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123화 (123/272)

123화

미워도 다시 한 번?

‘스파이들’ 출연을 고사했던 임동 완은 ‘사랑이 운다’라는 작품에 출 연했었다.

배정훈 감독과의 의리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사랑이 운다’의 최종 관객수는 약 101만 명.

간신히 백만 관객을 돌파하긴 했지

만,손익 분기점에 훨씬 미치지 못 했다.

최근 들어 티켓 파워를 과시하고 있던 임동완의 입장에서는 뼈아픈 결과.

그는 다시 본인의 티켓 파워를 증 명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고,이것 이 ‘스파이들’에 다시 출연하고 싶 다는 의사를 밝힌 이유일 터였다.

“왜? 괘씹해?”

황진호가 던진 질문을 들은 이규한 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을 확인한 황진호가 쓰게 웃으며 입을 뗐다.

“나도 괘씹하게 느껴지는 건 마찬 가지야. 그런데도 명단에 이름을 올 릴 수밖에 없었어.”

“왜 입니까?”

“그 나이 대에 임동완만 한 남자 배우를 찾기가 어렵거든.”

황진호의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재 차 고개를 끄덕였다.

‘세 배우들 중에는 제일 나아.’

연기와 인지도,그리고 티켓 파워.

세 가지 측면에서 명단에 적혀 있 는 세 배우들 가운데 임동완이 가장 앞서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웠 다.

그때 였다.

“이 대표,괘씹하게 느껴지는 마음 은 알겠지만,눈 한번 질끈 감는 게 어때? 사적인 감정보다 중요한 게 영화를 잘 만들어서 성공시키는 거 잖아?”

황진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백번 옳은 이야기.

그렇지만 이규한은 여전히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망설이던 이규한이 대 답했다.

“저도 대인배는 못 되나 봅니다.” “임동완이 괘씸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이규한이 ‘스파이들’의 시나리오 책을 꺼냈다.

잠시 미뤄 두었던 감정을 하기 위 함이었다.

-감독: 양도윤

-주연 배우: 송강오,임동완.

펜을 들어 이렇게 기입한 이규한이 ‘스파이들’의 시나리오 책을 집어 들었다.

-4,769,543.

잠시 후,이규한의 눈앞에 떠오른 숫자였다.

‘늘었다.’

마지막 감정을 했을 당시보다 예상 관객수가 약 40만 명 가까이 늘어 나 있었다.

적지 않은 증가 폭.

-감독: 양도윤.

-주연 배우: 송강오,이승규.

조합을 바꾼 후,이규한이 ‘스파이 들’의 시나리오 책을 집어 들었다.

-4,567,856.

잠시 후,이규한의 눈앞에 새로운 숫자가 떠올랐다.

‘줄었다.’

임동완 대신 이승규를 남자 주인공 으로 기입하고 나서 감정한 결과, 예상 관객수가 줄어들어 있었다.

그렇지만 놀랍거나 당혹스럽지는 않았다.

이승규는 임동완에 비해 인지도와 티켓 파워가 한참 떨어지는 배우.

이런 감정 결과가 도출된 것이 오 히려 당연하게 느껴졌다.

“진호 형 말처럼 괘씹해도… 눈 한 번 질끈 감고 넘어가야 하나?”

임동완을 남자 주인공으로 기용할 경우,이승규에 비해서 약 20만 명 가까이 예상 관객수가 많다는 것을

확인한 상황이었다.

해서 임동완을 출연시키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속으로 하 면서 이규한이 다시 펜을 들었다.

아직 확인하지 못했던 배우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짝악. 좌악.

이승규의 이름 위에 두 줄을 긋고, 유아현의 이름을 적어 넣으려던 이 규한이 도중에 멈칫했다.

“이십만?”

아까 감정했을 당시,예상 관객수 의 차이가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었 다.

“왜… 이것밖에 차이가 안 나는 거 지?”

이십만의 예상 관객수 차이.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오히려 차이가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임동완과 이승규의 체급 차이 때문이었다.

배우들 사이에도 급은 존재했다.

쉽게 말해 아침 드라마나 일일 드 라마에 주로 출연하는 배우와 미니 시리즈에 출연하는 배우는 분명히 인지도와 연기 역량 등에서 차이가 있었다.

또,조연과 주연 배우들 사이에도 차이는 존재했다.

이걸 흔히 체급 차이라고 불렀다.

그런 면에서 임동완과 이승규는 체 급 차이가 분명히 존재했다.

임동완이 이승규에 비해서 인지도 나 티켓 파워에서 한참 앞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좀 더 차이가 벌어질 줄 알았는 데.”

체급 차이가 분명한 두 배우였기 때문에 감정 결과 예상 관객수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지만 예상 관객수 차이는 약

이십만 명에 불과했다.

이것이 유아현의 이름을 시나리오 책에 적어 놓고 감정을 하려던 이규 한이 도중에 멈추었던 이유였다.

“혹시… 케미 때문일까?”

감독과 배우 간의 케미가 존재한다 는 것.

‘사관,왕을 만든 남자’를 제작하면 서 이미 경험한 후였다. 그래서 이 규한이 지체하지 않고 휴대 전화를 들었다.

뚜투루루. 뚜투루루.

벨이 두 번 울리기 무섭게 양도윤 감독이 전화를 받았다.

“대표님, 무슨 일로 연락하셨습니 까?”

“‘스파이들’ 캐스팅 때문에 연락드 렸습니다. 혹시 감독님이 염두에 두 고 계신 주연 배우가 있으신가요?”

“이승규와 유아현, 그리고 임동완 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사람 생각이 다 비슷하네.’

이규한이 속으로 생각하면서 다시 물었다.

“셋 중 한 명을 고르신다면요?”

“개인적으로는 이승규라는 배우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인지 도나 티켓 파워 측면에서 임동완에

게 너무 밀린다는 게 마음에 걸리네 요.”

양도윤 감독에게서 돌아온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임동완으로 가야 하는 건 가?’

이규한이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정동훈은 어떻습니까?”

양도윤 감독이 불쑥 물었다.

“정동훈… 이요?”

그 질문을 받은 이규한이 난색을 드러냈다.

기 때문이었다.

송강오의 상대역으로 출연해야 할 남자 주인공 배역의 극중 설정은 삼 십 대 초반.

정동훈은 약 열 살가량 나이가 더 많았다.

“나이가 너무 많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규한이 물은 순간 양도윤 감독이 대답했다.

“동안입니다.”

“네?”

“정동훈 말입니다. 부러울 정도로 동안입니다. 아직 대학생이라고 해 도 믿을 정도로 자기 관리를 무척

잘했습니다.”

‘그럼 가능할 수도 있으려나?’

이규한이 막 이렇게 판단했을 때였 다.

“송강오 선배께 한번 여쭤 보시

“송강오 선배에게요? 왜요?”

“배우들 사이에도 케미는 존재하니 까요.”

그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휴대 전화를 움켜쥔 손에 힘을 더했다.

감독과 배우 사이에만 케미가 존재 하는 것이 아니었다.

미가 존재했다. 그리고 배우들 간의 케미 역시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미 칠 수 있는 요인이었다.

“알겠습니다.”

양도윤 감독과 통화를 마친 이규한 이 바로 송강오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이,이 대표. 오랜만이야.”

“선배님,시간 좀 내주실 수 있습 니까?”

“할 이야기가 있는가 보지?”

“네,그렇습니다.”

“오늘 시간 잠깐 괜찮은데. 내가 찾아가지.”

“아닙니다.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회사 이전했다면서? 구경도 할 겸 찾아가려는 거야.”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주소를 문 자로 넣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이규한이 새로 이전한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의 주소를 보냈 다.

잠시 후,이규한이 웃으며 혼잣말 을 꺼냈다.

“규리가 엄청 좋아하겠네.” 웅성웅성.

송강오가 들어온 순간 커피 전문점 블루문 내부가 술렁였다.

“선배님,오셨습니까?”

이규한이 출입문 앞으로 다가가서 송강오에게 인사했다.

“일단 차부터 시키시죠.”

“그렇게 하세.”

이규한이 송강오와 함께 카운터 앞 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규한의 예상 대로였다.

송강오의 오랜 팬인 이규리는 좋아 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뭘로 드시겠습니까?”

“난 아이스 아메리카노.” “알겠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부탁해.”

이규한이 주문했지만 이규리는 계 산을 하는 대신 송강오의 얼굴만 뚫 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규리야. 일하자.”

“응? 아까 뭐라고 했어?”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부탁한 다고.”

이규한이 재차 알려주며 신용 카드 를 내밀었다.

그렇지만 이규리는 신용 카드를 받 지 않고 입을 뗐다.

“서비스야. 오랜 팬으로서 커피 한 잔 정도는 당연히 대접해 드려야 지.”

이규리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 순간 송강오가 끼어들었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겨우 커피 한 잔 대접 해 드리는 건데요.”

“그런데 이 대표랑 어떻게 아는 사 이예요?”

“하나뿐인 여동생입니다.”

“아,그래요? 만나서 반가워요. 훌 륭한 오빠를 뒀네요.”

송강오와 이규리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지켜보던 이규한이 입맛을 찜

다시며 말했다.

“선배님의 인기가 참 대단하시네

요.”

“무슨 뜻이야?”

“가족인 저도 공짜 커피를 얻어 마 신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그런데 선배님께는 규리가 공짜 커피를 제 공하니까요.”

“하하. 몰랐는데 아주 귀한 커피를 마시게 됐네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맛있 게, 진짜 맛있게 만들어서 갖다 드 리겠습니다.”

이규한이 송강오와 함께 빈 탁자에

앉았다.

잠시 후,이규리가 커피 두 잔을 갖고 왔다.

“맛있게 드세요.”

송강오가 바로 커피를 한 모금 마 신 후 입을 뗐다.

“목이 타던 참이라 더 시원하고 맛 있게 느껴지는구만.”

“왜 갈증이 나십니까? 더우십니 까?”

“긴장해서 갈증이 나.”

“네?”

“이 대표 전화 받고 올 게 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혹시 ‘스파이들’에서 잘렸다는 통 보를 받는 게 아닐까? 이런 걱정이 들었거든.”

비로소 말뜻을 알아들은 이규한이 손사래를 쳤다.

“선배님이 출연하지 않으시면 차라 리 ‘스파이들’ 제작을 접겠습니다.”

“날 안 자르겠다는 뜻이지?”

“당연하죠.”

“이제 안심이 좀 되는구만. 그럼 무슨 일로 만나자고 한 거야?”

“캐스팅 때문에 여쭤 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스파이들’에서 선배님과

함께 투톱 주연을 맡을 배우로 임동 완은 어떠십니까?”

“임동완? 전에 출연을 고사했다고 하지 않았었나?”

“맞습니다. 그런데 다시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송강오가 콧잔등을 긁었다.

“이 대표 생각은 어때?”

“솔직히 괘씸한 마음을 갖고 있습 니다. 임동완이 출연 의사를 철회한 바람에 ‘스파이들’ 제작이 무산될 뻔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임동완 정 도의 티켓 파워를 갖춘 배우를 찾기

힘든 게 현실이긴 합니다.”

이규한이 솔직히 대답하자 송강오 가 잠시 고민한 후 입을 뗐다.

“혹시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있는 다른 배우들은 없나?”

“이승규도 염두에 두긴 했습니다.”

“승규? 너무 약한데.”

송강오가 난색을 드러낸 순간 이규 한이 말했다.

“저도 같은 판단을 했습니다.”

“승규가 연기도 잘하고 인성도 괜 찮은데. 아직 주연을 맡기에는 좀 약해.”

은 이규한이 두 눈을 빛냈다.

‘평가가 나쁘지 않다.’

이승규에 대한 송강오의 평가.

무척 후한 편이었다. 그리고 이승 규에 대한 양도윤 감독의 평가 역시 후했다.

‘이것 때문일 확률이 높아.’

순간,이규한이 퍼뜩 떠올린 것은 감정 결과였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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