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화
캐스팅 취소할 겁니다 이도빈은 이미 캐스팅이 거의 확정 된 상황.
그의 캐스팅에는 씨제스 엔터테인 먼트의 대표이자, 김기현의 아버지 인 김대환이 직접 나섰던 상황이었 다.
그런데 단지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의혹만으로 이도빈의 캐스팅을 없던 일로 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래서 이규한은 직접 이도빈을 만 났다.
이규한이 이도빈을 만난 장소.
그의 집 근처 커피전문점이었다.
검정색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쓴 편 안한 차림의 이도빈은 매니저와 함 께 커피전문점에 도착했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대표 이규한 입니다.”
이규한이 명함을 건넸다.
그 명함을 받아들고 힐끗 살피던 이도빈이 말했다
“아,김기현 대표님한테 들었어요.
‘그때 우리’라는 작품은 공동제작사 가 있다고. 김기현 대표님과 대학 동창이시라고요?”
“맞아요.”
“성공하셨네요.”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 채 이도 빈이 툭 던진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 이 의아한 시선을 던졌다.
“무슨 뜻이죠?”
“에이,모른 척하시기는. 김기현 대 표님이랑 친하게 지낸 덕분에 이번 작품에 공동 제작으로 참여하시는 것 아닙니까?”
“김기현 대표가 그렇게 말했어요?” “그건 아니지만,뻔한 것 아닙니 까?”
“뻔하지 않아요.”
“네?”
“나에 대해 전혀 모르죠?”
“오늘 처음 봤는데 당연히 모르
죠
이도빈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한 순간,이규한이 슬쩍 미간을 찌푸렸 다.
대박 흥행작인 ‘과속 삼대 스캔들’ 의 메인 프로듀서.
이런 자신의 이력을 모른다는 것에 실망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기본이 안 됐어!’
이도빈은 배우.
굳이 비유를 하자면 배우는 취업 준비생과 흡사한 면이 존재했다.
이도빈이라는 배우를 어필해서 참 여할 작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었 다. 그리고 오늘의 만남은 일종의 면접이 었다.
이규한은 면접관이었고,이도빈은 면접 대상자.
면접 대상자는 일반적으로 면접을 앞두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그래야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심 어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면접관의 이력 정도는 알아 보고 면접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했 다.
그렇지만 이도빈은 그 당연한 것을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복장에서 1차 감점,태도에서 2차 감점!’
진짜 면접관처럼 이도빈에게 매서 운 시선을 던지던 이규한이 다시 입 을 뗐다.
“오늘 제가 뵙자고 한 건 이도빈 씨에게 몇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입니다.”
“말씀하시죠.”
“‘그때,우리’ 출연을 앞두고 어떤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까?”
“각오요?”
예상치 못한 질문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따로 각오가 없어서일까. 이도빈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야 구 모자를 벗었다가 다시 썼다.
“딱히 각오랄 건 없고,그냥 열심 히 하는 거죠.”
한참 만에 돌아온 대답을 들은 이 규한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
내심 원했던 대답이 아니었기 때문 이었다.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를 얻게 돼서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 다. 시나리오에 대해서 분석을 하면 서 어떻게 배역을 더 잘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있 습니다. 그 고민의 일환으로 실제 대학생들을 만나서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 가를 알아볼 생각입니다.”
이게 이규한이 내심 바랐던 모범 답안이었다. 그러나 이도빈이 꺼낸 대답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또 감점!’
이규한이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애쓰며 다시 질문을 던졌 다.
“촬영을 앞두고 어떤 식으로 준비 할 거죠?”
“준비라면… 살을 좀 찌울 생각입 니다.”
“살을 찌운다? 왜죠?”
“매니저가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제 배역이 먹보 대학생이라고 하더 라고요. 그런데 몸이 너무 좋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살을 좀 찌울 생각을 했습니다.”
이규한이 그 대답을 듣고 난 후 이도빈의 매니저를 힐끗 살폈다.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느라 여념이 없는 매니저를 확인한 이규한이 한 숨을 내쉬었다.
‘엉망진창이야!’
‘그때,우리’의 남자주인공 배역에 캐스팅이 거의 확정됐음에도 이도빈 은 아직까지 시나리오 책조차 읽지 않은 상태였다.
이도빈은 대신해서 시나리오를 읽 은 것은 매니저였다.
몰론 이게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매니저의 역할 중 하나가 배우들의 작품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작품을 읽고 조언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 문제는 이도빈의 매니저가 작품을 보는 눈이 형편없다는 것이었다.
이도빈이 ‘그때,우리’에서 맡아야 할 배역인 남자주인공.
먹보 대학생이 다가 아니었다.
먹보 대학생처럼 보였지만,나름 치열하게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민 하고 답을 찾아가는 캐릭터였다.
그리고 이도빈의 곁에 앉아 있는 매니저의 문제점은 작품은 보는 눈 이 없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얼핏 살피기에 매니저의 나이는 삼 십 대 초반.
이도빈보다 나이가 한참 많았다. 그런 만큼 이도빈의 태도나 자세가 좋지 않으면,그것을 지적해야 했다.
그러나 매니저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었다.
“만약 촬영 중에 감독과……
“이규현 대표님.”
이규한이 던지는 질문을 이도빈이 도중에 잘랐다.
“이규현이 아니라 이규한입니다.”
“아,죄송합니다. 아까 명함을 제대 로 못 봤네요. 어쨌든 이쯤 하시죠.”
“이쯤 하자?”
“제가 중요한 약속이 있거든요.”
이도빈이 말한 순간, 이규한의 눈 살이 더욱 찌푸려졌다.
갑자기 잡은 약속이 아니었다.
이규한은 저녁 식사까지 함께할 요 량으로 일부러 약속 시간을 늦게 잡 았다. 그리고 매니저에게 저녁 식사 를 함께하고 싶다는 의견까지 전달 했었다.
그런데 이도빈은 미리 선약을 잡아 두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기분이 상한 이규한이 그의 매니저 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매니저가 말했다.
“갑자기 중요한 약속이 잡히는 바 람에 시간을 오래 낼 수가 없습니 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살짝 언성을 높였다.
“중요한 약속이 대체 뭡니까?”
“사적인 약속이라서 밝히기 곤란함 니다.”
“사적인 약속이요?”
이규한이 더욱 기가 막히다는 표정 을 지은 채 입을 뗐다.
“이도빈 씨는 ‘그때,우리’의 캐스 팅 문제 때문에 제작자인 저를 만나 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적인 약속 때문에 저와의 약속을 빨리 끝낸다 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워낙 중요 한 약속이라……
매니저가 이도빈을 힐끗 살피며 대 답했다. 그리고 매니저의 시선을 느 낀 이도빈이 직접 나섰다.
“제가 고집을 피웠습니다.”
“이도빈 씨가 고집을 피웠다고요?”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 죠. 그리고 딱 까놓고 말해서 길게 계속 얘기할 것도 없지 않습니까? 이미 ‘그때,우리’라는 작품에 출연 하기로 결정이 거의 난 상황인데, 크게 바낄 것도 없지 않나요? 그래 서 오늘 미팅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아서 따로 약속을 잡았던 겁니 다.”
이도빈이 이야기를 마친 순간,이 규한이 고개를 흔들었다.
“과연 바1 게 없을까요?”
“네?”
“저는 이도빈 씨가 제 작품의 주인 공으로 출연하는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규한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이도빈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래서요?” “그래서 제 캐스팅을 취소하기라도 하실 겁니까?”
급한 쪽은 당신이 아니냐?
게다가 당신은 김기현 대표 덕분에 이번 영화에 공동 제작으로 참여한 허울뿐인 제작자가 아니냐?
그런 당신에게 무슨 결정권이 있느 냐?
이도빈의 던지고 있는 시선에 담긴 의미였다.
그 시선을 확인한 이규한이 힘주어 대답했다.
“네,취소할 겁니다.” “이도빈 캐스팅,없던 일로 하자.”
이규한이 전화를 걸어서 일방적으 로 통보한 순간,김기현은 황당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었다.
“야,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내 가 이도빈을 얼마나 어렵게 캐스팅 했는데. 대체 왜 이도빈 캐스팅을 취소하자는 거야?”
김기현은 납득할 만한 설명을 요구 했다.
물론 이규한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 가 있었다.
감정 결과,이도빈을 캐스팅하는 것이 ‘그때,우리’에 도움은커녕 오 히려 해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 문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대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해서 이규한이 꺼냈던 대답은 이도 빈을 직접 만나고 나니 연기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 다.
급조한 변명이 아니었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이규한은 이도빈에게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없었다.
또,기본적인 매너도 지키지 않는 이도빈에게 크게 실망했다.
물론 김기현을 설득하기에는 역부 족이었다. 그래서 김기현은 추가 설 명을 요구했지만,이규한은 일방적 으로 전화를 끊었다.
쫙쫙.
김기현과 통화를 마친 이규한은 바 로 남자주인공 배역에 이름을 올렸 던 이도빈의 이름을 볼펜으로 지웠 다. 그리고 다시 감정을 했다.
一 2,015,589.
“다시 돌아왔다!”
이도빈의 캐스팅을 취소하자,예상 관객수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와 있 었다.
지이잉. 지이잉.
그 감정 결과를 확인하고 나서 이 규한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때, 다시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당연히 김기현이거니 생각했던 이 규한이 액정에 떠올라 있는 발신자 정보를 확인하고 표정을 굳혔다.
“지연이?”
이규한에게 전화를 건 것은 서지연 이었다.
‘받을까? 말까?’
잠시 고민하던 이규한이 휴대전화 를 집어 들었다.
피한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라고 판 단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야?”
“오빠 사무실 근처에 왔다가 생각 나서요. 커피 한 잔 사 주세요.”
“커피?”
“바빠요?”
“아냐. 잠깐 만나자.”
서지연과의 짤막한 통화를 마친 이 규한이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리 고 약속 장소인 커피전문점에서 서
지연과 만났다.
“여기에요!”
서지연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예쁘네!’
스키니진과 하얀색 티셔츠를 입은 서지연은 마치 대학생처럼 풋풋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무심코 마주 손을 들며 웃으며 했던 이규한이 이내 표 정을 굳혔다
그녀와의 거리.
더 가까워져서는 안 됐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
이규한이 일부러 웃음기를 뺀 채
서지연의 앞으로 다가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괜찮아?”
“네.”
“조금만 기다려.”
이규한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을 받아서 다시 탁자로 돌아왔다. 서로 마주 앉은 채 침묵 속에 커 피를 마셨다. 그리고 서지연이 커피 를 거의 다 마셨음을 확인한 이규한 이 말했다.
“다 마셨으면 이제 가.”
‘.....?‘
“커피 사 달라면서?”
이규한이 애써 차가운 목소리로 말 하고 먼저 일어났을 때,서지연이 작은 목소리로 입을 쨌다.
“드릴 말씀이 있어요.”
“뭔데?”
“영화에 관한 것이에요.”
이규한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말해 봐.”
“지금 오빠가 제작하고 있는 영화 ‘그때,우리’ 말이에요.”
서지연이 꺼내는 이야기를 듣던 이 규한이 의아한 시선을 던졌다.
“어떻게 알았어?”
“기현 오빠한테 들었어요.” “그렇구나. 그런데 할 말이 뭐야?”
“제목을 좀 바꿔 보는 게 어떨까 해서요.”
“제목을 바꾸라고?”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였다.
그래서 이규한이 의아한 시선을 던 졌다.
“왜 제목을 바꾸라는 거야?”
“너무 은유적이란 생각이 들어서
1억 관객 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