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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삶 (18/19)

18. 삶

창문 틈으로 비집고 들어와 내 눈을 눈부시게 비추는 아침 햇살에 인상을 찡그리며 눈을 뜨게 된다.

낯선 장소와 낯선 시간에 눈을 비비며 핸드폰을 들었고... 벌써 10시를 가리키고 있는 핸드폰의 숫자에 화들짝 놀라게 된 나다... 다만...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혜주의 옆모습을 본 나는 이상하리만큼 가슴에 다시 찾아온 평온을 느끼며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혜주 옆에 다시 눕게 된다...

하얀 이불을 감싸고 날 향해 누워 있는 혜주의 모습은 어제 말처럼 헝클어진 머리카락으로도 여지없이 아름답게 보였다.

더 자세히 보고 싶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세워 혜주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겼고, 약간 간지러운 듯 인상을 쓰는 혜주의 얼굴을 보게 된다.

이미 지워진 립스틱으로도 충분히 붉은빛을 내고 있는 혜주의 꼭 다문 입술을 보게 되자... 어제 창피함이라는 감정을 숨기며 내 자지에 입맞춤한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10대라고 해도 믿을 만큼 이렇게 투명하고 맑은 피부에 대비되어 유독 붉게 보이는 혜주의 저 작은 입속에 내 물건을 삼키며 어색해하던 순수함의 혜주가 너무 사랑스럽게 보여 나도 모르게 그 작은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만지게 되었다...

몇 번 감은 눈을 찡그리곤 입술에 닿아있는 내 엄지손가락을 입을 벌려 깨문다...

"윽..."

"..."

귀엽게 눈을 찡그리며 뜨고는 내 손가락을 문채 날 바라본다...

"미안... 깨우려고 한건 아닌데..."

"...풋~"

입을 벌려 손을 놔준 혜주가 귀엽게 웃음을 지어주곤 누운 채 소리까지 내며 크게 기지개를 편다...

"으으으~~~~~"

그리곤 팔을 크게 올린 채 허리를 단번에 세우더니 여전히 크게 기지개를 펴고는 멍하니 날 쳐다보는 혜주였기에 가만히 그 시선을 마주하게 되었다...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에 혜주의 모습에 후광이 비추는 착각을 일으키며 눈부신 상체의 나신을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던 혜주는 이제야 정신을 차리나보다...

탐스럽게 솟아있는 노출된 가슴을 이불을 올려 감추며 고개를 숙인다...

"봐...봤죠..."

"응?? 뭐?"

"가...가슴..."

"...봤지..."

"씨~..."

"아니... 어제 실컷 봤는데 뭘 그래?..."

"시...시.실컷??...넘 해요...그리고 지금은 날 밝았잖아요."

"응?? 그게 무슨 상관이야?."

",,,,"

"보기만 했나? 만지고...빨고...핥았는데...그것도 실~~~~컨~~~"

'퍽!!'

혜주가 베개로 내 머리를 냅다 후려쳤다. 붉어진 얼굴로 입을 빼쭉 내민 혜주가 날 흘겨본다.

"아파!~~ "

"변태..."

"그놈의 변태는... 크크크크 변태라도 좋네요~~~ 이렇게 혜주만 안을 수 있다면..."

나는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이불을 둘러싸고 있는 혜주를 그대로 끌어안는다... 내 행동에 반항을 하려는지 손을 가슴에 모아 거리를 두려 한 혜주였지만 막고 있는 팔도 혜주의 몸의 일부였기에 난 통째로 안고는 그대로 들어 누웠다... 내 위에 혜주가 포개어져 눕게 되었다...

"좋~~다..."

"무...무거워요..."

"응? 내가 아래 있는데 뭐가 무거워?"

"저요."

"뭐? 참나... 네가 무거우면 이 세상 사는 여자의 99%는 코끼리게?"

"풋크크큭... 아저씨 진짜 여자한테 말로 많이 인정받죠?"

"내가? 아니."

"아니긴... 말만 잘하는구만..."

"크크크... 우리...모닝 섹스 할까?"

"예??...어...어제 많이 했잖아요..."

"어제는... 새벽이지!..."

"그...그러니까..."

"새벽은 새벽이고... 아침은 아침이지!...그리고 또 커졌는데... 이대로 회사를 어떻게 가...?"

"...아! 회사!! 지금 몇시에요?"

"으...응???"

"헛!!!!!"

혜주가 어렵게 손을 빼어선 머리맡에 놔둔 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시계를 보더니 나보다도 더 당황하며 힘을 줘서 끝내 내 품에서 벗어나 버린다...

"무...뭐에요!! 알람은? 지금 늦었잖아요."

"그러게... 근데 어뜩하냐... 이왕 늦은 거..."

"안 돼요!! 어제 부장님한테도 미안했구만 오늘 이렇게 지각까지 하면 아저씨 찍힌단 말예요."

"...찍히긴...그리고 좀 찍히면 어때...신혼인데..."

"전 싫다고요!!"

"...왜 화까지 내?"

"아내 되는 사람이 남편 내조는 못할망정... 출셋길 막는단 말 듣기 싫어요."

"..."

"얼른 일어나요...응?!!! 일어나서 출근해서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어요."

"...싫어...아무리 그래도 빌기까지는... 오버야."

"씨!~~~ 아저씨!...응?!!~~~ 빨리 출근해요. 그...그럼 저녁에 또 예뻐해줄께...으응!!"

"...진짜지?"

"예?"

"진짜 저녁에 또 예뻐해 줄거지?"

"...아...알았어요... 그러니까 빨리 일어나요."

"에휴~~~ 그래! 토깽이 같은 마눌 먹여 살리려면 열심히 일해야지...크크크..."

"치~~ 빨리요."

마지못해 일어나는 척을 한다...

당장이라도 다시 혜주를 안고 싶었지만 혜주의 귀여운 바가지를 들으며 난 몸을 세워 팬티를 찾게 되었다. 팬티를 찾으며 방안을 돌아다니는데 그런 내 모습이 아직도 창피한지 혜주가 고개를 숙이고는 손가락만 꼼지락 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넌 안 늦었어?"

"..."

"왜 그러냐? 어제는 입도 댔으면서..."

"씨..."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쥐고는 날 향해 한번 들었다가 놓는 혜주였고,, 이 와중에도 장난기가 발동하게 되는 혜주의 귀여운 모습이었다.

나는 팬티를 발견하곤 입지는 않고 혜주에게 아직도 덜 작아진 자지를 덜렁대며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인 혜주였기에 내가 침대 위에 올라서고 나서야 내 행동을 보게 된다... 놀란 표정으로 잠깐 내 자지를 본 혜주가 내 얼굴로 급히 시선을 옮긴다.

"후후후후~~"

"왜...요?"

"팬티 입혀죠..."

"예???"

"이것만 입혀주면 빨리 출근할게..."

"..."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혜주였지만 상관없었다... 서른셋이라는 나이에 이런 짓을 하게 될 줄은 전혀 생각 못했지만... 어제부터 난 혜주와 같은 스물둘의 예전의 나로 돌아가 있었다...정신연령이 나이보다 낮은 게 남자라고 했고, 그러니 아마도 지금 내 정신연령은 혜주보다도 더 낮을지 모르겠다... 하여튼 내 어이없는 요구에 혜주가 날 어이없이 바라보던 혜주가 내 손에 들려 있는 사각팬티를 손에 잡고는 한발씩 들어 넣게 한다. 그렇게 팬티를 입혀주던 혜주가 잠시 허벅지 끝자락에서 어쩔 수 없이 보게 된 내 자지를 팬티의 끈으로 힘주어 잡아 올려 아프게 했다.

"아야~~"

"큭큭큭큭..."

"이게..."

"빨리 출근해요. 더 늦기 전에."

"하하하 알았다... 너도 학교 가야지?"

"예... 에잇... 교양시사는 아저씨 때문에 못 듣게 됐어..."

"어라!.,. 그게 왜 나 때문이냐?"

"...치~... 밤새 잠도 안 재웠음서..."

"크크크크크크...나 때문이구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옷을 다 입고 혜주를 기다리는데... 내 시선을 받고 있던 혜주가 몸을 이불로 가린 채 스타킹을 집어 든다. 그리곤 잠시 날 훔쳐보고는 이내 스타킹을 구겨서 작은 가방에 넣었다.

"왜? 스타킹 안 신으면 허전하지 않겠어?"

"..."

말도 안 하고 혜주는 침대에 내게 등을 보이며 걸터앉아 팬티를 어렵게 입기 시작했다.

난 혜주를 도와주려고 불을 켰는데... 환해진 모텔방안의 조명에 혜주가 브래지어를 입다가 놀라 날 흘겨본다. 도드라진 쇄골사이로 손을 모은 채 날 흘겨보는 혜주의 얼굴에는 말하지 않아도 날 변태라고 생각하는 게 보였기에 어깨를 들썩이며 불을 다시 끄게 된 나다.

그렇게 옷을 다 챙겨 입은 혜주는 어제와 달리 쇄골 바로 아래까지 단추를 다 채우고 나서야 반창고를 꺼내 침대에 앉아 서둘러 붙인다.

치마 속으로 잠깐씩 보이는 혜주의 검은색 팬티는 맨다리에서 더 빛이 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게 관음증의 시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혜주의 치마 속을 조금씩 훔쳐보며 침을 삼키게 되는...아내의 모습을 훔쳐보는 변태 남편이 된 기분이 든다. 겨우 구두를 다시 신고 모텔을 나오게 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갈라질 수밖에 없었다.

혜주는 집으로 가서 어차피 늦은 첫 교시는 아예 재끼고 제대로 옷을 갈아입는다고 했고, 난 그냥 출근을 하게 되었다. 혜주를 따라가고 싶었지만...혜주의 흘겨봄이 점점 노려봄으로 바뀌는 걸 느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출근을 하자마자 모든 직원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는 가운데...

부장만이 싱글벙글하며 날 미소 띤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기에 서둘러 인사를 하며 혜주의 당부대로 사과를 하게 된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죄송하긴... 어제부터 난 감동중이구먼..."

"예?"

"얼마나 회사에 헌신을 하려고 신혼휴가도 안내고 이렇게 열심히 다니나...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직원들에게 김과장 늦을 거라고 미리 언지를 줬구먼...생각보다 일찍 출근했네 그려...하하하하"

"...가. 감사합니다..."

"그래서? 집들이는 이번 주에 하는 건가?"

"...그건 아내와 상의를 한 다음에..."

"하하하하. 그래 귀여운 아내 분한테 꼭 상의하게나. 그리고 기대하겠네..."

"예..."

부장의 격려(?)를 들으며 자리에 앉아 업무를 시작하는데... 한 시간도 안지나 윤대리가 내게 다가와 담배를 피자는 손 모양으로 날 불렀고, 어차피 못 피할 거라면 차라리 빨리 맞닥뜨리자는 생각에 한가한 시간을 이유로 담배를 피우려 윤대리를 따라간다. 그리고,, 회사의 옆 골목길에 들어서자마자 윤대리가 내게 양손으로 공손히 담배를 건네며 서둘러 불까지 붙여주는 행동에 잠시 머뭇거리게 된 나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김과장님!"

"...너 왜 그래?"

"예? 제가 뭘요?"

"한소리 하려고 나 불러낸 거 아니야?"

"제가 어떻게 감히 김과장님한테...아닙니다요..."

"야! 더 무섭게 그러지 말고 하고 싶은 말 다 해라... 이렇게 나오니까 등골이 오싹해지는구만..."

"허~~~ 형님!!! 앞으로 형님으로 모실게요!"

"무...뭐?? 너 미쳤냐?"

"형님!! 형수님 지금 대학생 맞죠?!! 아무리 어제처럼 꾸미셔도 분명히 이십대 초반인 게 티가 나던데!!...그렇죠?"

"..."

"형님도 아시잖아요... 제가 얼마나 영계를 좋아하는지..."

"야!! 아무리 어려도 내 와이프거든!!"

"아! 죄송합니다. 그게 아니고 형수님 친구들하고 다리 좀 놔주세요!..."

"..."

"원래 노는 물은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어제 형수님 정도면... 그 친구 분들도 상위 10%안에 드는 분들이 분명 할 텐데...예?!!!! 예!!!!!"

"참나... 난 또 뭐라고... 하긴 네가 이렇게 나올 때부터 알아챘어야 하는데... 됐어 인마!..."

"아!!~~~~ 형님!!!"

나는 피던 담배를 밟아 끄고는 그대로 은행으로 들어가게 된다. 계속해서 치근덕거리는 윤대리를 떼어놓기 위하기도 했지만... 정말로 수이와 저번에 만났던 혜주의 친구들을 봤을 때 그 미모는 윤대리에게 과분하다는 생각이었고, 도둑놈 심보일진 모르겠지만... 난 괜찮아도 다른 놈이 혜주 또래의 여자와 사귄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피어나는 새싹들을 밟아 놓으려는 마음이 뻔 한 도둑놈들에게 여대생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자리를 피하게 되었지만... 하루 종일 윤대리와... 그리고 고대리까지 합세해서 날 귀찮게 하는 건 내 지루한 시간을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가게 만들어줘서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했다...

어느새 퇴근시간이 돌아왔고, 나는 서둘러 가방을 챙기게 된다. 끝까지 날 붙잡으려는 윤대리와 고대리를 뒤로하고 빠져나오듯 힘들게 은행에서 나온 나는 한걸음에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숨까지 헐떡이며 집 문 앞에 당도했을 때...

겨우 숨을 죽이고 들어가자마자 혜주를 찾는다... 그러나 이미 집에 들어섰을 때의 진한 소라된장찌게 냄새가 날 먼저 반기게 되었고, 바로 혜주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문소리에 국자로 맛을 보던 혜주가 고개를 돌려 내게 미소를 지어줬다. 잔잔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미소와... 짧은 반바지를 입고 브래지어의 끈의 형태가 보이는 흰색 반팔티를 걸친 채 앞에는 여지없이 앞치마를 두르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머리를 단정히 뒤로 틀어 올린 혜주의 모습에... 난 씻는 것도 잊고 그대로 혜주에게 달려들었다.

혜주가 거부할 틈도 없이 고개를 잡고 다짜고짜 키스부터 퍼부었다. 진하고 부드러운 혀를 밀어 넣어 혜주의 입속을 느끼며... 가슴부터 주무르기 시작한다...

이 부드럽고 탐스러운 감촉의 느낌을 하루사이에 잊지 않기 위해 일하는 동안 다분히 노력 아닌 노력을 했고, 그로 인해 지금 당장 확인을 해야 한다는 내 육체의 본능에 혜주가 너무 놀랐는지 내 가슴을 손으로 밀어내기 시작했지만,, 내겐 큰 상관없는 작은 혜주의 반항이었기에 그대로 다른 손을 내려 혜주의 아주 작은 반바지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역시나 탄력 있는 엉덩이를 한손에 움켜쥐게 된다.

"으으음!!!!!!응!~"

혜주가 내 힘에 겨우 입을 때며 정말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힘주어 날 밀어내는 행동을 했고, 그런 혜주의 행동에 난... 한손은 가슴에 한손은 엉덩이를 잡은 채 몸만 거리를 두어 떨어지게 되었다... 그때... 방 쪽에서 여자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쯧쯧쯧...저 보라니까요..."

"헐...저 놈 발정 났네...발정 났어..."

"내 말이..."

황급히 손을 때며... 말소리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삼구와 보미가 혜주의 방에서 고개만 내밀고는 이런 날 노려보고 있었다...

혜주가... 내 가슴을 정말로 세게 때리고는 그대로 옷 방으로 도망가듯 들어가 버렸기에... 나만이 부엌에 서서 삼구와 보미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된다...

"제수씨~~~ 나오세요. 부부인데 뭐가 창피하다고...크크크크..."

'어...언제 왔냐?"

"미친놈... 내 생각은 했고?"

"...말도 없이 이렇게 남의 집에 함부로 오는 거...?..."

"참나... 우리가 남이냐?!!"

"... 언제 왔어?"

"아침 비행기로 왔다... 어제 오려다가... 도저히 표가 없어서 새벽부터 들어왔다는 거 아니냐...근데 넌 이 엉아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렇게 일부터 저지르냐?!!"

"일은... 그리고 저번에 얘기 다 했잖아..."

"야!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려야지...그게 문제야?!!"

"...혜...혜주야... 미안해... 나와..."

"크크크크크크...천하의 김민호가 여자 때문에 애원까지 하는구나...크크크크"

"..."

삼구를 노려보지만... 그것보다 굳게 잠긴 문안의 혜주를 생각하니 이 상황자체가 너무 어이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명색이 부부인데...하지만... 혜주라는 존재가 어떤 아이인지 이미 골백번도 느낀 나였기에 더 애절하게 혜주를 부르게 된다...

"혜주야~~~~~~~ 정말 미안~~~ 응?!!"

"크크크크크크크크크..."

"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아씨!... 웃지 마라... 이렇게 신혼집에 막 쳐들어 온 주제에... 왜 웃고 지랄이야..."

"크크크... 지랄은 지랄이지...크크크... "

"그리고 왜 남의 신혼 방에 막 들어가냐?!"

"우리가? 혜주한테 허락 받았는데...너무 더워서 보미 옷 갈아입는다고... 근데 보미가 옷보고 나한테도 구 경좀 하라고 해서 들어왔구먼..."

"참나... 그러니까! 왜 남의 옷을 네가 보냐고!"

"네 하는 꼴 좀 구경하러 왔다... 무슨 옷장사로 변직했냐?!! 아니지... 속옷도 옷이긴 하네... 여튼!! 먼 옷을 이리 많이 샀냐?! 아직 한 번도 안 입고 걸어놓기만 한 것도 태반이구만... 보미가 나보고 배우란다...어휴...하여튼 남자 망신은 혼자 다 시켜요...그러니 스물 둘한테 쩔쩔매고 살지..."

가만히 듣고 있는데... 혜주도 들렸는지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나와 입을 삐쭉이며 삼구를 흘겨본다...

"하하하하하하... 취소!! 울 제수씨 삐지면 무섭다는데... 취소!"

"치..."

혜주는 붉어진 얼굴을 그대로 해가지곤 다시 부엌으로 향한다... 날 스쳐지나가면서 내 발등을 일부러 강하게 밟고는 그대로 지나치는 혜주다...

"윽..."

"..."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누굴 원망 하겠냐만은... 지금만큼은 저 친구라는 놈을 증오하게 된다. 내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보미와 삼구가 방에서 나와 거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도 그 앞에 앉아 삼구와의 소소한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혜주가 밥상을 다 차렸는지 들고는 내 등을 발로 디밀며 비키라고 했기에 그제야 한 상에 다 앉은 우리다.

밥상을 본 삼구가 감탄을 한다. 꼭 처음의 나처럼...

"와!~~ 이게 다 뭐야? 언제 장이라도 본거야?"

"... 차린 게 없어서 죄송해요. 급하게 하느라..."

"급하게는... 아우!~~ 이 복 받은 놈아... 보미 년은 밥차라리고 했더니... 라멘에 물 붙더만...캬!~~~~ 이 맛이지..."

소라된장국을 한 숟가락 입에 가져가더니 감탄의 감탄을 하는 삼구였고, 연신 밥그릇에 몇 숟가락을 덜어가는 행동을 한다.

"야!... 좀 천천히 먹어라... 뭐가 그렇게 급하냐?"

"크크크크... 네가 일본에 안와 봐서 그래... 거긴 반찬 하나 더 추가하는데 일일이 돈 받는 곳이다...반찬이라도 많이 주면서 그 짓거리 하면 몰라... 무슨 까마귀 오줌맴코롬 주면서..."

"...그러냐?"

"말이라고 하냐?!... 다 좋은데... 그게 문제야..."

"많이 드세요... 아!... 잠깐만요."

혜주가 급히 일어나 전자레인지에서 무엇인가를 꺼낸다. 사발에 담겨있는 건 불고기였다...

언제 이런 걸 준비했는지...

"와!~~ 역시 한국밥상에는 괴기지...캬!~~ 야 보미야...이런것 좀 보고 배워라... 나이도 어린 혜주가 음식솜씨는 울 엄마보다 더 좋네."

"아~~~~~ 그렇구나... 내가 왜 혜주한테 자꾸 정이 가나 했더니..."

"응?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이상하게 자꾸 혜주가 신경 쓰이더라고... 근데 보니까... 딱 울 엄마 닮았네... 왜 이걸 몰랐지..."

"예? 제가요?"

"응!... 울 엄마도 한 번도 아빠 앞에서 옷 갈아입는걸 못 봤는데... 자기...아니지 이제 민호 오빠라고 해야겠네... 민호 오빠 혜주 아직도 내외하지?!"

"..."

"역시... 볼 거 다 봤을 텐데...그렇구나..."

"아...아니에요... 보...볼건 다 안 봤어요..."

"크크크크크크... 그래서 한 5번은 했냐?"

"엥?,, 이건 무슨 소리야? 민호 너 벌써?,,,아니지 이제 호적에 올랐으니... 당연한 건가? 허...하긴 아까 보니..."

"어,...얼른 식사들 하세요... 찌게 다 식어요."

"그래!.,. 혜주 그만 놀리고 밥이나 처묵어라..."

"크크크크크...아~~ 이 부러분 놈..."

"자꾸 그럴래! 자기한테는 내가 있잖아!"

"흠~~ 그래! 꿩 대신 닭이라고...하하하하하하하"

"야!!! 진짜 죽을라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혜주를 놀리는 농담은 밥상 앞에서 한동안 이어졌다. 밥이 코로 들어가는 건지 입으로 들어가는 건지도 모른 채 그렇게 밥을 다 먹고 나서 곧바로 술자리가 이어졌다.

보미가 이미 준비해온 맥주를 냉장고에서 꺼내 와선 혜주가 상을 무르자마자 다시 음주가 시작되었다. 물론... 혜주는 오렌지 주스로 대신했고, 그렇게 점점 물이 오르던 거실은 이내 취해 들어누워버린 삼구로 쫑을 내게 되었다.

보미 때문에...나와... 삼구가 거실에서 자게 되었다...

이런 실례가 어디있겠냐만은... 보미의 억지에 결국 두 손 두 발을 다 들게 된 난 거실에 다시 이불을 펴고 삼구와 같이 눕게 되었다...

그렇게 막 잠이 들려는데... 혜주가 급히 뛰어나오다가 우리를 보고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내가 깰까봐 조심스럽게 옮긴 발걸음을 신발을 신고는 소리 나게 계단을 오르는 혜주였다... 궁금증에 누워 있던 나도 일어나 혜주를 뒤 따르게 된다.

밤하늘에서 촉촉하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옥상에 올라가서야 지금 밖에는 비가 오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난 옥상을 두리번거리며 혜주를 찾게 된다. 옥상에 기다란 봉 두개를 연결하고 있는 빨랫줄에서 낮에 널어놓은 듯한 이불을 들고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혜주를 발견하게 되었다...

비는 방울에서 줄기로 이어져 혜주의 얼굴을 적시기 시작한다...

가만히 아름다운 혜주의 모습에 취해 바라만보고 있던 난 그제야 비에 쫄딱 맞은 혜주의 몸이 걱정돼 비를 맞으며 계단의 처마에서 혜주에게 몸을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가까이서 가보니... 혜주가 입을 크게 벌리곤 빗물을 받아먹고 있었다...

"무...뭐해!! 감기 걸리게..."

"엇!~~ 아저씨."

"얼른 들어가자... 다 젖었잖아..."

"깼어요?"

"안잤거든..."

"아고... 근데요. 기분이 너무 좋아서 이러고 있는거에요. 잠깐만 이러고 있음 안 돼요?"

"..."

빗소리에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 상황인데도... 혜주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도 맑고 밝았다.

더위를 날리듯 시원하게 쏟아 내려지고 있는 빗줄기는 그렇게 나와 혜주의 온몸을 적시며 계속해서 그칠 줄 몰랐다...

"들어가자! 이러다가 또 감기 걸려..."

"아저씨... 음~~~ 사랑해요."

"뭐?..."

"사랑한다고요!!"

"...싱겁긴... 얼른 들어가... 이불도 다 젖었어..."

"또 빨면 되죠..."

"야! 요즘 비는 산성비라서 대머리 돼..."

"대머리 되면 저 사랑 안 해줄 거예요?"

"...에고 나도 모르겠다..."

움직일 줄 모르는 혜주를 보며 나도 혜주처럼 얼굴을 하늘 향해 들게 된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는 얼굴에도 시원한 두드림을 주며 마사지를 해준다... 항상 우산 밑에서 비를 피하며 지겨워했던 일상인데... 혜주의 말대로 얼굴을 들고 입을 벌리자 입속까지 시원한 물줄기가 들어와 안에서부터 귀에 소리를 자아낸다...

혜주의 행동이 궁금해 옥상에 올라와 행동을 말리러 나왔는데... 혜주와 마찬가지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빗줄기가 부딪히며 내는 음악소리를 듣게 된다...

한차례 시원하게 쏟아지던 빗줄기는... 거짓말처럼 금세 끝났고, 다시 시끄러운 매미소리가 울려 펴지기 시작한다...

멍하니 하늘을 향해 얼굴을 들고 있는데 혜주의 웃음소리가 귀를 간지렀다.

"크크크~ 이제 그만 내려가요..."

"흠~ 옛날에는 비 내릴 때 장난도 많이 쳤는데..."

"그쵸?... 비 오면 시원하게 몸을 적셔주는게... 기분 좋아서 가끔 비 맞을 때 있어요..."

"그게 무슨 청순이냐..."

"청순은... 낭만이지!..."

"크크...그러던가... 내려가자... 다 젖었다..."

"하하하하...얼른 가요."

"우...우리 같이 씻을까?"

"예??..."

"..."

"사...삼구 아저씨...랑...보..."

"삼구는 아예 골아 떨어졌고... 보미는? 안자?"

"자...자요..."

"그럼 우리 조용히 씻자..."

"...시...싫어요..."

"왜?!!!!!"

"차...창피하게,,,,망측해요!"

"마...망측?!!! 그건 누가 쓰는 말이냐?!"

"..."

"으응!!~~~~~ 같이 씼~자~~~"

"..."

"아니면 삼구 깨운다!!"

"아...아저씨!"

"으응~~~"

"자꾸 애가 되가는 거 같아..."

"크크크... 얼른 가자..."

혜주의 손을 잡고는 숨죽여 집으로 들어갔다. 홀딱 젖은 우리는 거실입구에 물방울을 옹기종기 모이게 떨구며 떨리는 심장을 숨기며 조심스럽게 욕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혜주가 이불을 세탁기에 넣는 모습을 보며 난 옷을 벗기 시작한다...

혜주가 이불을 다 넣고 뚜껑을 닫았을 땐... 이미 난 팬티 한 장만을 남기고 다 벗은 상태로 혜주와 눈을 마주쳤다.

"...진짜 같이 씻어요?"

"아니... 내가 씻겨 줄께..."

"예?..."

"쉿!... 삼구 깨겠다..."

"...진짜 변태구나..."

"크크... 맞다니까... 뭘 자꾸 언급하는데... 이리 와봐..."

"자...잠깐... 내...내가 벗을래요..."

"왜?!"

"가...간지러워요..."

혜주가 머뭇거리며 내 앞에서 티와 반바지를 벗기 시작했고... 이내 브래지어와 팬티마저 벗어 아름다운 나신을 내 눈에 보여준다... 벌떡이는...내 자지를 손으로 가리며 팬티를 벗는 나다 그리고 들고 있던 옷을 세탁기에 던져 넣으려 하는데... 바지에 묵직한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아차...핸드폰..."

"예??"

"맞다...아고... 이거 망가졌네..."

"어디 봐요... 어!... 안 켜진다..."

"크크크... 어쩔 수 없지...내일 수리 센터 들렸다 오면 돼... 그것보다... 이리와 보라니까..."

"...씨...씻기만 해요... 밖에 삼구 아저씨 있는데..."

"자신 없는데..."

"아...안 돼요... "

"소리 안내면 돼지!"

"소...소리가 난 단 말예요..."

"헐... 뭐야? 그거 못 참아?"

"씨!... 자꾸 놀릴래요?"

"크크 알았어... 씻자. 그 대신 가만히 있어...진짜 내가 씻겨줄게..."

혜주의 잘록한 허리를 잡아 내 앞에 세우곤 타월에 필요없다는걸 억지로 사게 한 바디샤워를 한 움큼 부어 쏟듯 짜내어 거품을 내기 시작한다. 가만히 내 행동을 보며 여전히 혜주가 걱정이 되는지 문을 연신 바라본다... 충분히 타월에 거품이 일어난 걸 확인한 나는 그렇게 혜주의 몸을 거품으로 가득한 손으로 당겨 천천히 타월로 배부터 문지르기 시작했다.

"흑~하하하하하하~!!!!"

간지러운지 갑자기 웃기 시작한 혜주가 문을 바라보며 황급히 입을 손으로 틀어막는다.

"참나...뭐가 간지럽다고..."

"자...잠깐!... 차라리 세게 문질러...요..."

"크크 알았으니까... 가만이나 있으셔."

배에 원을 그리듯 문지르던 타월을 조심스럽게 등으로 옮겨 전체를 어루만지듯 손을 이어간 다음 대망의 볼륨감 좋은 혜주의 가슴을 문지르기 위해 앞으로 손을 바꾼다...

잠시 혜주의 작은 유두를 감상하며... 침을 삼키자... 혜주가 손을 올려 내 손에 들려 있는 타월을 낚아채려 했다... 하마터면 뺏길 뻔했지만... 다행히 혜주보다 한 박자 빠르게 손을 숨길 수 있었다...

"씨!~"

"가만히 안 있으면... 이대로 나가버린다!"

"..."

체념한 듯 손을 내려 내 앞에 차렷 자세로 문만 바라보길 반복하는 혜주의 가슴에 천천히 타월을 가져가 댔고, 약간 큰 혜주의 가슴의 중앙부터 덥석 타월로 감싸게 된 나다.

혜주가 허리를 약간 빼며 타월의 감촉에 몸을 숙인다.

아무렇지 않은 듯 나는 다시 타월로 혜주의 가슴을 이어 문지르며 정성스럽고 부드럽게 닦아주기 시작한다...

그런데... 혜주가 몸을 움찔거리며 조금씩 내게서 멀어지려 했기에 급기야 한손을 혜주의 허리를 두르듯 잡아 당겨 계속해서 손을 움직이게 된다...

혜주가... 입술을 살며시 깨물며 질끈 감은 눈을 조심스럽게 떠 다시 문을 훔쳐본다... 이렇게 겁이 많은 혜주인데... 어제는 어떻게 그런 대담한 행동을 했는지...

가슴과 목까지 다 닦아준 나는 이제는 하반신을 닦아주기 위해 허리를 숙여 앉아서 혜주를 올려다본다... 혜주가 날 내려다보며 상체에 거품을 잔뜩 묻힌 가슴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그나마 부담감을 덜 주기 위해 허벅지 바깥쪽부터 다시 정성스럽게 타월로 발목까지 닦아 내리는 내 행동에... 혜주가 또 발을 동동거린다...

무슨 온몸이 성감대도 아니고... 이렇게 간지러움을 잘 타는 여자였다니...

안쪽 허벅지를 빼고 다 닦은 나는 모르게 침을 삼키며 천천히 손을 혜주의 허벅지 사이로 옮긴다... 혜주가 눈을 또 감는다...

'덜컹!~'

갑작스런 문소리에 나와 혜주가 거의 동시에 문을 바라보게 되었다...그러고 보니... 숨죽여 들어오느라 조심만 했지... 정작 문을 잠그질 못했나보다...

문밖에는... 보미가 눈을 비비며 서 있었다...

망부석처럼... 굳어진 혜주와...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로 앉아선 입만 뻐끔거리고 있는데... 보미가 나와 혜주를 한번 쳐다보곤 그대로 맨발로 욕실로 들어와선 변기 바로 앞에서 뒤돌아서선 바지를 내린다...

그리고 그대로 샤워기의 물줄기로 젖어 있는 변기에 앉고는...

'솨~~아~~~아~~~졸졸졸졸...'

소변을 본다...실눈을 뜨곤... 한번 몸을 부르르 떨고는 휴지를 몇 칸 뜯어내 가랑이 사이에 손을 넣어 닦고는... 다시 그대로 욕실 문으로 걸어 나간다...

멍하니... 그런 보미를 혜주와 내가 바보처럼 말도 못하고 보는데... 문을 닫던 보미가 고개를 돌려 나와 혜주를 한 번 더 확인한다...

그리곤...

'피식~!'

한번 웃고는... 문을 닫는다...

욕실 안에 있는 나와 혜주는...그렇게 한참을 문만 바라보게 되었다...

어이가 없는 상황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입가에 번지는데... 혜주가 그대로 주저앉는다... 얼굴을 거품 묻은 양손으로 감싸 가리곤 그대로 쪼그려 앉아 있다...

"혜...주야."

"몰라요!...어떡해..."

"..."

"씨!... 그래서 안 씻는다고 말했는데... 내일 아침에 보미 언니 어떻게 봐요..."

급기야 울먹이기 시작한 혜주다...

"저게 미친거지...아니 욕실에 사람이 있으면 문을 닫아야지... 저게 뭐야!..."

"...진짜!..."

"그렇잖아..."

"씨... 몰라!... 나 나갈래..."

혜주는 정말로 그대로 나가버리려는 듯 옷을 입으려고 손을 옮긴다...그러나... 옷도 젖어 있었다...아무 생각 없이 그저 숨죽여 들어오기 만한 우리는 갈아입을 옷도 준비 못한 상황이었다.

혜주가...그대로 다시 주저앉아... 숨죽여 훌쩍이고 있었다...

"우선 물로 씻어내... 내가... 옷 가져 올게..."

"..."

난 이불을 꺼내 대충 물기를 닦곤 젖은 팬티를 다시 입고 조심스럽게 나가... 수건부터 챙겨 아주 조금 문을 열어 아직도 쪼그리고 앉아 있는 혜주를 봤고 그리곤... 차마 보미가 누워 있는 방으론 못 들어간 난 옷 방에서 꺼내 입은 내 사각 팬티와 러닝셔츠를 꺼내 혜주에게 건네준다... 혜주는 그제야 샤워기의 물을 틀어 몸에 묻은 거품을 닦아내곤... 수건으로 대충 몸을 닦아 낸 후 내 팬티와 러닝셔츠를 마지못해 입고는 뭐가 그리 급한지 방으로 들어가려 발걸음을 옮기곤 정작 문 앞에서 머뭇거리다간...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간다...

흥분이 깨진 나였지만... 오늘만 날이 아니었기에 난 속으로 방금 전의 상황에 겨우 웃음을 참게 된다...

그리고 방안에서 들려오는 보미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날 놀라게 한다... 갑자기 웃음이 뚝 멈췄고... 다시 조용해진 방안의 풍경은 안 봐도 비디오다...

===================

정말로 생에 태어난 순간을 축복으로 여기며 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 사건이 있은 후...

혜주가 보미를 볼 때마다 붉어진 얼굴을 감추는 상황이 며칠 반복됐지만... 그 외로 근 5일이라는 시간동안 난 매일 혜주와 뜨거운 사랑을 수시로 나누며 이게 신혼생활이라는 현실감과 함께 최고의 행복을 누리게 되었다...

회사-집-회사-집-어쩔 수 없는 매장...이라는 반복적인 시간조차 행복을 느낄 수 있던 건 역시 집안에 혜주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꿈같은 시간을 보내던 중 5일째 되는 날 변호사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먼저 동생들을 데려 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듣게 된 나다... 어느 정도 참작요인에 거기에 결정적인 구형사의 협력이 같은 직종의 증언이 도움이 많이 되어 친족우선권이라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동생들을 빼올 수 있을 거라는 내용이었다...거기에 이미 소장의 접수와 일사천리로 진행된 사건의 내용으로 미리 알게 된 혜주의 작은아빠가 무슨 짓을 벌일 지 모른다는 우리 측 변호사의 말이 먹혀 들어간 듯 보였다...

이 기쁜 소식을 한시라도 빨리 전하려는 난 5시에 조퇴를 하고 곧바로 집으로 향하게 된다...

혜주의 웃는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나도 모르게 계속 입가에 흐르는 웃음으로 침까지 흘리게 된다... 버스 안에서 다른 사람들이 날 미친놈 취급하건 말건 상관없었다...

꼭... 내 동생을 찾은 듯 가슴이 벅차올랐기에... 정말로 뛰는 가슴을 주체 못한 채... 버스에서 환호성까지 지르게 된다...

정말 미쳤었나 보다...

그렇게 버스에서 내린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혜주가 있는 집으로 무조건 달리기 시작하는데...

누군가 날 부른다...

...부를 이가 없는 길거리에서... 전혀 낯선 목소리가 날 부른다...

"김민호씨!!"

"..."

목소리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난... 서류가방을 돌고 있는 한 중년의 남자를 보게 되었다...

어디서 본 듯한... 모습에 발걸음을 멈추고... 아직도 입가에 번진 미소를 애써 숨기며 우선 인사부터 하게 된다...

"아!... 결과가 좋으셨군요..."

"예?? 그런데 누구?"

"여기 의사요. 기억안나세요?"

남자가 가리킨 곳은...이층의 내과 병원이었다...

혜주와 근 일주일이 조금 넘었던...그 전에 왔었던... 그 병원이다...

"아!...안녕하세요."

"기분이 좋으신 거보니까... 결과가 좋으셨나봅니다... 정말 다행이네요..."

"예?...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

"..."

얼굴이 서서히 굳어지는 의사를 보며 무엇인가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하게 된 나는... 어느새 얼굴에 담고 있던 미소를 잊으며 굳어진 의사의 얼굴을 살피며 다시 묻게 된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결과라뇨?"

"문자 못 받으셨어요? 전화기가 계속 꺼져있어서 문자를 두통이나 보냈다고 하던데..."

"..."

그제야... 그날 밤 빗물에 젖어 망가진 핸드폰을 생각하며... 이틀이란 시간동안 핸드폰 없이 지냈다는 걸 되새기게 된다... 특별히 불편함을 못 느낀 난...정말 행복한 혜주와의 시간을 보냈기에 그전에 왔었던 병원에 대한 기억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검사 결과를 전화로 준다는 말까지도 말이다...

"무...뭐가 잘 못 됐나요?... 왜 전화를...아니... 문자라뇨?"

"...우선 들어가시죠... 지금 막 세미나 다녀오는 길이라 병원 문이 닫혀 있으니 안에서 조용히 말씀 나누시죠..."

"선생님!...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후..."

"..."

잠시 내 얼굴을 바라보던 의사가...조용히 내게 말을 건넨다...

"폐섬유화증이 의심되는 소견이 나왔습니다...정밀 검사를 거쳐봐야 알겠지만... 엑스레이 사진에서...별로 좋지 않은 상태로 보여서..."

"..."

"그래서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전화를 드렸었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 다음날도요... 문자로 확인까지 했는데...못 보셨나 보군요..."

"...그게 뭐죠? 폐...섬,유...뭐요?"

너무도 낯선 단어에 난 우선 그 증상부터 궁금해진다...

아니... 꿈에도 이 단어가 그렇게 무서운건진도 모른 채... 병을 낳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되는지부터 묻게 된다...

"약 먹어야 되나요?"

"..."

"혹시 수...수술을 해야 되요?"

"..."

"그...그럼요? 그 폐섬유...어쩌구가 뭐냐고요?!!"

"...우선 큰 병원으로 가보시는게 좋을 거 같습니다... 정밀검진을 받아봐야 확실한 병명이 나오는 거고,,제가 소견서를 써 드릴..."

"잠깐만요!... 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지...이해가 잘 안가서 그래요... 수술하면 낳는 거죠?! 그렇죠 선생님!"

"...우선 정밀 검진을..."

"씨발! 그 검진이고 뭐고! 수술 받으면 낳는 거냐고 묻잖아!!... 낳을 수 있는걸 왜 그렇게 어렵게 검진만 자꾸 말하는 거냐고!!!"

",..."

"..."

침묵으로 일관하는 의사에게 나도 모르게 욕을 하는데...

의사가 무슨 말이라도 해서 받아치길 바라는데... 의사는 내 얼굴을 보며 시선을 피한다...

아니... 내 눈에서 언제 어디서 시작했는지 모를 눈물을 보며 의사가 고개를 돌린다...

난... 의사의 팔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서...선생님... 죄...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흥분을 해서..."

"..."

"저...저기요... 암도 아니잖아요... 그냥 섬유...머시기라면서요... 그럼 수술 받으면 낳는 거죠? 수술만 받으면...다시 건강해 져서...선생님...제...제발... 말씀 좀..."

"김민호씨... 이렇게 길거리에서 말하지 마시고... 우선 들어가시는 게..."

그제야... 내 주위에 나와 의사를 바라보며 여러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지금 내 시선엔... 오로지 의사의 입만 보였기에... 주위의 시선조차 의식할 여력이 없었다... 난 의사의 손을 여전히 잡은 채... 차마 발걸음을 옮길 수도... 땔 수도 없었다...

의사와 들어간 병실에서 알아보지도 못하는 영문으로 된 책들을 펴며 별세계의 단어로 내게 설명하는 의사의 말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오직... 큰 병원으로 가봐야 정확한 진단명이 나온다는 의사의 말과 함께... 소견서만 받아 들고 나오게 된다...

거기에 적혀 있는 흘겨 쓴 영문은... 아무리 대학까지 공부를 잘 한 나에게도 너무 낯설어 보였기에... 뜻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멍하니...

그저 멍하니 걸음을 옮긴다...

머릿속에는 혜주의 얼굴만이 생각났기에... 아무생각도 못하고 그저 걷기만 한다...

어느새 도착한 문 앞에서... 차마 벨을 누르지도... 번호키를 누르지도 못한 채... 가만히 문고리만 바라보게 된다...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린다... 그리고 해맑게 웃는 혜주가 날 반긴다...

"역시!!~~ 뭔가 이상해서 무작정 열었는데...아저씬 왔으면 얼른 들어오지 않고 뭐해요? 근데 일찍 오셨네요?"

"...으...응."

"얼른 씻어요... 제가 맛 나는 저녁밥 차려드릴게요!... 오늘은 기대하시라! 혜주표 돈돈돈~~돈까스~~~~헤헤... 고기 다지느라 손 아팠단 말예요...얼른 씻어요.~"

"...으...응..."

난... 욕실로 옷을 입은 채... 들어간다...

그리고... 멍하니 또 서 있다...

나도 모르게 또 흐르는 눈물에...아직 판명도 되지 않는 혜주의 병에...애써 불안감을 숨기며 흘리던 눈물을 혹여나 들킬까봐 샤워기를 튼다... 옷을 입고... 그대로 물줄기에 몸에 적시는데... 노크 소리가 들린다...

"아저씨?"

"...으...응?? 왜?"

"괜찮아요?"

"...응...금방 나갈게..."

"..."

혜주의 걱정에 대충 씻고... 알몸에 수건을 걸치고 문을 여는데... 문 앞에 혜주가 고이 접어놓은 팬티와 반바지...그리고 러닝셔츠가 보인다...

입고 나왔을 땐... 이미 상까지 다 차려놓고 날 기다리는 혜주다...

노릿하게 잘 익은 돈까스에서 풍기는 맛있는 냄새도...

그리고 날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는 혜주도... 도저히 시선을 맞출 수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혜주가 내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회사에서 안 좋은 일 있었어요?"

"...아니."

"그럼?,,,혹시 제 일이에요?"

",응??"

"동생들 일 잘못 됐대요?"

"아...아냐... 아!... 동생들 먼저 데려올 수 있을 거 같다고..."

"예?!!!! 어...어떻게요?"

"일이 잘 된 거 같아..."

"정말요?"

"응..."

"정말이에요? 정말로 동생들 먼저 데려 올 수 있데요? 아직 재판 같은 것도 안했는데?"

"응..."

"진짜죠?"

"그렇다니까...나 못 믿어?"

"미...믿어요... 정말로 꿈같아서 그렇죠...어떡하지...음... 동생들 오면...아! 아직 옆방 아무것도 안 해놨는데..."

"혜주야..."

"응??"

차마... 병원 얘길 꺼낼 수 가 없다...

지금 혜주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벅차오르는 가슴에 안절부절 못하고 앉아 있었기에... 난 눈물을 속으로 삭히며 찢어지는 가슴으로 어렵게 말을 꺼냈다...

"내일 아침에 병원에 가서 친자 검사부터 받아야 된데..."

"예??"

"원래 법이 그렇다네... 검진 받고 친자 확인해야... 하루라도 빨리 데려 올 수 있다고..."

"그래요?...그 검사만 하면 되는 거예요?"

"으...응..."

"...고마워요... 아저씨 정말 고마워요..."

"..."

혜주는 힘을 비축하는 듯 연신 고맙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돈까스를 먹기 시작한다...

연신 칼질을 하며... 그리고 내 것도 칼질을 다 해주며... 혜주는 정말로 맛있게 돈까스를 먹고 있었다...

나도 먹는다...

혜주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눈물을 삼키며... 돈까스를 우걱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만은 혜주를 안을 수 없었다... 며칠 동안의 내 행동으로 의례 혜주가 침대에 누워 기쁜 마음을 표현하려 했지만... 너무 힘들다며 난 혜주를 안고 그대로 눕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보다 혜주가 더 서두른다...

친자확인에 필요한 검사라는 내 말을 그대로 믿은 혜주는...한시라도 빨리 그 검사를 받고 동생들을 데려오려는 듯 일어나자마자 간단하게 밥을 차려주곤 설거지도 미룬 채... 나와 함께 병원으로 가게 된다...

친자검사는 큰 병원에서만 가능하다는 말에 또 그대로 받아들인 혜주가 연신 내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고,,, 난 더 죄스럽게 혜주의 손을 쥐고 있는다.

한참을 아무 말도 못한 채... 혜주와 병원으로 들어간 나는... 이미 동네 의사가 약속 잡아놓은 전문의와 간단히 인사를 하고... 익숙한 듯 혜주의 검사를 시작한다.

엑스레이와 CT, 피검사... 이름도 생소한 동맥혈 가스분석 검사 그리고 소변검사까지... 거기에 폐활량검사를 한 혜주는 약간은 의외인 듯 한 얼굴로 날 바라봤지만... 애써 미소 짓는 내 얼굴에 묵묵히...그리고 열심히 검사를 받는다...

모든 검사가 끝나고 혜주와 병원을 나선 난 미소 지으며 헤어지는 혜주를 뒤로하고 서둘러 다시 병원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전문의의 방안으로 들어가 숨을 고르며 무작정 의자에 앉는다...

약간 당황한 의사가... 날 보며 물 한잔을 건넸다...

"결과는요?... 금방 나온다고 하던데요..."

"아직...피검사하고 이것저것 부수적인 검사가 결과가 안 나와서요...그게 나와..."

"CT는 바로 나온다는 건 저도 압니다!. 그러니까...우리 혜주요... 우리 혜주가 아픈 거예요?"

"...남편이시죠?"

"예... 하나밖에 없는 남편입니다...그러니까...아프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수술을 꼭 해야 되나요?"

'..."

"선생님!..."

"예상대로... 폐섬유화증 같습니다..."

"폐...폐 섬유화증이 뭐죠?"

"그러니까...간단히 말해 폐가 굳어져서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겁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찾질 못했지만... 석면이나...결합조직 질환, 바이러스 감염, 약물, 유전적 돌연변이 등...

여러 가지 일수가 있다고만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낳을 수 있다는 거죠?"

"그게..."

"..."

"사실 그다지 희망적이진 않습니다... 92년부터 폐이식이 시행되고는 있지만... 그 생존률도..."

"자...잠깐만요..."

머리가 어지럽다...

아니... 깨질 듯 한 두통이 밀려온다...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이 의사선생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기에...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가만히 진정하려 노력해보지만... 떨리는 손을 주먹조차 쥐지 못한 채...다시 고개를 들어 의사를 바라본다...

"이...이식이라뇨... 폐도 이식을 할 수 있다는 건가요? 그럼... 우리 혜주는 이식이 아니면 살수가 없다는 말인가요?"

"지금...상황은 그렇게 보입니다...CT상으로는 길어도 9개월 정도면 완전히 섬유 화되어서 더 이상 폐기능을 못할 걸로 보입니다...이것도 확실한건 아니라서..."

"그게 무슨 말입니까!...의사잖아요! 의사면 사람을 고치는 게 일인데...9개월 후에 폐가 정지하는데... 그것도 잘 모르겠다니!!!"

"...죄송합니다."

"선생님이 뭐가 죄송한데요...선생님이 우리 혜주 아프게 했습니까?!!"

"..."

"그런데 왜 죄송해요!... 예?!!!"

"...이 폐섬유화증이란게... 아직 명백히..."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요... 이제 겨우 동생들 만날 수 있는데... 우리 혜주 얼마나 고생했는데...갑자기 무슨 말도 안 되는 병이 걸렸다고...거짓말이죠?!!"

"..."

"선생님... 예?!! 뭔가 잘못된 겁니다... 지금...지금 이 사진이 잘못되지 않고서야 우리 혜주가 아플 리가 없어요... 그동안 기침..."

"...사실 폐라는 기관이 제 기능을 할 수만 있다면 크게 표면으로 나타나는 기관이 아니라서...이정도면 전조 증상은 나타났을 텐데요..."

"...아니에요... 우리 혜주 안 아파요... 지금도 씩씩하게 자기 동생들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학교로 걸어갔단 말이에요...그런데 왜 아파요..."

"우선 진정하시고..."

"그놈의 진정은!!...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혜주가 아프다는데..."

"..."

"..."

고개를 숙인 채... 의자에 힘없이 앉아 있는다...

신이 있다면...그리고 신의 장난이라면 이건 너무도 가혹하고 잔인하다...

이제야 행복을 알아가는 아이한테... 생명을 내 놓으라는 신이란 존재에... 난 증오마저 느끼게 된다...

혜주는...신에겐 너무 어울리지 않는 아이다... 신이 고생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다면... 이렇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병을 줄 리가 없었다...

겨우...생각을...아니 생각도 정리하지 못하던 나는... 우선 살려야 한다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잠깐만요... 그럼 폐 이식을 하면 된다고요?"

"지금은 그것밖에는..."

"그럼 제 폐를 꺼내세요..."

"..."

"폐가 두개죠? 하나 뺀다고 안 죽을거 아니에요!!...혹시 두개다 이식해야 되나요?"

"...남편분... 이성을 차리시고..."

"지금 지극히 이성적입니다... 하나가 안 되면... 두개다 꺼내 가면 되잖아요...전 상관없어요...어차피 혜주 때문에 한번 버리려고 했던 목숨인데... 아마도 이러려고 살려 놓으신가봐요. 그러니까... 제 폐를..."

"김민호씨!... 그게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닙니다... 적합인증도 받아야 되고... 그리고 아직 생체이식 자체의 위험도가 커서 뇌사자의 이식만 이뤄지고 있는 상태이고요. 그런 상황인데 누가 함부로 생체 이식을 하겠습니까..."

"...제가 준다잖아요... 제가 동의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김민호씨..."

"왜요? 겁나세요? 아직 한 번도 시행된 이식이 아니라서 혹시 경력에 흠집이라도 날까봐 겁이라도 나시는 겁니까? 그럼 각서라도 쓸까요? 제가..."

"겁납니다!"

"제...예?..."

"아직 국내에서 한 번도 시행된 적 없는 진료행위를 할 만큼 저명한 학자도 없을 뿐더러...제공자의 생명까지도 위험한 행위를 의료자로서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생체이식 성공률은 2%도 안됩니다...

김민호씨... 아직 시간이 조금 있으니까... 이식 대상자에 이름 올리고 기다려보시면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겁니다... 그러니까... 우선 한시라도 장혜주씨를 입원시켜서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걸 아셔야죠... 보호자분이 이렇게 감정적으로 나오시면...환자분이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

"...혜주가 환자군요..."

"..."

"이미... 당신한테는 환자가 되어버렸네요..."

"김민호씨..."

"알겠습니다...오늘이라도 입원시켜야...그나마 살 확률이 높아지겠죠...알겠습니다..."

말을 끝내고...난 힘없이 의사의 방에서 걸어 나온다...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이...그저 멍하니... 문을 열고 나오게 된다...

문을 열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문 바로 옆 벽에 익숙한 시선을 느끼게 된다...

혜주다...

혜주가 손으로 입을 막은 채...눈물도 흘리지 않고 그렇게 벽에 기대고 있다...

"혜...혜주야..."

"..."

"혜주야... 여긴 어떻게 왔어...아! 난 아까 지갑을 놔두고 와서..."

"가는데...아저씨가 갑자기 병원으로 뛰어가셔서...그...그랬구나...아...나도 얼른 학교 가야지...깜빡했어요..."

떨리는 손을 겨우 입에서 땐 혜주가 비틀거리며 날 지나간다...

어디서부터 들었는지...아니... 혜주의 행동은 이미 전부 알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난 날 스쳐지나가는 혜주의 손을 잡았다... 비틀거려서도 그랬지만...혜주가 지금 어딜 가는지 걱정이 되어... 꼭 사라질거 같다는 느낌에 무조건 손을 잡게 되었다...

"혜주야...우선..."

"아저씨..."

"으.응?"

"제 부탁 하나만 들어줘요..."

"...뭔데?"

"우리... 혼인신고 취소해요..."

"무,,뭐??!"

"..."

"그게 무슨 말이야?!"

"사실 저번에 알아봤는데... 15일 이내는 취소 된데요...그러니까... 우리 혼인신고..."

"그게 무슨 말이냐고!! 다시 한 번 말해봐!!"

"무...무섭게 왜 소리 질러요!."

"...지금 소리 안 지르게 됐어!! 다시 한 번 말해봐! 뭐? 혼인취소!!"

"..."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혜주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내 버럭 거리는 야단이 아닌...

"그...그럼 어떡해요...나 죽는다잖아요...죽는데... 죽으면서까지 아저씨한테 피해주고 가란 말예요?!!"

"...그게 왜 피해야... 네가 날 자의로 떠나는 것도 아닌데... 그게 왜 피해냐고 바보야!!"

"바보니까요!...아저씨가 매일 말하잖아요... 바보라고...그러니까..."

"이 바보야!!"

"놔!! 놔요!! 놓으란 말야!!"

난 혜주를 안는다.

"..."

"울지 마! 살 수 있는데...네가 왜 죽어!"

혜주는 내 품에 안겨서 울면서도 계속 떨어지려 발버둥을 친다... 정말로... 날 떠나려는 듯... 처음처럼... 내게 아무 예고도 없이 다가오고선... 또 아무 예고 없이 떠나려 한다...

그렇게 놔줄 순 없다...

난 혜주를 사랑한다...

아니 이제는 사랑이라는 단어조차 혜주에게 느끼는 감정을 그런 누구나 쓰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혜주를 사랑한다...

그렇기에... 안는다...

혜주가 도망가지 못하게 더 세게 안았다... 결국 바동거리는 혜주는 내게 안긴 채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한참을 울고... 또 울었다...

밖의 소란에 나온 의사가... 나와 혜주를 이끌고 진료실이 아닌 상담실로 안내를 한다...

이미 알아버린 혜주에 대한 작은 배려인 듯 보인다...

그렇게... 혜주는 바로 입원을 하게 된다...

이미 한 검사로 특별한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잠시 동안의 입원은 불가피하다는 의사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입원을 하게 되었다... 조금만 더 있다가 집에서 외래로 통근치료를 약속하는 의사였기에... 혜주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잠시 동안의 입원이라는 말에... 난 혜주를 위해 일인실로 병실을 잡았다... 최소한 내가 혜주와 같이 있기에 불편함이 없으려면 여자가 가득한 병실보다는 그리고 같은 환자들이 득실거릴 병실은 아니어야 된다는 생각에 혜주의 만류에도 일 인실을 고집해 무작정 짐을 들고 올라가 버렸다...

몇 시간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 지도 모른 우리는 멍하니 한 침대에 누워 창문을 바라본다...

실감이 나질 않는지... 혜주는 눈물조차 흘리지 않고 있다...

"아저씨..."

"응?"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15일이 안 지났어요...그러니까..."

"야!!"

"..."

"자꾸 쓸데없는 말 할래!"

"취소하면... 호적에도 안 올라 간데요...그럼 아저씨도 홀아비는 아니잖아요..."

"...근데...그런 건 왜 알아 본거야?!"

"혹시나... 아저씨가 후회 할까봐...그리고...이런 재수 없는 년이 집에 들어오면"

"혜주야..."

"아무리 생각해도... 전 전생에 나라를 팔아 먹었나봐요... 그렇지 않고선..."

"이식만 하면... 살 수 있데..."

"몇 년이나요? 그게 가능은 하데요? 아저씬 은행 다니면서 그런 거 몰라요? 사람 돈 빌려줄때... 그런 거 있잖아요."

"..."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가장 이상적인거 같아요..."

담담하게 말하는 혜주가... 내 가슴을 더 찢어놓는다...

"혜주야...그럼 동생들은 어떻게 할래? 아직도 작은아빠네 집에서...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을 동생들은?? 그거 포기할래?"

"..."

"이제 겨우 길이 열렸는데... 이까지 병이 문제야? 낳을 수 있어!...넌 내 여신인데... 신이 이깟 병 못 이겨?"

"여...신이요?"

"그래!... 내 삶 자체를 바꿔놓은 여신...널 만나기전에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들으면 아마 기가 찰걸..."

"..."

"내가 공부한 게... 정말로 귀찮아서 공부 열심히 했다면 이해하겠니? 그리고 운 좋아서 은행에 다니지만... 얼마나 무능력했는데... 그 속옷 매장? 너 아니었으면 진즉에 때려 쳤을걸...한번은..."

난 혜주에게 내 과거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아니... 혜주에게가 아닌 나에게 말을 하듯...가장 창피한 과거부터 하나씩 혜주에게 열거하기 시작했다.

혜주가 왜 내게 존재해야 되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왜 혜주가 내 아내여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난 지난날의 가증스럽고 개인주의에 이기적인 날 과대포장해서 하나씩 나열하 듯 말을 이어나간다... 혜주가 어이가 없다는 듯 날 바라보지만... 그럴수록 난 더 말을 이어갔다...

밤새... 혜주의 손을 잡고... 혜주가 내 아내여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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