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21화 (21/272)

21 화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독립한다니? 그러니까 영화사를 차릴 거라고?”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모양이네!’ 박태혁은 김미주와 달랐다.

이규한이 독립을 준비한다는 사실 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둣 큰 충격 에 빠진 표정이었다.

“다시 생각해 봐.” “왜요?”

“영화사 운영하는 것 절대 만만치 않다. 이 바닥이 얼마나 험한 바닥 인지 네가 아직 몰라서 그래.”

“충분히 알아요.”

“응?”

“저도 충분히 안다고요.”

박태혁이 램프 엔터테인먼트를 차 린 지는 2년밖에 흐르지 않았다.

반면 이규한은 레드문 엔터테인먼 트를 10년 가까이 운영했었다.

그러니 영화 제작 경험 측면에서는 이규한이 박태혁에 비해서 훨씬 많 았다.

물론 그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박 태혁이 다시 말했다.

“형이 앞으로 더 잘할게. 지분도 꼬박꼬박 챙겨 주고,월급도 좀 더 올려 주고……

“너무 늦었어요.”

이미 이규한은 결심을 굳힌 상황이 었다. 그리고 이규한의 결심을 되돌 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박태혁 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너,진짜 나한테 이럴 거야? 날 배신하고 독립해서 성공할 것 같 아?”

“기왕 헤어지는 것,우리 좋게 헤

“좋게 헤어지자고? 그게 무슨 헛소 리야?”

“인생 모르잖아요. 또 언제 어떤 인연으로 만날지 모르는데 좋게 헤 어지는 게 좋지 않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퇴직금 넉넉하게 챙겨 주세요.”

이규한이 웃으며 부탁했다. 그렇지만 박태혁은 역정을 냈다.

“퇴직금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 반응을 확인한 이규한이 쓰디쓴 웃음을 머금었다.

“한 푼도 못 주니까 그런지 알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치는 박태혁에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이런 반응이 돌아올 것을 이미 예 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제가 알아서 미리 챙겼어 요!,

이규한이 속으로 소리쳤다.

박태혁이 퇴직금을 줄 리가 없다는 것을 짐작했기에,이규한은 이미 따 로 퇴직금을 챙긴 후였다.

그리고 이규한이 챙긴 퇴직금은 시 나리오였다.

‘과속 삼대 스캔들’의 흥행 덕분에

램프 엔터테인먼트의 위상은 달라졌 다.

가뭄에 콩 나듯 들어오던 투고 시 나리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그 리고 양이 늘어나다 보니,당연히 질이 좋은 시나리오도 간혹 섞여 들 어오기 마련이었다.

- 반가운 고스트.

그 가운데서 이규한이 찾아낸 보석 이었다.

‘제목이 뭐였더라?’

실제 개봉했을 당시의 제목과는 달 ‘고스트들이 었나?’

이규한이 간신히 기억을 떠올리는 데 성공했다.

개봉 당시 ‘고스트들’은 꽤 신선한 소재였고,영화의 짜임새도 좋았기 때문에 대략의 스토리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규한이 직접 읽어 본 ‘반 가운 고스트’의 스토리는 기억 속에 남아 있었던 영화와 엇비슷했다.

‘초고!,

아마 ‘고스트들’의 초고이리라.

‘언젠가 제작해야지!’ 이규한은 이런 결심을 굳히고 램프 엔터테인먼트로 투고됐던 ‘반가운 고스트’라는 시나리오를 퇴직금 대 신으로 미리 챙겨 놓았던 것이었다.

“형,아니,박 대표님.”

박 대표라는 호칭이 어색해서일까. 박태혁이 인상을 구겼다.

“박 대표님?”

“지난번에 했던 약속은 기억하시

죠?”

“약속? 무슨 약속?”

“이번 작품인 ‘과속 삼대 스캔들’ 정산할 때 제작사 수익의 20프로를 저한테 주시기로 하셨잖아요?”

“그게……

“왜요? 기억 안 나세요?”

“기억은 나는데 인간적으로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요?”

“헤어지는 마당에 비율 좀 낮추면 안 돼?”

박태혁의 요구를 들은 장후가 화를 내는 대신 웃었다.

역시 계약서를 작성해 두길 잘했다 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안 됩니다.”

“너무 딱 잘라 그러지 말고……

“십 원 한 장 빼지 말고 입금해 주 세요. 만약 안 그러면 소송 들어갑 니다.”

“소송?”

“계약서 있으니까 소송해야죠.”

엄포를 늘어놓은 이규한이 불판 위 를 살폈다.

불판 위에 올려져 있던 고기들도 거의 사라져 있었다.

‘얼추 끝났나?’

대충 정리가 끝났다고 판단한 이규 한이 입을 뗐다.

“어쨌든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인생사 새옹지마.

영화계는 무척 좁았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다시 박태혁과 만나게 될지 몰랐다.

‘되도록이면 적을 만들지 말자!’

이런 신조를 갖고 있기에 이규한이 작별 인사를 건넸지만,박태혁은 순 순히 인사를 받지 않았다.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야.”

박태혁의 말이 끝나게 무섭게 이규 한이 대답했다.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영화 제작은 신고업이다.

따라서 영화 제작사를 차리는 것은 무척 간단하다.

쉽게 말해 진입 장벽이 무척 낮다 는 뜻이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분식집을 차리 는 것보다도 더 쉽다.

분식집은 음식을 만들어서 팔 가게 가 필요하지만,영화 제작사는 그조 차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오피스텔이나 원룸을 사무실로 사 용하는 영화 제작사가 부지기수였 고,심지어 본인의 집을 사무실로 등록한 영화 제작자들도 부지기수였 다.

이것이 대한민국에 영화 제작사가 많은 이유였다.

또,대표 이사 명함을 하나 판 다 음 영화 제작사 대표라고 거들먹거 리는 양아치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했다.

“최소한 양아치는 되지 말자!”

이규한이 영화 제작사 개소를 앞두 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런 그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 민한 것은 두 가지였다.

우선 회사명.

레드문 엔터테인먼트 (Redmoon entertainment).

이규한이 예전에 사용했던 회사명 이었다.

내심 이번에도 레드문 엔터테인먼 트를 다시 회사명으로 사용할까 하 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레드문이 불길하다는 것은 결국 속 설일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고심 끝에 마음 을 바꾸었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기왕이면 좋은 속설을 가진 회사명 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 렸기 때문이었다.

해서 이규한이 결정한 회사명!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였다.

블루문을 보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속설이 마음에 들었다.

‘이번 생은 행복하자!’

제작했던 영화들의 잇따른 흥행 실 패,이혼,사채 빚,배신 등등.

불행으로 점철됐던 지난 삶이었다.

새로 기회를 얻은 이번 삶에서는 행복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서 지 었던 회사명이었다.

또 하나 고민한 것은 첫 작품이었 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의 첫 작품으 로 무엇을 선택할까?’

이규한이 염두에 두고 있는 작품은 크게 셋이었다.

우선 ‘그때,우리.’

이 작품은 레드문 엔터테인먼트의 첫 작품이자,제작자 이규한이 제작 해서 극장에 걸었던 첫 번째 영화이 기도 했다.

다음 작품은 ‘수상한 여자.’

현재 이규한의 지시로 신인 작가 안유천이 집필 중인 작품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 작품은 ‘반가운 고 램프 엔터테인먼트를 퇴사하면서 이규한이 퇴직금 대신 빼내 온 시나 리오였다.

“흥행만 따지면 ‘수상한 여자’를 선택하는 게 맞아.”

이규한은 이미 세 편의 영화가 개 봉해서 어떤 성적을 거두었는가를 대충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세 편의 영화 가운데 가장 크 게 흥행한 작품은 ‘수상한 여자’였 다.

‘최종 관객수가 얼마였더라?’

정확한 관객수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천만 가까이 관객을 동원 했던 것은 기억이 났다.

“‘과속 삼대 스캔들’이랑 비슷했 어!”

역대 한국 영화 흥행작 순위에서 거의 비슷한 위치에 올라 있었으니, 아마 800만 관객 언저리였을 터였 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고개를 흔들었 다.

‘수상한 여자’를 블루문 엔터테인 먼트의 첫 작품으로 선택하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존재했기 때 문이었다.

“너무 일러!”

이규한의 기억 속 ‘수상한 여자’의 개봉년도는 2012년이었다.

그리고 개봉 일자가 최종 관객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과속 삼대 스캔들’을 통해서 이미 확인한 후였 다.

판타지 설정이 가미된 ‘수상한 여 자’를 일찍 개봉하는 것.

관객수의 차이를 만들어 낼 가능성 이 높았다.

그리고 2012년이 될 때까지 기다 렸다가 ‘수상한 여자’를 개봉하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반가운 고스트’도 마찬가지야.”

‘반가운 고스트’와 ‘수상한 여자’.

두 작품의 내용은 무척 많이 달랐 다.

그렇지만 공통점이 존재했다.

바로 판타지 설정이 가미되었다는 점이었다.

“이것도 뒤로 미루자!”

두 작품의 제작을 뒤로 미루기로 결심하고 나자,남은 것은 ‘그때, 우 리’뿐이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답이 나와 있었 을지 몰라!”

이규한이 쓰게 웃었다.

제작자로서 처음 만들었던 영화이 기 때문일까.

이규한은 ‘그때,우리’라는 작품에 대한 애착이 무척 컸다.

그렇지만 ‘그때,우리’의 흥행 성적 은 신통치 않았다.

최종 관객수 98만.

손익분기점에 살짝 미치지 못했던 수준이었다.

“이번에는 다를 거야!”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의 창립 작품 으로 ‘그때,우리’를 선택한 이규한 이 단단히 각오를 다졌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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