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99화 (99/272)

99 화

이상한 건물주 “반응이 왜 그래?”

“계속 영화만 만들고 있어서 오빠 가 세상물정을 전혀 모르나 본데, 요새 자영업해서 성공하기 진짜 어 려운 세상이야. 두 집 건너 한 집이 커피숍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못 들어 봤어? 인건비도 인건비지만,임대료 때문에라도 절대 성공 못 해.”

이규리가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을 해서 성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가에 대해서 열변을 토해 낸 순간, 이규한이 입을 뗐다.

“임대료 걱정은 안 해도 돼.”

“임대료가 얼마나 비싼데 걱정을 안 해. 이 정도 가게면 못 해도 한 달에

“안 받을게.”

이규리의 이야기를 도중에 싹둑 자 르며 이규한이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규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임대료를 안 받는다는 거야? 혹시… 이 건물의 주인하고 오빠가

아는 사람이야?”

“아냐.”

“그럼?”

“내 거야.”

“아,그렇……

무심코 입을 떼던 이규리가 도중에 말을 멈추고 두 눈을 치켜떴다.

“오빠,방금 뭐라 그랬어?”

“이 건물이 내 거라고 했어.”

“무슨 그렇게 재미없는 농담을 해?” “농담 아닌데.”

이규한이 솔직하게 대답했지만,이 규리는 순순히 믿는 기색이 아니었 다.

“오빠가 어떻게 이 건물의 주인이 야?”

“내가 샀거든.”

“그러니까 어떻게?”

“‘수상한 여자’의 정산금이 나왔어. 그걸로 이 건물을 샀어.”

이규한이 재차 확인해 준 순간,이 규리가 입을 다물었다.

과연 이 말을 믿어야 할지 고민하 는 듯 이규리가 연신 눈을 껌벅이고 있을 때,최호인이 입을 뗐다.

“천만 영화 제작하면 빌딩 산다는 말이 진짜였네요.” “그래. 그 말이 사실이더라고.”

“존경합니다,형님.”

“뭘,존경씩이나. 경기도 외곽에 작 은 빌딩 하나 산 것뿐인데.”

이규한이 산 건물은 강남이나 압구 정에 위치한 것이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땅값이 많이 저렴한 경 기도 외곽에 위치한 건물을 산 것이 었다.

또, 신축 건물도 아니었다.

지상 5층,주차장으로 이용하는 지 하층까지.

지어진 지 30년 가까이 된 총 6층 짜리 허름한 건물이었다.

“그래도 조물주보다 위대한 건물주 가 되신 것이지 않습니까?”

“네 말대로 건물주가 되긴 했네.” 이규한이 웃으며 대답한 순간이었 다.

“정말이야?”

이규리가 다시 대화에 끼어들었다.

“내가 산 것 맞다니까.”

이규한이 또 한 번 확인해 주었지 만,이규리는 그 대답을 원했던 것 이 아니라는 둣 고개를 혼들었다

“그게 아니라,아까 한 말 정말이 냐고?”

“뭘 말하는 거야?”

“임대료를 안 받겠다고 했던 것 말 이야.”

그제야 말뜻을 이해한 이규한이 웃 으며 대답했다.

“네 오빠가 한 입으로 두말하는 스 타일은 아니잖아?”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다.”

“걱정하지 마. 그보다 커피숍을 운 영하기로 결심한 거야?”

“응. 해 볼게. 아니,해 보고 싶어. 내 꿈이었으니까. 또,지금 다니는 직장에 계속 다니는 것보다는 수익 면에서 나을 것 같으니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판 단한 걸까.

이규리가 두 눈을 빛내며 대답했 다.

무척 빠르게 태세를 전환한 이규리 였지만,전혀 얄법게 느껴지지 않았 다.

영화 제작에 뛰어든 탓에 장남 역 할을 못 했던 이규한을 대신해 이규 리가 오랫동안 희생을 했으니까.

이규리는 꿈을 이룰 자격이 있었 다.

그래서 흐뭇하게 웃던 이규한이 입 을 뗐다.

“괜찮겠어?” “뭐가?”

“요새 자영업해서 성공하기 진짜 어려운 세상이라고 네 입으로 말했 었잖아? 그런데 커피숍을 운영해도 될까? 그냥 다른 사람으로 세를 놓 는 게 낫지 않을까?”

이규한이 넌지시 말한 순간, 이규 리의 표정이 다급하게 변했다.

“자영업해서 성공하기 진짜 어려운 세상인 건 맞아. 그렇지만 성공할 사람은 다 성공해. 나 진짜 열심히 할 거야.”

“그 마음,절대 변치 마라.”

이규한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잔

을 들었을 때였다.

“빨리 나가자.”

“왜 벌써 나가자는 거야?”

이규리가 대답했다.

“건물 구경시켜 줘야지.”

“별로 구경할 건 없는데.”

이규리의 재촉을 이기지 못하고 밖 으로 나온 이규한이 멋쩍은 표정으 로 말했다.

그렇지만 이규리의 생각은 달랐다. 꼼꼼하게 건물과 건물 주변을 살피 기 시작했다.

“대로변과 조금 떨어져 있긴 하지 만,입지는 나쁘지 않네.” 이 건물 1층에서 커피숍을 운영해 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일까.

우선 건물의 입지를 살피던 이규리 는 다음으로 건물에 입정해 있는 업 체들을 살폈다.

“식당,미용실,한의원,키즈 카페 까지. 공실 없이 다 입점해 있네. 이 정도면 임대료 수익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규리의 분석을 듣고 있던 이규한 이 실소를 터트렸다.

“왜 웃어?”

“부동산 사장님이 했던 말과 너무 똑같아서.” 이규한이 대답하자,이규리가 콧김 을 내뿜으며 덧붙였다.

“이제 오빠 걱정은 덜었네. 임대료 수익으로도 생계를 유지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테니까.”

그렇지만 이규한은 고개를 흔들며 입을 뗐다.

“임대료 수익은 없을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이 건물에 입점해 있는 업체 들. 계약 기간이 만료되고 나면 전 부 내보낼 거거든.”

이규리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물 었다.

“왜?”

“이 건물을 매입하려고 결심했을 때,이미 세워뒀던 계획이 있어.” 이규한이 건물주가 되겠다고 결심 했던 이유.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거두기 위 해서가 아니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비싼 임대료 때문에 운영에 어려움 을 겪고 있는 영화 제작사들에게 저 렴한 가격에 사무실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위함이었다.

“무슨 계획인데?”

이규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그리고 내 걱정은 할 것 없어. 돈은 또 벌 면 되니까.”

이규한이 걱정할 것 없다고 말했지 만,이규리는 걱정스런 기색을 지우 지 못하고 질문했다.

“어떻게 돈을 벌 건데?”

그 질문을 받은 이규한이 웃으며 대답했다.

“복권을 살 거야.”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출근한 이규한이 백진엽에게 물었 다.

“내가 지시했던 건,끝냈어?”

“일단 끝내긴 했는데……

백진엽이 영 마뜩찮은 표정으로 대 답했다.

“가져와 봐.”

이규한이 백진엽이 앞으로 내민 서 류를 살폈다.

백진엽이 작성해 온 것은 판권 구 매 리스트.

그 리스트를 확인하며 이규한이 물 었다.

“전부 몇 개야?”

“스무 개 정도요.”

“내가 열 개 정도만 추리라고 했잖 아?”

“원래는 그러려고 했죠.”

“그런데?”

“저의 최애 작품들이라 도저히 미 안해서 1 수가 없더라고요.”

백진엽이 당당하게 대꾸한 순간, 이규한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최애 작품? 그게 뭐야?”

“설마 최애라는 단어의 뜻도 몰라 요?”

“모르니까 묻지.”

“최고로 사랑하는 작품들이란 뜻입 니다.”

백진엽이 한심하게 바라보며 최애 의 뜻을 설명했다.

“대표님도 꼰대네. 아,꼰대 밑에서 일하려니까 힘들어 죽겠네. 역시 나 는 직장 생활이랑 안 맞는다니까.”

한숨을 푹 내쉰 백진엽이 작은 목 소리로 불평을 터트렸다.

그 불평이 다 들렸음에도 이규한은 신경 쓰지 않고 리스트에 적힌 작품 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총 22작품.

그 작품들의 제목을 바라보던 이규 한이 흐뭇하게 웃었다.

‘백진엽을 영입하길 잘했어!’ 소설이나 웹툰 작품의 판권을 구매 하는 작업의 전제 조건.

소설과 웹툰 작품을 직접 많이 읽 어야 했다.

그래야 영화 혹은 다른 매체로 옮 겼을 때,성공할 작품인가를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사관,왕을 만든 남자’와 ‘스파이

드,

블루문 엔터테인먼트는 이미 두 작

품을 제작하고 있었다.

게다가 다음으로 제작할 작품도 찾 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이규한은 여유롭게 소설책과 웹툰 작품을 읽 을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백진엽을 영입했던 것이었 는데.

그 선택이 옳았다.

활자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한 소설과 웹툰 작품들을 이미 읽은 백 진엽은 어렵지 않게 판권을 구매할 가치가 있는 작품들의 리스트를 만 들어 왔으니까.

잠시 후,이규한이 두 눈을 빛냈 다.

‘내가 아는 작품은 거의 없네!’

리스트에 적혀 있는 작품들 가운데 이규한이 제목을 들어봤던 작품은 셋뿐이었다.

나머지 열아홉 작품은 전혀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이 중에 몇 개가 터지려나?’

“복권을 살 거야.”

이규한이 걱정스런 시선을 던지던 이규리에게 했던 대답이었다. 그리 고 이규한이 사려는 복권이 바로 판 권이었다.

아직 긁지 않은 복권이나 마찬가지 인 원작의 판권을 갖고 있으면 언젠 가 대박이 날 거란 확신을 이규한은 갖고 있었다.

그때 였다.

“진짜 살 거예요?”

백진엽이 물었다.

“왜? 내가 안 살 것 같아?”

“외계인,뱀파이어,늑대인간까지 막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그중에 인간이 주인공인 작품도 있을 것 아냐?”

“있긴 한데.”

“그런데?”

“좀 그렇다는 게 무슨 뜻이야?”

“정상적인 인간이 별로 없어요. 찌 질한 복학생이거나 버려진 간첩이거 나,동네 백수거나. 다 이런 식이거 든요. 어때요? 이제 생각이 좀 바뀌 었어요?”

백진엽은 이규한이 이 작품들의 판 권을 구입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 는 표정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렇게 판단한 이규한은 백진엽을 더 상대하는 대신,자리에서 일어섰 다.

“어딜요?”

이규한이 대답했다. “복권 사러.” 이규한이 구입하려는 첫 복권.

웹툰 작품인 ‘은밀한 작전’이었다. 박상구 작가의 작품인 ‘은밀한 작 전’을 이규한이 첫 복권으로 구입하 기로 결정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복권을 긁었을 때, 당첨 확률이 무

척 높았기 때문이었다.

찜. 껍.

이규한이 팔짱을 낀 채 박상구 작 가를 바라보았다.

커피숍에서 만난 박상구는 벌써 조 각 케이크와 빵을 다섯 개째 먹고 있었다.

걸신이라도 들린 사람처럼 빵과 케 이크를 흡입하고 있는 박상구 작가 를 이규한이 안쓰럽게 보고 있을 때 였다.

“상구야,밥은 먹고 다니냐?”

동석했던 백진엽이 물었다.

“라면 먹었습니다.”

그 대화를 듣던 이규한이 시계를 살폈다.

지금이 오후 세 시이니 박상구 작 가는 하루 종일 굶은 셈이었다.

빵과 조각 케이크를 흡입하듯 먹고 있는 것이 이해가 가고도 남았다.

“요새 별로 형편이 안 좋냐?”

“만화가 인생이 다 그렇죠.”

“예술하면 배가 고파야 한다?”

“그래야 좋은 작품을 그릴 수 있다 고 선배들이 그러더라고요.”

다시 시작된 대화를 듣고 있던 이 규한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어떻게요?”

“생활에 여유가 있어야 더 좋은 작 품을 생산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 다.”

이규한이 말을 마치자,박상구 작 가가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

“형은 좋겠네요.”

“뭐가?”

“이렇게 훌륭한 마인드를 가진 대 표님 밑에서 일하시니까요.”

박상구 작가가 부러움을 표했지만,

백진엽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그래 봐야 꼰대야.”

그 대답을 들은 박상구 작가가 말 했다.

“목소리가 너무 커요. 다 들리겠는 데요.”

“들으라고 한 말이야.”

“네?”

“그래야 변하려고 노력하지.”

백진엽이 당당히 대꾸한 순간,박 상구 작가가 박수를 쳤다.

“가족 같은 분위기까지. 꿈의 직장 에 다니시고 계시네요.”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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