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103화 (103/272)

103화

“왜 양도윤 감독이 아니라 김현민 감독과 계약을 하려는 거야?” 황진호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은 채 묻고 있었다.

‘난감하네!’

자신에게로 향해 있는 황진호의 강 렬한 시선을 느낀 이규한이 손을 들 어 올려 머리를 긁적였다.

‘시나리오 책을 집어 들면 예상 관 객수를 볼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사용한 결과, ‘사관,왕을 만든 남 자’의 연출을 김현민 감독에게 맡기 는 경우 양도윤 감독에게 맡기는 것 보다 예상 관객수가 대략 오십만 명 정도 많았습니다.’

이것이 이규한이 양도윤 감독이 아 니라 김현민 감독과 계약하는 것을 선택했던 진짜 이유였다.

그렇지만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들 황진호가 순순히 믿어 줄까?

그럴 리 없었다.

되레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가능성 이 높았다.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빈번하게 벌 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고민 하던 이규한이 한참 만에 입을 뗐 다.

“…직감입니다. 영화 제작자 이규 한의 직감이 양도윤 감독보다 김현 민 감독이 더 낫다고 말하고 있네 요.”

“고작 직감 때문이라고?”

황진호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정색한 채 대답 했다.

“고작 직감 때문이 아닙니다. 영화

제작자에게 직감은 무척 중요하니까 요. ‘과속 삼대 스캔들’의 연출을, 입봉작 ‘가위 소리’의 흥행 참패로 인해 혹평을 받고 있던 강형진 감독 에게 맡기기로 결정하고 끝까지 밀 어붙였던 것. 또,‘수상한 여자’의 각본 작업을 기존에 필모그래피가 전혀 없었던 신인 작가 김단비에게 맡겼던 것,모두 제 직감을 따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그 직감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고요.”

현재로서는 직감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수긍했다.

“그럼 믿어야겠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럽네.”

…?"

“이 대표가 가진 직감이 부럽다 고.”

황진호가 덧붙인 이야기를 들은 이 규한이 웃으며 말했다.

“제 직감이 말하고 있습니다. 형이 머잖아 제작자로 성공할 거라고.”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

황진호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황진호에게

미안한 마음은 없었다.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 겁니다.’ 이규한이 속으로 다짐하며 화제를 돌렸다.

“이제 주연 배우 캐스팅으로 넘어 갈까요?”

“그러지. 후보는 역시 두 명이야. 이선규와 김명인.”

‘이선규,그리고 김명인.’

황진호가 입 밖으로 꺼낸 두 명의 주연 배우 후보들의 이름을 들은 이 규한이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배우들이야.’

자 주인공 연령대는 삼십 대 중후 반.

사극 영화의 특성상 딱 어울리는 주인공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사관 역할을 맡아야 하는 주인공에게는 지적인 이미지가 꼭 필요했다.

그래서 이선규와 김명인 정도가 남 자 주인공 배역에 어울리는 배우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황진호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 던 셈이었다.

‘누가 더 어울릴까?’

이규한이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황진호가 물었다.

“이번에도 직감에 의존할 거지?”

“네.”

쓰게 웃으며 대답한 이규한이 펜을 들었다.

확실한 방법이 있는 상황인데,괜 히 돌아가거나 고민할 필요가 없었 기 때문이었다.

-남자 주인공: 이선규.

우선 이선규의 이름을 적은 후,이 규한이 시나리오 책을 집어 들었다.

잠시 후 눈앞에 떠오른 숫자였다. ‘약 20만 명가량 늘었어.’

이규한이 지체하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남자 주인공: 김명인.

이규한이 재차 시나리오 책을 들어 올렸다.

김명인을 남자 주인공으로 기입한 후,이규한의 눈앞에 떠오른 예상 관객수였다.

‘오히려… 줄었다.’

달라진 숫자를 확인한 이규한이 두 눈을 빛냈다.

이선규 대신 김명인을 남자 주인공 으로 기입하자,오히려 예상 관객수 가 줄어들어 있었다.

‘덕분에 선택이 쉬워졌군!’

만약 예상 관객수가 엇비슷했다면? 이선규와 김명인 중에서 누굴 남자

주인공으로 낙점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이 깊어졌을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 관객수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 덕분에 오히려 고민을 던 셈 이었다.

‘이유가 뭘까?’

김명인을 남자 주인공으로 선택했 을 경우,‘사관,왕을 만든 남자’의 예상 관객수가 오히려 줄어든 이유 에 대해서 이규한이 고민했다.

잠시 후,이규한은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케미 때문이야.’

감독과 배우 사이에도 케미가 있었 감독과 유난히 잘 맞는 배우가 존 재하는 법이었다.

오죽하면 이 배우는 감독의 페르소 나라는 표현까지 존재할까.

그리고 김명인을 ‘사관,왕을 만든 남자’의 남자 주인공으로 선택했을 경우,예상 관객수가 오히려 줄어든 이유.

그의 연기력이 부족하거나 티켓 파 워가 약해서가 아니었다.

김현민 감독과 케미가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결론은 나왔군.’

이규한이 판단을 내리고 입을 열었 다.

“제 직감에 따르면 주연 배우는 이 선규로 하는 편이……

그렇지만 이규한은 말을 끝맺지 못 하고 도중에 멈추었다.

“이 대표,왜 말을 하다가 말아?” 황진호가 의아한 시선을 던지며 물 었다.

그 질문에 답하는 대신 이규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과연… 이게 최선일까?’

김현민 감독과 양도윤 감독.

두 명의 감독 후보 가운데 김현민 감독을 선택하는 것은 쉬웠다.

김현민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을 경 우,‘사관,왕을 만든 남자’의 예상 관객수가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배우 이선규와 김명인.

두 명의 주연 배우 후보 가운데 이선규를 선택하는 것 역시 쉬웠다.

이선규가 주연 배우로 출연한다고 가정했을 때,‘사관,왕을 만든 남 자’의 예상 관객수가 더 많았기 때 문이었다.

그래서 당연하다는 둣이 김현민 감 독과 주연 배우 이선규 조합을 선택 하려고 했던 이규한이 도중에 멈칫 하며 말을 멈추었다.

‘어쩌면 이게 최선이 아닐지도 모 론다.,

퍼뜩 이런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었 다.

이규한이 이런 의심을 품은 이유.

감독과 배우 사이에 케미가 존재한 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왜 말을 하다가 말아?”

황진호가 의아한 시선을 던지며 물 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그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고민을 이어 나갔다.

-2,871,549.

-3,223,947.

-3,554,988.

-4,017,811.

-4,211,322.

-3,871,566.

“여섯 번이야!”

이규한이 ‘사관, 왕을 만든 남자’와 관련해서 감정을 한 횟수를 떠올린 후 작게 혼잣말을 꺼냈다.

이규한이 감정이라는 특수한 능력 을 사용할 수 있는 횟수.

한 작품당 일곱 차례였다.

그 일곱 번의 기회 가운데 이미

물론 헛되이 낭비한 것은 아니었 다.

작품의 연출을 맡을 감독과 주연 배우를 결정하는 것.

작품의 홍행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가장 큰 변수들이었기 때문이 었다.

그런 만큼 감정을 통해서 확인하는 작업이 꼭 필요했었다.

‘만약 조합을 바꾼다면 결과가 달 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김현민 감독과 이선규가 남자 주인 공으로 출연하는 조합을 선택하고

감정한 경우,이규한의 눈앞에 떠올 랐던 예상 관객수는 약 420만 명이 었다.

반면,김현민 감독과 김명인이 남 자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조합일 경 우,예상 관객수는 약 387만 명이었 다.

인지도와 티켓 파워만 놓고 보자면 김명인이 이선규에 비해 한참 앞서 는 상황.

이런 감정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감독과 배우의 케미뿐이었 다.

즉,김현민 감독과 이선규의 케미 가 더 좋기 때문에 예상 관객수가

더 많은 감정 결과가 도출된 것이었 다.

‘양도윤 감독과 이선규 혹은 양도 윤 감독과 김명인의 조합이라면 예 상치 못했던 감정 결과가 도출될 수 도 있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이규한 이 다시 고민에 잠겼다.

‘확인해 보는 게 좋을까?’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 다.

그 이유는 ‘사관,왕을 만든 남자’ 라는 작품에서 이규한이 특수한 능 력을 이용해서 감정할 수 있는 기회 가 단 한 번밖에 남아 있지 않았기

만약 이규한이 방금 떠올린 생각이 틀렸다면?

아까운 마지막 감정 기회를 헛되이 허공에 날려 버리는 셈이었다.

그래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이규한이 한참 만에 결정을 내렸다.

“형,조금만 기다려 줘요.”

우선 황진호에게 양해를 구한 이규 한이 결국 다시 펜을 들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까.’

감독과 주연 배우.

아까도 생각했듯이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가운데 가장

큰 변수였다.

‘사관, 왕을 만든 남자’는 아직 개 봉까지 가야 할 길이 먼 상황.

한차례 더 감정하게 되면,더 이상 감정 기회가 남지 않게 된다는 사실 이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 었다.

그렇지만 마지막 남은 한 번의 감 정 기회를 사용할 가치가 충분히 있 다고 이규한은 판단한 것이었다.

짝악. 짝악.

일단 펜을 집어 든 이규한이 김현 민 감독과 김명인의 이름 위에 두 줄을 그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바 로 이름을 적지 못하고 다시 고민에

잠겼다.

‘어떤 조합을 선택해야 하지?’

양도윤 감독과 배우 이선규.

양도윤 감독과 배우 김명인.

남아 있는 조합은 두 가지였다.

그 두 가지 조합 가운데 어떤 조 합을 선택해서 감정할지에 대해 재 차 고민하던 이규한이 손에 쥐고 있 던 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감독: 양도윤.

-남자 주인공: 이선규.

양도윤과 이선규 조합을 선택한 이 규한이 크게 숨을 내쉰 후 ‘사관, 왕을 만든 남자’의 시나리오 책을 들어 올렸다.

‘얼마냐?’

잠시 후,이규한의 눈앞에 새로운 숫자가 떠올랐다.

-4,254,441.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숫자를 확인 한 이규한이 헛숨을 들이켰다.

‘늘었다?’

양도윤 감독이 연출을 맡고,이선 규가 주연 배우를 맡을 경우 ‘사관, 왕을 만든 남자’의 예상 관객수는 늘어났다.

약 421만 명의 예상 관객수가 될 거라는 결과가 도출됐던 김현민 감 독과 이선규의 조합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

늘어난 예상 관객수는 대략 4만 명.

큰 폭의 증가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예상 관객수가 소폭이나 마 늘어났다는 것에는 분명히 의미 가 있었다.

감독과 배우의 케미가 중요하다는 증거가 되는 지표였으니까.

‘멍청하긴!’

새로이 자신의 눈앞에 떠올라 있는 숫자를 확인하고 난 후,이규한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자책이었다.

이번 감정을 함으로써 ‘사관, 왕을 만든 남자’에서 특수한 능력을 사용 해서 예상 관객수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끝이 났다.

그렇지만 만약 처음부터 감독과 배 우의 조합을 갖춘 채로 감정을 했다 면?

양도윤 감독과 이선규.

양도윤 감독과 김명인.

김현민 감독과 이선규.

김현민 감독과 김명인.

총 네 번의 감정만이 필요했을 것 이었다.

즉,제한된 일곱 번의 기회 안에서 각각의 조합을 이루었을 때의 예상 관객수를 모두 확인할 수 있었던 셈 이었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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