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억 관객 제작자-20화 (20/272)

20 화

개봉일이 달라서야.

“날 스카웃하고 싶다고? 왜?”

이규한이 이유를 물었다.

“왜긴 왜겠어? 영화 피디로서 일도 잘하고 감각도 있으니까 그러지.”

“하지만……

“오늘 시사회 참석하고 난 후에 결 심했다. ‘과속 삼대 스캔들’을 보고 나니까 네가 더 탐이 나기 시작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자신과 김기현의 관계.

철천지 원수지간이나 마찬가지였 다.

그런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가당 키나 하단 말인가.

그래서 와락 인상을 구겼던 이규한 이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원수지간이 아니니까!’ 원한이 워낙 깊어서일까.

자꾸 깜박하는 편이었지만,지금의 이규한과 김기현은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야!’

간신히 흥분을 가라앉힌 이규한이 손실을 따졌다.

김기현이 세운 회사명은 스카이 엔 터 테 인먼트.

아직 회사가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제작사였다.

그렇지만 스카이 엔터테인먼트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김기현의 아버지가 메이저 투자 배 급사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였기 때문이었다.

‘영화를 만들기 쉬울 거야!’

영화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투자 배급이었다. 그런데 씨제스 엔터테인먼트가 든든하게 지 원 사격을 해 준다면,스카이 엔터 테인먼트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터였다.

‘거기에 내 능력이 합쳐진다면?’

이규한에게는 두 가지 비밀이 있었 다.

하나는 회귀를 했다는 것이고,또 하나는 시나리오를 집어 들면 최종 관객수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능력에다가 씨제스 엔 터테인먼트의 든든한 지원 사격이 더해진다면?

스카이 엔터테인먼트와 이규한은 대한민국 영화계를 주름잡을 수 있 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왜? 안 내켜? 참,구체적인 조건 을 아직 말 안 했구나. 현재 피디 최고 수준의 대우에 지분도 줄게.”

김기현이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했 다.

그만큼 이규한을 스카웃하고 싶다 는 의사를 강하게 드러낸 셈이었다.

“시간을 좀 줘.”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 오케이. 단 너무 오래는 못 기다린다.”

“알았어.” 이규한이 대답한 순간,서지연이 주걱을 들어 빈 잔을 채워주며 물었 다.

“규한 오빠,여자 친구는 없어요?”

그 질문을 들은 이규한이 흠칫했 다.

그와 동시에 술자리의 분위기가 급 격하게 경색됐다.

“그건 왜 물어?”

“그냥 궁금해서요.”

“만약 여자 친구가 없으면 나랑 만 나려고?”

“음,저야 좋죠.”

서지연의 돌직구 고백에 오히려 이

규한이 당황했다. 그리고 당황한 것 은 김기현도 마찬가지였다.

이규한과 서지연 사이에 오가는 대 화를 듣고 있던 김기현의 눈빛은 이 글거리고 있었다.

곁눈질로 힐끗 살펴서 그의 두 눈 에 담긴 감정이 질투임을 알아첸 이 규한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규한과 김기현.

두 사람의 사이가 틀어진 계기가 바로 서지연이었기 때문이었다.

‘갈림길!’

기적이 벌어지며 회귀를 한 상황.

또 한 번 갈림길에 섰다는 것을

“미안한데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 어.”

- 웃다가 울다가 난리도 아니었음.

-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만들어 주는 작품.

- 뻔한데 너무 재밌었음.

- 아역 너무 귀여움. 저런 아들 있 으면 좋겠다.

- 소재 때문에 망설였는데 가족끼 리 보기에는 최고.

- 강추! 강추!

포털사이트에 ‘과속 삼대 스캔들’ 을 관람한 네티즌들이 남긴 후기는 호평 일색이었다.

‘입소문을 탔어!’

그 후기를 확인한 이규한이 로터스 엔터테인먼트 투자팀 권지영 팀장과 의 통화 내용을 떠올렸다.

“피디님이 우릴 살렸어요. 구세주 입니다. 구세주. 다음 작품도 무조건 우리랑 하는 겁니다. 아셨죠?”

권지영은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구 세주라는 거창한 표현을 꺼냈다. 그 렇지만 이규한은 권지영에게 확답을 주지 않았다.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몰랐기 때문이 었다.

잠시 뒤,이규한이 포털사이트의 ‘과속 삼대 스캔들’과 관련된 기사 를 클릭했다.

〈‘과속 삼대 스캔들’과 ‘추적자’, 쌍끌이 흥행으로 한국 영화 전성기 를 이끌다.〉

하정후가 주연으로 출연한 ‘추적 자’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과속 삼대 스캔들’과 박스오피스 1,2위를 나눠 가지면서 흥행을 이 어 가고 있었다.

“결국 손해지!”

그 기사를 읽어 내려가던 이규한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쌍끌이 흥행이란 표현.

무척 그럴듯했다.

그렇지만 한국 영화의 파이는 크지 않았다.

즉,관객수가 한정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두 편의 영화가 그 작은 파이를 나눠 먹는 셈이니,결국 두 편 다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것 때문이었어!”

사무실 소파에 앉아서 기사를 읽던 이규한이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 7,352,234.

아역 배우 캐스팅을 마쳤을 때,이 규한의 눈앞에 떠올랐던 예상 관객 수였다. 그리고 700만대 중반의 예 상 관객수는 이규한이 기억하고 있 는 ‘과속 삼대 스캔들’의 최종 관객 수와는 많이 달랐다.

약 백만 명 이상.

그렇게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끝 내 알아내지 못했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개봉일이 달라서야!”

원래 ‘과속 삼대 스캔들’의 개봉은 올해 말이었는데,박태혁과 권지영 이 고집을 꺾지 않는 바람에 개봉이 앞당겨졌다.

그래서 ‘추적자’와 개봉 시기가 겹 치면서 맞붙게 된 것이 ‘과속 삼대 스캔들’의 관객수가 줄어든 진짜 원

인이었다.

“이제 알겠어!”

이규한이 자신의 눈앞에 떠오르던 관객수의 비밀을 알아챘을 때였다. 덜컹!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소고기 먹으러 가자!”

박태혁이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

“오늘 허리끈 풀고 실컷 먹어! 내 가 아주 확실하게 쏠 테니까!”

박태혁이 큰소리를 쳤다.

‘1인분에 35,000원?’

메뉴판을 확인한 이규한이 쓰게 웃 었다.

평소 박태혁과는 어울리지 않는 비 싼 고깃집에서 회식을 하는 셈이었 다.

"하긴 이 정도는 사도 되지!’

‘과속 삼대 스캔들’은 입소문을 제 대로 타면서 어제부로 관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미 손익분기점은 진즉에 넘긴 상 황.

박태혁은 ‘과속 삼대 스캔들’의 홍 행 성공으로 최소 십억 이상의 수익 을 올리는 것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이래도 내가 쪼잔하다고 욕할 거 야?”

투자 유치 기념으로 간짜장을 샀다 가 맹비난을 받았던 것이 마음에 걸 렸던 것일까.

박태혁이 잔뜩 생색을 냈다.

그때 였다.

“늦었어요.”

김미주가 너무 늦었다며 고개를 흔 들었다.

“뭐가 늦었어?”

“타이밍!” “그게 무슨 뜻이야?”

“그런 게 있어요.”

김미주가 이규한을 힐끗 살피며 말 했다.

‘역시 눈치가 빨라!’

그 시선을 확인한 이규한이 희미한 웃음을 머금었다.

김미주는 이미 이규한이 회사를 그 만두려 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 다.

아까 늦었다고 말한 이유.

지금 박태혁이 잔뜩 생색을 내며 사는 한우로는 이규한의 떠난 마음 을 돌릴 수 없다는 뜻이 숨어 있었

다.

“규한아!”

“말씀하세요.”

“이제 슬슬 차기작을 준비할 때가 아닐까?”

“준비해야죠.”

“이번엔 뭘 할까? 휴먼 코미디를 한 편 더 갈까? 아니면,‘추적자’처 럼 센 스릴러 한 편 해 볼까?”

박태혁이 신이 나서 떠들었지만, 이규한은 대꾸하지 않고 잘 구워진 소고기를 집어 먹는데 열중했다.

‘최후의 만찬!’

퍼뜩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

다.

“미주 씨. 많이 먹어.”

“왜요?”

“퇴직금 대신일 수도 있으니까.”

" …?"

“일단 많이 먹어둬.”

“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던 김 미주가 다시 젓가락을 부지런히 놀 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태혁이 언짢 은 기색을 드러냈다.

“야,지금 회사의 미래가 걸린 중 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계속 먹

기만 할 거야?”

“형! 차기작은 하고 싶은 거 하세 요.”

이규한이 대답하자,박태혁이 두 눈을 껌벅였다.

“장르가 뭐든 흥행시킬 자신 있다 는 뜻이야?”

“아니요.”

“그럼?”

“형 회사니까 형이 하고 싶은 작품 을 해야죠.”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하여간 애사심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가 없어요. 찾아볼 수 “당연하죠. 관둘 거거든요.”

“너,방금… 뭐라고 했어?”

“회사 관둘 거라고요.”

이규한이 재차 확인해 준 순간, 박 태혁이 젓가락을 거칠게 내려놓았 다.

“왜 관둔다는 거야? 어디서 스카웃 제의라도 받았어?”

“스카웃 제의를 받긴 했죠.”

김기현이 스카이 엔터테인먼트에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을 하기는 했었 다. 그래서 이규한이 솔직하게 대답 하자,박태혁의 표정이 조급하게 바

뀌었다.

“조건이 얼마나 괜찮은데? 그래서 옮기기로 한 거야?”

“조건은 좋아요. 그런데 옮기지는 않을 거예요.”

“역시 의리 있는 새끼!”

박태혁이 반색한 순간,이규한이 덧붙였다.

“독립할 거예요.”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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