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114화 (114/272)

114화

천재감독 우중완 (2) 순간순간 천재성이 번뜩이는 연출 로 우중완 감독은 일부 매니아층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많은 관객들 의 지지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천재성을 드러내는 데 치중하다 보 니,시나리오의 완성도에서 허점과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베테랑들’은 이미 시나 리오가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 니 우중완 감독이 연출을 맡았을 경 우,천재성과 완성도의 결합이라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이 규한은 판단한 것이었다.

“정말… 우중완 감독에게 연출을 맡겨도 괜찮을까?”

이규한이 두 가지 이유를 밝혔음에 도,장준경은 여전히 우중완 감독에 게 ‘베테랑들’의 연출을 맡기는 데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그를 탓할 수는 없 었다.

이규한과 장준경이 알고 있는 정보 에는 차이가 있었으니까.

또,그가 ‘베테랑들’이란 작품에 애

정이 크다는 증거였으니까.

“그럼 이렇게 하자.”

“어떻게?”

이규한이 대답했다.

“우중완 감독을 만나 본 후에 결정 을 내리자.” 커피 전문점 블루문.

장준경과 함께 우중완 감독이 도착 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카운터 앞에 서 있던 이규리가 손짓했다.

“무슨 할 말 있어?”

이규한이 다가가서 묻자 이규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내보낼 거야?”

“무슨 소리야?”

“이번에 계약 만료되는 헤어팡팡 말이야. 진짜 내보낼 거냐고?”

헤어팡팡은 청월빌딩 2층에 입주해 있는 미용실이었다.

곧 계약 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는 데,이규한은 계약을 해지하고 내보 내기로 결심한 상태였다.

“응,내보낼 거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안 돼?”

“왜 다시 생각해 보라는 거야?”

“실은 원장 언니가 나한테 와서 부 탁했었어. 임대료를 조금 더 올려줄 의향이 있으니까 계속 여기 입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이규리의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쓴 웃음을 머금었다.

미용실 원장은 이규리가 건물주인 이규한의 친동생임을 알고 찾아와서 이런 부탁을 한 것이리라.

“혹시 공짜로 머리해 줬어?”

“어떻게 알았어?”

이규리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은 순간 이규한이 대답했다.

“머리 길이가 변했네.”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냐. 단골 도 많고 근처에 새 가게를 얻기도 쉽지 않대. 사정을 들어보니 좀 딱 하더라고.”

이규리가 멋쩍은 표정으로 덧붙인 말을 들은 순간 이규한의 마음이 조 금 약해졌다. 그렇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이미 결정한 사항이야.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아.”

이규한이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하 “진짜 임대료 수익을 얻기 위해서 건물을 구입한 게 아니구나.”

“그렇다니까.”

헤어팡팡이란 미용실만이 아니었 다.

현재 청월빌딩에 입주해 있는 다른 가게들과 사무실들도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차례로 내보낼 생각이었 다.

이런 이규한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일까.

뭔가 할 말이 남은 듯 보이는 이 규리를 확인한 이규한이 서둘러 화

제를 돌렸다.

“참,그 녀석은 요즘 뭐 해?”

“호인 오빠?”

“그래.”

“요새 바빠서 나도 얼굴 보기 힘들 어.”

“뭐 하느라 그렇게 바쁜데?”

“시나리오 쓰고 있어.”

“기존에 썼던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거야? 아니면 새로운 시나리오를 쓰 는 거야?”

“이번에 조감독을 하고 나서 느낀 게 많대. 그래서 기존에 썼던 시나 리오를 수정하고 있다고 하던데.”

“그래?”

이규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최호인이 썼던 시나리오들은 이규 한도 본 적이 있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읽어 본 것은 아니었다.

감정을 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감정했던 결과 최호인이 시나 리오를 썼던 ‘우리의 복수는 범죄가 아니다’라는 작품의 예상 관객수는 10,203명.

그리고 ‘지구 너머의 낙원’이란 작 품의 예상 관객수는 4,569명이었다.

‘차라리 새 시나리오를 쓰는 게 나 을 텐데.’

호박에 줄 그어 봐야 수박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이규 한이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오빠가 좀 도와주면 안 돼?”

이규리가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 게 물었다.

“아직은 아냐.”

이규한이 바로 대답하자 이규리가 다시 물었다.

“왜 아직인데?”

“아직 적당한 때가 아냐.”

“그 적당한 때가 언제인데?” “입봉할 준비가 됐다고 판단이 들 면 그때 도와줄 거야.”

이규한의 눈에 비친 최호인은 아직 감독으로 입봉하기에 한참 부족했 다.

험하디험한 영화판에서 버티려면 입봉작의 흥행 여부가 무척 중요한 만큼 완벽하게 준비가 됐을 때 최호 인을 감독으로 입봉시키고 싶었다.

이런 영화판 사정을 잘 모르는 이 규리가 원망 섞인 시선을 던졌지만, 이규한은 슬그미니 시선을 피했다.

마침 우중완 감독이 도착한 것을 확인한 이규한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락드렸던 장준경입니다.”

“우중완입니다.”

장준경과 우중완이 인사를 나눌 때 이규한도 끼어들었다.

“영화 ‘베테랑들’의 공동 제작을 맡은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대표 이 규한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규한의 이름을 이미 들어보았기 때문일까.

우중완 감독이 두 눈을 빛내며 입 을 뗐다.

“한번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저를요?”

“네,천재 제작자란 소문을 들었거

'천재 제작자?’

자신이 천재 제작자라 불리운다는 사실.

이규한도 처음 알게 된 상황이었 다.

그래서 멋쩍은 표정을 지은 채 이 규한이 덧붙였다.

“과한 호칭입니다. 그나저나 저 역 시 우 감독님을 한번 만나 뵙고 싶 었습니다. 천재 감독이란 소문을 워 낙 많이 들었거든요.”

이규한이 꺼낸 이야기를 들은 우중 완의 반응.

멋쩍어했던 이규한과는 달랐다.

천재 감독이란 수식어가 자신의 이 름 앞에 따라붙는 것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우중완이 콧김을 내뿜으며 말했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네요.”

그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표정을 굳혔다.

‘데스매치,카운트다운’과 ‘죽어야 산다’.

본인이 연출했던 두 작품의 흥행 부진을 경험하면서,우중완 감독이 반성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을 거

라고 생각했다.

또,치열한 자기반성도 거쳤을 것 이라 판단했고.

그렇지만 방금 나눈 대화를 통해 이규한은 자신의 예상이 빗나갔음을 알아채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생 각했다.

‘아직 정신 못 차렸네.’

‘이러면 곤란한데.’

우중완 감독은 아직 현실 파악이 덜 된 상태였다.

그로 인해 이규한이 슬쩍 미간을 찌푸렸을 때였다.

자고 하신 겁니까?”

우중완이 용건에 대해서 질문을 던 졌다.

아직 ‘베테랑들’의 연출을 우중완 감독에게 맡기기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

그래서 아직 ‘베테랑들’의 시나리 오를 우중완 감독에게 보여 주지 않 았다.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미팅을 하 고 싶다고 연락했기 때문에 우중완 감독이 오늘 만남의 이유에 대해 질 문을 한 것이었다.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작품인 ‘베 테랑들’의 연출을 우 감독님에게 맡 기는 게 어떨까 하는 의견이 있었습 니다. 그래서 일단 우 감독님과 미 팅을 한번 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규한이 솔직하게 용건을 밝히자 우중완이 딱하다는 시선을 던졌다.

“한발 늦으셨네요.”

“네?”

“제가 이미 연출을 맡기로 한 작품 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미 작품 계약을 맺었다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돌발 상황이었 다.

‘데스매치,카운트다운’과 ‘죽어야 산다’가 모두 손익 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을 정도로 흥행이 부진했기에 당연히 우중완 감독에게 더 이상 연 출 제안이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판 단했었는데.

이규한의 오판이었다.

천재 감독이란 소문 그리고 ‘변절 자가 되는 순간’의 임팩트가 워낙 강했기에 여전히 우중완 감독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제작사가 있었 다.

우중완 감독이 이미 계약된 작품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이규한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반면 장준경의 표정은 오히려 밝아 져 있었다.

처음부터 우중완 감독에게 ‘베테랑 들’의 연출을 맡기는 것을 내켜 하 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다행이라 고 판단했기 때문이리라.

이규한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장준 경이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 었다.

‘우중완 감독은 포기하자.’

이런 의미가 담긴 고갯짓이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선뜻 포기하지 못하고 입을 뗐다.

“혹시 어떤 작품의 연출을 맡으셨 는지 알 수 있을까요?” “‘생존의 법칙’이란 작품입니다. 대 락적인 줄거리를 말씀드리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이 자신에게 꼭 필요한 이식받을 간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별주부전, 아시죠? 별주부전에서 모티브를 따 온 작품 인데……

우중완 감독이 신이 나서 ‘생존의 법칙’이란 작품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도중에 말을 자 르며 질문을 던졌다.

“각본은 누가 썼습니까?”

“당연히 제가 썼습니다.” “그렇군요.”

우중완 감독이 직접 ‘생존의 법칙’ 의 각본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 규한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 작품도 망할 확률이 높군.’

이런 생각이 퍼뜩 들었기 때문이었 다.

그렇지만 이규한의 속내를 전혀 알 지 못하는 우중완 감독은 다시 신이 나서 ‘생존의 법칙’이란 작품에 대 한 설명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별주부전에서는 거북이와 토끼가 용왕의 간을 얻기 위해서 바닷속에 있는 용궁으로 떠나지 않습니까? 별 주부전을 보고 난 후 저는 퍼뜩 신 체 포기 각서를 쓰고 사채를 사용하 는 사람들을 떠올리고……

“감독님.”

“네?”

“혹시 시나리오를 볼 수 있을까 요?”

이규한이 부탁하자 우중완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

‘생존의 법칙’이란 작품에 대해서 설명을 듣는 것으로는 부족해서 이 규한이 이런 부탁을 꺼낸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보여 드릴 수 있습니다.” 우중완 감독이 등에 매고 왔던 가 방에서 두툼한 시나리오 책을 꺼냈 다.

“최종고는 아닙니다. 거의 초고나 마찬가지인데 괜찮겠습니까? 아니면 나중에 메일로 최종고를 보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우중완 감독이 친절하게 제안했지 만 이규한은 손사래를 쳤다.

“이거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우중완 감독에게서 ‘생존의 법칙’의 시나리오 책을 건네받은 이 규한의 눈앞에 숫자가 떠올랐다.

- 540,786.

이규한의 눈앞에 떠오른 예상 관객 수였다.

그 예상 관객수를 확인한 순간 충 격을 받지는 않았다.

우중완 감독과 대화를 나눈 후,그 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생존의 법칙’은 우중완 감 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작품.

흥행 부진을 겪을 것임을 어느 정 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였다.

이규한이 ‘생존의 법칙’ 시나리오 책을 펼치지 않고 가만히 들고 있는 것을 확인한 우중완 감독이 물었다.

“왜 안 보십니까?”

“나중에 보겠습니다.”

감정을 통해 예상 관객수를 확인한 상황.

굳이 읽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이규한이 나중에 보겠다고 대답한 순간,우중완 감독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수상한 여자’로 천만이 넘는 관객 을 동원한 제작자인 이규한의 의견 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그 반응을 확인한 이규한이 물었 다.

“‘생존의 법칙’은 어느 제작사에서 제작하고 있습니까?”

1억 관객 제작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