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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관객 제작자-139화 (139/272)

139화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잠시 후,이규한이 입을 열었다.

“메이저 투자 배급사들에 투자 심 사를 넣었을 때와 케이 컴퍼니에 투 자 심사를 넣었을 때,한 가지 차이 가 있었습니다.”

“어떤 차이요?”

“‘변호사’ 초반부 촬영분의 존재 유무였습니다.”

그 대답을 들은 유한수 팀장이 무 릎을 탁 쳤다.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군요.”

잠시 후,유한수 팀장이 고개를 갸 웃했다.

“그런데 어떻게 초반부 촬영을 하 셨습니까?”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냐는 뜻이 죠 ?”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투자를 전 혀 못 받은 상태였지 않습니까?”

“자금은 제가 마련했습니다.”

“네?”

그리고 이 작품은 꼭 흥행할 거다. 이런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자 금을 마련해서 투자했습니다.”

이규한의 대답을 들은 유한수 팀장 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엄청난 위험 부담을 감수하셨군

요.”

케이 컴퍼니의 투자팀장인 유한수 도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 었다.

그런 만큼 이규한이 얼마나 많은 위험 부담을 감수했는가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괜히 요새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의 이규한 대표님이 유명한 게 아니었 군요. 이런 결단력을 갖추었기 때문 인가 봅니다.”

유한수 팀장이 새삼스런 시선을 던 졌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이규한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을 때였다.

“어쨌든 다행이네요.”

유한수 팀장이 불쑥 입을 뗐다.

“왜 다행이라고 말씀하시는 겁니 까?”

“메이저 투자 배급사들이 투자 결 정을 하지 않은 덕분에 저희에게 좋 은 작품에 투자할 기회가 찾아왔으 니까요.” ‘투자를 하려는 의사는 있다.’

유한수 팀장의 대답을 들은 이규한 이 두 눈을 빛냈다.

그렇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트리기 에는 일렀다.

케이 컴퍼니 측에서 얼마나 자금을 투자할지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20억? 30억?,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자금을 ‘변호 사’에 투자하면 좋겠다고 이규한이 속으로 바라고 있을 때였다.

“아까 이 대표님이 작품에 투자를 하셨다고 말씀하셨죠?”

유한수 팀장이 질문했다.

“얼마나 투자를 하셨습니까?”

“이십억입니다.”

“이십 억씩 이나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유한수 팀장이 다시 물었다.

“‘변호사’의 총제작비는 얼마 정도 로 예상하고 계십니까?”

“80억 수준으로 계산하고 있습니 다.”

“80억이면… 60억 정도 투자가 필 요하군요.”

유한수 팀장이 두 눈을 감고 생각 에 잠겼다.

이규한이 그가 곧 꺼내 놓을 결론 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아쉽네요.”

유한수 팀장이 꺼낸 아쉽다는 말을 듣고서 이규한이 당황했다.

‘변호사’의 총제작비인 80억.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큰 예산이기 때문에 투자가 곤란하다.

방금 유한수 팀장이 입 밖으로 내 뱉은 아쉽다는 표현이 꼭 이런 의미 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투자가 무산됐다?’

그로 인해 이규한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을 때였다.

“저희가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 아쉽습니다.”

유한수 팀장이 덧붙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의 두 눈 이 커졌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80억을 모두 투자하고 싶었는데, 이규한 대표님께서 이미 20억을 투 자한 상황이라 60억밖에 투자할 수 없어서 아쉽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님을 깨달 을 이규한이 두 눈을 치켜떴다.

‘많아야 30억 정도가 아닐까?’

사이기는 했지만,메이저 투자 배급 사는 아니었다. 그래서 케이 컴퍼니 에서 받을 수 있는 투자금이 최대 30억 수준일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이규한의 예상은 빗나갔다.

방금 케이 컴퍼니의 유한수 투자팀 장은 ‘변호사’라는 작품에 60억을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덕분에 이규한은 다른 투자사를 찾 아갈 수고를 던 셈이었다.

“너무… 위험 부담이 큰 것 아닙니

까?”

이규한이 참지 못하고 질문한 순 간,유한수 팀장이 희미한 웃음을 머금은 채 대답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회사 창립 후 한 작품에 60억이란 거액을 투자하 는 것,이번이 처음입니다.”

“왜 그런 과감한 결단을 내리신 겁 니까?”

“이규한 대표님과 마찬가지 이유입 니다.”

‘……?"

“‘변호사’라는 작품이 꼭 흥행할 거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입니다.”

유한수 팀장이 힘주어 대답하는 것 을 들은 이규한의 입가로 웃음이 번 졌을 때였다.

“그리고 위험 부담은 이규한 대표

님께서 가장 많이 지셨죠.”

유한수 팀장이 덧붙인 말을 들은 이규한의 입가에 떠올랐던 미소가 짙어졌다.

마치 높디높은 벽처럼 느껴졌던 ‘변호사’의 투자 유치 문제를 마침 내 해결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 다.

‘됐다!’

이규한이 참고 참았던 쾌재를 속으 로 외쳤을 때였다.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하이 리스 크 하이 리턴 (Low Risk Low Return, High Risk High Return). 이게 제가 오랫동안 투자 관련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입니다. 저희가 큰 위험을 감수한 대가가 꼭 높은 수익 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영화 ‘변호사’의 야외 촬영장.

양우섭 감독 이하 스태프들과 배우 들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에게 쏠려 있는 것을 알아챈 황진호가 난감한 표정을 드러냈다.

“아주 죽을 맛이네.”

황진호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자신에게로 향해 있는 스태프

들과 배우들이 보내는 시선.

꼭 어미 새가 먹이를 구해 오길 기다리고 있는 새끼 새들이 던지고 있는 시선처럼 느껴졌다.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그 시선들을 외면하며 황진호가 휴대 전화를 꺼 내 이규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투루루. 뚜투루루.

계속 신호가 갔지만,이규한은 전 화를 받지 않았다.

“왜 전화를 안 받는……?”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던 황진호가 도중에 입을 다물었다.

황진호 역시 영화를 제작한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촬영 중에 제작비가 떨어져서 난감했던 경험을 해 본 적 이 존재했다.

“대표님,돈을 구해 오셔야 촬영을 계속할 것 아닙니까? 촬영 접을까

요?”

“엑스트라들 일당은 줘야 할 것 아 닙니까?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수는 없잖아요?”

“밥심으로 일하는 건데 대체 밥은 언제 먹습니까?”

어떻게든 돈을 구하기 위해서 안절 부절못하며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닐 때,전화가 빗발치듯 걸려 왔었다.

그 기억들이 새록새록 샘솟은 순 간, 황진호가 휴대 전화를 다시 주 머니에 쑤셔 박았다.

“이 대표도 지금 도망치고 싶을 거 야.”

그때의 자신처럼 지금 이규한도 도 망치고 싶을 거라고 판단한 황진호 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을 때였다.

“황 피디.”

송강오가 다가왔다.

“선배님,어쩐 일로……?”

“이 대표,아직 연락 안 돼?”

“아직입니다.”

“도망친 것 아냐?”

“아니면,투자 못 받고 좌절해서 어디서 혼자 술 푸고 있는 것 아 냐?”

“이 대표가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 이 아니란 것,선배님도 아시지 않 습니까?”

“잘 알지.”

고개를 끄덕이던 송강오가 다시 입 을 뗐다.

“우선 스태프들과 배우들 밥이라도 먹이자고.”

“밥이요?”

“나나 자네는 괜찮지만,스태프들 은 전부 불안해하고 있어. 배라도

든든해야 걱정을 좀 덜지.”

“그렇긴 한데.”

황진호가 손목시계를 힐끗 살폈다.

어느덧 저녁 8시에 가까워져 있는 시간을 확인한 황진호가 답답한 표 정을 지었다.

이규한이 투자했던 20억은 모두 바닥난 상황.

밥차를 부를 돈조차 모자랐기 때문 이었다.

“밥은 내가 살게.”

그때 송강오가 제안했다.

“선배님께서 왜……?”

“십시일반이란 말 몰라? 어려울 땐

서로 돕는 거지.”

황진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송강오가 먼저 나서서 이런 제안을 해 준 것이 무척 고마웠기 때문이었 다.

그때 였다.

부우응.

요란한 배기음과 함께 밥차가 촬영 현장에 도착했다.

“선배님이 부르신 겁니까?”

“아닌데.”

“그럼 누가……?”

황진호가 의아한 시선을 던질 때 밥차 조수석에서 이규한이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 대표.”

이규한을 발견한 황진호가 반가운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왜 연락이 안 됐던 거야?”

“죄송합니다. 경황이 없었어요.”

“그래도 전화는 받아야지. 많이 걱 정했잖아.” “제가 도망이라도 칠까 봐 걱정하 셨습니까?”

“그건 아니지만……

“저 도망 안 칩니다. 그 정도로 한 심하지 않다는 것,선배님도 아시잖 습니까?”

이규한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 미소를 확인한 황진호가 서둘러 물었다.

“혹시 투자 받았어?”

“네,투자 받았습니다.”

“얼마나 받았어?”

“전액 투자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규한의 대답을 들은 황진호가 재 차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뗐다.

“고생했다. 진짜 고생했어.”

“하여간 이 대표는 항상 내 예상을 빗나가게 만드는구만.”

밥차 앞 식탁에 모여 앉아서 식사 를 할 때 송강오가 말했다

“선배님도 제가 투자를 못 받을 거 라고 예상하셨습니까?”

이규한이 묻자 송강오가 고개를 흔 들며 대답했다.

“그건 아냐. 쉽지는 않은 프로젝트 이지만,이 대표라면 어떻게든 투자 를 받아 올 거라고 예상했어.”

“그럼 왜 예상이 빗나갔다고 말씀 하신 겁니까?”

“저녁 메뉴 말이야.”

“영화를 오래 찍었지만,촬영 현장 에서 스테이크를 써는 건 오늘이 처 음이거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 어?”

이규한이 웃으며 대답했다.

“투자받은 기념으로 맛있는 걸 대 접하고 싶었습니다. 저도 저지만,스 태프들도 내색을 하지 않았어도 투 자를 못 받을까 봐 많이 걱정했으니 까요.”

밥차가 촬영 현장에 늦게 도착한 이유.

스테이크라는 새롭고 특별한 메뉴

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였다.

‘고생한 보람이 있네.’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고 있는 스태 프들과 배우들을 바라보며 이규한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을 때였다.

“이 대표님,감사합니다.”

양우섭 감독이 인사했다.

마지막 고비까지 넘고 이제 진짜 ‘변호사’ 개봉이 멀지 않았다고 판 단해서일까.

감사 인사를 건네는 양우섭 감독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니까

요.”

“하지만……

“예전에 제작자 선배가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영화 제작 자가 해야 하는 일은 무척 많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구해 오는 거라고. 저는 제작자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제 감독 님께서 감독님이 하실 일을 해 주시 면 됩니다.”

“연출을 더 잘하란 뜻이죠?”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양우섭 감독이 각오를 다진 순간, 송강오가 끼어들었다.

“이 대표,나도 열심히 할 테니까 다음 작품에도 날 찾아 줘.”

“그건 고민해 보겠습니다.”

“응?”

“이번 작품에서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이거 더 열심히 해야겠네.”

송강오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저희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음 작품도 같이하게 해 주십시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직원으로 들 어가면 안 됩니까?”

스태프들이 앞다투어 말하는 것을 들은 이규한이 환하게 웃으며 입을 뗐다.

“천만 영화 되면 다시 뭉칩시다.”

잠시 후,카메라 감독이 대표로 볼 멘소리를 꺼냈다.

“저희랑 다시 같이 일 안 하시겠단 뜻 아닙니까?”

그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웃으며 되물었다.

“왜 이번 작품이 천만 영화가 안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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