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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관객 제작자-16화 (16/272)

16화

투자 확정 후루룹.

박태혁이 자장면을 먹는 소리가 사 무실에 울려 퍼졌다.

젓가락을 들어서 탕수육을 한 점 집었던 이규한이 다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젓가락을 탁자 위에 그대로 내려놓자,박태혁이 의아한 시선을 던졌다.

“너,표정이 왜 그래?” “제가 뭘요?”

“로터스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 받 았잖아. 안 기뻐?”

“물론 기쁘죠.”

이규한이 대답했다.

투자를 받는 것,

그것도 부분 투자가 아니라 전체 투자를 받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과정이 어떠했든 투자를 받은 것은 당연히 축하할 일이었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러냐고? 투자 받은 기념으로 비싼 간짜장 곱빼기 에 탕수육까지 시켜 줬는데 먹는 게 영 시원찮은데?”

박태혁이 다시 물은 순간,깜자면 을 먹고 있던 김미주가 대신 대답했 다.

“투자 받은 기념으로 비싼 간짜장 곱빼기를 사 주는 제작사 대표가 할 질문은 아닌 것 같은데요.”

“미스 김,방금 간짜장 곱빼기를 무시한 거야?”

“아닌데요.”

“아니긴. 맞잖아?”

“간짜장 곱빼기를 무시한 게 아닌 데.” ‘그럼?” “투자 받은 기념으로 간짜장 곱빼 기를 사 준 제작사 대표를 디스한 건데.”

“날 디스했다고?”

“네. 디스한 김에 제가 충고 하나 드릴까요?”

“충고? 무슨 충고?”

“자꾸 이렇게 쪼잔하게 구시면 말 년에 외로워져요.”

“그게 무슨 뜻이야?”

“사람들이 다 떠나고 옆에 아무도 없을 거라고요. 투자 받았으면 한우 등심 정도는 샀어야죠.”

평소 직설적인 성격답게 김미주는

충고 겸 불만을 들은 박태혁이 언 성을 높였다.

“야,너 자꾸 잊는가 본데 내가 이 제작사 대표다. 넌 어디까지나 직원 이고.”

“그런데요?”

“자꾸 그러다 잘리는 수가 있다?”

“그럼 자르시던가요.”

“뭐?”

“저,오라는데 많거든요.”

박태혁과 김미주가 면이 불어 터지 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설전을 벌 였지만,이규한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이규한의 표정이 밝지 않은 이유는 박태혁이 한우 등심이 아니 라 간짜장 곱빼기로 때우려 해서가 아니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지?”

- 6,523,457.

이규한의 눈앞에 떠올랐던 숫자였 다.

주연 캐스팅을 마쳤고, 로터스 엔 터테인먼트로부터 투자까지 받은 상 황.

이제 남은 것은 조연 캐스팅과 촬 영 스랩을 꾸린 후에 촬영에 들어가 는 것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규한 이 기억하고 있는 ‘과속 삼대 스캔 들’의 최종 관객수와 예상 관객수는 약 200만 명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유가 대체 뭐지?’

이렇게 관객수의 차이가 나는 이유 를 도무지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 에 고민이 깊어진 것이었다.

‘조연의 차이인가?’ 이제 개봉까지 남은 과정이 많지 않았다.

조연 캐스팅 때문에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 확률이 현재로서는 가장 높았다.

‘만나서 얘기를 해 봐야겠어!’

‘과속 삼대 스캔들’의 연출을 맡은 강형진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이규한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벌써 일어나?”

박태혁이 김미주와의 설전을 멈추 고 물었다.

“할 일이 있어서요.”

“할 일? 핑계지? 지금 나한테 일 부러 불만을 표출하는 것 아냐?”

박태혁이 사납게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불만이요?” “한우 등심 안 사고 간짜장 곱빼기 샀다고 너도 항의하고 있는 거잖 아?”

그제야 말귀를 알아들은 이규한이 웃으며 입을 뗐다.

“찔리시긴 하나 보네요.”

“뭐?”

“저도 충고 하나 할까요.”

“너도 충고를 한다고? 그래. 말 나 온 김에 너도 한번 해 봐.”

박태혁의 허락을 득한 이규한이 거 침없이 말을 꺼냈다.

“너무 쪼잔하게 굴지 마세요.”

“뭐? 쪼잔?” “영화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겁니 다. 아까 미주 씨 말처럼 주변에 사 람들 다 떠나고 난 후에 후회하지 말고 잘하세요.”

박태혁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 다.

그렇지만 신경 쓰지 않고 서둘러 걸음을 옮기던 이규한이 속으로 생 각했다.

‘계약서를 써 두길 잘했어!’

투자만 받으면 먹고 싶은 건 뭐든 지 사 주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박태 혁은 금세 말을 바꾸었다.

계약서의 중요성을 새삼 가슴에 새 기며 이규한이 사무실을 빠져나왔 다.

“이 피디님!”

사무실 근처 커피 전문점으로 이규 한이 막 들어가려 한 순간,강형진 이 뒤에서 나타났다.

“빨리 오셨네요.”

원래 약속했던 시간보다 십 분 전 에 도착한 강형진에게 이규한이 웃 으며 인사를 건넸다.

“마음이 급해서요.” 강형진이 희미한 웃음을 머금은 채 꺼낸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고개를 갸웃했다.

‘과속 삼대 스캔들’의 투자가 이미 확정된 상황.

강형진의 마음이 조급할 일은 딱히 없었다.

이제 준비를 잘해서 촬영에 들어가 서 무사히 마치는 것만 남아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왜 마음이 급해요? 집에 무슨 일 이 또 생겼어요?”

그래서 이규한이 묻자,강형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 피디님 덕분에 급한 문제들은 어느 정도 해결됐습니다.”

“다행이네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재차 감사 인사를 하는 강형진의 얼굴을 지난번에 비해 훨씬 좋았다.

해서 고개를 끄덕이던 이규한이 다 시 물었다.

“그런데 왜 아까 마음이 급하다고 했어요?”

“이 피디님 때문이죠.”

“저 때문에요?”

“여기서 이러지 말고 안에 들어가 서 말씀하시죠.”

“그러죠.”

강형진이 앞장서서 커피 전문점 안 으로 들어섰다.

아이스 커피 한 잔씩을 주문해서 탁자에 앉고 난 후,강형진이 입을 뗐다.

“이 피디님이 일을 너무 잘하셔서 제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이렇게 일 사천리로 일이 진행될 거라곤 예상 치 못했거든요.”

그제야 이규한이 말귀를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사천리란 강형진의 표정이 정확 했다.

시나리오 윤색부터 주연 캐스팅, 그리고 투자 확정까지.

‘과속 삼대 스캔들’은 막힘없이 진 행이 된 셈이었다.

다른 영화의 경우와 비교하면 분명 히 진행이 무척 빠르게 된 편이었 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어!’

이규한이 속으로 생각했을 때였다.

“솔직히 말씀드리면,제가 만났던 피디분들 중에서 최고인 것 같습니 다.”

강형진이 칭찬했다. 그러나 이규한 은 환하게 웃지 않았다.

지금 얼굴에 금칠을 하고 있을 때 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해서 이규한이 서둘러 화제를 돌렸 다.

“제가 감독님을 뵙자고 한 이유는 몇 가지 상의할 일이 있어서입니 다.”

“말씀하시죠.”

“우선 조연 캐스팅입니다. 극에 등 장하는 조연들의 캐스팅 작업을 진 행해야 할 것 같은데,혹시 염두에 두고 계신 배우들이 있습니까?”

“생각해 둔 배우들은 몇 명 있습니 다.” “기탄없이 말씀해 보시죠.”

“우선 광수 역할은……

강형진이 내심 점찍어 두었던 조연 배우들의 이름들을 열거하기 시작했 다.

수첩을 꺼내 그 이름들을 받아 적 던 이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슷해!,

이규한은 개봉했던 ‘과속 삼대 스 캔들’을 봤다.

그것도 개봉 전에 시사회에서 직접 봤다.

하지만 당시의 이규한은 영화에 오 롯이 집중하지 못했다.

시사회에 참석했던 지인들과 인사 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 었다. 그리고 이미 영화를 본 지 십 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후였다.

당연히 세세한 부분까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기억하고 있지 만,세세한 에피소드와 극 중 비중 이 작았던 조연들의 면면까지 모두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규한이 기억 하고 있는 주연급 조연들과 방금 강 형진이 입밖으로 꺼냈던 미리 점찍 어 둔 주연급 조연들은 거의 일치했 다.

‘감독이 같으니까!’

이규한이 막 생각했을 때였다.

“어떠세요?”

“나쁘지 않습니다. 아니,좋습니 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과속 삼대 스캔들’의 출연진들의 연기는 구멍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다.

“조연 캐스팅은 이런 식으로 진행 하도록 하죠. 다음은 촬영 스랩을 꾸리는 부분인데. 감독님 생각은 어 떠세요?”

“저는… 그대로 갔으면 좋겠습니 “그대로라면?”

“입봉작을 함께했던 스랩들과 함께 촬영했으면 합니다. 비록 성적은 좋 지 않았지만,호흡이 잘 맞았거든 요.”

‘괜찮을까?’

이규한이 고민에 잠겼다.

촬영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 이 얼마나 잘 맞는가였다.

당연히 감독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 이 맞다고 판단한 순간이었다.

“촬영 감독만 바꿨으면 합니다.”

“촬영 감독이요?” “입봉작의 경우,영상이 제가 원하 던 대로 나오지 않았거든요.”

“생각하고 계신 촬영 감독님이 있 나요?”

“혹시 양대기 촬영 감독을 아십니 까?”

강형진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이 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대한민국 촬영 감독 중 원탑 으로 꼽히는 것은 이수성이었다.

독보적인 존재인 이수성 감독을 제 외하면 약 다섯 명의 촬영 감독이 유명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이수성 촬영 감독 에게서 사사했다는 것이었고,그들 중 양대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제가 접촉해 볼까요?”

“그래 주시겠습니까?”

“연락처는 알고 있으니까 오늘이라 도 당장 만나 보겠습니다.”

“그럼 저야 좋지만……

말끝을 슬그머니 흐리던 강형진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이규한 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비싸니까!’

비록 이수성만큼은 아니지만, 양대 기도 몸값이 비싼 편이었다.

제작비가 상승할 것에 대한 우려 때문에 강형진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이었다.

“제가 책임지고 섭외하겠습니다.” 이규한이 힘주어 말했다.

‘또 욕 좀 먹겠네!’

좀팽이 박태혁은 양대기 촬영 감독 을 스랩으로 참여시키면서 제작비가 올라가는 것에 질색할 게 틀림없었 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기꺼이 욕을 먹 을 각오가 돼 있었다.

‘영화의 완성도가 올라갈 테니까. 또,관객수가 늘어날 테니까.’

쪼오옥.

대충 상의를 마친 이규한이 그제야 아이스 커피에 꽂힌 빨대에 입을 가 져갔다.

‘예상 관객수가 얼마나 바찔까?’

이규한의 두 눈이 기대로 물들었 다.

1억 관객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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