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142화 (142/272)

142화

아껴 둔 승부수 ⑴ 이규한이 웃으며 말했지만 황진호 는 웃지 못했다.

“지금 이게 웃을 일이야?”

“기록은 기록이니까요.”

“이 대표도 참……

황진호가 기가 막힌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이규한이 덧붙였다.

영화이길래 2점대 평점이 나왔을 까? 호기심이 생겨서라도 극장에 찾 아갈 것 같습니다.”

“긍정적인 거야? 마음을 비운 거 야?”

“이제 겨우 하루 지났을 뿐입니 다.”

이규한이 여전히 웃으며 대답한 후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미주 씨,백 피디는 어디 갔어?”

“면접 보러 갔을걸요.”

“면접이라니?”

“블루문 엔터테인먼트가 존폐의 위 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빨리 깨닫고 새 직장을 구하려는 거죠.”

“아직 그 정도는 아닌데.”

이규한이 서운한 기색을 드러낸 순 간 김미주가 대답했다.

“그 정도 위기 맞거든요.”

“아직 아니라니까.”

“대체 뭘 믿는 건데요?”

“작품.”

‘……?"

“‘변호사’라는 작품을 믿지.”

이규한이 힘주어 대답했지만 김미 주는 콧방귀를 꼈다.

“근자감 하나만큼은 인정해 드리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닌데. 어쨌 든 미주 씨는 왜 회의에 참석 안 해?”

“저도 바빠요.”

“뭐 하느라 바쁜데?”

“이모와 조카들한테 부탁해서 ‘변 호사’ 평점 끌어올리기 프로젝트에 올인 중이거든요.”

“그래서 올랐어?”

“방금 3점대 진입했습니다.”

김미주가 양어깨에 힘을 준 채 대 답한 순간,이규한이 아쉬운 기색을 드러냈다.

“그래서 슬퍼요? 내가 얼마나 열심 히 노력해서 끌어올린 평점인데 “미주 씨 덕분에 평점이 오른 게 아냐.”

“그럼요?”

“우리 편이 모이기 시작한 거지.”

“우리… 편이요?”

“그래. 우리 편.”

“우리 편이 대체 누군데요?”

이규한이 대답했다.

“정치라는 색안경을 끼지 않고 순

수하게 영화 자체를 보는 사람들이 ‘변호사’들의 평점을 끌어올려 줄 거야.”

개봉 3일차.

‘변호사’의 박스 오피스 순위는 6 위까지 치솟았다.

덩달아 ‘변호사’의 네티즌 평점도 5점대로 치솟았다.

“내가 친구들한테까지 부탁한 덕분 이라니까요.”

락했던 ‘변호사’의 네티즌 평점이 5 점대 후반으로 치솟은 것이 자신의 공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알고 있었다.

김미주가 친구가 많은 편이 아니라 는 사실을.

결국 ‘변호사’의 네티즌 평점이 5 점대 후반까지 반등한 것은 작품이 가진 힘 때문이었다.

-간만에 좋은 영화를 보았다.

-색안경 끼고 보지 말고 그냥 영 화 자체만 봐라. 오랜만에 나온 수 작이다.

-마지막 장면에 가슴이 먹먹해졌 음. 그리고 집에 와서 샤워하다가 갑자기 마지막 장면이 떠을라서 눈 물이 터져서 통곡했다.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 그런데 볼 수가 없다. 대체 왜 이 좋은 영 화의 상영관이 이렇게 부족한 거지? 내가 보기엔 ‘민란’보다 훨씬 더 좋 은 영화인데.

악평과 비난 일색이었던 관람 평도 언제 그랬냐는 듯 호평 일색으로 바 뀌어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 방심하기는 일렀다.

“이제 나흘 남았다.”

로터스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와 배급을 맡은 ‘기술자’의 개봉이 이 제 나흘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때가 되면 지금보다 ‘변호사’의 상영관이 더 줄어들 터.

진짜 작품의 명운이 갈리는 것은 그 후라고 이규한이 판단하고 있을 때였다.

“이 대표님.”

양우섭 감독이 커피 전문점 블루문 에 도착했다.

“감독님,오셨습니까?”

“좀 늦었습니다.” “괜찮습니다. 급한 일도 없으니까 요.”

양우섭 감독과 악수를 나누던 이규 한이 물었다.

“그런데 안색이 왜 그러십니까?”

“안색이요?”

“안색이 좀 안 좋은 것 같아서요. 감독님 일생의 소원을 이루셨는데 기분이 좋지 않으십니까?”

‘변호사’라는 작품을 연출해서 세 상에 내놓는 것.

양우섭 감독이 지난번 술자리에서 밝혔던 일생의 소원이었다. 그리고 양우섭 감독은 그 소원을 이룬 셈임

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표정이 밝지 않았다.

잠시 후 양우섭 감독이 쓴웃음을 머금은 채 대답했다.

“딱 하루,아니,딱 반나절 좋았습 니다.”

“왜요?”

“‘변호사’라는 작품의 촬영을 끝내 고 개봉만 하면 홀가분할 줄 알았는 데, 그게 아니더군요. 개봉을 하고 나자마자,작품에 대한 평가와 관객 수가 신경이 쓰이기 시작해서 요 며 칠 잠을 통 못 이루었습니다.”

양우섭 감독이 안색이 좋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밝혔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희미한 웃음을 머금었다.

직접 곁에서 지켜보지 않았기 때문 에 확실치는 않았지만,양우섭 감독 은 포털 사이트에 등록된 ‘변호사’ 의 관람 평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읽었으리라.

또,직접 극장으로 찾아가서 ‘변호 사’를 보러 찾아온 관객들이 얼마나 되는지 직접 확인했으리라.

이규한이 짓궂은 표정으로 양우섭 감독에게 질문을 던졌다.

“감독님도 네티즌 평점에 W점을 주셨죠?”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관람 평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읽으셨을 테고,직접 극장에 찾아가 신 적도 있으시죠? 극장에 찾아가서 직원에게 ‘변호사’에 관객이 많이 들고 있는지 물어본 적도 있지 않으 십니까?”

그 질문들을 듣고 있던 양우섭 감 독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알고 계십 니까?”

양우섭 감독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은 순간 이규한이 웃으며 대답했 다.

“저도 해 봤으니까요.”

“네?”

“처음으로 제작했던 영화가 개봉하 고 난 후에 저 역시 감독님과 똑같 은 행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짐작해 봤습니다.”

“그렇군요.”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양우섭 감독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뗐다.

“그래서 이 대표님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왜 입니까?”

“한번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도 이 렇게 힘이 들고 진이 빠지는데,이 대표님은 이미 여러 차례 이런 과정 을 거치셨으니까요.”

“뭐든 처음이 가장 어려운 법입니 다. 아마 앞으로는 서서히 무뎌질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라고 하셨습니까?”

“다시 연출 안 하실 생각이셨습니 까?”

이규한의 질문을 받은 양우섭 감독 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기에 머리를 정 리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리라.

‘진짜 감독이 되어 가는 과정.’ 힘들고 어려운 경험이지만,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진짜 영화감독이 되어 가는 것이었다.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 작 품이 딱히 떠오르질 않습니다.”

“조급해 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요.”

그 충고를 듣고 양우섭 감독이 초 조한 표정을 털어 냈을 때,이규한 이 입을 뗐다.

“번아웃 증후군을 앓고 계신 겁니 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 이요?”

“탈진 증후군이라고도 부르죠.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정신적 신체적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하는 용어입 니다. 아마 감독님께서 그동안 ‘변 호사’라는 작품에 전력을 다해 매달 렸기 때문에 ‘변호사’가 개봉하고 난 후에 번아웃 증후군을 앓으시는 걸 겁니다.”

틀리지 않다고 판단한 걸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양우 섭 감독에게 이규한이 질문했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조금 아쉽습 니다.”

“왜 아쉬움을 느끼시는 겁니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하더 군요. 내가 연출한 ‘변호사’라는 작 품이 개봉만 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랐었는데. 막상 ‘변호사’가 개 봉하고 나니,좀 더 많은 사람이 작 품을 봐 주지 않는 것이 아쉽게 느 껴졌습니다.”

양우섭 감독은 부진한 ‘변호사’의 스코어로 인해 아쉬움을 느낀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J

“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변호 사’를 관람하기 위해서 극장으로 찾 아올 테니까요.”

이규한이 힘주어 말했지만,양우섭 감독의 두 눈에는 불신이란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 반응을 확인한 이규한이 그의 앞으로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직접 보시죠.”

“뭘 보라는 겁니까?”

“현재 ‘변호사’의 박스 오피스 순 위를 보십시오.” 습니다. 6위 아닙니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확인했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규한이 다시 물었다.

“그럼 ‘변호사’의 예매율 순위가 몇 위인지도 아십니까?”

“예매율 순위요? 역시 6위였던 것 같은데.”

양우섭 감독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한 순간 이규한이 정정해 주었 다.

“현재는 4위입니다.”

“그렇습니까?”

섭 감독이 놀랐을 때 이규한이 덧붙 였다.

“현재 박스 오피스 순위보다 더 중 요한 게 예매율 순위입니다.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치가 높다는 뜻 이니까요. 그리고 예매율만큼이나 중요한 지표가 하나 더 존재합니다, 바로 좌석 점유율입니다.”

좌석 점유율은 한 상영관 내에 영 화를 보기 위해 찾아온 관객들이 얼 마나 좌석을 점유하는가를 나타내는 통계.

예를 들어 한 상영관에 200석의 좌석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150명 의 관객이 좌석을 채웠다면 좌석 점

유율은 150/200으로 75%가 되는 셈이었다.

양우섭 감독 역시 영화인.

좌석 점유율의 중요성에 대해 모를 리 없었다. 그래서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양우섭 감독이 물었 다.

“저희 작품의 좌석 점유율은 얼마 나 됩니까?”

“현재 50%대 중반 수준입니다.”

이규한의 대답을 들은 양우섭 감독 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 정도면 높은 편입니까?”

리고 있는 ‘민란’의 좌석 점유율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모르겠습니다.”

“20%대 후반입니다.”

‘민란’보다 ‘변호사’의 좌석 점유율 이 두 배가량 높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음에도 양우섭 감독은 웃지 않 았다.

아마 체감이 되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이규한이 덧붙였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해 서 개봉했던 ‘수상한 여자’의 좌석 점유율이 50%대 후반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양우섭 감독의 반

응이 변했다.

천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던 ‘수 상한 여자’의 좌석 점유율과 ‘변호 사’의 좌석 점유율 차이가 거의 없 다는 설명을 듣자,체감상 확 와닿 았기 때문이리라.

그 반응을 살피던 이규한이 다시 입을 뗐다.

“예매율이 점점 오르고 있는 추세 인 만큼,좌석 점유율도 더 상승할 겁니다. 현재 ‘변호사’의 상영관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수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양우섭 감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 봐야 별 소용이 없는 것 아 닙니까? 어차피 ‘변호사’라는 작품 을 볼 수 있는 상영관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관객수가 늘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맞습니다. 그래서 비장의 패를 던 질 생각입니다.”

“비장의 패요?”

“네,승부수를 띄울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양우섭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질문했다.

“그 승부수가 대체 립니까?”

이규한이 대답했다.

“훙보입니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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