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102화 (102/272)

102화

“좋은 아침입니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로 들어서며 이규한이 인사한 순간,김미주가 쏘 아붙였다.

“점심때 다 됐거든요.”

“벌써?”

“아,나도 대표 하고 싶다. 출근하 고 싶을 때 출근하고, 출근하기 싫

으면 아예 사무실에 안 나와도 되니 까.”

김미주가 슬쩍 비꼬았다.

이규한이 막 대꾸하려고 한 순간, 황진호가 앞으로 다가왔다.

“이 대표,잠깐 얘기 좀 해.”

“그러시죠. 하시려는 이야기가 “여기서 말고 나가서 하지.”

" …?"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그 래.”

“알겠습니다.”

이규한이 앞장서서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사무실 인근 커피전 문점에 도착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한 후,이규한이 입을 뗐다.

“자,이제 말씀하시죠.”

“너무 무리하는 것, 아냐?”

황진호의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규한이 물었다.

“무슨 뜻입니까?”

“원작 판권을 스무 작품 넘게 구매 한 것 말이야. 그 과정에서 자금이 많이 들어간 걸로 아는데,너무 무 리한 게 아니냐는 뜻이야.”

총 25작품의 원작 판권을 구매하 는 과정에서 이규한이 지출한 금액 은 5억이 조금 넘었다.

‘수상한 여자’의 정산금 가운데 건 물을 구입하고 남아 있던 돈은 거의 다 지출한 셈이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황진호 는 지금 우려를 표하는 것이었다.

‘무리했다고 보일 수도 있어.’

황진호도 영화 제작사를 운영한 경 험이 있었다.

그래서 이런 우려를 표하는 것임을 알기에 이규한이 대답했다.

“확신이 있었어요.”

“무슨 확신?”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껴 지겠지만,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거라는 확신이요.”

“그렇지만……

“이번 한 번만 절 믿어 주세요.”

이규한이 말을 마친 순간,황진호 는 오히려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너무 주제넘었어. 회사의 대 표는 엄연히 이 대표이고,난 일개 직원에 불과한데 괜한 소릴 했어.”

그런 그를 향해 이규한이 고개를 흔들었다.

“주제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 가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뭘 부탁한다는 거야?”

“앞으로도 제가 너무 무리한 결정 을 내린다 싶으면 기탄없이 지금처 럼 말씀해 주세요.”

인간인 이상 누구나 실수할 수 있 는 법이었다.

그것은 이규한도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신중하게 일처리를 한다 해 도,분명히 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선택을 내릴 경우가 발생할 터였다.

그때,필요한 것이 곁에서 우려를 표하면서 조언을 해 줄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규한은 황진호에게 그 역 할을 맡아 달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그렇게 할게.”

황진호가 수락한 순간,이규한이 물었다.

“그 얘기 하려고 밖에서 보자고 하 신 거예요?”

“아니. 아직 할 얘기가 더 남았어. ‘사관, 왕을 만든 남자’의 감독과 배 우들과 접촉한 후에 후보군을 추려 봤어.”

“그래요?”

“일단 후보군을 추리긴 했는데,누 가 적임자인지 결정을 내리는 게 쉽 지 않네. 그래서 이 대표와 상의를 하고 싶어.” 황진호가 고민스런 얼굴로 꺼낸 이 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고개를 끄덕 였다.

‘이 작품을 연출하는 데 있어 어떤 감독이 최적임자인가?’

‘이 작품의 주연을 어떤 배우가 맡 는 게 최선인가?’

영화 제작을 하는 과정에서 모든 피디와 제작자들이 하는 고민들이었 다.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 에 따라 영화의 흥행 성적이 백팔십

황진호가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규한에게는 다른 피디 나 제작자들이 갖지 못한 특수한 능 력이 존재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특수한 능력이 빛을 발할 때였 다.

“우선 감독 후보부터 말하면……

“잠시만요.”

황진호가 운을 땐 순간,이규한이 제지했다.

“왜 그래?”

“혹시 시나리오 갖고 계세요?”

이규한이 특수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필요 조건.

바로 시나리오였다.

시나리오를 집어 들어야만 눈앞에 예상 관객수가 떠오르기 때문이었 다.

“시나리오는 사무실에 두고 왔는 데.”

황진호의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자 리에서 일어섰다.

“왜 일어나?”

“본격적인 이야기는 사무실에서 하 시죠.”

있어?”

황진호가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한 순간,이규한이 대답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 법이니까요.” 낮말은 새가 듣고,밤말은 쥐가 듣 는 법이라는 대답.

급조한 변명이었다.

그렇지만 보안은 무척 중요했다.

실제로 공개된 장소에서 영화에 대 한 회의를 한 후,준비하던 작품과

비슷한 작품이 먼저 제작된 경우도 존재했으니까.

그 사실을 알기 때문일까.

황진호도 사무실에서 남은 얘기를 하자는 이규한의 제안에 별 의심을 갖지 않았다. 그리고 블루문 엔터테 인먼트 사무실로 돌아오고 난 후,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됐다.

“우선 감독 후보는 두 명이야. 김 현민 감독과 양도윤 감독,이 대표 도 알지?”

“물론 알고 있습니다.”

황진호가 ‘사관,왕을 만든 남자’의 연출을 맡길 후보자로 추린 두 명의 감독.

또,기존에 연출했던 작품들은 모 두 손익분기점을 넘겼었고,평단으 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공통 점이 존재했다.

“두 감독 모두 나쁘지 않네요.”

예전에 ‘사초 살인 사건’을 준비했 을 때,이규한은 남기일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었다.

남기일은 입봉작이 없었던 신인 감 투자를 받기에 신인 감독이 불리하 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남기일 감독 과 계약을 맺었던 이유는 선택의 여 당시의 이규한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던 제작자.

기성 감독들이 ‘사초 살인 사건’의 연출 제안을 다 거절했기 때문에 남 기일 감독을 선택했던 것이었다.

감현민 감독과 양도윤 감독.

신인 감독이었던 남기일 감독과 비 교하면 분명히 더 좋은 옵션이었다.

이미 투자가 확정됐다는 것,박동 선 작가가 쓴 ‘사관,왕을 만든 남 자’의 시나리오가 예전 최민훈 작가 가 쓴 ‘사초 살인 사건’의 시나리오 보다 완성도가 높다는 것이 이런 차 이를 만들어 낸 원인이었다.

그때 였다.

“감독 후보군을 추리기 위해서 여 러 감독들과 미팅을 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꼈 어.”

황진호가 말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준비하 는 작품이라는 걸 듣고 나더니 기성 감독들의 눈빛이 달라지더라고. 특 히 김현민 감독과 양도윤 감독이 가 장 적극적으로 연출을 맡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었어.”

“왜입니까?” “‘과속 삼대 스캔들’과 ‘수상한 여 자’ 덕분이지.”

"

“김현민 감독과 양도윤 감독. 기존 에 연출했던 작품들이 평단의 평가 는 좋았지만, 흥행 면에서는 아쉬움 이 남았던 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이잖아. 그래서 이번 기회에 흥행 감독으로 입지를 굳히고 싶었을 거 야.”

이규한이 비로소 말뜻을 이해했다.

‘과속 삼대 스캔들’에서는 피디로, 그리고 ‘청춘,우리가 가장 빛났던 순간’과 ‘수상한 여자’에는 제작자로 이규한은 참여했었다.

이규한이 피디나 제작자로 참여했 던 작품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했 다는 것을 감독들도 모를 리 없었 다.

그래서 이규한과 함께 작업하고 싶 어 하는 것이었다.

‘내 입장에선 나쁠 게 없지.’

이규한이 속으로 생각하며 황진호 에게 물었다.

“형은 두 감독 중 어느 감독에게로 마음이 기울어요?”

‘사관,왕을 만든 남자’의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황진호였다. 그 리고 황진호는 후보군을 추리는 과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던 황진 호의 의견이 무척 중요한 만큼,묻 지 않을 수 없었다.

“직접 만나 본 느낌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어. 김현민 감독과 양 도윤 감독 모두에게서 이번 작품을 꼭 연출하고 싶어 한다는 열정이 느 껴졌거든. 그래도 굳이 선택을 하자 면,양도윤 감독이야.”

“이유는요?”

“경험 때문이지. 양도윤 감독은 사 극 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으니 까.”

‘혈루(血海)’.

양도윤 감독이 연출했던 사극 영화 였다.

반면 김현민 감독은 사극 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없었다.

기존에 그가 연출했던 두 작품은 모두 현대극으로 스릴러 장르의 영 화였다.

사극 영화와 현대극.

연출과 제작 과정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황진호는 사극 영화를 연출 한 경험이 있는 양도윤 감독에게 가 산점을 부여한 것이었다.

제작은 처음이야. 그러니 양도윤 감 독으로 결정하는 게 어때?”

황진호가 재차 말했지만,이규한은 바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잠시만 고민할 시간을 주세요.”

이규한이 부탁한 후,펜을 들었다. 그리고 ‘사관,왕을 만든 남자’의 시 나리오 책 앞장에 감독의 이름을 적 어 넣었다.

- 감독: 양도윤.

우선 양도윤 감독의 이름을 적은 후,이규한이 시나리오 책을 집어

- 3,554,988.

잠시 후 이규한의 눈앞에 떠오른 숫자였다.

‘늘었다!’

3,223,947에서 3,554,988로.

양도윤 감독의 이름을 기입한 후, 예상 관객수는 약 30여만 명 늘어 있었다.

‘나쁘지 않다!’

이렇게 판단하면서도 이규한은 바 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아직 확인할 것이 더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짝악. 좌악.

펜을 들어 양도윤 감독의 이름 위 에 두 줄을 그은 후,이규한이 다음 으로 김현민 감독의 이름을 적었다.

‘얼마냐?’

이규한이 신중한 기색으로 시나리 오 책을 집어 들었다.

- 4,017,811.

눈앞에 떠오른 숫자.

‘김현민 감독이 연출을 맡을 경우, 양도윤 감독이 연출을 맡을 때에 비 해 예상 관객수가 훨씬 많다.’

약 오십만 명은 결코 적지 않은 차이였다.

‘의외의 결과다.’

사극 영화 연출 경험이 없는 김현 민 감독이 ‘사관,왕을 만든 남자’의 연출을 맡을 때, 양도윤 감독이 연 출을 맡을 때보다 예상 관객수가 훨 씬 더 많았다.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도출된 상 황.

이규한이 그 이유에 대해서 고민할 때였다.

“이 대표,지금 뭐 하는 거야?”

두 감독의 이름을 적은 후 ‘사관, 왕을 만든 남자’의 시나리오 책을 집어 들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하는 이규한을 유심히 살피던 황진호가 물었다.

“그게……

이규한이 대답하려고 했지만,김미 주가 대답하는 것이 더 빨랐다.

“감정하고 계신 거예요.”

“감정… 이라니?”

들면 예상 관객수가 보인대요.”

“그게 사실이야?”

“설마… 그 말을 믿으시는 거예 요?”

“당연히… 못 믿지.”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대화에 귀 를 기울이고 있던 이규한이 쓰게 웃 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가진 특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에 거리 낌이 없었던 이유.

어느 누구도 순순히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나한테 그런 능력이 있었다 면,‘지옥도’가 안 망했을 텐데.‘

황진호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그에게 이규한이 말했다.

“김현민 감독으로 가시죠.”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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