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108화 (108/272)

108화

청월 빌딩.

이규한이 새로 구입한 건물명이었 다.

“여기가 목적지야.”

택시에서 내린 이규한이 알려 주 자,장준경이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 로 물었다.

“여기가 어딘데? 그리고 여기까지

온 이유가 대체 뭔데?”

“커피 마시면서 하나씩 얘기하자.”

“커피?”

이규한이 턱짓으로 건물 1층에 입 점해 있는 커피 전문점을 가리킨 순 간,장준경이 두 눈을 빛냈다.

“가게 이름이… 블루문이네?”

이규한이 세운 제작사는 블루문 엔 터 테 인먼트.

커피 전문점의 이름이 공교롭게도 같다는 사실을 알아챈 장준경이 말 했다.

“우연인가?”

“우연이 아냐.”

“안에 들어가 보면 우연이 아니란 걸 확실히 알 수 있게 될 거야.” 이규한이 웃으며 먼저 커피 전문점 안으로 들어갔다.

뒤따라 안으로 들어섰던 장준경이 카운터 앞에서 깜짝 놀란 표정을 지 었다.

“어,규리 맞지?”

“오랜만이네요. 준경 오빠.”

“네가 왜 여기 있어?”

대학을 다니던 시절,장준경은 이 규한의 집에 몇 차례 놀러 온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규리를 알고 있었 다. 그리고 커피 전문점에서 이규리 를 만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 했기 때문에 장준경이 놀란 것이었 다.

“사장이 가게를 지키는 것,당연한 일 아닌가요?”

이규리가 생긋 웃으며 대답하자 장 준경이 다시 물었다.

“네가 이 가게 사장이야?”

“맞아요.”

“가게 좋다.”

리모델링을 마친 커피 전문점 내부 를 둘러보던 장준경이 감탄했다.

서쨌든 반갑다.’

“저도요.”

장준경과 이규리가 뒤늦은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이규한이 물었다.

“매출은 어때?”

“아직까지는 손님이 많이 없어.”

“자리 잡을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 릴 거야.”

“나도 알아. 그래도 홍보를 좀 해 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하고 있는 중이야.”

“조금만 더 기다려 봐.”

“왜?”

“저절로 흥보가 될 테니까.”

이규한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이규리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을 짓고 있었지만,이규한은 더 설 명하는 대신 장준경에게 고개를 돌 렸다.

“뭐 마실래?”

“아무 거나 상관없어.”

“그럼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마시 자. 두 잔 부탁해.”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팔천 원입니다.”

이규리가 계산을 요구한 순간 이규 한이 물었다.

“가족인 나한테도 돈 받으려고?”

“가족은 손님 아냐?”

“헐.”

이규한이 혀를 내두르며 신용 카드 를 내밀었다.

“테이크아웃 해 줘.”

“테이크아웃? 오케이.”

“그리고 하나 더.”

“또 뭔데?”

“팔천 원만 계산해라. 휴대 전화로 사용 내역 날아온다.”

“아쉽네.”

이규리가 픽 웃으며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테이크아웃 한 아이스 아 메리카노 두 잔을 양손에 든 이규한 이 커피 전문점을 빠져나왔다.

“또 어딜 가?”

“커피 마시러 가야지.”

“왜 가게 안에서 마시지 않고

?”

“분위기가 기가 막힌 곳을 알고 있 거든.”

이규한이 한쪽 눈을 찡긋하며 대답 한 후 계단을 올랐다.

이층에 오른 이규한이 거침없이 복 도를 걸어서 비어 있는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여기야.”

이규한이 빈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무실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두 개의 플라스틱 의자 가운데 하나에 이규한이 앉았다.

“뭐 해? 앉아.”

“혹시 여기가 네가 말했던 분위기 좋은 곳이야?”

“맞아?”

영 실망한 기색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장준경에게 이규한이 물었 다.

찮지 않아?”

“그게… 무슨 소리야?”

제대로 말귀를 이해하지 못한 장준 경이 두 눈을 연신 깜박였다.

“DMC 파크 내에 입주해 있던 기 존의 빅스빅 픽처스 사무실보다는 더 넓고,환기도 잘되는 편이야. 서 울이 아니라 경기도이긴 하지만 지 하철역도 근처에 있고,광역 버스도 자주 있어서 교통도 나쁘지 않은 편 이고. 주차 공간도 여유 있는 편이 야.”

이규한이 사무실의 장점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렇지만 장준경은 고개를 흔들었 그 반응을 확인한 이규한이 물었 다.

“왜? 사무실이 별로 마음에 안 들 어?”

“당연히 마음에 들어. 지금 쓰고 있는 사무실에 비하면 궁궐이나 다 름없으니까.”

“그런데?”

“돈이 없어.”

보증금과 임대료.

이 사무실을 사용하기 위해서 필요 한 자금이 없다고 고백하고 있는 장 준경에게 이규한이 말했다.

“보증금은 없어.”

“보증금이 없다고?”

“그리고 임대료는 네가 한 달에 한 번 소주를 사는 걸로 하자.”

장준경이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물었다.

“이규한, 지금 무슨 소릴 하고 있 는 거야?”

“건물주로서 새로운 세입자와 보증 금과 임대료에 대해서 의논하고 있 는 중이지.”

“건물… 주?”

“그래. 내 건물이야.”

비로소 상황을 파악한 장준경이 입

을 쩍 벌렸다.

“어떻게……?”

“천만 영화 제작하면 건물주가 된 다. 충무로에 전해져 내려오는 속설 알지? 그 속설이 맞더라고.”

이규한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자 장 준경이 말했다.

“수상한 여자?”

“응,‘수상한 여자’의 정산을 받아 서 이 건물을 샀어.”

“이규한,성공했구나. 부럽다. 진짜 부……

부러운 표정으로 축하의 말을 던지 던 장준경이 도중에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였구나.”

“뭐가 그래서라는 거야?”

“블루문.”

우”

“규리가 여기서 커피 전문점을 하 는 이유 말이야.”

이규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그런데 블루문이라는 상호 를 쓰라고 내가 시킨 건 아냐. 상호 명은 내가 아니라 규리가 정한 거 야.”

블루문 엔터테인먼트가 승승장구한 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이규리는 커피 전문점 상호를 블루

문으로 정했다.

“난 장소만 빌려준 거지.”

“보증금과 임대료 없이?”

“맞아. 가족이니까.”

이규한이 대답한 순간 장준경이 두 눈을 빛냈다.

“그럼 아까 했던 말도 능담이 아닌 거야?”

“농담한 적 없는데.”

“진짜 보증금과 임대료를 안 받을 생각이야?”

“계약서 쓸까?”

“응?”

“자꾸 말이 바뀌는 걸 보니 불안해 서.”

“무슨… 뜻이야?”

“보증금은 없지만 임대료는 받는다 고 했어. 한 달에 한 번씩 나한테 소주를 사야 한다고 말했잖아.”

“그거야 당연히……

“그리고 전기세와 수도세,관리비 는 네가 부담해야 해.”

이규한이 새 사무실에 입주하는 조 건에 대해 알려 주었지만, 장준경은 제대로 듣고 있는 기색이 아니었다.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빈 사무 실을 둘러보기 바빴다.

“진짜 계약서 써야겠네.”

이규한이 픽 웃으며 입을 땐 순간 장준경이 물었다.

“대체 왜 이래?”

“계약서 쓰기 싫어?”

“그게 아니라… 대체 나한테 왜 이 렇게 잘해 주냐고? 내가 불쌍해서?”

“아니.”

“그럼 대체 이유가 뭔데?”

“친구니까.”

장준경의 말문이 막힌 순간 이규한 이 덧붙였다.

료이기도 하니까.”

‘수상한 여자’의 정산금을 받은 이 규한이 건물을 매입한 이유.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거두기 위 함이 아니었다.

임대료를 내기도 힘들 정도로 형편 이 어려운 동료 영화 제작자들을 돕 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첫 수혜자가 된 것이 장준 경이었다.

“고맙다. 고마워. 정말 고맙다.”

장준경은 눈시울을 붉힌 채 고맙다 는 말만 연신 꺼냈다.

“그럼 꼭 성공해라. 그리고 임대료

밀리지 말고. 임대료 밀리면 바로 사무실 빼 버릴 거니까.”

이규한이 건물주답게 엄포를 늘어 놓고 나서야 장준경의 입가로 웃음 이 떠올랐다.

“매달 임대료 꼬박꼬박 내겠다고 약속할게.”

“이제야 세입자답네.”

장준경의 어깨를 툭 친 이규한이 말했다.

“가장 급한 사무실 문제는 얼추 해 결된 것 같으니까 이제 다음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

“다음 문제라니?”

그 질문을 받은 장준경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당연히 펫기고 싶지 않아. 그렇지 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 어.”

“그래서 어쩔 생각이야?”

“백기원 팀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어.”

빅박스의 투자팀장인 백기원이 제 안한 내용은 빅스빅 픽처스와 플래 닛 엔터테인먼트가 ‘베테랑들’의 공 동 제작을 하는 것이었다.

“너무 억울하지 않아?”

지금까지 ‘베테랑들’의 기획 개발 을 도맡아 해 온 것은 빅스빅 픽처 스의 대표인 장준경이었다.

그런데 막판에 플래닛 엔터테인먼 트가 무임승차를 하려고 하는 셈이 었다.

그것도 제작사 수익의 절반을 가져 가는 조건으로.

‘내게 닥친 일이라면?’

지금의 상황이 너무 억울해서 밤잠 을 설쳤으리라.

“나도 억울해.”

장준경도 마찬가지였다.

토로하던 장준경이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그런데 방법이 없어.”

장준경이 막막한 표정으로 말한 순 간 이규한이 물었다.

“만약 방법이 있다면?”

그 질문을 들은 장준경이 움찔하며 두 눈을 빛냈다.

“정말 방법이 있어?”

이규한이 대답했다.

“내가 끼어든다면 방법이 생길 수 도 있어.”

“거짓말이야.”

이규한이 입을 땐 순간 장준경이 서둘러 물었다.

“뭐가 거짓말이라는 거야?”

“심수창 감독이 거짓말을 했어. 심 수창 감독과 이지희 작가,오랫동안 같이 손발을 맞춰 온 관계가 아냐.”

“그럼?”

“이지희 작가는 심수창 감독의 제 자야.”

심수창 감독과 이지희 작가.

이규한이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의심을 품은 계기는 이지희 작가가 수정한 ‘베테랑들’의 시나리오를 확 인한 것이었다.

-1,563,358.

이지희 작가가 수정한 ‘베테랑들’ 시나리오 책의 예상 관객수는 수정 하기 전보다 예상 관객수가 확 줄었 다.

반토막도 아니고 1/3 수준으로 줄 어든 예상 관객수를 확인한 순간, 이규한은 두 사람의 관계에 의심을 품었다.

그 의심이 확신으로 변한 것은 이 지희 작가가 수정한 ‘베테랑들’의 시나리오 책을 직접 읽고 난 후였 다.

비문투성이라서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지문과 수시로 틀리는 시 나리오 용어들을 확인하고 난 후, 이규한은 이지희 작가가 프로 작가 가 아니라 아마추어 작가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검색을 해 보니,이지희 작가는 대한시나리오 작가협회에서 운영하는 시나리오 작 가 클래스를 수료한 신인 작가였다. 그리고 당시 이지희 작가를 지도한 강사는 심수창 감독이었다.

‘습작을 시킨 거야.’

당시의 인연으로 심수창 작가는 이 지희 작가에게 습작을 시켜 본 것이 었다. 그래서 이런 형편없는 글이

나온 것이었고.

“확실해?”

“맞아. 내가 확인해 봤어.”

“그런데 심수창 감독은 왜 그런 거 짓말을 한 거야?”

“욕심 때문이지.”

“무슨 욕심?”

“‘베테랑들’이란 작품에 욕심이 생 긴 거야.”

장준경은 제대로 이해한 기색이 아 니었다. 그래서 이규한이 재빨리 설 명을 더했다.

“심수창 감독은 네가 ‘베테랑들’의 제작을 포기하길 바란 거야.” “다른 제작사에서 ‘베테랑들’을 제 작하고 싶었던 거지. 모르긴 몰라도 친분이 있는 제작자가 운영하는 제 작사를 끌어들이려고 했을 거야. 그 래서 지분을 더 챙기는 게 심수창 감독의 목적이었을 거야.”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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