서 투자를 한 거야?” 황진호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은 순 간 이규한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 다.

“저도 그 이유를 찾고 있는 중입니 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의 김대환 대 표,혹시 치매가 온 게 아닐까요?”

“투자팀장 새로 바뀐 것 아냐? 혹 시 새로 들어온 투자팀장이 엑스맨 아닐까? 그러니까 씨제스 엔터테인 먼트를 망하게 만들려는 의도를 갖

고 잠입한 스파이인 셈이지.”

“혹시… 이 작품 감독이 김대환 대 표의 숨겨진 들이 아닐까요?”

“그게 아니라 김기현 대표가 꽂아 준 것 아냐?”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대체 왜 ‘우리의 복수는 범죄가 아니다’는 작품에 투자를 했을까?

이 안건으로 진행된 회의 도중에 나왔던 의견들이었다.

그렇지만 이거다 싶은 의견은 회의 중에 나오지 않았다.

“혹시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 악감 정을 갖고 준비한 작품이 아닐까요?

아닌가? 이건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를 돕는 건가요?”

그나마 이규한의 관심을 잡아 끌었 던 것은 김미주가 회의 말미에 아무 렇게나 꺼냈던 의견이었다.

‘어쩌면… 나와 연관이 있지 않을 까?’

김미주가 꺼냈던 의견을 들은 순간 퍼뜩 들었던 생각이었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와 ‘우리의 복 수는 범죄가 아니다’라는 작품은 아 무런 연관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규한과 최호인은 연관 이 있었다.

최호인이 이규한의 여동생인 이규 리와 연인 관계였기 때문이었다.

아니,단순한 연인 관계가 아니었 다.

이규리와 최호인은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사이였으니까,장차 최호인 은 이규한의 가족이 될 가능성이 높 았다.

‘설마?’

이규한이 고개를 흔들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의 김대환 대 표가 이런 이규한과 최호인의 관계 까지 알고 있을 확률이 낮다는 생각 이 들어서였다.

잠시 후 이규한이 표정을 굳힌 채 혼잣말을 꺼냈다.

“설마가… 사람을 잡았었지.”

영화 ‘만월’이 기록했던 흥행 참패 의 배후에 김기현이 있다는 사실을 당시에는 꿈에도 눈치채지 못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

막연히 이렇게 생각했었기 때문이 다.

그렇지만 그 설마가 맞았다.

그리고 김대환과 김기현은 부자지 간이었다.

자식은 아버지를 닮는 법.

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됐다.

“김대환 대표를 만나 봐야겠어.”

가장 확실한 것은 김대환 대표를 직접 만나서 물어보는 것이라고 판 단한 이규한이 더 망설이지 않고 자 리에서 일어섰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사실.

김대환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 규한을 반겨 주었다.

“또 만나게 됐군.” 그런 그의 입가에는 사람 좋아 보 이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렇지 만 이규한은 정색한 채 딱딱한 목소 리로 인사했다.

“만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히려 내가 감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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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투자 배급사들이 가장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제작사가 블루문 엔터테인먼트라고 하더군. 그런 블 루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가 먼저 찾아왔으니 내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지. 그리고 하나 더,지난번에 호의를 베풀어 줘서 고맙네.” 김대환 대표가 언급한 호의.

‘스파이들’ 촬영장에서 발생했던 불의의 사고의 배후를 캐기 위해서 이규한이 경찰을 찾아가지 않고,자 신을 먼저 찾아와 준 것을 말했다.

덕분에 김기현이 ‘스파이들’ 촬영 장에서 벌어졌던 사고의 배후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고 묻혔기 때문 이리라.

“그런데 무슨 일로 찾아왔나?”

김대환 대표가 물었다.

“정말 몰라서 물으시는 겁니까?”

“응?” “왜 호의를 악의로 갚으시려는 겁

니까?”

어느 정도 확신을 갖고 찾아왔기에 이규한이 질문했다. 그렇지만 김대 환 대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을 짓고 있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 겠군.”

김대환 대표가 시치미를 펜 순간 이규한이 백팩에서 ‘우리의 복수는 범죄가 아니다’의 시나리오 책을 꺼 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한 이 작품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계속 시치미를 떼실 겁니까?”

이규한이 강하게 추궁했지만,김대

환 대표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흐릿한 미소를 머금은 채 여유롭게 입을 뗐다.

“자네는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재 주가 있군.”

“무슨 뜻입니까?”

“‘변호사’란 작품 말일세. 개봉은커 녕,투자를 받는 것조차도 어렵지 않을까? 난 이렇게 판단했었거든. 그런데 메이저 투자 배급사들이 제 작비 백억대 대작들을 모두 내놓으 며 치열한 전쟁터나 마찬가지였던 겨울 극장가 성수기 시즌의 최종 승 자가 ‘변호사’가 됐는데 어찌 놀라 지 않을 수 있었겠나?” 김대환 대표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 는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래 서 이규한이 침묵하고 있자,그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자넨 오늘도 날 놀라게 만 드는군. 우선 날 대하는 태도가 놀 람네. 내 앞에서 자네처럼 당당한 제작자는 거의 없거든.”

그의 말대로였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사인 김대환은 갑 중의 갑이었다. 그러니 영화 제작자들은 그의 앞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 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달랐다.

그에게 고개를 숙이기는커녕,다짜 고짜 추궁부터 했다.

김대환 대표의 입장에서는 이런 이 규한의 태도가 충분히 당혹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당한 태도를 견지한 제작자가 아니라,겁대가리를 상실한 제작자 라고 탓하는 것이군.’

이규한이 쓰게 웃었을 때 김대환 대표가 말을 이어 나갔다.

“또 하나 날 놀라게 만든 것은 자 네가 찾아온 시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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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씀은 제가 찾아올 거라고 예 상하셨다는 거군요.”

“맞네. 그걸 바라고 한 일이니까.” 과악.

이규한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번에도 설마는 사실이 됐다. 사거리 픽처스는 씨제스 엔터테인 먼트의 자회사나 다름없는 곳. 그리고 사거리 픽처스에서 최호인 과 연출 계약을 맺은 데는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의 김대환 대표가 연관 되어 있었다.

“배후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이렇

게 빨리 알아채고 찾아온 것이 자네 가 무척 영리하다는 증거지.”

그리고 김대환 대표가 칭찬을 건넸 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웃을 수 없었 다.

지금 칭찬을 받았다고 해서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과연 이게 칭찬인지조차도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김대환 대표에게 매서운 시 선을 던지며 이규한이 물었다.

“호인이와 연출 계약을 맺은 이유 가 대체 뭡니까?”

“방금 자네가 최 감독을 칭한 호칭 에 답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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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친근한 호칭을 사용하지 않 았나? 자네와 최 감독이 친하기 때 문에 연출 계약을 맺었네.”

“혹시… 앙심을 품은 겁니까?”

“앙심?”

“저와 친분이 있는 호인이를 망치 려는 것이 대표님의 진짜 목적이 아 닙니까?”

이규한이 잇따라 추궁했지만,김대 환 대표는 당황하지 않았다.

채 대답했다.

“자넨 단단히 착각하고 있군.”

“제가 뭘 착각했단 겁니까?”

“앙심을 품은 게 아니라 호의를 베 푼 걸세. 최 감독에게 입봉할 수 있 는 기회를 주면서 블루문 엔터테인 먼트 이규한 대표의 마음을 얻으려 한 거지. 자네가 먼저 날 찾아와서 이렇게 만난 것이 내 계획이 성공한 증거가 아닌가?”

그 대답을 들었음에도 이규한은 여 전히 정색한 채 물었다.

“정말 그 이유가 다입니까?”

김대환 대표가 대답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근처 커피숍 으로 이규한이 들어갔다.

머리가 복잡해서 생각을 정리할 시 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거짓말.”

잠시 후 이규한이 혼잣말을 꺼냈 다.

아까 김대환 대표는 최호인과 사거 리 픽처스가 연출 계약을 맺도록 도 와준 것이 순수한 호의였다고 말했

그리고 호의를 베푼 이유가 자신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였다고도 밝혔 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김대환 대표가 한 말이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내 마음을 얻는 게 진짜 목적이었 다면, 다른 방법을 썼어야지.”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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