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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관객 제작자-67화 (67/272)

67화

돌아갈 자격 이규한이 꺼낸 제안을 들은 여성이 놀란 기색을 드러냈다.

“정말이세요?”

“네,진심입니다.”

“하지만……

“갑자기 이런 제안을 드려서 많이 놀라고 불안하시다는 것은 알고 있 습니다. 만약 제게 이 집을 파실 의 향이 있으시다면,대산 부동산에서 정식으로 매매 계약서를 체결할 겁 니다. 이 집을 제게 파시겠습니까?”

“마침 이사를 할 생각은 하고 있었 는데……

이규한의 제안이 파격적이기 때문 일까.

고민하던 여성이 말했다.

“잠시만요. 남편에게 한번 물어보 고 난 후에 말씀드릴게요.”

약 한 시간 후,여성의 남편이자 집주인이 도착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두 시간 후, 이규한은 703호 집주인 부부와 함 께 대산 부동산에 마주 앉았다.

“자,여기에 도장을 찍으시면 끝납 니다.”

여사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규 한이 도장을 들었다.

그때,여사장이 물었다.

“정말 이 가격에 구입하시는 겁니 까?”

현재 형성된 매매가보다 약 천만 원 비싼 가격에 구입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

대체 왜 웃돈까지 주면서 이 집을 구입하려는 것이냐?

여사장은 의아한 시선을 던지고 있 “맞습니다.”

“알겠습니다.”

꾸욱.

이규한이 도장을 찍은 후 부동산 매매 계약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되찾았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잃어버렸던 집 을 되찾은 순간,울컥 하는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비록 현재 시세보다 천만 원 비싸 게 구매했고,부동산 수수료와 이사 비용까지 부담하기로 했지만,전혀 아깝지 않았다.

기왕이면 예전에 살았던 집을 다시 구입하고 싶었다.

그게 자신의 실수를,또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 는 방법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돌아갈 자격이 생겼다!’ 아파트 매매 계약서를 바라보던 이 규한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글지글.

불판 위에 올려진 고기가 노릇하게 익어 갔다.

집게를 들고서 정성껏 고기를 굽는 최호인을 웃으며 바라보던 이규리가 아버지에게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에 외식인데 인상 좀 펴세 요.”

“맘에 안 들어.”

“여기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이거든 요.”

“음식 얘기하는 게 아냐. 동네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거지. 왜 굳이 여 기까지 와서 밥을 먹어야 해?” 이진석은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규리는 아버지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한때 가족들이 함께 살았던 동네인 대산동.

그곳에 다시 돌아온 것이 불편한 것이리라.

“규리 남자 친구도 와 있으니까 그 만하세요.”

어머니가 옆구리를 찌르며 얼굴 좀 펴라고 부탁했음에도 이진석의 굳어 진 표정은 좀처럼 풀어지지 않았다.

그것을 확인한 이규리가 서둘러 화 제를 돌렸다.

“오랜만에 이 동네 오니까 옛날 생 각 나네요. 그때 참 좋았었는데 “좋긴 뭐가 좋아? 속도 좋다. 규한 이 그놈 때문에 쫓겨나듯 이 동네를 떠난 것만 생각하면 아직도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어이,최군.”

“네,아버님.”

“아버님이라고 부르지 마. 규한이 그놈이 영화한답시고 설치다가 우리 집안이 풍비박산이 난 거야. 그러니 까 최군도 빨리 영화 그만둬.”

“형님,성공하셨습니다.”

“성공은 개뿔. 아직도 어디서 빌빌

거리고

언성을 높이던 이진석이 도중에 말 을 멈추었다.

고깃집 안으로 들어오는 이규한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오빠!”

“형님!”

“규한아!”

어머니와 규리,그리고 최호인에게 눈인사를 건네며 이규한이 탁자 앞 으로 다가갔다.

“너… 너……

“너무 오래 못 찾아됐습니다.”

“니가… 니 놈이 무슨 염치가 있어

서 여기 나타나는……

이규한이 무릎을 꿇으며 사죄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불판 위의 고기가 타기 시작했다. 침묵이 흐르는 식탁은 불편했다.

평소에 말이 많은 편인 최호인조차 도 입을 다물고 있을 정도로.

“약주 한 잔 더 하시죠.”

이규한이 아버지에게 제안했다.

“술을 더 마시자고?” “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어디서 마실 건데?”

“제가 예약해 둔 곳이 있습니다.”

“알았다. 가자.”

아버지의 허락을 득하는데 성공한 이규한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카운터에서 카드로 계산을 하고 있 을 때,아버지가 다가왔다.

“네가 돈이 어디서 나서 계산을 해?”

“이 정도는 법니다.”

“그래? 밥 굶고 다닐 정도는 아니 라 다행이구나.”

퉁명스레 한마디를 던지는 아버지 를 확인한 이규한이 쓰게 웃었다.

아직 화가 다 풀리지 않으셨기 때 문이리라.

“가시죠.”

이규한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대산 아파트 2단지로 막 들 어섰을 때, 아버지가 소리쳤다.

“지금… 어딜 가는 거냐?”

“우리 집이요.”

“무슨 집?”

“우리가 살던 집으로 가고 있습니 다.” 너,제정신이냐?” 불신과 불안,불편함이 묻어나는 시선을 던지고 있는 아버지를 확인 한 이규한이 대답했다.

“멀쩡합니다.”

“그런데 왜……?”

“여기에 우리 집이 있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저를 못 미더워하신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게 드리는 말씀도 못 미더우시겠죠. 그렇지만 이번 한 번만 저를 믿어 주십시오.”

이규한이 그 말을 끝으로 다시 걸 음을 옮겼다.

백문이 불여일견.

길에서 아무리 설명한다 해도 아버 지를 설득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규한은 알고 있었다. 그래 서 직접 되찾은 집을 보여 드려서 아버지가 믿게 만드는 편이 더 빠르 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

기묘한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일행 은 203동 아파트로 들어섰다.

띠잉!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서 내린 순간,이규한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살폈다.

많은 추억이 깃든 장소이기 때문일 까.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련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불안함 도 극에 치달아 있는 것을 확인한 이규한이 서둘러 703호 문 앞으로 다가갔다.

H비 1티 8과1해 H비 1백.

이규한이 능숙하게 잠금 장치를 해 제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들어가시죠.”

먼저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이규 한이 옆으로 비켜섰다.

“정말… 여기가 우리 집이냐?”

“네,맞습니다. 어서 들어가 보세 요.” 이규한이 재촉하고 나서야 아버지 와 어머니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남의 집에 들어간 것처럼 쉽게 안 으로 들어가지 못하던 두 분은 한참 만에야 안으로 들어섰다.

거실,안방,베란다,욕실까지.

집 안을 천천히 살피고 있는 두 분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이규한 이 문 앞에 서 있을 때였다.

“가구랑 가전은 언제 들인 거야?”

“새로 출발하는 거니까 새 것들로 샀어.”

“잘했네. 그리고… 고마워.”

“뭐가?” “약속 지켜 줘서.”

이규리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흐느끼기 시작했다.

“뭐 해? 안 챙기고”

멀뚱히 서 있는 최호인에게 이규한 이 눈짓했다.

“네? 네.”

그제야 이규리를 달래기 위해 나섰 던 최호인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 다.

“형님,결심했습니다.”

“갑자기 무슨 결심을 했다는 거 야?”

“규리와 결혼하기로 말입니다. 그 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 입니다.”

각오를 다지는 최호인에게 이규한 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둘 다 열심히 하자. 그래서 영화일 해도 잘 먹고 잘살 수 있다 는 것을 증명해 보이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최호인의 어깨를 두드려 준 이규한 이 안으로 들어갔다.

“술상은 주방에 봐 뒀습니다.”

미리 준비해 두었던 간단한 안주가 놓여 있는 식탁 앞으로 이규한이 냉 장고에서 꺼낸 소주를 갖고 돌아왔

을 때였다.

“규한아. 이게 꿈은 아니지?”

“꿈 아닙니다.”

“고맙다. 고마워.”

어머니와 규리가 손을 꼭 잡고 있 는 모습을 지켜보던 이규한이 소주 병을 들었다.

“한 잔 받으세요.”

“그래. 너도 한 잔 받아라.”

“네.”

“고생했다.”

짤막한 한마디면 충분했다. 아버지가 건넨 고생했다는 말을 듣

는 순간,그간의 마음고생과 노력이 모두 보상을 받는 느낌이었다.

“술이 달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소주 한 잔을 비우신 아버지가 꺼 낸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고개를 흔들었다.

“앞으로 제가 만드는 영화 보셔야 죠. 제가 꼭 성공해서 호강시켜 드 리겠습니다.”

“말만으로도 고맙다. 화장실 좀 다 녀오마!”

아버지가 황급히 일어서 화장실로 향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화장실로 가신 것이었다.

역시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느낀 이규한도 서둘러 일어섰다. 그 리고 베란다로 나간 이규한이 각오 를 다졌다.

“영화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자!”

고개를 든 이규한의 눈에 유난히 푸른빛을 띠고 있는 보름달이 보였 다.

‘스파이들’의 각색 작업은 박한정 작가에게 맡겼다. 그리고 ‘스파이들’ 의 캐스팅 작업은 배정훈 감독이 맡 고 있었다.

이규한이 현재 ‘스파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을 제 외하고는 없었다.

“이제 ‘수상한 여자’에 집중할 때 야!”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에서 ‘청춘, 우리가 가장 빛났던 순간’의 차기작 으로 준비하는 작품은 ‘수상한 여 자’.

이규한의 입장에서는 ‘수상한 여 자’의 흥행 여부가 무척 중요했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가 역량 있는 제작사라는 것을 증명할 기회인 데 다가,스카이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인 김기현과의 자존심 대결도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규한이 신중한 눈길로 시나리오 책을 바라보며 현재까지 ‘수상한 여 자’의 개발 과정을 되짚어 보았다.

- 2,235,897.

안유천이 쓴 시나리오 초고를 감정 했던 결과였다. 그렇지만 공동 작가 로 참여한 김단비가 시나리오 재고 를 쓴 이후 감정한 결과는 크게 달 라졌었다.

- 9,134,725.

무려 700만 명 가까이 예상 관객 수가 늘었었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 9,225,498.

지인경 작가의 이름을 기존의 두 작가와 함께 각본 크레덧에 올리기 로 결정한 후,예상 관객수가 또 늘 어났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변수가 생겼 다.

감독: 강형진.

이규한이 펜을 들어 강형진 감독의 이름을 적은 후,시나리오 책을 바 라보았다.

‘얼마나 늘까?’

기대에 찬 시선을 던지던 이규한이 신중하게 시나리오 책을 집어들었 다.

- 9,858,754.

잠시 후,이규한이 눈앞에 떠오른 숫자를 확인하고 속으로 쾌재를 불 렸다.

연출을 강형진이 맡게 되자,예상 관객수가 더 늘어 있었다.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무려 60만 명 가까이 예상 관객수 가 늘어 있었다.

“강형진 감독이 대단하긴 하네.” 이규한이 혼잣말을 꺼냈다.

강형진 감독의 차기작이었던 ‘써니 걸즈’는 현재 700만 관객을 돌파했 예매율이 초반에 비해서 많이 하락 한 편이긴 하지만,최소 800만 이상 의 관객을 동원하는 것은 확실시되 는 상황이었다.

‘과속 삼대 스캔들’에 이어서 ‘써니 걸즈,까지.

잇따라 두 작품을 성공시킨 강형진 감독의 인지도는 크게 상승했다.

또,그의 차기작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치도 한껏 높아진 상태였다.

이런 부분들이 대략 60만 명의 예 상 관객수가 늘어난 이유였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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