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51화 (51/272)

51 화

대표님 부자잖아요 이규한이 알고 있는 미래에서 ‘스 파이들’은 개봉을 했고 흥행을 거두 었다. 그런데 과거로 돌아온 지금, ‘스파이들’이란 작품은 흥행은커녕 개봉조차 못하게 될 확률이 점점 높 아지고 있었다.

이규한이 알고 있는 미래와는 한참 다른 전개.

이렇게 상황이 달라지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 이유에 대해 고민하던 이규한의 눈에 배정훈 감독이 원망스런 시선 을 던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왜 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속이 상해서요.”

" ……?"

“저라고 해서 ‘스파이들’ 시나리오 를 고작 천만 원을 받고 신생 제작 사에 넘기는 게 좋겠습니까? 그렇지 만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 몰 리게 된 데는 대표님의 탓도 있습니 다.” “제게도 책임이 있다는 말씀이십니 까?”

“네. 지난 미팅에서 대표님께서 ‘스파이들’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 리고 머잖아 각본 계약은 물론이고 감독 계약도 맺고 싶다고 말씀하셨 죠. 그 말씀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저한테 제의가 들어왔던 연출부 일 들도 거절했습니다. 계약을 앞두고 철저하게 준비를 하는 게 맞다고 판 단했거든요. 그런데 대표님은 그 후 로 아무런 말씀이 없었습니다. 그렇 게 시간이 흐르면서 제 형편은 점점 어려워졌고,결국 ‘스파이들’의 시나 리오 책을 넘겨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배정훈 감독의 목소리는 원망과 분 노가 뒤섞여 있었다.

‘내가… 잘못했네!’

이규한이 자책했다.

“이 영화,제가 제작하고 싶습니 다.”

지난번에 이규한이 배정훈 감독에 게 했던 말이었다.

물론 당시에 계약 시기를 못 박지 는 않았다. 그러나 배정훈 감독의 어려운 사정을 헤아리지 못했던 것

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배정훈 감 독에게 희망 고문을 안겨 준 셈이었 고.

“뭐,결국 제가 착각한 것입니다. 대표님을 탓할 게재가 아니라,제가 주제 파악을 못 한 것을 탓해야죠. 다음에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길 바 라겠습니다.”

배정훈 감독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일어섰다. 그런 그가 나가기 직 전,이규한이 등에 대고 말했다.

“감독님은 분명히 좋은 감독님이 되실 겁니다.” “제게 시간과 기회를 주시면 안 되 겠습니까?” 열흘.

이규한이 번 시간이었다.

‘열흘 안에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 하면 ‘스파이들’을 빼앗긴다!’

해결책은 결국 자금.

배정훈 감독과 계약을 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해야만,‘스파이들’이란 작품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다.

‘규리한테 맡겼던 돈을 써야 하 나?’

‘과속 삼대 스캔들’의 흥행 덕분에 이규한이 번 돈은 3억 5천만 원.

그 가운데 2억을 여동생인 이규리 에게 맡겨 두었었다.

그 돈을 다시 가져오면 배정훈 감 독과 계약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내키지 않았다.

이규리에게 맡겨 두었던 돈은 따로 쓸 곳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서 이규한이 고심하고 있을 때였다.

이규한의 앞으로 휴대전화가 내밀 어졌다. 그리고 이규한의 눈앞에 휴 대전화를 들이민 것은 김미주였다.

“뭐야?”

“직접 보세요.”

“설마 사직서는 아니지?”

“왜 사직서라고 생각하는 거죠?”

“내가 돈이 없다는 걸 알게 됐으니 까.”

이규한과 배정훈 감독이 나누던 대 화를 김미주는 고스란히 들었었다.

그래서 이규한에게 감독 계약을 할 자금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터.

“내가 그 정도로 의리가 없는 인간 은 아니랍니다.”

“내가 그래서 미주 씨를 좋아해.”

“그리고 대표님 부자잖아요.”

“내가 부자라고?”

김미주가 자신을 부자라고 부른 이 유.

‘과속 삼대 스캔들’의 흥행 덕분에 3억 5천만 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규한이 막 판단했을 때였다.

“이거요.”

김미주가 손으로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시나리오 책들을 가리켰다.

“다 대표님 거잖아요.”

‘수상한 여자’와 ‘반가운 고스트’, 그리고 ‘스파이들’까지.

세 권의 시나리오 책을 바라보던 이규한이 쓰게 웃었다.

물론 먼 홋날 이 작품들은 이규한 에게 큰돈을 벌게 만들어 줄 것이었 다.

잠재적인 자산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언젠가는 돈이 되겠지만 지금 당 장은 ? ? ? ? ?. ”

그래서 이규한이 말을 하던 도중에 입을 다물었다. 그런 이규한의 시선 이 ‘수상한 여자’의 시나리오 책으 로 향했다.

- 9,534,725.

안유천과 김단비 작가가 공동집필 한 ‘수상한 여자’의 예상 관객수였 다.

지금 시나리오 책대로 촬영을 해서 개봉을 하더라도 대단한 흥행작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갖춰진 상태였다.

‘그래. 투자를 받자!’

만약 투자를 받는 데 성공한다면?

그 투자금 가운데 일부로 배정훈 감독과 계약을 할 수 있었다.

‘미리 당겨 쓴 돈은 ‘청춘,우리가 가장 빛났던 순간’의 정산금을 받자 마자 채워 넣으면 되잖아.’

마침내 해결책을 찾아낸 이규한이 속으로 쾌재를 부를 때였다.

“일단 이거부터 보세요.”

김미주가 어서 휴대전화를 보라고 재촉했다. 그제야 이규한이 김미주 가 내밀고 있던 휴대전화를 받아 들 었다.

휴대전화 액정 위에 떠올라 있는 것은 기사였다.

〈서울 남부 경찰서,대마 흡입 사 건 수사 중. 부유층 자제 및 유명 연예인,스포츠 스타 포함됐다고 알 려져〉

무심코 기사를 읽어 내려가던 이규 한의 머릿속을 퍼뜩 스치고 지나간 것은 이도빈의 이름이었다.

“설마… 여기 나온 유명 연예인이 이도빈이야?”

“그런 것 같아요.”

“확실해?”

“이도빈 소속사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문이 도는 걸로 봐서 확실한 것 같아요.”

‘만약 이도빈을 주연으로 썼다면?’

개봉을 하루 앞둔 ‘청춘,우리가 가장 빛났던 순간’에는 말 그대로 치명타가 됐을 것이었다. 그래서 이 규한이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였다.

“빅똥을 피해 갔네요.”

“그러게.”

“내 덕분인 것 알죠?”

김미주가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히 알지!”

“뭐 해 주실 거예요?”

“깐풍기 사 줄게.” “겨우 깐풍기요?”

김미주가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

“내가 지금 돈이 없다는 것,미주 씨도 알잖아?”

“그래도……

“탕수육보다는 낫잖아?”

김미주가 영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 지만,이규한은 신경 쓰지 않고 일 어 섰다.

마음이 급했기 때문이었다.

‘열홀 안에 승부를 봐야 해!’

‘수상한 여자’의 투자를 받기 위해 서 이규한이 찾아간 곳.

투자배급사인 로터스 엔터테인먼트 였다.

로터스 엔터테인먼트 투자팀.

이규한이 막 투자팀 안으로 들어가 려고 할 때였다.

지이엉. 지이잉.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그리고 전화 를 건 것은 김기현이었다.

“여보세요?”

“어떻게 알았어?” 인사조차 생략한 채 김기현이 상기 된 목소리로 물었다.

“다짜고짜 무슨 소리야?”

“이도빈 말이야. 어떻게 알았냐 고?”

그제야 말뜻을 이해한 이규한이 대 답했다.

“능력 있는 부하 직원이 있거든.”

“부하 직원? 누구?”

“있어.”

“방금 네가 말한 능력 있는 부하 직원이 이도빈이 대마 흡입하는 걸 알아채고,거르라고 충고했던 거 야?” “대충 비슷해.”

“나도 소개 좀 시켜 줘.”

“싫은데.”

“왜 싫어?”

“벳길까 봐.”

김기현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자 금력.

거액을 제시해서 능력 있는 직원인 김미주를 스카웃하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었다. 그것을 우려한 이규한 이 싫다고 대답하자,김기현이 아쉬 운 기색을 드러냈다.

“눈치는 참 빨라.”

“돈이 없으니 눈치라도 있어야지.” “지금 어디야?”

“돈 구하러 왔어.”

“그게 무슨 뜻이야?”

“그런 게 있어.”

이규한이 대충 얼버무렸다.

로터스 엔터테인먼트에 투자를 받 기 위해서 찾아왔다는 사실을 김기 현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조만간에 밥 한번 먹자. 다음 작 품 상의해야지.”

“다음 작품?”

“이도빈을 주연에서 과감하게 제외 한 것 보고 나서,너에 대한 신뢰가 더 깊어졌어. 다음 작품도 같이하 김기현과 통화를 하던 이규한이 고 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음 작품은 힘들어. 이미 진행이 많이 됐거든.” 시사회 뒤풀이를 할 당시,다음 작 품도 공동 제작을 하자고 김기현의 제안했을 때,이규한이 했던 대답이 었다.

이규한은 분명히 거절 의사를 밝혔 었다.

그렇지만 김기현은 전혀 아랑곳하 지 않았다.

‘감히 내가 같이하자는데 네가 거 부해?’

이렇게 막무가내인 김기현의 태도 가 더욱 이규한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지금 바쁘니까 끊어.”

“야. 약속은 잡아……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린 이규 한이 로터스 엔터테인먼트 투자팀 사무실로 걸어 들어갔다.

“이 피디님!”

이규한이 들어서는 것을 발견한 권 지영이 벌떡 일어났다.

평소 목소리 톤보다 한 옥타브 높 은 톤으로 이규한을 부른 권지영은 마치 죽었던 조상이 살아 돌아온 것 처럼 반가운 기색을 드러내며 다가 왔다.

“권 팀장,잘 지냈어?”

“이 피디님 덕분에요.”

“내 덕분이라니?”

“제 목이 간당간당했었는데 ‘과속 삼대 스캔들’이 흥행한 덕분에 안 잘리고 버티고 있는 거거든요.” 권지영이 웃으며 대답한 순간,이 규한이 쓰게 웃으며 주변을 살폈다.

투자팀에서 근무하는 팀원들의 시 선이 일제히 자신에게 쏠려 있는 것 이 이규한의 눈에 들어왔다.

‘역시 작품이 흥행하고 볼 일이야!’

이규한이 속으로 생각했다.

권지영이 죽었던 조상이 살아서 돌 아온 것처럼 이렇게 반갑게 맞아 주 는 것.

또,평소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 을 투자팀 팀원들이 일제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

이규한이 로터스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와 배급을 맡았던 ‘과속 삼대 스캔들’을 흥행시킨 프로듀서였기 때문이었다.

‘예전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 네!’

제작자로 살면서 가장 힘들고 싫었 던 부분이 바로 투자를 받기 위해서 투자배급사로 찾아오는 것이었다.

을의 입장인 터라, 꼭 구걸하러 찾 아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잦았기 때 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달랐다.

‘과속 삼대 스캔들’의 흥행 덕분에 전세가 역전되어 있었다.

해서 속으로 흐뭇한 웃음을 지으면 서도 이규한은 겉으로 정색했다.

“권 팀장,호칭은 정확히 하자.”

“무슨 호칭이요?”

“이제 이 피디 아니고 이 대표야.”

“아,맞다. 대표님 되셨죠.”

무릎을 탁 치던 권지영이 두 눈을 흘겼다.

“많이 서운합니다.”

“갑자기 뭐가 서운해?”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의 첫 작품인 ‘청춘,우리가 가장 빛났던 순간’ 말 이에요. 저희랑 안 하셨잖아요.” 권지영은 못내 서운한 기색을 드러 냈다.

“‘청춘,우리가 가장 빛났던 순간’ 은 기현이랑 공동 제작한 거야. 어 쩔 수 없었다는 것,권 팀장도 알잖 아?”

“하긴 스카이 엔터테인먼트의 김기 현 대표와 공동 제작을 했으니까 씨 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를 받았 어야 했겠죠.”

권지영도 김기현이 씨제스 엔터테 인먼트 대표이사인 김대환의 아들이 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수긍한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던 권지영이 말했다.

“시사회 반응 좋던데요?”

“어떻게 알았어?”

“당연히 알죠. 이 피디… 아니,블 루문 엔터테인먼트의 이규한 대표 님. 제가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는 영화 제작자이거든요.”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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