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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관객 제작자-136화 (136/272)

136화

몰락한 천재 감독 (2) 오늘 나눈 짧은 대화를 통해서 우 중환 감독에게 과연 ‘베테랑들’ 연 출을 맡겨도 되는가 여부를 확신하 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이규한은 감정을 통해서 확 인해 보려는 것이었다.

잠시 후,‘베테랑들’ 시나리오 책 표지에 작게 적혀 있는 숫자들이 이 규한의 눈에 들어왔다.

-1,787,689.

-5,261,113.

-1,563,358.

-1,124,495.

‘베테랑들’이란 작품에 네 차례 감 정을 한 결과였다.

‘네 번째가 우중완 감독을 연출자 로 기입했을 때 나왔던 결과였어.’

약 110만 명의 감정 결과.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예상 관객수였다.

이 감정 결과를 확인하고 난 후, 이규한은 우중완 감독과의 계약을 뒤로 미뤘었다.

‘이번엔 달라졌을까?’

이규한이 기대를 품은 채 펜을 들 었다.

-감독: 우중완.

우증완 감독의 이름을 기입한 후, 이규한이 신중한 기색으로 ‘베테랑 들’의 시나리오 책을 집어 들었다.

잠시 후,이규한의 눈앞에 새로운 숫자가 떠올랐다.

“자,한 잔 받아.”

장준경이 소주병을 들며 말했다. 이규한이 잔을 들어 올리는 대신 백팩에서 임대 계약서를 꺼냈다.

“이게 뭔지 알지?”

“갑자기 임대 계약서는 왜 꺼내는 거야?”

“자꾸 깜박하는 것 같아서.”

“내가 뭘?”

“임대료가 밀리면 바로 퇴실 조치

한다는 조항 말이야.”

" ‘……?"

“임대료 밀렸더라?”

이규한이 지적하자 장준경이 움찔 하며 대꾸했다.

“오히려 억울한 건 내 쪽이야.”

“무슨 뜻이야?”

“임대료를 낼 기회가 없었으니까. 내가 임대료 내려고 연락할 때마다 네가 바쁘다고 약속을 미뤘잖아?”

“그랬었나?”

“서운하다. 명색이 ‘베테랑들’의 공 동 제작자인데 너무 관심 없는 것 아냐?” 장준경의 역공을 받은 이규한이 멋 쩍은 표정을 지었다.

예상에 없던 ‘변호사’ 제작을 맡고, 또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규한은 다른 데 신경을 쓸 여력이 없을 정도로 무척 바빴다.

장준경 입장에서는 충분히 서운함 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진행은 어떻게 돼 가고 있어?”

해서 이규한이 미안한 표정으로 묻 자,장준경이 답답한 표정으로 대답 했다.

“주연 배우들인 황창민과 유아현을 만나서 구두로 출연 약속은 받아 뒀

그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장준경에 게 새삼스런 시선을 던졌다.

현재 ‘베테랑들’은 투자 유치가 확 정된 상태였다. 그렇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감독 선임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 이유는 이규한이 우중완 감독을 고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배의 선장이라고 할 수 있는 감독 선임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 만큼, 모든 스케줄은 불확실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창민과 유아 현을 상대로 ‘베테랑들’에 출연하겠 다는 구두 약속을 받아 낸 것이 장

준경의 제작자로서의 능력이 기대 이상이란 중거였다.

“이제 때가 됐다.”

잠시 후, 이규한이 입을 떼자 장준 경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때가 됐다니. 무슨 뜻이야?”

“우중완 감독이 정신을 차렸거든.”

" ……?"

“연출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사 정하고 있어.”

이규한이 우중완 감독과의 만남을 떠올리며 덧붙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장준경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진짜 우중완 감독에게 ‘베테랑들’ 의 연출을 맡길 생각이야?”

“그 부분은 이미 지난번에 얘기 끝 났잖아.”

“네 고집도 참 대단하다.”

장준경이 혀를 내두르는 것을 확인 한 이규한이 말했다.

“만약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 차렸 으면 다른 감독을 구하려고 했어. 그런데 ‘생존의 법칙’이 망한 게 우 중완 감독에게 보약이 됐더라고. 직 접 만나 보니 이제야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했더라고.”

준경의 표정은 여전히 밝아지지 않 았다.

“불안해.”

“아까도 말했듯이 우중완 감독은 이제 정신을……

“우중완 감독도 불안하지만, 더 불 안한 건 너야.”

“내가… 불안하다고?”

“그래.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고집을 피우고 있는 것처럼 느 껴지거든.”

이규한이 소주병을 들어 앞에 놓인 잔을 채우며 물었다.

“어떤 점이 이해가 안 가는 거지?”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준비 중 인 ‘변호사’라는 작품에 양우섭 감 독을 고집하는 것부터 이해가 안 돼.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신인 감독인 양우섭을 과감히 쳐 내 고 다른 기성 감독을 구해야 맞는 것 아냐? 그리고 ‘베테랑들’도 마찬 가지야. 이미 세 작품이나 실패한 우중완 감독을 고집하는 것,너무 위험한 선택이 아닐까?”

장준경이 열변을 토해 냈다.

그런 그의 지적은 일리가 있었다. 그래서 이규한은 마땅히 반박할 말 을 찾지 못하고 쓴웃음을 지었을 때 였다.

“솔직히 말하면… 어이가 없을 지 경이야.”

장준경이 덧붙였다.

소주잔을 들어서 입으로 가져가던 이규한이 도중에 멈칫했다.

“방금 뭐라고 했어?”

“지금 네가 이상한 고집을 부리는 것 같아서 이해가 안 간다고 했지.”

“아니,그다음에 한 말.”

“다음? 어이가 없을 지경이라고 했 지.”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그 말을 되뇌던 이규한이 떠올린 것.

‘베테랑들’의 마지막 감정 결과였 다.

8,864,597명의 예상 관객수.

결코 적은 관객수가 아니었다. 그 렇지만 이규한이 기억하고 있는 ‘베 테랑들’의 관객수에 비하며 한참 모 자랐다.

그 점이 못내 아쉽게 느껴졌었는 데.

방금 장준경과 대화 중에 등장했던 이야기 덕분에 그 아쉬움을 해소할 방법을 찾은 것 같았다.

“갑자기 왜 그래?” 그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이규한은 백팩을 열어서 ‘베테랑들’의 시나리 오 책을 꺼냈다.

“잠깐만 기다려 봐.”

양해를 구한 이규한이 ‘베테랑들’ 의 시나리오 책을 펼쳐서 살피기 시 작했다.

‘없어.’

잠시 후,이규한이 두 눈을 빛냈 다.

“어이가 없을 지경이네.”라는 대사 가 ‘베테랑들’ 각색고에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었 “장 대표. 윤색 한번 하자.”

‘베테랑들’ 시나리오 책을 덮으며 이규한이 말하자,장준경이 영 마뜩 잖은 기색을 드러냈다.

“윤색을 또 하자고?”

그리고 이규한은 장준경이 마뜩잖 은 반응을 드러내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미 한 차례 윤색을 맡겼던 경험 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지희 작가에게 윤색을 맡겼 던 결과는 최악이었고,이것이 다시 윤색을 하자는 이규한의 이야기를

듣고 장준경이 난색을 드러내는 이 유였다.

“윤색 과정을 또 거치려는 이유가 뭔데?”

“꼭 넣고 싶은 대사가 있어.”

“무슨 대사?”

“어이가 없을 지경이라는 대사.”

“뭐?”

“천만 영화로 만들고 싶어서 그 래.”

이규한이 설명을 덧붙였지만,장준 경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 다.

‘진짜 어이가 없을 지경이네. 대사 하나 고친다고 해서 천만 영화가 될 것 같아?”

“응. 될 수도 있어.”

“하지만……

“너도 경험해 봤잖아. 이거 말이 야.”

이규한이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동 그라미를 만들며 씩 웃었다.

“우리가 이게 없지. 가오가 없냐?”

황창민이 맡아야 할 주인공 배역의 극중 대사였다.

이규한은 ‘베테랑들’이란 작품 속 에 등장했던 이 대사를 기억하고 있 었고,대학 동창인 장준경이 ‘베테 랑들’이란 작품의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이 대 사를 알려 주었다. 그리고 대사 하 나를 알려 준 덕분에 ‘베테랑들’의 각색고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 짧은 대사 하나 덕분에 황창민 이 맡아야 할 극중 캐릭터가 명확해 지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깜박 잊고 있었는데, ‘베테랑들’에 출연한 유아현이 극중에서 한 “어이 가 없을 지경이네.”라는 대사는 영 화가 개봉한 후 무척 화제가 됐다.

그리고 이 대사는 유아현이 맡아야 할 극중 배역의 캐릭터를 가장 명확

하게 설명해 주는 효과가 있었다. 이미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

장준경은 반박하는 대신 소주잔을 들었다.

“난 이제 잘 모르겠다.”

" ‘?”

“네가 알아서 해라.”

절반쯤 포기한 표정으로 장준경이 말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이규한이 답답 한 표정을 지었다.

‘무임승차는 하지 말자.’는 각오를 한 채 ‘베테랑들’ 공동 제작자로 참 여 했다.

그러다 보니 자꾸 욕심이 생겨서 적극적으로 제작 과정에 참여했고, 장준경과는 의도치 않게 마찰이 발 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더 미안한 것은 이규한이 이런 선택들을 내리 는 이유에 대해서 장준경에게 속 시 원하게 밝힐 수 없다는 점이었다.

‘결국 방법은 작품을 성공시키는 것뿐이야.’

‘베테랑들’을 천만 영화로 만드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판단한 이규한이 속으로 말했다.

‘나중에 꼭 설명할 기회가 있을 거 야. 일단은 날 믿어 줘.’ “윤색 한번 하자.”

이규한이 다짜고짜 본론을 꺼내자 안유천이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사람이 왜 이렇게 극단적입니까?” “극단적 이라니?”

“한동안 까닿게 잊은 것처럼 연락 한 번 없더니,갑자기 왜 이렇게 몰 아서 일을 시키시려는 겁니까?”

“그래서 싫어?”

“싫다는 뜻이 아니라 저도 나름 스 케줄이 있어서…… 안유천이 슬그머니 말끝을 흐리는 것을 확인한 이규한이 물었다.

“왜? 다른 작업 들어왔어?”

“그건 아닌데요. 실은 해외여행을 한번 가 보려고 계획하는 중이라서 요.”

“조금만 뒤로 미뤄.”

“이미 비행기 표도 예약했고,숙소 예약도 마쳤는데요.”

안유천이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 대답했지만,이규한은 딱 잘라 말했 다.

“위약금 내가 내 줄게.”

“이 대표님이 위약금을 대신 내 주 신다고요? 이렇게까지 나오시는 걸 보니,제 능력을 확실히 인정하시기 시작했나 보네요.”

안유천이 거만한 표정을 짓는 것을 확인한 이규한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을 뗐다.

“그냥 해외여행 가라.”

“왜요?”

“다른 작가 찾아볼게.”

“분명히 후회하실 겁니다. 저만큼 잘 쓰는 작가 찾기 힘들 테니까요.”

안유천이 팔짱을 낀 채 말하는 것 을 들은 이규한이 속으로 한숨을 내 쉬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꾹 참았다.

그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였다.

개봉 시기 역시 작품의 흥행에 영 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

가능하면 싱크로율을 맞추는 것이 유리했고,이규한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베테랑들’의 개봉 시기가 점 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촬영에 들 어가야만 이규한이 기억하고 있는 개봉 시기와 얼추 시기를 맞출 수 있는 상황.

이규한이 알고 있는 작가들 가운데 작업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이 지금 앞에 앉아 있는 안유천이었다.

또,캐릭터를 잘 살리는 능력을 갖 추고 있기도 했고.

즉,시간 대비 효율 측면에서 안유 천이 가장 적임자란 뜻이었다.

그렇지만 안유천에게 사정하듯 하 면서 작업 과정에서 질질 끌려가는 것은 이규한의 체질에 맞지 않았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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