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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사랑...variety-4 (14/19)

14. 사랑...variety-4

나는 지금 경찰서를 향하고 있다...

어제 고맙게도 날 '여보'라고 불러준 혜주를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모든 일의 시발점인 혼인 신고서를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밤새 잠도 이루지 못한 나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근래에 내 사정을 알고, 그나마 나와 대화를 가장 많이 한 사람이라고는 혜주의 사건 때... 인연을 맺게 된 그 구형사라는 남자밖에는 생각이 나질 않았고 뻔히 눈에 보이는 나이차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볼 지인이나 타인에게 일일이 설명하기도 싫은 나였기에 얼굴에 철판을 깔고 은행에 병가를 마치고 어제 첫 출근한 나였지만 조퇴라는 눈치 보이는 초강수까지 두며 구형사를 찾게 된다.

다행이 자리를 비우지 않고 범인인 듯 한 남자와 얼굴을 맞대며 큰소리로 책상을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구형사에게 약간은 당황하며 어색한 미소와 함께 인사를 하게 된다.

날 단번에 알아본 구형사는 반갑게 맞아준다.

"어!...어쩐 일이세요?"

"아닙니다... 많이 바쁘신 거 같은데... 보던 일 마저 보세요... 전 저번에 앉았던 야외 휴게실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러실래요? 이 새끼가 아주 상습범이라서 먼저 처리해야 하거든요... 뭘 봐 새끼야!! 눈 안 깔아?!!"

서류뭉치를 들어 앞에 앉아 있는 남자의 머리를 냅다 내려치려던 구형사가 잠시 내 시선을 의식하곤 웃으며 책상에 서류를 내려놓는다. 일에 방해가 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나는 서둘러 강력반을 나와 야외 휴게소로 이동해 잠시 숨을 고르며 벤치의 먼지를 손으로 대충 닦으며 앉아 담배를 입에 문다...

담배를 끊어야 하는데... 당연히 집안에서...그리고 퇴근하고 나서 혜주와 있을때에는 담배를 입에 전혀 물지 않는 나였지만... 일과시간에만은 동료들과 같이 피는 담배만큼 소중한 게 없었기에 이렇게 혜주 몰래 한 개비씩 어제부터 물고 있다. 세 개비를 입에 물었을 때... 구형사가 건물에서 나와 날 발견하곤 달려온다.

"휴~ 죄송합니다. 한창 시즌이라 서요..."

"시즌이요?"

"하하하하... 이제 여름이잖아요. 저것들도 휴가 준비해야죠..."

"아~~ 하하..."

"그런데 무슨 일 있으세요? 이렇게 연락도 없이 오신거 보면 급한 일이신거 같은데..."

"다름이 아니고... 저 이번에 결혼하는데요..."

"결혼이요? 축하드립니다. 하하하하."

"사실 제 성격상 누구한테 부탁하는 게 익숙지 않아서요...가장 친한 친구도 외국에 지금 나가 있고,, 그래서..."

"예??"

"그래서 어려운 부탁 좀 드리려고요..."

"그게 무슨?.,..."

"증인 좀 부탁드릴게요... 초면과도 같은데... 이런 부탁드릴 수 있는 분이 제 주위에..."

"해 드릴게요..."

"예??"

"장혜주씨랑 결혼하시는 거죠?"

"...예..."

"역시...하하하하하하하하... 장혜주씨랑 면담할 때 보니까 계속해서 민호씨 찾으려는 듯 눈동자를 돌리는걸 봤거든요... 무슨 사인지 대충 짐작은 했는데... 다행이네요..."

"다행이요?"

"예... 이쪽에서 몸담고 있다 보니... 좋은쪽보다는 나쁜 일로 사람하고 얽히는 게 태반이라 서요..."

"..."

"역시 형사 직감이 어딜 가는 게 아닌가봐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혜주씨는 괜찮으시죠?"

"... 예... 아직 목소리가 다 돌아온건 아니지만 이제 말도 할 수 있습니다."

"오~~정말 다행이시네요."

"그리고... 혹시 그 놈 소식은 들으신 게 있나요?"

'글쎄요... 저도 그 이후로는 듣질 못해서요. 마지막 훈방조치 할 때 다시는 볼일 없으면 좋겠다고 경고 아닌 협박조로 얘길 했으니 다시는 혜주씨 앞에 나타나질 않겠죠."

잠시 망설이게 되는 나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이 남자에게 말을 해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면서도... 혹시나 일이 너무 커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내 어두워진 표정을 놓치지 않은 구형사는 방금 전까지와는 사뭇 다른 진지한 목소리로 내게 어두워진 표정의 이유를 묻는다.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

"왜 그러신데요? 그 놈이 혜주씨 근처에 또 나타났나요?"

"아니요...사실 구형사님도 아시겠지만 혜주가 두발을 뻗고 잠을 잘 수 있게 하려면 우선 동생들부터 데려와야 할 거 같아서요..."

"...예."

"2년 후면 혜주 막내 동생까지 성인이 되서 데려올 순 있겠지만, 너무 늦어요... 지금도 혜주와 결혼하는 이유가...우선 혜주의 신변부터 정리하려고요."

"신변이요? 그럼 정말로 결혼하는 게 아니란 말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구형사님이 느끼신 대로 저도...그리고 혜주도 서로 사랑하고 있어요...아니! 확실한건 세상 어느 여자보다도 혜주를 제가 사랑하고 있습니다..."

"..."

"하하... 요즘 제가 혜주 영향을 받아서 좀 낯간지러운 얘기를 서슴없이 합니다... 이해해주세요."

"좀 의외네요... 제가 느낀 김민호씨는 냉정하면서도 정의를 아는 남자로 과묵한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정의요?,,,,,"

잠시 말을 하지 못한다...

내가 정의롭다니,, 아마도 그 때의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던 그 놈에게 한 내 행동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 구형사다.

혜주를 위해서라면... 백번이고 정의의 사도가 될 수 있는 나였기에 애써 부정을 하지 않는다.

"예... 혜주만 행복해 질 수 있다면요..."

"...정말 사랑하시나 보군요..."

"...예."

"그럼 제가 도와드릴 일이 또 있나요?"

"아닙니다. 우선 증인만 되어주신다면 그것만 해도 너무 염치없는 부탁이라서..."

"그런데 결혼이랑 동생들이랑은 무슨 관계가 있나요?"

"친족 확인 재판과 그리고 아예 동생들을 데려오려고요. 그러려면 혜주에게 안정된 가정과 일정의 수입이 있어야 유리하다고 해서 혜주에겐 미안하지만... 결혼을 하려고 합니다."

"예...가능하겠네요... 그럼 제가 어디다가 사인을 하면 되죠?"

"예? 아!... 여기에다가..."

선뜻 볼펜을 꺼내는 구형사에게 서둘러 구청에서 받아온 서류를 꺼내 내민다.

아무 의심도 그리고 걱정도 들지 않는 듯 구형사는 거침없이 사인을 해줬고, 이내 구형사를 부르는 다른 형사 때문에 아쉽다는 말과 나중에 술이라도 한잔 하자는 구형사의 작별 인사를 받고는 조금은 기분좋게 경찰서를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수이한테 전화를 건다.

어차피 혜주와는 학년이 다른 수이였기에 점심시간이 지난 지금 같이 있을 확률이 거의 없다는 생각에 마지막 남은 증인으로 수이에게 부탁하기 위해 전화를 건다.

전화를 걸자...

수이는 대충의 내 설명을 듣고는 곧바로 약속을 잡아준다.

수이가 말한 커피숍에 도착한건 그로부터 40분 후였다.

"아직 안하신거에요? 혜주는 벌써 자기는 이제 자기 몸이 아니라고 저한테 자랑하던데..."

"크...그게... 증인이 있어야 결혼도 할 수 있더라고..."

"흠~... 맨입으로 증인을 부탁하시는 건 아니시죠?"

"그.그럼요...뭐든 말만 하시면..."

"크크크... 농담이에요... 서류 주세요."

수이도...

역시 혜주의 가장 친한 친구로서 아무 거부감 없이 서류에 사인을 해준다.

사인을 받은 나는 땅문서라도 되는 듯 조심스럽게 정리를 한 후 가방을 열며 집어넣는다.

"근데요... 아직 아무 일도 없어요?"

"응? 뭐가?"

"아니... 아저씨 혹시 고자에요?"

"고...고자??"

"그때 기회까지 만들어 줬는데!... 참나... 혜주한테 물어봤더니 얼굴만 빨개져서 말도 안 해주고... 연신 반지만 만지면서 웃기만 하잖아요! 혹시 아직도예요?"

"... 소중해서..."

"참나... 아저씨 어린애에요?"

"..."

"요즘 여대생 중에 처녀가 몇 명이나 되는 줄 아세요?! 혜주에게 제가 얼마나 좋은거라고 설명까지 기껏 해줬는뎅..."

"..."

당황스럽다...

아무리 내 편을 들어준다고 호언장담한 수이였지만... 이렇게 대놓고 성에 대해서 거리낌 없이 얘기하는 수이였기에 나는 당황하게 된다. 대놓고 밝히는 보미라면 이런 대화는 너무 쉽게 끝을 낼 수 있었을 텐데... 수이는 혜주의 가장 가깝고, 소중한 친구가 아닌가...

내가 함부로 말을 한다면...아마 그 얘기는 혜주에게 전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보통의 여자보다, 아니 혜주보다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 지는 수이였다.

"그럼...수이는 내가 혜주랑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길 바라는 거야?"

"참나...아저씨 어느 시대 사람이에요? 그렇고 그런 사이라니...사랑하는 거 아녜요?"

"당연히!!...당.연...히 사랑하지...그러니까 더 아껴주...고..."

"헐... 아저씨... 혜주도 여자예요... 가슴 두근거리면서 첫날밤 생각하고 있을 여자라고요..."

"우리 혜주는..."

말을 하던 나는 심한 고민에 빠진다...

만약... 정말로 내가 아껴주고 있는 것이... 혹시 혜주가 오해하는 건 아닌지 말이다...

내 굳어진 얼굴에 말을 연신 뱉어내던 수이도 조용해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수이가 자신의 생각을 내게 말을 해준다.

"저라면 사랑하는 사람하고 모든 걸 같이 하고 싶을 거예요..."

"그럴까?..."

"뭐... 혜주가 처지가 지금은 여의치 않지만... 그런 거 따지다 보면 아마 몇 년간은 이대로 계속 갈걸요..."

"... 근데... 수이는 혜주 친구 아니야? 그럼 혜주의 순결을 지켜주고..."

"참나... 아저씨 같은 사람 생겼으면 전 당장 아저씨하고 사랑부터 나눴을 거예요!"

"뭐?,.,,,,,,큭..."

",,,,"(잠시 내 수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에 수이가 자신의 얼굴에 뭐가 묻었는지 확인하 듯 손을 올려 볼을 만졌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갑자기 수이와 보미가 겹쳐 보였기에 난 웃게 되었다. 자신도 자신의 말이 조금은 당황스러운지 말을 하곤 얼굴을 조금 붉힌 수이다.

하지만 혜주와는 전혀 다른 현대적 여대생이 확실한 수이였기에 그런 건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수이는 첫 인상부터 어딘지 현실을 직시하며 즐길 줄도 알고, 과감히 넘길 줄도 아는 여자란 생각을 했던 나였기에 다르면서도 어딘지 보미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요? 왜 웃어요?"

"아니야... 미안...하여튼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나야 고맙네..."

"가끔... 정말로 아저씨처럼 행동하는 거 빼고는 다 합격이라니까요."

"그놈의 아저씨는..."

"아!!"

무엇인가 생각 난 듯 수이는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다...

"오. 왜?"

"아저씨... 혜주가 요즘 아저씨 뭐라고 부르는 줄 알아요?"

"응?"

"서방님이라네요...참나~."

"뭐? 서방?..."

"단 둘이 있을 때에는 아저씨라고 부르는 거 같은데... 그제부터인가?,,하여튼 반지 맞추고는 연신 서방...서방...아주 그놈의 서방을 입에 달고 다녀서..."

"...큭큭..."

수이의 말을 듣고 있자니 머릿속에 혜주의 얼굴이 그려진다.

나도 그런 혜주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혜주가 직접 불러주기 전까진 난 참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그저 상상만 하게 된다.

그리고... 혜주의 마음을 다시 상상해본다...

친구들에게 자랑하듯 날 서방이라고 부르는 혜주였을 것이고... 그런 혜주는 요즘 정말로 행복해 하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말이다... 혜주도 이럴 땐 영락없는 스물둘의 어린 여자아이인데 말이다... 그놈의 돈 때문에... 어느새 이런 젊음을 접어 둔 혜주라는 생각에 조금은 숙연해 진다...

"혜주는 지금 학교에 있나?"

"아뇨. 오늘 공강이라고 하는 거 같던데... 집에 들렀다가 매장 들어간다고 했어요."

"매장?"

"그 보미인지 보니인지... 그 언니 없다고 자기가 지켜야 한다고요."

"아!~~~...맞다...알바생만 요즘 가게 문을 열 텐데..."

"그래요? 아저씬 지금 퇴근하신 거예요?"

"응... 증인이 두 명 있어야 해서...아니다 빨리 매장으로 가야지..."

"크크... 나중에 집으로 가도 되죠?"

"응!...언제든지... 그럼 공부 열심히 해!."

"예~~"

수이와 헤어진 나는 매장으로 향하려던 발걸음을 옮겨 우선 땀으로 젖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집으로 향하게 된다.

혜주의 신분증도 받아야 신고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가게에 가 있을 혜주를 한시라도 빨리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집 앞에 당도했고 평소 버릇대로 문을 소리 없이 연 나는 양복 상의를 대충 벗고 넥타이를 풀어헤친 후 단번에 와이셔츠와 바지를 벗어 버렸다.

남은 팬티도 벗으려던 나는 잠시 멈칫했다. 혼자 있는 집안에서 오랜만에 나체로 이동하기가 조금 껄끄러웠기 때문이지만 어차피 혜주도 없는데...

완전한 발가벗음으로 변한 내 몸뚱아리로 거실로 나간 나는 잠시 혜주 방을 열어본다.

침대위에 어지럽혀 있듯 놓여 있는 가방과 옷가지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급하게 나갔으면... 이렇게 정리를 안 해 놓을 혜주가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며 조금은 성스러운 곳에 들어가려는 듯 손으로 내 사타구니를 가리고는 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 옷가지를 대충 정리한다.

흰색 티셔츠와 긴 반바지...그리고 팬...티... 브래지어...

'어...속옷은 왜...?'

아무리 급하게 나가도... 속옷까지 전부 이렇게 벗어놓고 나갈 리가 없는데...

이상한 기운에도 남자의 본능대로 혜주가 벗어놓은,,,따끈한 아주 작은 팬티를 들고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게 되는 나다. 그때... 거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난 대문이 열리는 소리인 줄 알고 화들짝 놀라 알몸에 있을 리 없는 주머니를 찾아 팬티를 집어넣으려 허우적대었고, 이내 주먹에 꽉 움켜쥐고는 혜주의 방에서 얼굴만 내밀며 거실을 확인했다.

머리를 다 말리지도 않았는지... 수건을 머리에 두른 채 황급히 욕실에서 뛰어나오는 혜주와 딱 눈이 마주쳤다.

"아...아저씨..."

"혜주야..."

혜주도... 알몸이다...

목선을 따라 흐르며 아직 다 닦아 내지도 않았는지 가슴에 맺혀 있는 물방울들이 커튼으로 가려진 창문 틈으로 세어 들어오는 빛줄기에 반사되듯 반짝이고 있는 탐스러운 가슴은 정말로 빛이 나는 듯 내 눈을 의심하게 한다. 거기에 앙증맞게 두 꼭짓점까지도 완벽하리만큼 양중앙을 앙증맞게 차지하고 있었기에 더욱 내 시선은 돌리지도, 움직이질 못하게 되었다.

잘록한 허리라인과 달리... 요즘 내게 돌아온 혜주는 너무도 맛있게 밥을 먹는지라 조금 붙은 살집으로 인한 내가보기엔 더 좋은 형태의 미끄러지듯 라인을 그리며 볼륨감 있는 골반과 엉덩이까지...

내 시선이 조금 더 내려가려 했을 때... 혜주는 그대로 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주저앉아 버렸다...

지금까지 봐온 혜주의 얼굴 중 어느때보다도 가장 빨갛게 변한 혜주의 볼을 보면서... 혜주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던 내 하반신을 내려다보게 된다.

혜주도 놀라 내 얼굴과 함께 본 내 분신은...이미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아를 가지고 있듯 혼자서 벌떡이며 천장을 향해 크게 힘을 주고 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나도 황급히 손을 앞으로 내어 사타구니를 가리는데...

너무 놀랐는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 있던 혜주가 상황을 파악하려 훔쳐보듯 잠시 고개를 들어 내 다리를 보는데... 혜주가 또 한 번 크게 놀랐는지 시선을 올리다가 이제는 몸까지 돌려 거실에 쪼그리고 앉아 내게 하얗고 호리병 같은 아름다운 등과 함께 깨물고 싶은 엉덩이를 그대로 보여주기 시작한다. 내 손에 들려 있는 자신의 팬티를 보게 된 것이다.

난 내 자지를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손을 앞으로 한 것뿐었고,, 내 손에는 혜주의 팬티가 들려 있었다.

다시 황급히 손을 뒤로 숨기는데... 이번엔 한손으로 다 가리지도 못하는 내 자지가...

어쩔 수 없이 다시 혜주의 방으로 들어가 문 뒤로 숨게 된다.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혜주에게 말을 건다.

"가게 안간 거야?"

"..."

잠시 나체간의 침묵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 상황에...우연이지만 혜주의 알몸을 봤기에 오히려 즐거워야 하는 게 정상인데... 당혹스럽다.

"얼른 옷 입어..."

"...나...나오셔야..."

"으.응??"

"옷이..."

"아!... 자...잠깐... 내 옷이 작은방에 있어서...눈 감고 있을게 옷 좀 던져줘..."

"..."

눈을 감은 채 한참을 기다리는데... 무슨 걸레 던져 놓듯 혜주가 문틈사이로 옷들을 던져 주고 있다... 문에 부딪히며 떨어지는 옷들에 눈을 떠 얼굴만 빠끔히 꺼내 혜주를 보는데. 여전히 몸을 쪼그리고 숨긴 채 자신도 눈을 감고는 옷을 던져주고 있는 게 아닌가...

문 뒤에서 서둘러 옷을 입고는...머릿속에 떠오르는 혜주의 알몸생각에 자꾸 눈이 밖으로 향하는걸 정말로 어렵게 참으며...잠시 그대로 서 있다...

급한 나머지 생각을 잘 못했다...

막상 옷을 입긴 했는데... 모든 혜주의 옷이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방안에 있다는 걸 깨달게 된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혜주를 불러들일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거실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는 혜주를 아무렇지 않게 거실로 나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혜주야... 옷 던질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내 머릿속에 생각나는 방법이라곤 이게 최선이었으니 말이다.

우선 내 손에 들려 있던 팬티를 조심스럽게 던져주고 침대 위에 놓여 있는 혜주의 옷들을 거실로 던져준다.

잠시 부스럭거리는 옷 입는 소리가 끝나고 혜주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온다... 시선도 못 마주치며 어색한 공간이 되어버린 혜주의 방안에서 나는 나가야 되는 내 상황도 잊은 채 혜주의 젖은 곧게 길게 뻗은 머리카락에서 은은하게 베어 나오는 향기를 맡게 된다...

빨개진 얼굴로 날 흘겨보던 혜주가 코를 벌렁거리며 눈을 여전히 감고 있는 날 기가 차다는 듯 잠시 바라보다가 내 팔을 잡고는 억지로 방밖으로 밀어낸다. 나도 모르게 몸이 말을 안 듣는...혜주의 머릿결에서 향긋하게 내 코를 자극하는 향기에 난 취해 잠시 버텨본다...

같은 샴푸인데... 왜 쓰는 사람에 따라 이런 향기의 차이가 나는 건지...

"으...응...나. 나갈게... 알았어 나갈게!..."

"..."

내 몸짓에 팔을 잡아 끌어당기던 혜주가 아쉬워하는 내 행동에 잡아끌기를 멈추곤 날 빤히 노려본다.

"무슨 냄새나요?"

"으응?? 응..."

"방금 씻었는데..."

자신의 팔을 들어 냄새를 맡는...

"아니... 냄새가 아니고... 향기가 너무 좋아서..."

"피... 아저씨랑 똑같은 샴푸에 비누 쓰는데... 뭐가 좋아요."

"그러게... 똑같은 제품인데, 사람마다 몸에 배어서 나는 냄새가 다른가봐..."

"아~,., 아저씨 저 목 많이 좋아졌죠? 겨우 며칠 만에...그러니까... 내일 의사선생님한테 안가도 되죠?!"

"응?? 내일이 벌써 검진 날인가?"

',,,예. 근데, 내일 잠깐 충남 좀 다녀와도 되요?"

"충남?,,, 거긴 왜?"

"..."

"그 놈 있는데 위험하게 왜 가는데?"

"안 위험해요... 갈 때마다 터미널에서 동생들하고 얼굴만 보고 와요..."

"동생?,,,"

"..."

"..."

잠시 내 넘쳐나는 행복에 요즘 혜주의 집안사정을 만각했다.

이런 행복을 죄로 여겼던... 혜주였기에 나는 쉽게 말리지도,,, 그렇다고 허락할 수도 없는 내 자신은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그럼,,,,같이 가자..."

"예??"

"같이 가자고,., 어차피 이제부터 동생들하고 친해져야... 나...나중에... 그러니까... 겨.결혼..."

"풋...큭큭..."

",,,,"

혜주 앞에서는 언제나 말더듬이가 되는 내 자신이 참 바보 같다.

멋지고 쿨한 모습을 보여줘야 여자들이 잘 따를 텐데... 사실 내 무관심으로 일괄한 행동으로 심대리도, 보미도 매력을 느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혜주 앞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솔직해지고, 바보가 된다.

"웃지 말고... 사람 무안하게..."

"음~~ 깜짝 놀랄 텐데..."

"...그럴까?"

"그럼요... 요즘 사건이 많아서 삼개월이 지나도록 못 만났는데..."

"..."

"그럼... 내일 아침 일찍 갈 건데... 회사는요?"

"그런 넌? 학교 안가?"

"벌써 교수님한테 부탁드렸죠!,,"

"크..."

"그러니까... 저 걱정 마시고 회사 다녀오세요."

"..."

"얼른 나가요. 저 옷 갈아입고 가게 나가봐야 되요!..."

"옷 입고 있잖아..."

"갈아 입으려고 벗어놓은거란 말예요..."

날 밀어내는 혜주로,... 나는 거실로 쫓겨나게 된다.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거실로 나오는 나지만... 그런 감정보다도 걱정이 앞선다...

충남에는 그놈이 있는데... 아무리 터미널에서 동생들을 몰래 만난다고 말을 하는 혜주였지만 세상에 꼭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항상 만나는 게 이치고 내 경우다...

내 경우에는 항상 그랬다. 골똘히 생각에 빠져 방바닥만 바라보고 있는데 언제 나왔는지 내 어깨를 가볍게 혜주가 두드린다.

혜주가 거실에 서 있는다... 여전히,,그리고 언제나 입고 다니는 분홍색 추리닝 세트를 입고 있다. 이제 제법 더운데... 팔까지 걷어입은 채 날 내려다보고 있는 혜주를 보게 된다.

"응?"

"저 다녀올게요. 근데 아저씨는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외근 나왔다가... 그냥 퇴근했어...근데 어디가?"

"어디긴요... 가게 가야죠. 한전오빠가 아저씨 걱정도 많이 했대요..."

"한전 오빠?"

"오한전!,... 가게 아르바이트 오빠요..."

",,,,아!,, 오군.,."

"보미언니랑 똑같아... 오군이 뭐에요?! 한전이라는 이름이 있는데...아니면 직책을 주던가..."

"근데 왜 네 오빠야?"

"예?"

당연히 혜주보다 나이가 많은 오군이니... 오빠가 맞는데 나는 괜히 심술을 부린다.

이 호칭은 정말로 내가 듣고 싶은 말인데, 언제부터 오빠라고 부르며 친하게 지냈을 혜주였다는 생각이 들어 질투를 하게 된다. 질투라는 감정을 느껴본적이 없는 나였기에 이게 질투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괜한 호기가 생긴다...아니 아집이 생겼다.

"아니 왜 오군이 오빠냐고!"

"그럼요?"

"그러니까..."

".,."

"그래! 오늘부터 오대리다!... 나도 진급했으니까 오군도 오대리라고 불러!."

"예?!"

"잔말하지 말고 오빠라고 다시는 부르지 마..."

"..."

날 빤히 쳐다보는 혜주는... 잠시 후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내 머릿속을 들어왔다 나갔는지... 내 모든 생각을 간파했다는 듯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내 앞에 갑자기 앉는 혜주다...

"아저씨..."

".,...왜?"

"질투해요?"

"누. 누가 질투를 해? ,,참나... 내가 지금 질투나 할 나이냐?!"

"그럼요?"

"그냥!... 그냥 오군이 네 친오빠도 아닌데 오빠라고 부르니까 그렇지!..."

"흠~~"

"무. 뭐!!?... 왜 콧방귀냐?"

"흠흠!!"

"...참나..."

"풋큭큭하하하하하하하"

"크게 웃지 마 또 목 아파져..."

속내를 들켰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마하듯 애써 화제를 돌리는 나다.

하지만 혜주는 내 그런 모습마저 귀엽다는 듯 나에게 바짝 다가와 앉는다... 사람 가슴 떨리게 말이다...

"오.왜...왜??"

"아저씨... 질투하는 구나..."

"아니라니까!!"

"에이~~"

"얘가 왜이래!! 나 서른 셋이야!! 참나..."

결국 나는 혜주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눈과 함께 몸을 돌리며 리모컨을 집어 든다. 텔레비전을 틀고는 여기저기 어지럽게 화면을 돌리는 내 행동에 혜주가 여전히 내 옆에 앉아 큭큭 대고 있다... 서선을 텔레비전에 고정한 채... 나는 빨리 혜주가 나가길 기다리게 된다.

"오빠..."

"..."

"오빠~~?"

"..."

"여...보..."

"!!"

리모컨을 들고 있는 내 손이... 너무 세게 쥐어 하마터면 혜주가 날 부르는 호칭에 리모컨을 부술 뻔했다.

그대로 귀를 세우곤... 혜주의 반응을 살피며... 나는 시선을 텔레비전에 고정하고 있다. 내 귀를 의심하면서 말이다. '여보'라는 말에도 내가 반응을 하지 않자... 혜주가 골이 난건인지 더 이상 날 부르지 않는다... 내가 먼저 속이 터질 거 같아 가만히... 겻눈질을 하게 된다...

날 빤히 올려다보고 있는 혜주의 볼은 약간은 붉어져선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다.

"왜?"

"그냥요... 아저씨 구레나룻가 멋져서요..."

"으. 응?? 싱겁긴..."

"크크... 오빠라고 계속 불러줄라 했는뎅... 역시 아저씨는 아저씨가 딱인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도... 오빠라는 소리가 좋다 뭐..."

"...그럼... 여...보는요?"

"..."

"싫어요?"

"아. 아니야!... 우리 호적상으로는 이제 부부잖아...그러니까...여보가 훨씬 듣기 좋...지..."

미소를 띤 채...날 바라보는 혜주의 시선은... 꼭 아이를 쳐다보는 엄마처럼 보였기에 난 이상하리 만큼 창피함을 크게 느끼게 되었다.

"어휴... 나잇값도 못하네..."

"헛... 아저씨가 왜요?"

"...그냥..."

"전... 듬직한 아저씨가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데요..."

"..."

"이러다가 택배 아저씨 그냥 가겠어요. 저 다녀올게요.,. 쪽~~~~~~~"

혜주가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해준다.

그리곤 서둘러 집 문을 열고 나간다.

손으로... 볼을 어루만지게 되는 나다.

혜주에게 요즘 하루에 한번이상 받는 뽀뽀는 어느새 내 생활의 일부가 되어 날 설레게 한다. 물론 혜주의 몸을 떠올려보면... 이것보다도 훨씬 더 대담하고 자극적인 짓을 하고 싶은 나지만 혜주에겐 차마 내 욕구를 채우기 위한 수단을 노골적으로 표력할 수 없는 나였다. 이상하리만큼 인내심이 강해지는... 뭐라고 설명을 할 순없었지만 아마도 혜주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혜주와 남은 평생 동안에도 혜주를 탐하거나 범하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혜주는 내게 단순한 아내가 아닌...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신이다.

볼을 어루만지며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던 나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혜주를 따라 서둘러 남방을 입게 된다.

지금 가게에는 보미가 없다. 오군이 혜주에게 관심을 두고 있는걸 알고 있는 나였고, 거기에 내 가게의 음란한 속옷들과 함께 삼구가 보내준 성인용품까지 즐비해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신발을 신고 나가게 된다.

허겁지겁 가게에 도착한 나는 무의식적으로 발소리를 죽여 계단을 내려가게 된다.

문을 열어놓고 있는 매장 안에서 연신 떠들고 있는 오군의 목소리가 내귀에 들려왔다. 그자리에 멈춰선 나는 잠시 매장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럼? 진짜 사장님하고 결혼한 거예요?"

"예."

"아니! 내 말은 결혼식도 안 올렸잖아요...그러니까...참나!... 혜주씨가 뭐가 아쉽다고 그런 중년노땅하고 결혼한 건데요?!"

주먹에 불끈... 힘이 들어간다...

역시 저 새끼는... 보미가 싫어하는 이유가 있었나 보다... 당장이라도 뛰어 들어가서 잘라버려야 갰다는 생각을 하며 발을 옮기려는데 혜주의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강한 어조의 말투가 내 귀를 의심하게 한다.

"왜 울 여보가 노땅인데요?!!"

",,예?...여보?,,,,"

"오대리님! 아무리 나라님 없는 자리에선 욕해도 된다고 해도 말이 너무 심하시네요!"

"...아니요... 제 말은 혜주씨가 뭐가 아쉽다...고..."

"울 여보가 훨~~씬~~~~ 더 아깝거든요!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참나."

"기분 나빠요 그 '참나'라는 말도!"

",,,,,"

"..."

잠시 동안의 정적이 매장 안에 흘렀다.

나도 놀라고 있는데... 오군은 어떻겠는가... 언제나 친절하고 귀엽다고만 생각했던 혜주였는데...

그러나 놀라움은 그런 혜주의 새로운 행동 때문만은 아니다. 뭔가가 가슴속에서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 못하며... 연신 입가에 번져가는 미소를 겨우 진정시키고 있는 나였다.

그때 조금은 너무했다는 생각을 했는지 방금전과는 달리 잔잔하며 낮은 혜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오군의 말에 또 발끈한다.

"죄송해요... 오대리님."

"...아니요. 제가 말이 좀 심했나봐요...그런데 정말로 궁금해서 그런데... 혹시 사장님 돈 많아서 결혼한 거예요?"

"오대리님... 저 오대리님한테 실망할거 같아요..."

"...미안해요... 정말로 그냥 궁금해서 그래요."

침을 조심스럽게 삼키게 된다.

난 혜주에게 모든 것을 퍼줄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혜주의 마음을 움직이는 내 조건 중에 오군의 말도 한몫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였고, 사실 그게 가장 큰 차지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을 한번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 분명할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오군의 질문은 어쩌면 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짐을 날려버릴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조용히 벽에 기대어 귀를 기울이게 된다.

설령 혜주가 그 이유도 한몫을 차지한다고 해도,, 그건 혜주의 절박한 상황에서 당연한 것이기에 상처받을 내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그런데... 한참동안 조용한 매장 안이었고, 그런 침묵에 오히려 내 가슴이 조여 온다.

그리고 십여 분이 지난 후에야... 오대리도 전표정리를 하고 있는지 종이 움직이는 소리만이 퍼지던 매장 안에서 혜주의 작은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 왔다...

"오대리님...그렇게 생각해요?"

"...예?"

"제가... 울 여보한테 돈 보고 시집온 거 같다는 생각이 드냐고요..."

"...그렇지 않으면... 나이차도 많이 나고... 어딜 봐도 혜주씨..."

"휴~~"

"..."

"..."

또 몇 분간의 침묵이 이어진다... 한마디한마디가 이어질 때마다... 나도 모르게 주먹에 식은땀이 생겨나 적시기 시작했다.

지금 둘의 대화에 내가 주제였기에 더 그렇겠지만... 혜주는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지 말을 쉽게 이어가질 못한다... 그런 혜주였기에 무겁게 날 그 자리에 세워두게 만들었다.

"그렇구나..."

"...그럼 아니에요?"

"...그렇게 보였다면 그런가보죠..."

"그건 무슨 말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아저씨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건 아니죠."

"예?"

"사장님처럼 나이가 들면 주위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본업도 은행원이잖아요. 거기다가 아까 혜주씨가 사장님 진급했다고 자랑했잖아요. 그런데 나이차이로 보나 외모로 보나 이건 완전히 돈으로 여자 산 것밖에 안되는데... 아무리 혜주씨가 그렇게 생각해도 사장님은 아닐걸요..."

"..."

이게 무슨 말인지...

갑자기 삼천포로 내 의사와는 정 반대의 얘기를 시작하는 오군의 말에 황당함을 느끼며... 가만히 생각에 잠긴다. 혹시 내가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 말이다.

그러나 역시 전혀 아니다!

"그럴까요?"

"그럼요... 나이차이가 띠동갑인데!. 사람들이 곱게 보겠어요? 혜주씨야 불쌍한 희생양이지만... 사장님은 도둑놈을 넘어서 사기꾼이 되는 거죠... 아마 은행에서 욕도 먹을걸요."

"저희 띠동갑 아녜요! 11살밖에 차이 안나요!!"

"11살이나 12살이나...그게 문제가 아니고... 혜주씨는 지금도 나이보다 더 어려 보이는데..."

"..."

"그리고! 사장님 보미씨랑도 썸싱이 있던데... 혹시 혜주씨도 알아요?"

"..."

이 새끼가...

"보미씨랑 잘 해보려고 했는데... 자꾸 사장님 눈치 보는 게 이상하더라고요. 거기에 혜주씨처럼 순진한 여자가 사장님 마음에 들겠어요? 혹시 제대로 뭐라도 해봤어요?"

"오대리님... 그만해요... 진짜 기분 나빠질라해요..."

"너무 아까워서 그래요... 혜주씨처럼 순진하고 순수한 여자가 뭐가 아쉽다고..."

"그만하세요!!"

'쿵!'

뭔가를 책상에 세게 내려놨는지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또다시 적막감이 매장안에 스며든다.

이번엔 오군도 쉽게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걸로 봐서 혜주가 정말로 무섭게 노려보는 듯 했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내가 발걸음을 옮기려 했을 때 들려온 충격음이었기에 나는 다시 그 자리에 서있게 된다.

"오대리님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똑같네요."

"예?"

"제가 겪어봤던 나쁜 사람들하고 똑같다고요!. 우리 여보는 안 그랬어요!. 그리고 저보다 훨씬 울 여보가 훌륭하거든요!! 마지막으로!! 제가 돈 보고 결혼한건 줄 아세요?!!"

"..."

"여보가 돈 없으면 제가 벌면 되요!. 저 지금까지 남한테 의지한적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

말을 하던 혜주가 말끝을 흐린다...

당장 동생들 건으로 자의든 타의든 간에 내게 도움을 받을 거라는 걸 알고 있고 절실한 혜주다...그리고 아무리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거짓말을 못하는 혜주라는 걸 난 알고 있다. 그렇기에 자신이 살아온 방식에 대해선 자신 있게 남에게 얘기를 했지만,, 앞으로의 일에 대하서 더 이상 말을 잇질 못하는 듯 느껴진다... 혜주의 침묵에 괜히 가슴에 죄스러움이 스며들며 심장을 아프게 한다. 혜주는 당당한 게 가장 자랑이었는데...그걸 내가 깨버린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왜요? 정말로 결혼한 이유가 금전적인거랑은 상관없나요? 그건 아니죠?"

"...아니예요! 저... 울 여보 정말로 사랑해서 결혼한 거예요!!!!!!"

"..."

"저 갈래요."

어떠한 변명이나 해명보다도 혜주의 마지막 말은 몰래 숨어서 훔쳐듣고 있는 내 가슴을 이해시키기에 충분하고 넘친다. 이런 상황에서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기보다는 차라리 진실로 알아주던 말든 얘기를 끝내는 혜주가 혜주답다는 생각을 하며 멍하니 매장의 입구를 바라보고 있는데... 나오던 혜주와 딱 눈이 마주쳤다...

지금까지 겨우 참고 있었는지...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담으며 걸어 나오던 혜주의 눈동자는 날 발견하게 되자 주르르 한줄기의 눈물로 변해 볼을 타고 흘러내리게 되었다...

나는...혜주에게 다가가 손을 올려 볼에 묻어나는 눈물을 닦아주고는 혜주의 손을 잡고 매장 안으로 들어간다.

"사.사장님..."

"음... 너 짤리고 싶냐?!"

"예.예??"

"지금 얼마 받지? 월급 올린 지 별로 안됐지?"

"예..."

"일 잘해주는 건 고마운데... 울 혜주 울리면 내가 널 어떻게 해야겠냐?!,, 그리고 이렇게 자꾸 이간질 시키는 직원 내가 매장에 계속 둬야겠냐? 말아야겠냐?"

"..."

"잘 생각해보고... 문 닫고 퇴근해라. 그리고 내일은 문 열기 전에 답을 확실히 전화로 해라. 내 인맥알지?!. 삼구사장은 나보다 더 넓어... 이 장사 본격적으로 하는 놈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겠지만... 협박은 아니고 잘 생각하라고..."

"..."

"난 솔직히 너 좋아하거든... 그러니까 다시는 혜주한테 쓸데없는 말이나 울리는 일 없을 거 같다는 답 나오거나 아니라도 꼭 전화해라...알겠냐?!"

",,,,,,예."

혜주의 손을 잡고 있었기에 난 그대로 발걸음을 옮겨 혜주를 데리고 매장을 나온다.

아직도 눈물을 담고 있는 눈으로 고개 숙인 혜주를 보며 괜히 장난이 치고 싶어지는 나다. 그만큼... 마지막 혜주의 말은 내게 행복을 안겨줬다.

아무리 오군이 혜주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했을지언정 말이다. 솔직히 혜주의 신심어린 말을 듣게 해준 오군이 약간...아주...발톱의 때만큼은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보~~~"

"..."

"여! 보~~"

"하지 마요."

"왜 그래~~ 여봉~"

"씨~... 하지 말라고요."

"울지마용~ 여보~~"

"아저씨!... 저 진짜 화내요!"

"큭큭... 참나... 내 앞에서는 그렇게 어렵게 말하더만... 남 앞에서는...아!! 수이 앞에서는 서방님이라고 부른다면서?!!"

"어!~~. 그건 어떻게...??"

"큭큭큭..."

"씨... 수이 이것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웃지마요..."

"앞으로 집에서는 무조건 여보라고 불러라!"

"싫어요."

"응? 왜?!!! 남 앞에서는 그렇게 잘만 부르더만!"

"차. 창피해요..."

"뭐가?"

"하여튼 싫어요..."

"큭..."

"아!!..."

"?.왜??"

갑작스럽게 혜주가 걸음을 멈췄기에 나도 덩달아 길 한복판에 멈추게 된다.

뭔가가 생각 난 듯 혜주는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사...사진 찍어야 되는데..."

"응? 사진? 무슨 사진??"

"..."

"아! 사진!~~"

"..."

"그걸 혼자 어떻게 찍으려고?"

"타이머..."

"응?"

"타이머로... 찍으면 되요."

"참나... 그게 그렇게 해서 찍히겠냐?!... 됐어 보미 오면 그때 찍으면 돼!"

"게시판에... 왜 사진 안 올라오냐고... 매출도 떨어졌단 말이에요..."

"얼마나?"

"...2%."

"참나... 얼마나 떨어졌나 했네... 됐어..."

"안 돼요... 한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타격이 크단 말이에요."

"그럼... 내...내가 찍어줄까?"

"..."

"됐다... 나도 몸 혜주 남한테 보여주기 싫어."

"...가요."

"응?"

"사진찍으로 가요..."

"아니야. 내가 싫다고..."

"아저씨... 절 아껴주시는건 고마운데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것밖에 없어요...이것마져 하지 말라고 하면 전 뭘해요?"

"..."

혜주의 표정은 이미 결심을 굳힌 듯 진지함이 묻어나 있다.

윤기나는 작고 붉은 분홍색 입술을 굳게 다물고 똑바로 큰 눈으로 날 바라보는 혜주의 시선은 이미 내가 만류한다고 해서 결심을 꺾을 수 없을거라는 생각을 하며... 뒤로 돌아 왔던 길을 다시 걸어가게 된다.

오군은 퇴근을 했는지 매장 문이 잠겨 있다.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는 혜주의 손이 떨리고 있다는 걸 난 볼 수 있었고, 그런 혜주였기에 지금 얼마나 동요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문을 열고는 들어가는 입구의 형광등 스위치를 켠다. 뒤따라 들어가는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매장 안이 넓어 보인다.

먼저 눈에 들어온 가장 안쪽의 벽면상단에 걸려 있는 백스크린으로 시선을 옮기게 되었고 처음으로 혜주의 사진을 찍었던 그날이 기억에서 떠오른다.

어색하면서도. 흥분이 되었던 그 시간을 지워보려 시선을 옮기는데 혜주가 입고 있는 상의를 테이블에 벗어 올려놓고는 구석에 쌓여 있는 상자가 아닌 컴퓨터가 놓여 있는 책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멍하니 혜주만 바라보는데... 서랍을 열고는 비닐에 아직 담겨 있는 제품을 꺼내선 테이블에 올려놓는 혜주다. 아마도 혼자 사진을 정말로 찍으려고 했던 모양으로 이미 신제품 중 몇 가지를 골라놓은 듯 보인다.

나와 혜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비닐봉지들을 같은 시선으로 보고 서 있었다.

"아저씨...잠깐만 앉아 계시면 안 돼요?"

"응..."

혜주가 가리키는 책상의자에 앉았고, 등 뒤로 들려오는 옷 벗는 소리와 함께 혜주의 몸짓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나다... 가슴이 터질 듯 쿵쾅거리는걸 숨기며 나는 괜한 카메라만 켰다 껐다를 반복하고 앉아 있었다.

"저.저기..."

",,,"

혜주의 떨리는 음성에 고개를 돌리게 된다.

아름답다.

비록 음란하고 섹시한 속옷세트를 입고 있었지만 음란함이라는 단어는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섹시하게만 보인다.

혜주에겐 필요없을거라고 생각했던 분홍색의 가슴을 모아주는 뽕이 들어 있어 그렇지 않아도 큰 혜주의 가슴을 힘겹게 받치고 있는 압부분과 등의 끈에서 X자로 교차하여 조금은 특이한 브래지어와 전면이 레이스로

되어 있어 탑형식의 작은 분홍색 팬티는 혜주의 골반과 함께 허벅지로 이어지는 얇은 레이스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혜주의 햐안 속살이 비취는 듯 보여 더 섹시하게 보인다.

그리고... 혜주의 손으로 가려진 팬티의 중심에 보이는 작고 얇은 희미하게 보이는 숲들에 내 시선이 고정된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속옷 세트만을 걸치고 있는 혜주 그런 내 시선이 너무 창피한지 한손으로 가리던 팬티의 중심을 한손을 더 보태어 완전히 가린다. 양손을 모아 가리는 혜주의 행동은 내게 다른 즐거움을 주게 된다... 브래지어로 모아진 가슴이 팔뚝의 형태로 더 모아지는...

나는 다시 몸을 약간 비틀어 돌릴 수밖에 없다... 혜주에게 내 본성을 들킬까봐 몸을 돌려 이미 크게 발기한 내 하반신을 숨기며 이성을 되찾으려 무지하게 노력한다.

"..."

",,,,,,그.그만 봐요."

"미...미안..."

어색함이 우리 둘 사이에 일어난다.

처음 혜주를 만났던 내 운명의 사건도... 이 속옷 모델로 시작했는데... 그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으로 혜주를 보게 되자 나도 모르게 연신 감탄을 하게 된다.

잘록한 허리와 볼륨 있는 가슴과 엉덩이가 도저히 스물둘로는 보이지 않는...거기에 단정하게 뒤로 말아 묶어 올린 혜주의 머리카락은...이런 혜주의 섹시한 몸과는 너무도 안 어울리게...

아니 귀엽고 아름다운 얼굴자체가 몸매와는 잘 매치가 되질 않는다...

역시 삼구 놈이 여자 보는 눈은 정확하다...한 번도 안 봤으면서 벗겨보면 볼륨감 짱일 거라는 삼구의 말을 되새기며 난 계속해서 혜주의 몸을 음미하듯 쳐다보게 되었다.

"자...잠깐만요..."

"응?"

"도. 도저히 안 되겠어요...나중에 혼자 찍던가해야지..."

역시 혜주는 창피한지 내 시선을 피해 테이블에 벗어놓은 분홍색 추리닝상의를 서둘러 입고는 지퍼를 끝까지 올렸고, 분홍색 팬티와 우연히 매치된 팬티와 탄력 있는 허벅지만이 내 눈에 들어왔기에 아쉬움이 섞인 시선으로 혜주를 바라보게 되었다...

"휴...나도 안 되겠다... 사진은 나중에 찍자..."

"..."

"사진이 문제가 아니야...이러다가 나 정말로 이상해질 거 같아서 그래..."

"..."

내 말에 멀뚱히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연신 입을 삐쭉거리기 시작한 혜주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방금 전까지의 긴장감과 다른 감정을 느끼며 날 흘겨보기까지 하는 혜주였다.

"왜?"

"아저씨... 보미언니 사진 찍을 때도 이상해지는 거 아니에요?"

"보미?,,,,,"

"예!... 아저씨...보미 언니랑 만났었죠???

"...사귄 건 아니고..."

갑작스런 혜주의 말에 당황하며 혜주를 보는데... 자신의 복장에 대한 생각은 이미 물 건너간 듯 이내 나를 뚫어져라 보며 의자에 앉는다. 앉는 자세로 가는 발목이 먼저 내 시선을 사로잡았고, 거기에 이어지는 탄력 있는 종아리와 무릎...그리고 곧게 뻗은 허벅지가...

"아저씨!"

내 한눈파는걸 단번에 알아 챈 혜주의 호통에 시선을 혜주의 얼굴로 옮기게 된다.

"정말로 사귄 건 아녜요?"

"으. 응... 그냥..."

"그냥요?"

"과거 가지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제일 못난 사람이라던데..."

답을 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말을 돌리는 나다. 혜주도 이미 알고 있는 보미와 나의 행적을 내 입으로 밝힐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게 과거운운하게 된다.

도망갈 곳이 없으니 엉뚱하게 튀는 고무공처럼 나는 오히려 혜주에게 핀잔을 주듯 말을 이어갔다.

"내 나이가 서른셋인데... 솔직히 내 나이동안 여자랑 한 번도 그런 거 안 해봤다면 그게 이상한거지...거기에 우연히 보미가 껴 있는 거고..."

".,..."

"뭐야? 이번엔 네가 질투하는 거야?!"

"...아니요... 저 질투 안 해요."

"..."

"아저씨가 저 만나기전에는 다른 사람 이었다면서요... 그러니까 전 아저씨 만난 이후의 아저씨만 알거에요..."

"..."

"후~~...아저씨 도저히 안 되겠어요...집에 가요..."

"그래...가자..."

혜주는 남은 추리닝 바지를 입고는 서둘러 매장을 빠져나간다.

예전에 보미와 내가 혜주를 깔고 앉았던 소파를 보더니 내가 겁이나나보다...

매장을 나섰을 때 혜주가 날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는 다시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조금은 허무함을 느끼며...머릿속에 방금 혜주가 입고 있었던 섹시 란제리가 생각이 나서 다시 반응을 하려는 내 아랫도리였기에 애써 혜주와 얘기를 하려고 한다.

"내일 갔다가 몇 시에 와?"

"음...저녁 먹고 오면... 한 11시쯤 될 거 같은데요."

"그렇게 늦게??"

"보통 그 정도에 도착해요..."

"도저히 안 되겠다... 같이 가자..."

"큭... 회사에서 그러다가 진짜 잘려요..."

"회사가 문제냐?!"

"헛...아저...아니! 여...보가 그렇게 무책임한 말을..."

"..."

"큭큭...걱정 말아요. 이번이 처음도 아닌걸요."

"그래도..."

"근데...요...이건 다른 얘긴데..."

"응?"

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혜주가 머뭇거린다.

"아저씨도 막 그래요?"

"뭐가?"

"보미...언니...때..."

"보미 얘기는 하지 좀 말아라...나 혜주 입에서 보미 이름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아..."

"풋..."

"진짜라니까..."

"알겠어요... 근데...남자는 참는 게 괴로워요?"

"응? 뭐가? "

"그...그거요..."

혜주의 말에 내 발걸음이 멈췄다.

이게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하는 생각으로 혜주를 바라보게 된다. 물론...괴롭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나는 이미 결심한 상태가 아니냔 말이다.

혜주를 지켜주고 아껴주기로 말이다.

"아. 아니요...수이가...남자한테는 고문이라고...한 지붕 아래에서 같이 살면서..."

"..."

"저...전... 잘 몰라서...그런 건 한번도 해본 적 없단 말이에요..."

"..."

"말 좀 해봐요!...무안하게 지금 입을 닫으면...어...떻...게해요..."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붉어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혜주다...

혜주의 입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는 게 신기하고 귀여워 그냥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는데 혜주는 놀란 내 얼굴에 자신이 말실수라도 한건 아닌지 걱정이 들었나보다.

혜주는 고개를 숙인 채 이 무안한 자리를 피하려는 듯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내 팔의 옷깃을 잡고는 다시 걸음을 옮기려고 노력한다.

난 혜주의 손에 디끌려 천천히 다시 걷게 된다...

그러나 이런 혜주의 모습에 어찌 웃음을 참을 수 있겠느냔 말이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참고 있는 웃음소리가 입 밖으로 세어 나왔다.

"큭큭큭..."

"씨...다시는 얘기 안 해..."

"하하하하하하하하"

"웃지 말라니까..."

"큭큭...왜? 수이가 뭐라고 했는데?"

"...몰라요."

"궁금해서 그래... 응?~!~ 뭐라고 하던?"

"모른다고요...치!~... 사람 놀리기만 하고..."

"혜주야... 그런데 진짜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내 진지한 말투에 그제야 혜주가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본다.)

"정말로 남자친구 한명도 안 사귀었어? 아니...너 같이 예쁜 얘가...어떻게 남자를 한명도 안 만날 수 있었는지...궁금해서..."

고개를 돌려 걸어가는 길목의 앞을 보며 혜주는 말을 이어간다.

"초등학교 때 이후로...여중에 다음은 여고...거기에 여대까지...대학교 때에는 기숙사에서 지내서 주말에는 꼭 집에 내려갔거든요..."

"음...그래도 남자들이 많이 쫓아 다녔을 거 같은데..."

"큭큭... 맨날 보미가 그러던데요. 낚시를 하려면 하다못해 냇가라도 가야 된다고... 그런데 전 밖에 나갈 시간이 없었어요..."

"..."

"1학년 때 아버지 그렇게 떠나시고...1년 동안 학교 다니면서...학교 구내식당에서 아르바이트 했거든요..."

"구내식당? 밖에가 아니고?"

"구내식당이 해택이 많아요...그리고. 밖에 나가면 돈 쓰잖아요."

"...그럼...일할 때에는... 혜주 노렸던 남자 많다고 동민장 아저씨들이 나 무지 경계하던데..."

"큭큭...그게... 전부 무서운 눈으로 절 바라봐서...그리고 동미장분들이 저 지켜주셨잖아요."

"..."

한때... 나도 그 남자들과 같은 눈으로 혜주를 봤던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다행히 특별이 생각나질 않았기에... 한숨을 쉬며 다시 혜주와 걷기 시작했다.

"그랬구나..."

"...그...그러니까... 마...말 하세요..."

"응? 뭘?"

"그...그거..."

"그거라니?"

"너무 못 참겠으면...저...노...노력해볼게요..."

노력?,.,,섹스를 노력해서 한다는 혜주의 말에...어이가 없음을 느끼며,... 왠지 모를 분노를 느끼는 나다...

솔직히...혜주와 그렇게 같이 아침을 맞을수만 있다면 내 모든것을 줄 생각까지 있었지만, 이건 아니다...친구에게 휘둘려 자신의 중요한 처녀성을 이렇게 내 기분에 맞춰 노력해본다는 말로 간단히 자신을 말하는 혜주는... 솔직히 내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몸이라도 받치려는 혜주의 생각처럼 느껴졌기에 기분이 그리 좋지 않다.

"노력한다는 게 뭔데?"

"..."

"그럼 지금 하자..."

"예??!!!!!"(내 말에 화들짝 놀라며 날 바라본다.)

"왜? 말하라며...가자..."

"..."

나는 혜주의 손을 잡고 그대로 집으로 향했다.

그리곤... 집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혜주를 거칠게 현관문으로 밀어 기대게 만들었다. 날 흔들리는 눈으로 바라보던 혜주는 정말로 반항을 하지 않고, 떨리는 눈을 천천히 감기 시작했다. 혜주는 이런 것까지 각오를 하며 내게 주려는 듯 눈을 감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하려는 행동이 지금까지 겪어본 뽀뽀가 다인 줄 아는 혜주일리는 없겠지만...그렇다고 자세히 알지도 못 할 텐데...

무작정 친구의 말을 듣고 아직 각오도 다 다잡지 않고 내게 몸을 맡기려는 혜주가...정말로 이런 상황이 기쁨보다는 원망과 함께 슬픔까지 전해졌다.

나는 천천히 혜주의 고개를 손으로 올려 지금까지처럼 입술에 입술을 가볍게 포겠다.

부드럽고 윤기 나는 혜주의 입술은 역시 언제나 맛과 향이 느껴지는 감촉으로 내 입술에 닿았다... 입술을 맞대고 있던 나는...천천히 입술을 움직인다. 지금까지 한 번도 혜주에게 해본 적 없는...입술의 움직임으로 혜주의 입술을 덮고 움직이자... 혜주가 손을 주먹을 쥐며 긴장하듯 자신의 가슴위에 올린다.

난 상관없다는 듯 이제는 입술을 살짝 벌려 혀로 혜주의 입술을 핥기 시작했고, 굳게 다문 혜주의 입술과는 달리 주먹은 떨리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혜주의 입술사이로 내 혀를 집어넣으려 하자... 입술을 더 꽉 다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혜주였기에 나는 손을 올려 혜주의 주먹을 쥐고 있는 손을 감싸 잡으며 천천히 내렸고, 부드럽게 깍지를 껴준다. 아무리 경고성 내 행동이라도 우선 혜주의 벽을 허물필요성을 느낀 내 행동으로 우리 사이에 있던 혜주의 손이 사라지자...혜주는 좀 더 문에 기대며 내게서 떨어지려 했고 그런 혜주를 난 쫓아가듯 몸을 밀착시키며 혜주의 입술을 계속해서 빨기 시작했다... 혜주의 코에서 몰아쉬듯 뜨거운 숨결이 뱉어져 나온다. 그 타이밍에 맞춰 나는 다시 한 번 혜주의 입술사이로 혀를 밀어 넣었고 이번에는 혜주의 입술사이로 내 혀가 들어갔다.

혀가 혜주의 이빨에 닿는다... 당연히 입을 벌려 내 혀를 받아들일 줄 모르는 혜주였기에 나는 입술중의 깊숙한 입술안쪽을 혀로 자극하듯 움직이며 작은 혜주의 입술을 완전히 덮치듯 입을 벌려 포겠다.

혜주가...내 자극적인 입놀림에 다리에 힘이 풀리는지 연신 휘청거린다...

이것이 진정한 키스라는 걸 알려주듯 진하게 키스를 하며 혜주의 얇은 허리에 손을 둘렀고,, 깍지를 끼고 있던 손을 놓고 천천히... 혜주의 목을 감싸 쥔다...

키스를 하며... 숨쉬기도 버거워하는 혜주를 느꼈기에... 나는 입술을 때어 혜주의 턱을 지나 잡고 있는 목으로 입술을 옮긴다... 그리고...천천히 잡고 있던 손을 내려 혜주의 가슴을 옷 위에 올려놓는다... 아무리 내 의도가 순수하다고는 해도 역시 몸은 정직했다. 혜주와 밀착했을 때... 내 커진 물건이 혜주의 몸에 닿았고...혜주가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의식적으로 허리를 뒤로 빼려한다.

"아...아저씨..."

혜주의 뜨거운 숨결과 함께... 떨리는 목소리가 내 귀를 간지른다...

여전히 입술로 혜주의 목을 간지르며 가슴에 얹었던 손을 올려 내려가다 만 추리닝상의의 지퍼를 잡고 천천히 끌어 내린다... 가느다란 목의 중심에 선명히 보이는 쇄골과 그리고 풍만한 가슴이 더 모아져 도드라지게 돌출된 가슴사이로 보이는 가슴골까지...혜주는 급히 나오느라 매장의 야한 란제리를 그냥 입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평소보다 훨씬 더 볼륨감과 함께 아름다운 형태로 모아진 가슴이 지퍼를 내리는 내 손에 그대로 느껴졌다.

혜주도 느낀다. 내 손이 스쳐지나가듯 가슴에 닿자... 손을 다시 주먹을 쥐며 자신의 추리닝을 부여잡고는... 방금전과 마찬가지로 벽에 기댄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행동이 역력했다...

결국...

"아...아저씨...무...무서워..."

내 얼굴이 점점 더 내려가... 혜주의 쇄골을 지나 가슴위쪽에 닿았을 때...혜주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날 부르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 왔기에... 그제야 난 얼굴을 때며 혜주의 얼굴을 바라보게 된다.

눈물을 글썽이며...2/3까지 내려간 지퍼사이로 가슴의 아름다은 중앙을 들어내고 있던 혜주는...떨리는 양손을 모아 가슴중앙에서 맞잡았다...

다시 바리케이드를 치듯 자신의 몸을 가린 채 혜주가 울먹인다...

난 혜주에게 약간 떨여저서 정말로 진심을 담아 혜주에게 말을 시작했다.

"무서워?"

"..."

"혜주야... 난 혜주가 원하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참을 수 있어...지금과 같은...이상한 생각하지 말고...혜주처럼,,,혜주답게 행동하는 게 난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

"수이랑 보미는... 혜주가 아니잖아? 내가 정말로 갖고 싶은 건... 어느누구도 아니고 혜주 바로 너야...알겠니?"

내 잔잔한 목소리와...그리고 진심어린 눈빛으로 얘기를 하는 걸 혜주도... 느꼈는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맺혀있는 눈물을 손으로 닦는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 흠칫 놀라는 혜주의 몸이 아닌 지퍼를 조심스럽게 잡고는 천천히 위로 올려준다. 다시 완벽하게 가려진 혜주의 몸을 보며 약간은 무심하게 신발을 벗고 거실로 향한다.

정말로...

이게 내 일생일대의 후회스러운 일이 될지도 모르지만...자신에게 감탄과 경려를 보내며 뿌듯해 하는 나는 텔레비전을 켜곤 애써 지금 달아오른 흥분을 가라앉히려 애를 쓰고 있다.

혜주가 조심스럽게 다가와선...내 옆에 벽을 기대고 앉았다...

그리곤...수줍은듯 조용히 얘기를 하는 혜주다.

"무...무섭기도 했지만... 이상했어요..."

가만히 텔레비전을 보던 나에게 혜주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뭐가?"

"그...그게... ...몰...라욧..."

말을 하다가...가뜩이나 붉어진 얼굴을 더 붉히며 후다닥~~~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혜주는...문을 닫아 버렸다...

나는 멍하니 문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이내 옆에 놓여있는 버리려다가 혜주가 절대 안된다며 고집을 부려 남겨진 커다란 검은색 가방을 보고는... 감정을 못 이겨 끌어안고는 거실에서 이리저리 뒹굴기 시작했다...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가방을 꼭 혜주를 안는 나처럼 말이다...

문득 거실에 뒹굴던 나는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만 위로 올려본다. 혜주의 문이 열려 있었고 혜주가 놀란 듯 입을 손으로 가린 채... 날 커다란 눈망울로 바라보고 있다.

옷만 갈아입고는 한참동안 나올 거 같지 않던 혜주가 날 내려다보고 서 있다.

"어...어흠...이...가방이 왜 여기 있냐..."

가방을 던져놓듯 벽에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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