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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관객 제작자-81화 (81/272)

81 화

나름의 힐링 방식 이미 승부가 기운 지 오래.

“그걸 왜 확인하고 있었어?”

그래서 이규한이 의아한 시선을 던 지며 묻자,권지영이 대답했다.

“제 나름의 힐링 방식이에요.”

“힐링 방식이라니?”

“‘광안리’의 평점을 확인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랄까. 그 래서 하루에 몇 번씩 확인하고 있어

요.”

“권 팀장도 참… 뒤끝 있네.”

이규한이 실소를 터트리며 말하자, 권지영이 정색한 채 말했다.

“김기현 대표. 얄미운 건 사실이잖 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힐링이 됐어?”

“네,앞자리가 바뀌었거든요.”

“응?”

“3.94. 방금 전에 확인한 ‘광안리’ 의 평점이에요. 초반에 알바 풀어서

9점대에서 시작한 평점이 이제는 3 점대까지 떨어졌어요.”

“그래서 좋아?”

“네,좋아요.”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 가 내린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그래서 속으로 혀를 내두르던 이규 한이 말했다.

“내가 아는 누군가가 이런 표현을 쓰더군. 알바는 분노한 영화팬을 이 길 수 없는 법이라고.”

김미주가 했던 말을 알려주자,권 지영이 박수를 쳤다.

“누가 한 말인지 몰라도 명언이네

요. 수첩에 적어 두고 싶을 정도로.”

진짜 수첩을 꺼내서 그 말을 옮겨 적은 후,권지영이 말했다.

“그런데 왜 돼지갈비집에서 만나자 고 하셨어요?”

“돼지갈비가 어때서?”

“에이,날이 날이잖아요. 그래서 대 표님뿐만 아니라,감독님,그리고 작 가님들까지 다 모시고 최고급 한우 를 거하게 대접하려고 했거든요. 윗 선에 결제 미리 받고 법인카드까지 챙겨 왔는데.”

권지영이 지갑에서 꺼낸 법인 카드 를 보여 주면서 아쉬운 기색을 드러 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고개를 흔들었 다.

“돼지갈비면 충분해.”

그 대답을 들은 권지영이 두 눈을 빛내며 물었다.

“초심을 지키겠다는 의미인가요?”

“그런 이유도 없지 않아 있지.”

권지영이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이규한이 최고급 한우 대 신 돼지갈비를 고집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제작사와 투자 배급사.

너무 가까운 사이가 되면 곤란해진 다는 것이 이규한이 가진 지론이었 ‘적당한 거리 유지가 필요해!’

지금이야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와 로터스 엔터테인먼트가 찰떡궁합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었다.

어떤 계기로 인해 블루문 엔터테인 먼트와 로터스 엔터테인먼트와의 관 계가 틀어질 수도 있는 법.

그래서 로터스 엔터테인먼트와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필요했 다.

그런 이규한의 속내를 전혀 모르는

“천만 영화를 만든 제작자가 된 기 분이 어떠세요?”

“글쎄.”

이규한이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잠 시 망설였다.

천만 영화를 제작하는 것.

이규한의 오랜 꿈이었다.

그 오랜 꿈을 이루게 됐지만,제대 로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게 다예요?”

“아직 실감을 못 하겠어.”

“정산을 받으시면 실감이 날 겁니 다.”

권지영의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픽 하고 실소를 터트렸을 때였다.

“그래도 달라진 게 있을 것 아니에 요?”

“달라진 것?”

이규한이 다시 고민에 잠겼다.

‘수상한 여자’의 천만 관객 동원이 확실시되면서 이전과 달라진 점이 분명히 있기는 했다.

일단 다음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수월해졌다.

“축하주,같이하셔야죠?” 권지영이 오늘 술자리를 마련한 표 면적인 이유였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그녀가 오늘 자 리를 마련한 진짜 이유가 라로 있음 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차기작 계약!’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준비하고 있는 다음 작품의 투자와 배급을 로 터스 엔터테인먼트에서 맡겠다는 계 약을 맺기 위해서 권지영이 법인카 드까지 챙겨 와서 오늘 자리를 마련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로터스 엔터테인먼트만이 아니었다.

메이저 투자 배급사인 빅박스와 NEXT 엔터테인먼트,중소 규모 투 자 배급사인 오피스 픽처스와 아트 하우스 등에서도 블루문 엔터테인먼 트에서 제작하는 작품의 투자와 배 급을 맡고 싶다고 연락이 먼저 왔 다.

그 연락을 받은 순간,이규한은 격 세지감이란 사자성어를 떠올렸다.

투자를 받기 위해서 문턱이 닮을 정도로 메이저 투자 배급사들의 투 자팀 사무실을 방문했었다.

그때마다 투명인간 취급을 받기 일 쑤였는데.

지금은 상황이 백팔십 도 달라져

투자 배급사들이 먼저 연락을 해서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하고 싶다는 의향을 앞다투어 밝히고 있었으니 까.

‘또 달라진 게 있나?’

잠시 후,이규한이 떠올린 것은 강 의 요청이었다.

7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던 ‘과속 삼대 스캔들’의 메인 피디.

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던 ‘청춘,우리가 가장 빛났던 순간’과 천만이 넘는 관객 동원이 확실시되 는 ‘수상한 여자’의 제작자.

이규한의 이력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하자,각종 기관들에서 강의를 해 달라는 제안이 쇄도하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야!’

이규한이 강의를 할 대상은 신인 피디 혹은 신인 시나리오 작가들이 었다.

가능성이 있는 피디들과 시나리오 작가들을 발굴하는 것.

영화 제작자에게 꼭 필요했다.

강의를 하면서 직접 신인 피디들과 시나리오 작가들을 관찰할 수 있다 는 것은 분명 좋은 기회였다.

또 달라진 것이 있는가를 고민하던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는 사 실을 뒤늦게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이전과 달라진 게 분명히 있긴 하 네.”

그래서 이규한이 입을 떼자,권지 영이 흥미를 드러냈다.

“무엇이 달라졌나요?”

이규한이 대답했다.

“더 어려워졌어.”

" ……?"

“다음에는 ‘수상한 여자’보다 더 좋은 작품을 제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이 더 커졌다는 뜻이

11,632,511 명.

개봉 6주차에 접어든 ‘수상한 여 자’가 기록한 관객수였다.

‘광안리’를 피해서 개봉일을 뒤로 미루었던 빅박스와 NEXT 엔터테인 먼트가 투자와 배급을 맡았던 신작 들이 개봉하면서 한 달 넘게 박스오 피스 1위를 지켰던 ‘수상한 여자’는 3위로 순위가 밀려났다.

또,상영관의 수도 많이 줄었다.

그렇지만 영화가 재밌다는 입소문 이 퍼진 덕분에 ‘수상한 여자’는 꾸 준히 관객을 동원하고 있었다.

정확한 숫자를 예측하는 것은 힘들 지만,대략 1200만 명 정도의 관객 을 불러들인 후,극장에서 상영을 마칠 가능성이 높았다.

이규한이 서랍을 열어서 메모지를 꺼냈다.

- 2,235,897.

- 9,134,725.

- 9,225,498.

- 9,858,754.

- 10,121,457.

- 9,670,043.

- 10,713,998.

메모지에 적혀 있는 것은 이규한이 확인했던 ‘수상한 여자’의 예상 관 객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확인 했던 예상 관객수는 10,713,998명이 었다.

‘광안리’ 출연이 유력했던 임인권 을 극적으로 ‘수상한 여자’에 캐스 팅하는 데 성공하고 나서 확인했던 예상 관객수.

그리고 이규한이 더 이상 예상 관 객수를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상한 여자’는 촬영을 마치고 개 봉했다.

‘마지막으로 확인한 예상 관객수에 서 더 떨어지지만 않으면 좋겠는 데!’

이규한이 개봉 전에 내심 바랐던 바였다.

그렇지만 막상 개봉한 ‘수상한 여 자’는 재밌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광안리’를 제치고 흥행 독주 체제 를 구축했다.

덕분에 이규한이 마지막으로 확인 했던 예상 관객수보다 약 백만 명이

넘는 관객을 더 불러들이는 데 성공 했다.

“변수는 세 가지.”

‘수상한 여자’의 예상 관객수가 차 례로 적혀 있던 메모지를 바라보며 이규한이 혼잣말을 꺼냈다.

첫 번째 변수는 ‘나성에 가거든’이 라는 노래를 영화에 삽입한 것이었 다.

‘수상한 여자’에 삽입된 ‘나성에 가 거든’은 영화의 내용과 딱 어울리는 가사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또,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음원 순 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결과적으로는 ‘수상 한 여자’라는 영화에 대해 알지 못 했던 대중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두 번째 변수는 카메오로 김수한을 섭외한 것이었다.

- 올해 한국 영화 최고의 반전.

‘수상한 여자’를 관람한 한 관객이 남긴 감상평은 베스트 감상평이 됐 을 정도로 많은 지지를 받았다.

‘수상한 여자’의 장르는 판타지 코 미디.

스릴러 장르의 영화가 아님에도 불 구하고,올해 개봉했던 한국 영화들 가운데 최고의 반전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 김수한이 카메오로 출연 했던 게 관객들에게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증거였다.

마지막 세 번째 변수는 개봉 시기 였다.

“모 아니면 도예요.” 권지영 팀장의 표현대로 ‘수상한 여자’가 ‘광안리’와 같은 날에 개봉 하면서 정면 대결을 펼친 것은 말 그대로 도박수였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한 도 박이 됐다.

도가 아니라 모가 나왔으니까.

개봉 전까지 을해 개봉하는 한국 영화 가운데 최고 기대작이라는 평 가를 받았던 ‘광안리’를 피해서 경 쟁작들이 개봉을 뒤로 미룬 탓에, ‘수상한 여자’는 꽤 오랫동안 독주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어느 변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 을까?’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예상 관객수 보다 ‘수상한 여자’가 백만 명 이상 더 많은 관객들을 동원한 데는 세 가지 변수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 쳤을 것이었다. 그러나 어느 변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가 여부까지 는 알기 어려웠다.

“한 가지는 확실해.”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하나 있었 다.

조금이라도 더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또 더 많은 관객들 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 이 규한이 했던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 다는 점이었다.

“이제 다음 작품이 중요해.”

천만 영화를 제작한 제작자가 내놓 는 다음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는 경

무척 드문 편이었었다.

부지불식간에 자만심이 생기고,영 화를 만만하게 보기 때문에 차기작 이 흥행에 실패하는 것이었다.

“운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자.”

이규한이 각오를 다지며 서랍 속에 서 차기작으로 점찍어 둔 책을 꺼냈 다.

‘사초 살인 사건’.

스산한 제목이 붙어 있는 소설책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이규한이 자리 에서 일어났다.

‘사초 살인 사건’은 윤규진 작가가 쓴 역사 소설이었다.

좀 더 정확히 분류하면 픽션 사극.

역사적인 팩트에 작가가 상상력을 가미해서 만들어 낸 역사 소설인 ‘사초 살인 사건’은 윤규진 작가의 데뷔작이었다. 그리고 이규한이 ‘사 초 살인 사건’이란 소설을 접한 것 은 말 그대로 우연이었다.

광화문에서 투자팀 직원과 미팅이 있었는데,투자팀 직원은 갑자기 급 한 일이 생겨서 약 두 시간 정도 늦게 도착할 거라고 일방적으로 통 보를 해 왔었다.

성질 같아서는 약속을 취소하고 그 냥 돌아가 버리고 싶었지만,이규한 은 어디까지나 을의 위치였다.

“천천히 오셔도 됩니다.”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비굴한 대답 을 꺼낸 후, 이규한은 시간을 때우 기 위해서 광화문 인근 대형 서점으 로 들어갔다.

원래 이규한의 계획은 베스트셀러 소설 중 한 권을 골라서 읽는 것이 었다.

그렇지만 베스트셀러 소설을 모아 둔 코너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발간된 지 꽤 시간이 흐른 소설책을 모아 둔 코너로 밀려났다 가 우연히 ‘사초 살인 사건’이란 소 설을 발견했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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