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140화 (140/272)

140화

시간차 공격 (1)

이규한이 노크를 한 후,빅스빅 픽 처스의 문을 열고 사무실로 들어갔 다.

“어,왔어?”

시나리오 책을 덮은 장준경이 서둘 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그의 얼굴이 많이 상한 것을 알아챈 이규 한이 물었다.

“무슨 고민 있어?”

“고민? 있었지. 그런데 해결됐어. 시나리오 윤색고, 내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왔더라.”

장준경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았어?”

“뭐야? 아직 안 봤어?”

“볼 시간이 없었어. ‘변호사’ 투자 받기 위해서 뛰어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거든.”

안유천 작가는 정확히 일주일 만에 ‘베테랑들’ 시나리오의 윤색을 끝냈 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아직 시나리 오 윤색고를 확인하지 못했다.

방금 말한 대로 ‘변호사’의 투자를 받기 위해서 뛰어 다니느라 바쁘기 도 했었고,공동 제작자인 장준경에 게 먼저 보여 주는 게 맞다고 판단 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장준경은 안유천 작가가 각 색한 ‘베테랑들’ 각색고에 어느 정 도 만족한 기색이었다.

“돈 굳었네.”

이규한이 희미한 웃음을 머금은 채 입을 떼자,장준경이 의아한 시선을 던졌다.

“돈이 굳었다니? 그게 무슨 소리 야?” “이번에 윤색한 안유천 작가가 곧 해외여행을 떠나거든. 만약 윤색고 가 만족스럽게 안 나오면 내가 위약 금을 물어 주고 계속 붙잡아 두려고 했거든.”

“진짜 돈 굳었네.”

“만족했단 뜻이지?”

“유아현이 연기해야 할 악역 캐릭 터가 훨씬 명확해졌어. 진짜 한 대 패 버리고 싶을 정도로 재수 없다고 할까?”

“성공했네.”

“내가 안유천 작가에게 주문했던 게 바로 그거였거든. 혹시 시나리오 읽고 나서 누구 떠오른 사람 없어?”

이규한의 질문을 받고 잠시 고민하 던 장준경이 무릎을 탁 쳤다.

“혹시… 김기현?”

“내가 굳이 시나리오 윤색고를 확 인해 볼 필요도 없겠네. 김기현이 떠올랐다면 충분히 성공한 것 같으 니까.”

픽 웃으며 대답한 이규한이 장준경 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안유천 작가가 윤색을 마친 ‘베테랑 들’의 시나리오 책을 집어 들었다.

‘얼마냐?’ 잠시 후,이규한의 눈앞에 새로운 숫자가 떠올랐다.

-9,372,468.

‘여행비 좀 보태 줘야겠네.’

위약금을 물어 줄 돈을 아꼈기 때 문에 이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었 다.

안유천 작가가 ‘베테랑들’ 시나리 오 윤색을 마치는데 걸린 시간은 고 작 일주일.

그 일주일의 작업만으로 안유천 작 가는 꽤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

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한 것이었 다.

‘오십만 명가량 늘었어.’

8,864,597에서 9,372,4的로.

안유천이 윤색을 마친 후 예상 관 객수는 늘어나 있었다.

윤색의 대가로 안유천에게 지불했 던 돈은 이천만 원.

일반적으로 윤색료는 각색료에 비 해 적었다.

보통 오백만 원에서 천만 원 사이 에서 윤색료가 형성되는 점을 감안 하면,안유천에게 지불한 윤색료 이 천만 원은 많은 편이었다.

천만 영화인 ‘수상한 여자’의 각본 에 참여했던 이력과 그의 능력을 이 규한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많은 윤색료를 지불했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감정 결과를 확인하고 나 니,오히려 안유천 작가에게 지불한 윤색료 이천만 원이 너무 적다는 생 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천만 영화는 안 됐네.’

잠시 후,이규한이 아쉬운 기색을 드러냈다.

그런 그가 퍼뜩 떠올린 것은 우중 완 감독의 천재성이었다.

면,‘베테랑들’이 천만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규한이 기대를 품은 채 말했다.

“이제 감독고를 뽑을 차례네.”

“벌써 불안하다.”

그 이야기를 들은 장준경이 한숨을 내쉬었다.

우중완 감독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리라.

그렇지만 이규한은 달랐다.

우중완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을 뿐만 아니라,그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기 때 문이다.

“보름 내에 끝내자.”

해서 이규한이 말하자 장준경이 놀 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빨리?”

“최대한 서둘러야 해.”

“왜?”

이규한이 대답했다.

“우중완 감독에게 시간을 너무 많 이 주면,또 이상한 짓을 할 수도 있으니까.”

‘변호사’의 촬영이 끝났다.

영화의 개봉 시기를 조율하기 위해

서 케이 컴퍼니로 찾아간 이규한은 유한수 팀장과 마주 앉았다.

“내년 봄에 개봉하는 게 어떻습니 까?”

유한수 팀장이 꺼낸 제안을 들은 이규한이 슬쩍 표정을 굳혔다.

이규한이 내심 생각했던 것보다 개 봉 시기가 한참 뒤로 밀렸기 때문이 었다.

그 반응을 확인한 유한수 팀장이 다시 물었다.

“따로 생각하고 계신 개봉 시기가 있습니까?”

하기를 원합니다.”

“올 겨울 개봉을 염두에 두신 이유 가 있습니까?”

“작품에 대한 자신이 있으니까요.”

일반적으로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 시즌을 극장 성수기라고 불렀다.

명절인 추석과 설이 끼어 있을 때 를 극장 준성수기로 분류했고,그 외의 시즌은 비성수기로 분류됐다.

그리고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격차 는 컸다.

똑같이 박스 오피스 순위 1위에 올랐다고 해도,관객수의 격차는 컸 다.

기본적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수에 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대부분의 천만 영화는 성수 기에 개봉했다.

이규한은 내심 ‘변호사’가 천만 영 화가 되기를 바라고 있는 만큼,겨 울 극장 성수기 시즌에 개봉하길 원 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유한수 팀장은 난색을 드 러냈다.

“오히려 제가 묻고 싶습니다. ‘변 호사’를 내년 봄 극장 비수기 시즌 에 개봉하려는 이유가 있습니까?”

“배급 때문입니다.” “배급… 이요?”

예상치 못했던 대답이었다. 그래서 이규한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을 때, 유한수 팀장이 부연 설명을 했다.

“저희 입장에서도 겨울 극장 성수 기 시즌에 ‘변호사’를 개봉하고 싶 었습니다. 작품에 대한 신뢰가 있으 니까요. 그렇지만 이번 겨울 극장 성수기 시즌에는 유례가 없을 정도 로 대작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메이 저 투자 배급사들의 각축전이 벌어 질 예정입니다. 그래서 작품을 상영 할 극장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나 마 찬가지 였습니다.”

‘깜박했어.’

그 설명을 들은 이규한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동안 이규한은 줄곧 메이저 투자 배급사들과 함께 일을 해 왔다. 그 리고 메이저 투자 배급사들은 각자 극장 체인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이 규한이 배급 문제까지 신경을 쓸 필 요가 전혀 없었다.

그렇지만 이번에 ‘변호사’에 거액 을 투자한 케이컴퍼니는 투자 배급 사가 아니라 투자사였다.

따로 극장 체인을 갖고 있지 않았 기에 배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이것이 유한수 팀 장이 난색을 드러낸 이유였다.

이규한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영화 제작자들이 괜히 메이저 투자 배급사들과 손을 잡고 일하려는 것 이 아니었다.

배급망을 갖추지 못한 케이 컴퍼니 와 투자 계약을 체결한 탓에,상영 관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예 상치 못한 난관이 툭 튀어나와 있었 다.

“내년 봄에 ‘변호사’가 개봉한다면, 상영할 극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극장 비성수기 시즌인 만 큼 경쟁작이 줄어드니까요.”

유한수 팀장이 설명을 덧붙였지만, 이규한은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 았다.

대신 ‘변호사’의 감정 횟수를 떠올 렸다.

‘전부 사용했어!’

잠시 후,기억을 더듬던 이규한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규한이 가진 감정 능력은 한 작 품당 일곱 차례만 사용할 수 있었 다. 그리고 ‘변호사’는 이미 일곱 차 례의 감정 기회를 모두 사용한 후였 다.

‘싱크로율!’

다음으로 떠올린 것은 싱크로율이 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이내 고개를 흔 들었다.

이규한의 기억 속 ‘변호사’의 개봉 시기는 2013년 가을경.

이미 당시 개봉 시기를 훌쩍 지났 기에 싱크로율을 맞추는 것이 아예 불가능했다.

‘내가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이규한이 유 한수 팀장에게 질문했다.

“만약 올 겨울에 개봉한다면 극장 을 얼마나 잡을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자신 없습니 다.”

“무슨 뜻입니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올 겨울 극 장 성수기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메이저 투자 배급사들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네 곳 의 메이저 투자 배급사들 모두 제작 비가 100억을 훌쩍 넘기는 대작들 을 개봉하는 터라,각자 가진 극장 체인을 모두 몰아주고 있는 상황입 니다. 그래서 말도 꺼내 보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냥 안전하게 겨울이 아니라 내년 봄에 개봉하시죠?” 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규한은 즉답 을 피했다.

‘맥시멈 오백만이 아닐까?’

극장 비성수기 시즌에 개봉할 경 우,기대할 수 있는 관객수가 확 줄 어들 가능성이 높았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이규한 은 강하게 주장했다.

“올 겨울에 꼭 개봉하고 싶습니 다.”

“하지만……

“상영관은 제가 구해 보겠습니다.” “이 대표님이 직접이요?”

“혹시 어떤 묘안이 있습니까?”

이규한이 대답했다.

“시간차 공격을 해 보려고 합니 다.” 로터스 엔터테인먼트 투자팀 사무 실.

이규한이 들어서자 권지영 팀장이 다가왔다.

“오셨어요?”

“요새 바쁘지?”

이규한이 넌지시 묻자,권지영이 뒤로 질끈 묶은 머리를 손으로 가리 키며 하소연을 했다.

“벌써 나흘째 머리도 못 감았습니 다.”

그 하소연을 들은 이규한이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좀 떨어져 줄래?”

“어머,서운하네요.”

“뭐가 서운해?”

“조강지처가 사는 게 너무 바빠서 며칠 머리를 못 감았다고 이렇게 내 외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권지영이 쏘아붙인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되물었다.

“벌써 잊었어? 더 이상 조강지처 아니다.”

“왜요?”

“우리 이혼했잖아.”

“당사자도 모르게 이혼하는 법도 있나요?”

“‘변호사’ 투자 거절하면서 합의 이혼했던 것,진짜 기억 안 나?”

이규한이 지적하자,권지영이 손사 래를 쳤다.

“에이, 그건 아니죠. 부부간의 연이 그렇게 쉽게 끊어질 리 없잖아요?”

“그럼 우리 사이는 대체 뭔데?”

“음,별거 정도 되려나요? 자식이 있는데 그렇게 쉽게 연을 끊을 순 없잖아요?”

“자식?”

“‘베테랑들’이 우리 자식이잖아요.”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와 빅스빅 픽 처스가 공동 제작하고 있는 작품인 ‘베테랑들’의 투자 배급사는 로터스 엔터테인먼트 였다.

그러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란 생 각이 들어서 이규한이 픽 하고 실소 를 홀리며 물었다.

“로터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올 겨울

극장 성수기 시즌에 준비해서 배급 하는 영화는 뭐야?”

“저희는 ‘기술자’란 작품을 배급 준비 중입니다.”

“기술자?”

“네. 벌써 걱정이네요. 스토리가 좀 빈약한 게 약점이거든요.”

권지영이 한숨을 내쉬며 말한 순 간,이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한 걱정이 아니었다.

이규한의 기억 속에 ‘기술자’라는 작품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 이 의미하는 것.

못했다는 중거였기 때문이다.

‘알려 줄까?’

잠시 고민했던 이규한이 이내 고개 를 흔들었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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