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47화 (47/272)

47 화

가오에 능력도 있다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어!’

기존에 주인공으로 캐스팅이 됐던 이도빈을 하차시키고 도경민을 새로 운 남자 주인공으로 낙점한 것.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만약 예상 관객수를 볼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이 없었다면?’

이규한은 이도빈을 하차시키는 용

단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었다.

더 다행인 점은 ‘청춘,우리가 가 장 빛났던 순간’에 출연한 도경민의 연기가 나쁘지 않다는 점이었다.

영화를 지켜본 기자들의 호평만이 아니었다.

이규한이 보기에도 도경민의 연기 는 훌륭했다. 그리고 옆좌석에서 영 화를 본 김기현의 의견도 다르지 않 았다.

“이도빈 대신 도경민을 주연으로 캐스팅하겠다고 네가 고집 부릴 때 진짜 이해가 안 됐거든. 뭐,지금도 완전히 이해를 하는 건 아니지만, 도경민이 연기는 잘하네. 이도빈보

다 연기가 낫다!”

김기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이 규한의 머릿속은 바쁘게 돌아갔다.

‘마이너스는 아니야!’

“내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이규한이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지 기대가 되 는 것은 어쩔 수 없네. 예상 관객수 는 얼마나 돼?”

아까 김기현이 질문을 던졌을 때, 이규한은 대략 이백만 정도의 관객 을 모을 것이라고 대답했었다.

그렇지만 시사회에서 개봉한 영화 를 보고,객석의 반?응을 확인한 지 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최소 220만!’

도경민의 출연이 마지막 예상 관객 수에서 플러스 요인이면 요인이지, 마이너스 요인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였다.

“오빠!”

낯익은 목소리를 듣고 이규한이 고 개를 들었다.

서지연의 모습을 발견한 이규한이 입을 뗐다.

“언제 왔어?” “아까요. 영화 재밌는데요.”

“고맙다.”

“저도 고마워요.”

“뭐가?”

“제 조언을 반영해 준 것이요.”

“......?"

“영화 제목 말이에요.”

“아!”

그제야 말뜻을 이해한 이규한이 웃 었다.

‘그때,우리’에서 ‘청춘,우리가 가 장 빛났던 순간’으로.

영화의 제목을 바꾸는 게 어떠냐고 먼저 조언을 했던 것은 서지연이었 다. 그리고 서지연의 조언이 옳다고 판단했던 이규한은 그 조언대로 영 화의 제목을 바꾸었다.

서지연은 고맙다고 말했지만,오히 려 이규한이 더 고마웠다.

제목을 바꾸라는 조언 덕분에 관객 수가 약 10만 명가량 더 늘었기 때 문이었다.

“오빠.”

“응,말해.”

“저는… 그러니까 저는……

서지연이 선뜻 입을 열지 못하고 망설일 때였다.

“대표님.”

“경민 씨.”

“경민아라고 편하게 부르시라니까

요.”

도경민이 다가와서 인사했다.

“저를 믿고 좋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다시 한 번 감 사드립니다.”

“오히려 내가 고맙다. 내가 기대했 던 것보다 더 연기를 잘해 줘서.”

도경민과 대화하던 이규한이 서지 연을 바라보았다.

“아까 하려던 말이 뭐였어?”

“나중에 할게요.” “바쁜 것 같은데 어서 일 보세요.”

‘청춘,우리가 가장 빛났던 순간’의 시사회에 참석한 지인들이 인사를 하기 위해서 이규한의 앞으로 몰려 드는 것을 확인한 서지연이 몸을 돌 렸다.

“이 피디,영화 재밌게 봤어.”

서지연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 보던 이규한이 시사회에 참석했던 지인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누기 시 작했다.

고급일식집.

이규한이 뒤풀이 장소로 예약한 곳 이었다.

“이것 좀 먹어 봐.”

서지연의 곁에 앉은 김기현이 젓가 락으로 회를 한 점 집어서 그녀의 앞에 놓인 접시에 올려놓았다.

“제가 먹을게요.”

서지연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지 만,김기현은 막무가내였다.

“전혀 안 먹으니까 그러지. 빈속에 술 마시면 몸 상해.”

“알겠어요.” “대답만 하지 말고 어서 먹어. 내 가 계속 지켜볼 거야.”

서지연을 살뜰하게 챙기고 있는 김 기현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규한이 술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 고 잔을 비우고 내려놓은 순간,김 기현이 술 주전자를 들어 비어 버린 잔을 채워 주며 입을 뗐다.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

“무슨 뜻이야?”

“이규한은 괜찮은 영화를 만든다. 이런 확신이 있었거든. 그리고 네가 만들어 낸 결과물은 내 기대를 충족 시켰어.” “홍보는 내가 책임질게.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

김기현이 호언장담했다. 그리고 김 기현에게는 그럴 능력이 있었다.

그렇지만 정작 이규한은 별로 기분 이 좋지 않았다.

공동 제작자.

스카이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김 기현과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인 이규한의 포지션이었다.

그런데 김기현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공동 제작자라는 느낌 이 들지 않았다.

김기현은 제작사 대표.

이규한은 제작사에 속한 프로듀서.

마치 상하관계처럼 느껴졌다.

그런 부분이 이규한을 불편하고 불 쾌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김기 현은 이규한이 느끼는 불편함과 불 쾌함을 알아채지 못했다.

“다음 작품도 같이하자. 그리고 다 음 작품은 사이즈를 좀 키우는 게 어때? 이번 작품으로 실력은 검증했 으니까 아버지도 대작 영화 투자를 승낙해 주실 거야. 그러니까 다음 작품으로 천만 영화 한번 하자.”

김기현이 상기된 목소리로 다음 작 품도 공동 제작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고개를 흔들었 다.

“다음 작품은 힘들어.”

“왜 힘들어?”

“이미 진행이 많이 됐거든. 그리고 아직 제작비가 백억이 넘어가는 대 작을 할 역량은 모자라. 그러니까 다음에 다시 기회를 보자.”

“후회할 수도 있어.”

“후회?”

“제작비 백억 넘어가는 대작 영화 할 기회가 자주 안 온다는 것. 너도 알잖아?” 이규한이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김기현의 이야기는 틀린 부분이 없 었다.

제작비가 백억이 넘어가는 대작 영 화를 할 기회는 자주 찾아오지 않았 다.

단순히 제작자가 능력이 있다는 것 만으로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여러 가지 조건들이 맞아떨어져야 만 기회가 주어졌다.

쉽게 말해,운이 따라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규한이 또 한 번 불편함과 불쾌함을 느낀 이유.

김기현의 태도였다.

“내가 아니면 네게 이런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까 군 말하지 말고 내가 하자는 대로 해 라.”

마치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 면서 이야기를 꺼내는 느낌이랄까.

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 로 지시를 내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로 인해 빈정이 상한 이규한이 힘주어 대답했다.

“후회 안 해.”

“그래? 네 뜻이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김기현이 대답한 순간,이규한이 속으로 외쳤다.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영화 ‘베테랑들’에 나왔던 대사였 다.

물론 아직 ‘베테랑들’은 개봉하지 않았다.

이규한만이 알고 있는 대사였다. 그리고 이규한은 ‘베테랑들’에 등장 했던 이 대사가 무척 마음에 들었 다.

비록 이규한은 김기현처럼 금수저 를 물고 태어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이규한에게는 김기현이 갖지 못한 능력이 있었다.

바로 미래의 흥행작을 알고 있다는 것과 시나리오를 집어들면 눈앞에 예상 관객수가 보인다는 특수한 능 력이 었다.

‘가오에 능력도 있다. 이 자식아!’

이규한이 속으로 재차 소리쳤을 때,김기현이 물었다.

“그런데 누구야?”

“뭐가?”

“네 옆 빈자리에 앉을 사람 말이 야. 대체 어떤 사람이야?”

김기현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질

“너도 아는 사람이야.”

이규한이 대답하자,김기현이 더욱 흥미를 드러냈다.

“내가 아는 사람? 혹시 여배우야?” “곧 알게 될 거야.”

이규한이 대답했을 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손님 오셨습니다.”

일식집 여종업원이 손님이 도착했 음을 알렸다.

문이 열리고 방 안으로 들어선 것 은 송하윤이었다.

“왔어?”

이규한이 인사하자,송하윤이 생긋 웃으며 입을 뗐다.

“차가 좀 막혔어. 늦어서 미안.”

“괜찮아.”

이규한이 입을 떼며 서지연과 김기 현의 반응을 살폈다.

서지연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입술을 지그시 깨문 채 송 하윤을 바라보던 그녀가 인사를 건 넸다.

“오랜만이에요,언니.”

이규한과 송하윤,그리고 김기현은 대학 동창.

그리고 서지연은 1년 후배였다.

서지연 역시 송하윤을 알고 있었 다.

“지연이,오랜만이네. 예전보다 더 예뻐졌네.”

“언니도요.”

“고마워.”

짤막한 인사말을 건네던 서지연과 송하윤이 서로에게 향해 있는 시선 을 먼저 피하지 않았다.

마치 눈싸움을 벌이듯이 서로를 바 라보는 두 사람을 확인한 이규한이

학번은 달랐지만,송하윤과 서지연 은 모두 교내에서 퀸카라 불리었던 여인들이 었다.

그래서일까.

유독 송하윤과 서지연이 만나면 더 욱 불꽃이 튀는 느낌이었다.

“너 였어?”

팽팽한 대치를 깨트린 것은 김기현 이었다.

송하윤의 등장을 전혀 예상치 못했 던 김기현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 하고 있었다.

“오랜만이다.”

“그래. 반갑다.”

“진짜 반가운 것 맞아?”

“응?”

“여배우가 아니라서 실망한 기색인 것 같은데.”

송하윤이 던진 말에 김기현이 움찔 했다.

“들었어?”

“일부러 엿들은 것은 아니고. 네 목소리가 워낙 커서 들리더라.”

“난 여배우인 줄 알았어.”

“무슨 뜻이야?”

“너무 예뻐져서 너인지 몰랐어. 그

래서 여배우인 줄 알았다니까.”

김기현이 대답한 순간,송하윤이 싫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입바른 소리 하는 건 여전하네.”

“내가 거짓말은 못 하는 성격이잖 아. 빨리 앉아. 궁금한 게 많으니 까.”

김기현이 두 눈을 빛내며 재촉했 다.

비어 있던 이규한의 옆자리에 앉으 며 송하윤이 말했다.

“초대해 줘서 고마워.”

“다음에 술 한잔 같이하기로 약속 했었잖아.” 이규한이 말을 마친 순간,김기현 이 물었다.

“언제부터 만난 거야?”

“우연히 다시 만났어.”

“우연히? 자세히 좀 말해 봐.”

김기현이 설명을 요구하자,송하윤 이 대답했다.

“말 그대로 우연히 커피전문점에서 만났어. 진짜 이규한이 맞나? 이렇 게 의심하면서 가까이 가 봤는데 맞 더라고.”

“그게 언제였는데?”

“음,두 달 전쯤이야. 그때 연락처 를 주고받고 난 후,연락을 계속했 송하윤이 대답을 마친 순간,서지 연이 끼어들었다.

“혹시 그날이었나요?”

서지연이 이규한에게 질문했다.

“그날?”

“제가 오빠를 찾아갔던 그날,언니 를 만났었나요?”

“응. 맞아.”

“그렇구나.”

서지연의 낯빛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런 그녀는 자책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날,찾아가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이규한과 송하윤이 우연 히 만나지도 않았을 텐데.

이렇게 자책하는 것이리라.

“저 먼저 일어날게요.”

서지연이 갑자기 일어날 채비를 했 다.

“왜 벌써 일어나?”

“몸이 안 좋네요.”

그제야 서지연의 안색이 창백하다 는 사실을 알아챈 김기현도 서둘러 일어났다.

“내가 데려다줄게.”

“괜찮아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아냐. 안색이 이렇게 창백한데 혼 자 보낼 수는 없지.”

김기현이 미안한 기색으로 이규한 에게 말했다.

“우리 먼저 갈게.”

“알았어.”

“먼저 가서 미안하다.”

서지연과 김기현이 함께 방을 떠난 순간,이규한이 아까부터 매만지고 있던 술잔을 들어 올렸다.

‘잘했어!’

이규한이 속으로 생각했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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