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134화 (134/272)

134화

“아까 장 팀장이 말했던 ‘변호사’ 의 약점 가운데 하나가 정치색이 묻 어난다는 거였지? 그게 투자 유치 과정에서 약점이 된다는 것은 분명 한 사실이야. 투자 배급사 입장에서 는 작품에 투자를 하는데 있어서 부 담을 느낄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지 만 만약 투자 유치 과정을 넘어 개 봉하게 된다면 약점이 강점으로 바

찔 수도 있어. 작품에 대한 논란이 분명히 불거질 거거든. 노이즈 마케 팅과 비슷한 개념이지. 그 단계에서 관건이 되는 것은 작품성이지. 작품 이 좋다면 논란을 이겨 내고 흥행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내가 판단하 기에 ‘변호사’라는 작품은 충분히 작품성을 갖췄어.”

김대환이 긴 설명을 마치자 장수찬 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혹시 이 작품에 특별히 관심을 갖 고 계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이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친구. 내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거든.” 표 말입니까?”

“맞네.”

김대환의 대답을 들은 장수찬이 다 시 물었다.

“대표님의 의견이 그러하시다면, 지금이라도 결정을 뒤집고 ‘변호사’ 라는 작품에 투자를 할까요?”

“그럴 필요 없네.”

“하지만 아까는 분명히 작품이 흥 행할 거라고……

“그냥 지켜보세.”

"

“지금 상황으로는 아마 투자를 받 는 게 불가능할 거야. 과연 어떻게

이 난관을 뚫어 낼지가 궁금하거

드 ”

“이 대표,미안하다.”

NEXT 엔터테인먼트 투자팀장인 김태훈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순간 이규한이 쓴웃음을 머 금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와 빅박스 투 자 심사에서 이미 물을 먹은 상황.

‘마지막 보루.,

이렇게 판단했던 NEXT 엔터테인

먼트에서도 투자가 거절당한 순간 이규한이 혼잣말을 꺼냈다.

“옛날 생각 나네.”

계속 투자 심사에서 물을 먹고 나 니 자연스레 예전 생각이 난 것이었 다.

그때 황진호가 대표실 안으로 들어 왔다.

“무슨 일 있어요?”

“투자를 못 받아서 제작 진행이 안 되고 있는데 무슨 일이 생기겠어? 그냥 위로차 들어온 거야. 제작자 심정은 제작자가 제일 잘 알거든.” 이지만,한때는 황진호도 제작자였 다.

그래서 작품의 투자를 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렵 네요.”

이규한이 하소연하자 황진호가 물 었다.

“지금 정확히 어떤 상황이야?”

“일단 메이저 투자 배급사들에게는 다 거절당했어요.”

현 상황에 대해 솔직히 알려 주자 황진호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제 중소 투자사를 알아볼 차례네.”

“그게 수순이긴 한데……

“아마 쉽지 않을 거야.”

황진호가 덧붙인 말을 들은 이규한 이 한숨을 내쉬며 수긍했다.

중소 투자사들은 메이저 투자 배급 사들에 비해 자금력이 현저히 떨어 졌다. 그런데 이규한이 예상하는 ‘변호사’의 총제작비는 약 80억 수 준이 었다.

중소 투자사 한 곳이 감당할 수 있는 제작비 수준이 아니었다.

‘어찌해야 하나?’ 이규한의 한숨이 깊어졌다.

높디높은 벽에 가로막힌 느낌이랄 까.

이 난관을 뚫고 나갈 방법이 떠오 르질 않아서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 을 때였다.

“이 대표,여기까지 하는 게 어 때?”

황진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더 이상 방법이 없어 보여서 그 래.”

했어. 더 하는 건 괜한 심력만 소모 될 뿐이야.”

‘어쩌면 진호 형 말이 맞을 수도 있어.’

이규한이 막 이렇게 판단한 순간이 었다.

지이엉.

휴대 전화가 진동했다.

문자를 확인한 이규한이 두 눈을 빛냈다.

‘입금됐다.’

‘사관,왕을 만든 남자’의 정산이 끝나고 수익금이 입금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 이규한의 머릿속으

로 좋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쇼케이스를 하자!’

커피 전문점 블루문.

양우섭 감독의 표정은 밝지 않았 다.

이규한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지 만,‘변호사’가 투자 유치에 어려옴 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 었다.

“이 대표님.”

“말씀하시죠.” “이제… 그만하셔도 됩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작하기 힘든 작품이라는 것,저 역시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 리고 이 대표님이 최선을 다하셨다 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힘들게 해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여기서 포기하셔도 절대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양우섭 감독이 대답을 마친 순간 이규한이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 다.

“포기 안 합니다.”

“하지만……

“감독님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저 역시 이 작품을 세상에 꼭 내놓고 싶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포기할 수 가 없습니다.”

놀란 표정을 짓던 양우섭 감독이 다시 말했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대신 제안을 하나 하겠습니다.”

“어떤 제안입니까?”

“제가 물러나겠습니다.”

<……?"

“연출을 맡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왜 그런 제안을 하시는 겁니까?”

니까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일 까.

양우섭 감독이 담담한 목소리로 작 품에서 하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 다.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작품이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애정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일전에도 말 씀드렸듯이 제 욕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는 것 입니다. 그래서 제가 연출직을 내려 놓으려는 겁니다.”

그가 덧붙인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 이 지체 없이 입을 뗐다.

“끝까지 같이 가시죠.”

“네?”

“저는 감독님의 손을 아직 놓고 싶 지 않습니다. 감독님이 이번 작품을 가장 잘 연출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빈말이 아니었다.

심이준은 여러 영화의 연출을 맡았 던 감독이었다.

흥행 참패를 기록한 적도 없었고, 연출 실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 는 중견 감독.

이것이 로터스 엔터테인먼트에서 ‘변호사’의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심이준을 새 감독 후보로 추천했던 이유였다.

그러나 이규한은 이미 심이준을 감 독으로 염두에 두고 감정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감정 결과는 7,764,589명이었 다.

예상을 한참 빗나갔던 감정 결과는 이규한을 당혹스럽게 만들기에 충분 했다.

왜 이런 감정 결과가 나왔을까에 대해서 고민했고,과연 감정 결과가 정확한가에 대한 의심까지 품었었 다.

결국 이규한이 선택한 것은 한 번

더 감정을 하는 것이었다.

이미 여섯 차례의 감정을 한 상황.

‘변호사’라는 작품의 감정 기회가 마지막 한 번밖에 남지 않았기에 잠 시 망설였지만,이규한은 결국 감정 을 강행하기로 결심했다.

감독 선정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핵심 중의 핵심이었으니까.

그리고 한 차례 더 감정을 하기로 결심한 이규한이 시나리오 책에 적 어 넣었던 감독의 이름은 바로 강형 진이었다.

확실한 비교 우위를 위한 선택.

그리고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잘 나가는 흥행 감독 중 한명인 강형진 감독의 이름을 기입하고 감정한 결 과도 예상과 다르긴 마찬가지였다.

8,547,966명.

심이준 감독에 비해서는 강형진 감 독이 ‘변호사’의 연출을 맡았을 때, 예상 관객수가 구십만 명가량 더 많 았다.

그렇지만 양우섭 감독이 ‘변호사’ 의 연출을 맡았을 때에 비해서는 예 상 관객수가 더 적었다.

그 이유에 대해 재차 고심하던 이 규한이 내린 결론은 양우섭 감독이 지닌 작품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이 었다.

다른 감독에 비해 ‘변호사’란 작품 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이 월등하기 때문에,양우섭 감독이 연출을 맡았 을 때 예상 관객수가 가장 많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끝까지 같이 가자는 말에 감동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양우섭 감독을 향 해 이규한이 다시 말했다.

“촬영 들어가시죠.”

그 이야기를 들은 양우섭 감독의 눈이 커졌다.

아직 ‘변호사’란 작품은 투자를 받 지 못한 상황.

그런데 촬영에 돌입하자는 이규한

의 이야기를 듣고 놀란 것이었다.

“‘변호사’는 투자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새로운 투자자를 찾았습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네.”

“그 투자자가 대체 누구입니까?” 이규한이 대답했다.

“바로 접니다.”

13 억.

‘사관,왕을 만든 남자’의 정산을 마치고 블루문 엔터테인먼트로 들어 온 수익금이었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사용했던 기획 개발비와 기타 추가로 사용된 금액 을 제하고 나자,약 10억 정도가 남 았다.

이규한은 이 10억의 수익금에다가 청월빌딩을 담보로 10억의 대출을 받아서 ‘변호사’에 직접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총액 20억을 ‘변호사’에 투자하는 것.

당연히 위험 부담이 무척 큰 선택 이었다.

만약 추가 투자를 받지 못해서 끝 내 ‘변호사’라는 작품의 제작을 마 치지 못하고 도중에 무산된다면?

이규한은 20억의 투자금을 고스란 히 허공에 날리게 될 것이었기 때문 이다.

“제가 투자할 금액은 이십억입니 다.”

예상보다 금액이 컸기 때문일까.

놀란 표정을 지었던 양우섭 감독의 낯빛이 이내 어두워졌다.

‘변호사’의 제작비는 약 80억 수준 인 만큼,촬영을 마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임을 눈치겠기 때문이었 다.

“이십억이 적은 돈이 아니라는 것 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대한 제작비를 아껴 가며 타이트하게 촬 영한다고 해도 초반부 촬영 이상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양우섭 감독이 어두운 목소리로 말 한 순간 이규한이 입을 뗐다.

“제작비를 아낄 필요 없습니다.”

“네?”

“저는 15신까지 촬영을 목표로 하 고 있으니까요.”

“15신… 이라고 하셨습니까?”

“맞습니다.”

“그럼 그다음에는……?”

“다시 투자를 받아야죠.”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은 이 대표님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

까?”

양우석 감독의 질문에 이규한이 대 답했다.

“투자 성사 여부는 감독님께 달려 있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까 제가 15신까지 촬영하는 것 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 니다. 제가 세운 계획은 감독님께서 15신까지 촬영한 분량을 갖고 투자 사와 접촉하는 겁니다. 일종의 쇼케 이스 개념이죠.”

비로소 말귀를 알아들은 표정인 양 우섭 감독에게 이규한이 덧붙였다.

“양우섭 감독은 아직 입봉작이 없 는 신인 감독이다. 그 이유로 당신 들이 ‘변호사’라는 작품에 투자를 하는데 주저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양우섭 감독이 충분히 역량 이 있는 감독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내가 갖고 왔다. 바로 ‘변호사’의 초반부 촬영분이다.”

<?,

“이렇게 투자자들을 설득할 겁니 다. 만약 감독님께서 좋은 연출을 해 주신다면 투자사들이 감독님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작품에 대한 믿음도 심어 줄 수 있다면,투자에 대한 확신을 갖

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이 고심 끝에 띄운 승부수에 대해서 간략한 설명을 마친 이규한 이 양우섭 감독의 반응을 살폈다.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만약 솔직히 말해 준다면?

양우섭 감독이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런 사실 을 알리지 않을까에 대해서도 고민 했었다.

그렇지만 결국 마음을 바꿔 현 상 황에 대해서 솔직히 털어놓은 이유 는 양우섭 감독의 잠재력을 끌어내 기 위함이었다.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면 인간은 가 진 바 이상의 능력을 끌어내는 동물 이니까.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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