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변화
끝내 전화기의 통화버튼을 누를 수 없었다.
아무리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고는 해도 핸드폰의 통화버튼을 누르는 순간 들려올 음란한 신음소리에 지금 상황에서 뭘 어쩐단 말인가.
몇 번이나 더 울리던 핸드폰이 조용해졌고, 다시 서먹해진 매장 안에서 서로 말도 없이 앉아 있게 된다.
혼자 있었다면 내가 딱 좋아할 분위기였지만 나보다 한참 어린 여자와 같이 있는 지금 공간에 이런 공허한 분위기는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국 먼저 말을 시작한건 나였다.
"집은 어디에요?"
"예?...지...집은 왜요?"
"아니...아무리 급하게 뽑힌 다고해도 지금 이력서를 가져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채용할 순 없잖아요?. 채용하면 오늘부터 당장 여기 보조키를 드려야 할 텐데..."
"..."
"그럼 학생증이라도 줘봐요."
"학생증... 휴학한지 1년이 넘어서 안가지고 다니는데요."
"그럼 주민등록증은요?"
"그건 있어요..."
그녀가 들고 온 큰 가방을 뒤적이다가 지갑을 꺼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하늘색 두툼한 장지갑이 내 눈에 들어왔고, 내용물을 내게 보여주기 싫은지 조심스럽게 조금 열고는 주민등록증을 꺼내 내게 건네준다.
80년생... 장혜주...나와는 정확히 11살 차이가 나는 22살의 꽃다운 나이가 맞았다.
그렇다면 지금 대학교 3학년으로 마지막 4학년이 되기 전에 한창 놀러 다녀야 하는 게 맞는데, 어떤 사유로 여자로선 하기 힘든 속옷 모델을 지망했는지 정말 궁금해졌다.
프린트 해온 종이를 보니 이미 우리 매장까지 인터넷으로 둘러본 게 확실했고, 보기엔 너무 순진해 보이는 그런 여물지 않은 풋풋함까지 보이는 여자였기에 더군다나 일반 속옷처럼 가릴 거 다 가리는 그런 란제리 삽이 아닌 없는 부분이 더 많거나 가려도 가린 거 같지 않은 제품들이 즐비한 우리 매장이었기에 단지 페이가 세다는 이유로 취직을 결정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말이다.
나는 실험을 한 가지 하게 된다.
단순이 페이 때문에 호기심으로 왔다면 채용을 하고도 골머리를 써야 될 상황이었고, 이력서도 변변치 않은 민증 하나로만 취직을 결정짓기에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 있는 물건들을 다 들고 날라도 채용준비를 하고 그중 가장 지 마음에 드는 여자로 고른 건 삼구였으니 내겐 큰 상관이 없었지만... 호기심과 함께 이 여자의 알몸도 궁금해 보였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속옷 좀 입어 보실래요?"
"예??"
생각지도 못했는지 내 말을 듣고는 정말 깜짝 놀라선 숙였던 고개를 들며 커다래진 눈동자를 더 크게 뜨고는 날 쳐다본다.
뭘 이렇게 놀라는지 의외였다. 아니... 속옷모델을 하러 왔으면 당연히 속옷을 입어봐야지...
"왜 그리 놀래요? 여기 속옷 모델 구하는 건데..."
"그. 그거야...오늘은 월요일이고... 속옷 모델은 수요일에만..."
"참나... 물건 살 때 재보고 입어보고 먹어보고 사는 게 당연한 건데... 주목적이 속옷 모델로 채용하려는 건데 당연히 몸을 봐야죠..."
"..."
"왜요? 몸에 무슨 문신이나 그런 거 있어요?"
"아...아니에요..."
"그럼 저희 속옷은 익숙해질 때까진 보류하고 우선 몸매라도 보게 좀 벗어 봐요."
지금 순간 속이 많이 찔리고 있다. 무슨 보도나 포주가 된 거 같은 기분이 들면서 때 묻지 않아보아 여려보이기까지 하는 이 여자를 벗겨보려는 심상이 가득히 찬 얼굴로 쳐다보고 있을 거라는 그런 기분이 들었지만, 차라리 그녀가 그냥 집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얘기를 이어나갔다.
그만큼 이 곳과는 이질감과 순수함을 동시에 품고 있는 그녀의 앳된 얼굴이 성인으로서의 내게 성숙함과 사회의 냉정함을 보여주게 만들었다.
역시 그녀는 선뜻 일어나질 못한 채 놀라 날 바라보던 시선을 걷고는 고개를 다시 숙인다.
이럴 땐 어른이 아이를 달래듯 충고를 해줘야 하는 대목이라는 생각에 방금 전까지와는 좀 다른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기... 혜주씨...제가 동생이 없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혜주씨가 친 동생처럼 느껴져서 하는 말이니까 이상하게 듣지 말고... 아무리 여자 몸이 무기라도 돈 쫓아서 이런데 함부로 발 들이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물론 혜주씨 삶이니까 삼자인 내가 뭐라고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지만 요즘 흔하게 몸 팔고 돈 버는 그런 여자처럼 보이질 않아서 이런 말까지 하는 거니까요.
호기심에 한번 쯤 찾아오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러다가 진짜 큰일 날 수 있어요."
"..."
"괜히 주제넘게 지나가던 사람이 한마디 했다고 생각하고... 집에 가서 공부 열심히 해요... 알았죠?"
혜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고 말을 끝낸 나는 배웅을 해주기 위해 일어나 혜주를 지나 문으로 향한다.
알아들었으면 이젠 집에 가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였기에 아무 생각 없이 문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들려와야 할 구두소리가 들리지 않았기에 난 옮기던 발걸음을 멈추고 혜주가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게 되었다.
몸을 돌려 날 향해 고개를 숙인 채 떨리는 손으로 입고 있는 가디건의 단추를 풀기 시작한다.
하얀 가디건이 벗겨졌고... 치마의 옆에 자리 잡고 있던 후크를 열고는... 잠시 망설이며 떨리는 손을 움직여 천천히 지퍼를 내린다...
'스르르륵'
혜주의 곧게 뻗은 다리라인을 타고 흘러내리듯 그 어울리지 않는 남색 월남치마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서 있는 혜주의 구두 밑에 원을 그대로 그린 채 놓여 있는 치마가 꼭 이 지저분한 공간과의 경계선으로 보일정도로 혜주의 살은 하얗고 뽀얗다...
치마에 가려져 있던 혜주의 각선미는 나도 모르게 침을 넘기게 만든다. 발목은 얇아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보였지만 종아리에서 이어진 허벅지는 얇으면서도 운동을 한 듯 탄력과 굴곡이 뚜렷했기에 22살의 앳된 얼굴의 여자와는 매치가 좀 어려운 너무도 훌륭한 각선미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여기저기 멍이 들고 까진 자국이 눈에 들어와 그녀가 이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여전히 떨리는 손을 천천히 위로 올려 면 와이셔츠 같은 기분이 드는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기 시작한다. 위부터 하나씩 풀어 내리는 그녀의 손은 꼭 시간을 멈추려는 듯 느릿하지만 실 수 없이 단추를 풀고 있었다.
서서히 드러나는 그녀의 쇄골의 중심과... 가슴골이 내 눈에 들어왔다. 다 풀어헤친 단추사이로 끝내 가디건과 블라우스를 벗진 못하겠는지 그대로 둔 채 차렷 자세로 내 앞에 서 있는다.
가슴이 c컵이나 d컵처럼 풍만하며 뇌쇄적이진 않았지만. 그녀의 몸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가슴골을 그리며 다리보다 더 하얗게 빛을 받고 있었고 그런 그녀의 가려진 가슴은 내 시선을 때지 못하게 하기엔 충분했다.
22살이라는 나이와는 좀 어울리지 않은 성숙한 몸매...
다만 한 가지... 그녀의 센스 없는 옷차림과 어울리는 속옷이 아쉬움을 더한다.
시장에서 떨이로 파는 듯 보이는 허름한 민무늬 브래지어와 한 쌍의 팬티는 그나마 깨끗함이 눈살을 덜 찌푸리게 했다. 내가 여자에 대한 편견이나 특별한 취향의 주관을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어느새 보미에게 익숙해진 화려한 속옷들과 부업으로 하고 있는 이 일로 인해 여자의 속옷에는 남들보다는 한 발 앞서 있는 것도 사실이었기에... 수수하면서도 순진해 보이는 외모와 아름다운 몸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허름한 속옷이 옥에 티로 보이고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참을 뭐에 홀린 듯 혜주을 바라본다.
너무 빤히 쳐다봤는지... 혜주가 허벅지에 기대고 있던 손을 조금씩 움직여 옷을 여미기 시작했다.
그제야 내가 정신이 나갔었다는 걸 깨닫고는 헛기침까지 하게 된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일어섰던 의자로 향해 앉았고... 혜주는... 여전히 그대로 굳어진 채 내게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그...그만 됐으니까... 옷 입어요..."
내가 안 보이는 그 짧은 시간에...
눈물을 흘렸나 보다... 손을 올려 티를 안내려는 듯 작은 동작으로 얼굴을 훔치는 모습이... 내가 뱉어 냈던...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의 말에 상처를 준거 같다는 생각에 날 조용하게 만든다.
내게 등을 보인 채... 옷을 입기 시작하는 혜주였고... 치마를 들어올리기 위해 허리를 굽혔을 때... 내 정면에 그녀의 작지만 풍만한 엉덩이가 보이게 되었고. 허름한 팬티의 중앙에 선명히 나 있는 도끼자국과... 약간 삐져나온 털들에 고개를 돌리게 된다...참... 어차피 벗기고 다 볼 텐데... 뭐가 부끄럽다고 고개를 돌리는지...
하지만 지금은 꼭 미성년자를 꼬시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고 있었기에 옷을 다 입을 때까지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내 시선을 눈치 채지 못한 듯 치마를 끌어 올려 다시 정돈하며 입고는... 그제야 몸을 돌려 의자에 앉는다...
그녀의 각오를 볼 수 있었기에... 이제는 잔소리나 충고를 접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혜주에 대해서 알아보려 한다. 몸매는 100점 만점에 200점을 줘도 아깝지 않았지만 최소한... 키를 맡길 정도의 믿음직한 여자가 돼야 하니까 말이다.
주민등록증을 다시 들어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이름과 사진... 나이를 확인해 보지만 어디 하나 꼬투리 잡을게 없었다. 그러던 중 주소를 보게 된 나다.
'충남...' 주소가 서울이 아닌 충남으로 되어 있었기에 나는 눈을 껌뻑이며 다시 확인을 하게 되었고, 민쯩의 뒤를 돌려 이동된 주소를 찾아봤지만...아무것도 볼 수 없는 백지였다.
"주소가 이상하내... 서울에 사는 거 아니에요?"
"예??"
"아니 주민등록증상에는 충남으로 주소가 나와 있는데...충남에서 여기까지 출퇴근 할 순 없잖아요..."
"지...지금은 친구 집에 신세지고 있어요..."
"그럼 학교는요? 학교 다녔으면... 아!~ 기숙사는 안 적나?"
"예..."
"지금 친구 집에서 지낸다고 했는데... 핸드폰 번호 좀 불러주세요. 만약에 갑자기 안 나오면 제가 더 곤란해지니까."
"?...핸드폰 없는데요..."
"예??"
"그럼 삐삐는요?"
"그것도..."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지금 세상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핸드폰과 삐삐를 이여대 학생이라면서 없다는 게 말이 되냔 말이다.
"그럼 친구 전화번호라도 불러줘요."
"예?...017,,,,"
그제야 안심을 하면서 불러주는 핸드폰 번호를 받아 적는다.
따지고 들면 끝도 없겠지만... 이 여자가 말하는 말 중 10%만 믿기로 하고 채용을 결정하게 된다.
좀 찝찝한 것이 많았지만... 그만둬도 어차피 월급은 한 달 후에 내줄테니 나로선 크게 문제 될게 없었다. 고맙게 여기 물건들을 훔쳐준다면... 삼구한테 사정 얘기하고 더 이상 못해먹겠다고 하면 나도 그만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면접은 끝을 냈고, 집으로 돌아가는 혜주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다음날 회사를 퇴근하고 곧바로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매장에 나가게 된 나다.
계단을 내려 반지하인 창고겸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데 이미 불이 켜져 있는지 문틈으로 세어 나오는 빛을 볼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출근하면 불이 나간 계단으로 항상 문을 열어놓았는데 닫힌 문이 오히려 어색하게 보여진다.
약간 두근거리며 문을 열었을 때...
청소를 하고 있는 혜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제 그대로의 복장에서 가디건만 벗어 의자에 걸어놓고는 블라우스의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채 얼마나 열심히 청소를 했으면 이마도 모자라 머리까지 땀으로 적시고 있는 혜주를 먼저 보고 놀란 나다. 그리고 그제야 매장 안을 둘러본다. 내가 들어선 입구 옆에 커다란 쓰레기봉투가 세 개나 묶여져 놓여있었고, 혜주의 바로 발 앞에 반쯤 채워진 봉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루 이틀 미루던 청소였기에 어제 조금 처음으로 청소하려는 마음이 들다가 포기하게 된 어지러운 사무실은 더 이상 없었다.
창문 틈까지 윤이 나고 있었고, 음료수로 얼룩진 소파조차 새것처럼 가죽이 광을 내고 있었기에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어!,... 오...오셨어요."
"응... 같이 하지... 혼자 이걸 다 했어요?"
"말 놓으세요... 어제야 면접이었지만... 사장님이 존댓말 하니까 이상해요...나이도 많으신데..."
순간 울컥했다... 나름 젊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애써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는데... 막상 22살의 꽃다운 나이의 처녀가 나이를 들먹거리자 할 말이 없었다.
악의가 있어서 한 말이 아니란 건 알고 있었지만...애써 태연한 척 청소를 도와주려고 양복 상의를 벗고는 나도 팔을 걷기 시작한다.
"이...이제 다 했어요... 의자에 앉아 계세요."
"아니에요...아...아니... 이런 건 남자가 해야지..."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일하는 만큼 돈 받는 건데... 하루 종일 전화도 없던데요..."
"으.응..."
조카뻘 되는 여자에게 반말을 하는 게 이렇게 어색한지 처음 알았다.
'인면수심'이라고 했던가...요즘 보통의 젊은것들은 전부 그런 줄 알았다. 돈은 돈대로 받아가면서 일하기 싫어해서 꾀만 부리는... 그러나 혜주는 달랐다. 연신 땀을 소매로 닦아내며 장갑도 끼지 않은 손으로 마무리로 바닥을 쓸고 닦고는 잔여물을 손수 주워 쓰레기봉투에 넣는 혜주의 행동은 20대 초반의 더러운 것 싫어하는 요즘 세대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청소 잘하네..."
"예?...이전 알바 때도.,. 일하기전에 꼭 청소부터 했었거든요."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는...정말 저 웃음에는 어떠한 때도 묻어있지 않아 보였기에... 어제의 내 행동...그러니까 이 여자의 육체를 보고 잠시 흥분한 내 행동이 수치스럽게 느껴지기 까지 하다. 전혀 내색하지 않고 치마가 더러워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무릎으로 쓰레기봉투를 누르고는 입구를 묶기 시작한다.
꼭... 집안일을 하는 아내의 모습처럼 보인다...그러나... 무릎을 누르고 있는 모습 중에 치마가 살짝 들어 올려져 보이는 하얀 혜주의 무릎에... 잠시 딴생각이 들었기에 고개를 돌린다.
이 일을 하면서 사이트를 많이 둘러봤기에 여자의 알몸정도는 기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보미까지...
이런 내 행동이 좀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청소에 열중하고 있는 혜주의 모습이 날 더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문득 어제의 자위사건에 대한 기억이 떠 올랐다.
혼자서 얼굴이나 빨개진 채...그런 기억을 무시하려 노력을 한다. 다행이 혜주도 어제일은 잊은 듯 더 살갑게 날 대해준다...일부러 어제의 일을 잊으려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 끝난 거야?"
"예! 이제 좀 사무실 같이 보이..."
말을 하던 중 내 눈치를 훔쳐보는...
"크크...그러내 그동안 같은 장소였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하하하... 저 청소 진짜 잘해요..."
"근데... 옷 버려서 어뜩하냐?"
"옷이요? 아~... 아니에요. 이거 빨려다가 청소하려고 다시 주워 입은 거예요."
"그래? 그럼 갈아입을 옷은?"
"저기 있어요... 추리닝으로 갈아입으면 되요. 사장님 저 화장실 가서 좀 씻고 갈아입고 올게요."
넉살이 좋은 건지... 아니면 어제의 내 충고가 그녀의 마음을 조금 흔들었고, 날 변태로 보던 시선을 걷은 건지... 오늘 날 대하는 태도는 어제와는 많이 달랐다.
나야 은행에서 일을 했기에 대하는 손님에게 미소로 접대하는 게 버릇이 될 정도였지만. 내 미소와 혜주의 미소는 전혀 다른 것으로 느껴졌다. 내가 사무적이며 어색한 미소로 일을 하지만 눈까지 웃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사람의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듯 아무리 일부러 웃음을 짜낸다고 해도 진정으로 웃는 것과 가식적인 웃음의 차이는 눈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혜주는 웃음은 입이 작게 미소를 지어도 항상 눈도 따라 웃었다. 눈웃음을 치는 음란한 여자의 웃음이 아닌 정말로 기쁨과 애정이 담긴 웃음으로 느껴졌기에 오히려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하는 순수한 미소였다.
계단을 뛰어 올라가듯 소리 내어 올라간 혜주의 사라진 모습을 보며 나는 깔끔히 치워진 사무실에 다시 감탄을 시작한다.
풀어헤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속옷 상자들이 나란히 정리되어 있었는데... 그것도 종류별로 각까지 마줘 있었다. 거기에 싱크대에 있던 너저분한 식기구들과 지은 지 한 달은 지난 밥이 들어있던 전기밥솥까지 다 닦아서 뒤집어 놓여 있는 모습이... 조금은 어색해 보여진다.
그렇게 처음 내가 이 매장에 들어왔을 때보다 더 말끔해진 곳을 둘러보는데. 여전히 치마와 블라우스를 입고 머뭇거리며 내 매장으로 들어온 혜주를 발견하게 된다.
"왜?"
"여...여기 화장실 열쇠 있나요? 아까까지만 해도 열려 있었는데..."
"아... 벌써 8신가? 여기 위층 사무실에서 화장실 청소를 해서...8시면 문 잠그고 퇴근해 버리는데..."
"예?...예..."
옷을 들고는 머뭇거리는 혜주였기에 나는 담배를 양복 상의에서 꺼내 물고는 자리를 피해주기 위해서 매장 밖으로 나갔다.
굳이 피할 필요는 없었지만... 아직은 어색한 분위기에 나쁜 인상을 보이기 싫다는 생각에 매장 밖에서 담배하나를 다 피고 돌아가게 된다.
매장 안에 들어가니 싱크대에 물을 틀어놓고는 세수를 하고 있는 혜주를 볼 수 있었다.
역시 사놓은 지 몇 년은 지난 듯 한 무릎이 튀어나온 추리닝바지와 흰색 티셔츠가 나도 모르게 웃음 짓게 만들었다.
정말로 삶이 어려운건지.오늘은 그 궁금증을 풀자는 다짐을 한다.
테이블 의자에 앉아 세수를 하고 있는 혜주의 뒷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청소를 하느라 긴 생머리를 묶어 틀어 올렸기에 얇고 긴 그녀의 뒷목이 내 눈에 들어온다.
수건을 찾으려는 듯 세수를 다 한 혜주가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다가... 아무렇지 않게 입고 있는 티를 끌어올려 얼굴을 닦는다. 순간 보인 잘록한 그녀의 허리라인과... 살짝 보인 브래지어의 가슴 옆선에 마시던 물을 뿜을 뻔 한 나다... 내 기침소리에 혜주가 배꼽을 보인 채 날 쳐다본다.
"왜 그러세요?"
"켁켁...아...아무것도 아니야."
"사례 걸리셨어요?"
"응... 근데 혜주씨..."
"그냥 혜주야 라고 불러주세요. 진짜 이상해요..."
"넉살이 너무 좋네..."
"...1년 동안 알바를 많이 해서요..."
"실례가 아니라면 그 알바가 뭔지 물어봐도 돼?"
"예?"
"아니... 그냥 궁금해서...일을 너무 똑 부러지게 해서... 너무 일을 잘하는거 같아서 괜히 솔직히 이런 속옷모델까지 하러 온 거 보면 혹시나 예전에 이상한데 다닌 거 아닌지 걱정도 되고."
"이...이상한데요?"
"응..."
"아니에요... 저 식당에서 4개월 일했고.,편의점하고...마트...노...노가다..."
"뭐?? 노가다?"
"...예."
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노가다라니... 저런 몸으로 어떻게 노가다를 할 수 있냔 말이다. 내 두 손으로 나눠 잡고 힘을 주면 부러질 듯 보이는 팔목인데... 저런 팔목으로 거친 노가다를 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기에 다시 묻게 된다.
"노가다라면?? 막 벽돌 나르고... 그런거 말이야?"
"예? 하하하하하하하..."
"...?"
"그런 건 남자가 하는 거고요... 전 미장 보조나... 도배 보조만..."
"진짜 이여대 다녔던 거 맞아?"
"아!! 잠깐만요..."
혜주는 그제야 생각이 났는지 일어나서는 가방 속에 있던 어제 그 허름한 지갑을 꺼낸다.
그리곤 학생증으로 보이는 걸 잠시 망설이다가 수줍게 내게 내밀었다.
"이건 뭐야?"
"학생증이요... 어제 안 믿으시는 거 같아서."
학생증에는 이여대라는 학교명과 장혜주라는 이름이 확실히 박혀 있었다.
"이런 거 요즘 위조도 쉽잖아... 이것만 가지고 어떻게 믿냐?"
"제가 그럴 줄 알았어요... 거기 전화해보시면 03학번 장혜주 확인 할 수 있을 거예요..."
상관은 없었지만 당당하게 내게 학생증을 내밀고 뿌듯해 하는 그녀의 얼굴이 귀엽게 보였기에 장난기가 발동한다.
"그래? 혹시 학교에도 친구 심어 놓은 건 아니고?"
"씨~... 사람을 그렇게 못 믿어서 어따가 써요..."
"무...뭐?!!"
"죄...죄송해요... 하옇튼 확인해보시면 서무과에서 확인해 줄 거란 말이에요."
"큭...그래... 알아서 믿어 줄께."
"믿어 줄께가 아니고... 믿으시라니까요..."
"하하하하...그건 그렇고... 지금 생각해보니까...그거 단벌 같은데... 외출복 말고 차라리 추리닝 입고 청소하는 게 낫지 않았나?"
"예? 아~..."
내 갑작스런 지적에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며 미처 그것까지는 생각 못했다는 듯 얼굴이 빨개져선 고개를 들지 못하는 혜주다.
너무 당황해보였기에 난 말을 뱉어놓고는 괜한 말을 했다는 생각을 하며 서둘러 주제를 돌린다.
"근데... 1년 동안 알바를 그렇게 했으면... 옷도 좀 사고 그러지..."
"..."
"집이 많이 힘들어?"
"...그거 꼭 말해야 되요?"
"응... 앞으로 계속 일하려면 그런 거 알아두면 좋을 거 같은데..."
"..."
"지금 친구 집에 얹혀산다고 했잖아... 친구가 많이 불편해 하지 않아?"
"아니요... 같은 학교 친한 친구여서...눈치는 안줘요..."
방금 전까지와는 다르게 현실은 많이 침울한 듯 혜주의 말에 힘이 없다.
"무슨 영화처럼 부도나고 전부 찢어져서 살고 그런 거야?"
"..."
"혹시 정말 그런 거야?"
"예..."
"..."
"아빠가... 일을 하시는 회사의 사장님한테... 보증을 서줬는데요... 그 사장이라는 사람이 외국으로 도망갔어요. 알고 보니 회사는 이미 다 넘어간 상태고...1년 동안은 어렵게 버티다가. 아빠 돌아가시고...엄마는 예전에 돌아가셨고요... 남동생 둘 있는데... 지금은 충남 작은아버지 댁에서 신세 지고 있어요.,"
담담하면서도... 애써 눈물을 참는 혜주의 말에 오히려 놀란 건 나다.
은행권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특히 대출 담당직의 보조를 가끔 한 나로서는 그 담보와 보증에 대한 무서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가끔 빨간 딱지를 들고 따라 나설 때...우리를 집안에 들여놓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사람도 봤고, 없는척하는 사람도 봤다... 결국 집요하게 들어간 집안에서의 장면은 사실 내 일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한 적이 몇 번이고 있었고, 내 성격상 똑부러지지 못하다는 이유로 쉽게 딱지를 붙일 수 없는 내 행동이 윗사람들의 눈에 들지 못해 아직도 대리로 남아 있는 원인 중 하나이니까 말이다...
그런 피해자 중 하나인 혜주가 내 앞에 바로 대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똑바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볼 수 가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원망과 좌절 섞인 눈빛에 혜주의 일상과는 직접 상관하지 않은 나였지만 마음속에서 미안함이라는 단어가 올라와 목구녕을 넘어 하마터면 사과를 할 뻔 했다...
"그래서. 제가 열심히 돈을 벌어야 돼서요..."
"그렇구나..."
"근데... 몸 파는 곳은..."
"..."
내가 궁금해 하는 말이 혜주의 입에서 나왔다. 혜주정도라면 정말로 그런 곳에서도 특급 대우를 받을 정도의 외모와 몸매인데... 나이도 중년 남자들이 환장하는 22살의 여대생이니까 더 했을 것이고...
"사실 단란주점이라는 곳에 면접을 한 번 보긴 했는데요... 도저히 남동생 얼굴들을 못 볼거 같아서요..."
"응?? 그럼 여기 사진 찍는 건?? 여기 사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펌도 난무하고 사람들 다 볼 텐데..."
"가...가면 쓰게 해주신다고..."
"응?"
"그... 장사장님하고 통화할 때... 얼굴 가릴 거니까...그리고 몸 함부로 굴리는 거 아니면... 닳는 것도 아닌데요 뭐..."
"가면?"
"..."
물론 외국모델이 판을 치고 어쩌다 보이는 한국 모델들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는 곳이 일상적이었지만... 사실 난 그걸 생각하고 있진 않았다. 내 표정에 당황한건 혜주도 마찬가지인 듯 보인다.
아마도 삼구놈이 혜주의 사진을 보고 끈질기게 설득하다가 가면 얘기까지 나온 게 분명했다.
"가면은 아니고 모자이크 처리할건데... 약하게..."
"모자이크요?"
"응... 가면 쓰고 사진 찍으면...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솔직히 이런 곳 둘러보는 사람 중에 거의다가 남자인데다가... 모델 보러 오는 놈들이 태반이라서..."
"... 못 알아볼 정도로 모자이크 하나요?"
"솔직히 혜주가 이런 일 하는 거 알고 있는 사람이 본다면 알 순 있겠지... 근데 지 마누라가 사진 찍어서 올려도 설마 하는 생각에 알아보는 사람 한명도 없더라..."
"..."
"돈은 단란주점이 훨씬 많이 벌 텐데...용케 안 갔네..."
"..."
혜주의 얼굴이 더 어두워 졌기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 일어나는 소리에 혜주가 고개를 들어 쳐다본다.
"퇴근해야지... 오늘은 주문도 하나도 없던 거 같은데... 수고 많았어... 늦었으니까 얼른 집에 들어가."
"예... 먼저 들어가세요... 저 정리 좀 더 하고 들어갈게요."
"응?? 무슨 정리를 더 해?"
"할 거 많던데요... 얼마나 안 치우셨으면..."
"큭...알았어... 그럼 내일 봐."
매장을 나와 집에서 샤워를 마친 나는 잠시 앉아 생각에 잠긴다.
외국모델들의 표지를 그대로 옮기는 지금까지의 속옷 판매형식에서 삼구의 의도는 직접 일반인 모델에 의한 과감한 노출로 매출을 노리려는 심상인걸 알고 있던 나였고, 거기에 이렇게 모델까지 섭외한 이후였기에 당연히 돌아오는 수요일에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건 기정사실화된 일이었지만 지금... 약간 망설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익명을 보장하는 인터넷에서 혜주의 모자이크 된 얼굴을 알아볼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순수한 혜주를 남자들의 딸딸이용 사진으로 제공할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무 사이도 아닌데... 이런 걱정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우스웠지만... 오늘 단 하루 청소를 하는 혜주의 모습에서 너무도 많은 순수함을 볼 수 있었기에...
조금 더 망설이다가... 결국 결정도 못 내리고 잠을 청한다.
시간은 그렇게 지나갔다.
화요일이 됐고, 한건의 주문이 없자 혜주가 오히려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퇴근을 한다.
그리고 수요일이 되었다.
퇴근을 하고 매장에 들어섰을 때... 그제, 어제와 달리 조용히 책상에 앉아 쇼핑몰에서 주문을 확인하는 혜주를 볼 수 있었다.
내가 들어왔는데도 가벼운 인사를 하며... 긴장함이 역력해 보이는 손짓으로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다.
"밥은 먹었어?"
"예... 컵라면 먹었어요."
"그럼... "
어색하다... 당연히 돈을 지불하고 고용한 목적대로 모델로서의 사진을 찍는 것뿐인데...
연예하는 것도 아닌데 처음 여자 친구의 옷을 벗겨야 되는 사명감을 가진 남편처럼 날 쳐다보고 있는 혜주에게 어렵게 입을 때기 시작한 나다.
"오늘은... 가볍게 슬림하고 스타킹만 찍자..."
"예?...그것 만요?"
"으...응..."
안도를 하는지 혜주의 목소리에 조금 힘이 실린다.
혜주는 인터넷 쇼핑몰을 점검하며 보면서도 사실 사진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 입고 찍을 것들에 대한 정보도 모를 테니 저렇게 안심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나는 우선 가장 최근에 들어온 박스를 열어 물건들을 고르기 시작한다. 너무 야하지 않은 걸 찾아보려고 하는데... 야한걸 찾는 게 훨씬 빠를 정도로 어느게 더 야한지 자랑하듯 내 손에 들려진다.
결국 그나마 가장 몸을 가릴 수 있는 검은색으로 전부 통일해서 슬림과 스타킹을 몇 개 들고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삼구가 주문해놓고 간 벽에 거는 촬영용 벽지를 끙끙대고 가장 안쪽 벽에 설치 한 후 다시 테이블로 돌아왔다.
여전히 봉투도 열지 않고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혜주다...
"왜? 못하겠어?"
"아...아니에요... 돈 받고 일하는데... 해야죠..."
말과는 달리 비닐봉투를 들고는 쉽게 뜯지 못하고 이리저리 뚫어져라 쳐다보던 혜주가... 드디어 마음을 다졌는지... 일어나선 내게 등을 돌리고 옷을 벗는다.
추리닝을 입고 있었기에 옷을 벗는 대에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곧... 혜주는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은 채 고개를 숙여 몸을 돌린다... 손으로 가슴을 살짝 가리고 있는 모습이 이상한 죄책감을 들게 하는 자태였다.
하지만 정말 몸매하나는 끝내준다. 아마도 키가... 160정도 되는 혜주의 몸에 굴곡이 선명한 허리와 엉덩이의 이어짐은 어떠한 수영복 모델들보다도 내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비록 혜주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지만...
혜주가 처녀인지...아니면 닳고 닳은 애인진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 시선에 비춰지는 모습은 부끄러움과 수치심...그리고 창피함이 뒤섞여 흔들리는 눈동자로 물건을 집고 있는 모습이 분명해 보인다.
애써 내 시선을 피하며 혜주가 가장 큰 봉투를 열어본다.
검은색 실크 슬림이었다. 앞부분은 그래도 실크의 매끈한 윤기를 내며 상당부분의 몸을 가릴 수 있었지만... 뒷부분은 거의 망사와 끈으로 이뤄진 입게 된다면 뒤태가 적나라하게 보일 그런 슬림이었다.
혜주는 눈을 감고는 단번에 머리부터 밀어 넣는다... 너무 세게 집어넣어 옷이 찢어지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더 황당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이사이로 보이는 혜주의 면브래지어와 면팬티가... 이 야하고 섹시한 검은색 슬림하고는 전혀 매치되지 않았다...
"혜주야... 그...그거는 좀 아닌데..."
"예??'
내 말에 혜주가 눈을 뜨고 날 쳐다본다. 어차피 여기까지 왔는데 쑥스러워하면 그게 더 혜주에게 창피함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애써 사무적인 말투로 혜주를 대하려 노력한다.
"그슬림에 니 속옷은... 아무리 봐도 언발란스하잖아..."
"아!..."
"우선... 그 속옷은 벗어야겠다..."
"..."
"그리고 그 구두도...벗는게 좋을거 같아..."
의도대지 않는 상황에 가볍게 얘기한 나였지만... 정작 받아드리는 혜주는 곤욕스러운 듯 보인다. 애써 내 표정을 살피며 자신이 보기에도 튀는 하얀색의 수수한 속옷들은 나름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일명 속옷 전문 인터넷 쇼핑몰인데...
"잠깐 나가 있을 테니까... 이거로 갈아입어..."
나는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팬티/브래지어라고 혜주가 매직으로 써놓은 상자에 손을 넣어 마찬가지로 검은색의 세트로 보이는 브래지어와 팬티가 들어있는 봉투를 꺼내 건네주곤 매장을 나가서 다시 한 번 담배를 입에 문다... 입사시험을 봤을 때에도 이렇게 떨리진 않았던 거 같은데... 담배를 물고 있는데. 매장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을 혜주의 고운 자태가 상상이 되며 나도 모르게 아랫도리가 불끈거리는걸 참고 있었다.
담배를 다 피고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혜주가... 슬림을 입고 있는데도 손으로 가슴과 사타구니를 가리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어차피 익숙해져야 같이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혜주를 설치해놓은 간이 무대로 가라고 말을 하곤, 손을 내리라는 지시를 한다.
그런데 선뜻 가린 손을 치우지 않는다...
"혜주야. 손으로 가리고 있으면 제품이 잘 안 나오잖아..."
"..."
"금방 끝나니까... 얼굴은 알아서 모자이크 해줄게. 너무 부끄러워하니까 일을 못하겠잖아."
내말에 혜주는 좀 더 망설이더니...끝내 망설이며 천천히 손을 내리기 시작했다.
앙증맞게 작은 유두가 슬림의 가슴 중앙에 각각 자리 잡고 돌출되어 있었다...브래지어를 착용한 게 분명했는데... 나는 애써 태연한 척 사진기를 챙기며 아까 건네준 속옷이 들어있는 봉투를 확인해본다...
오픈형 브래지어... 가슴만 아래에서 받쳐주는 유두아래까지 감싸는 형식의 너무도 야한 모양의 브래지어를 입고 있는 외국모델의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팬티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혜주를 쳐다보며 실크슬림으로 가려진 사타구니 쪽을 바라보게 된다... 분명히 사진 상에 외국인 배우가 입고 있는 팬티는 가운데가 쩍~~하고 벌어져 열린 일명 나비팬티라고도 인기를 끌었던 오픈형 레이스 팬티였다. 뒷모습은 끈으로 되어 있는 제품이다.
여기서... 그만 둔다면...정말로 긴장하고 있는 나였기에 사진기를 챙기며 혜주에게 등을 돌린 채 침을 조용히 삼켜본다.
그리고 이제는 준비된 사진기를 들고 혜주가 서 있는 벽으로 걸어갔다... 사진기를 통해 혜주의 모습을 바라본다.
고개를 숙여 긴 생머리가 얼굴을 가리고 있는 그리고 어느새 다시 손으로 가슴과 사타구니를 숨기고 있는 혜주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차마... 혜주에게 손을 치우라는 말을 하질 못하는 나다...
내가 사진기너머로 자신을 바라보며 셔터버튼을 누르지 않고 있자... 그제야 용기를 냈는지 고개를 들어 날 쳐다본다.
앳된 화장기 없는 혜주의 얼굴이... 옷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았기에 나는 사진기를 내리게 되었다.
"아...안 찍어요?"
"휴~~~..."
"소...손... 내릴게요... 저 괜찮아요..."
"괜찮기는... 손을 그렇게 떨고 있는데 지금 찍어봐야 꼭 유령 손처럼 나와서 엽기 사진되겠다..."
"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자신이 떨고 있는지도 몰랐는지 사타구니를 가리고 있던 손을 올려 손을 부여잡는다...
"혹시 남자랑 잠자리 해 본적 있니?"
"...예???"
나도 모르게 이상한 말이 튀어나왔다.
"아니... 너무 창피해 하는 거 같아서...남자 친구도 없어?"
"이...있어요...오랫동안 사귄 남자친구..."
"그럼 남자 친구 앞에서는 옷도 다 벗고 알몸으로 뒹굴 거 아니야!... 뭐가 그리 창피해 해?"
나도 모를 질투 섞인 투정이 나와 버렸다... 내심 남자친구가 없길 바랐는데... 이런 바람의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혜주를 더 몰아세우게 된다.
내가 혜주를 좋아한 다기보단... 저 아름다운 육체를 벌써 다른 놈이 취했다는 질투심에서 괜한 오기가 생겨버렸다.
"남자친구랑 오래 사귀었으면 볼 거 다 봤겠네... 대담하게 좀 하자... 나도 피곤하다."
"..."
내가 사진기를 들고 다시 혜주를 잡았을 때... 혜주는 입술을 깨물며...가슴을 가리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린다...
다시 보이는 봉긋 솟아올라 있는 두개의 작은 돌출부위로 볼륨감 있는 가슴보다 더 슬림을 자극적으로 표현해 주기 시작했다.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다. 빛에 반사되어 방안을 순간적으로 번쩍거림으로 밝히는 플래시가 잠시 동안 이어졌다.
모델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색한 몸짓으로 포즈라는 단어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그저 서 있는 혜주의 모습은... 오히려 아마추어 같은 순수함으로 슬림을 뽐내주고 있었다.
슬림에 가려진 혜주의 몸이었지만 감겨진 라인으로 드러난 혜주의 굴국은 4만 원짜리 슬림을 10만 원 이상의 가치로 표현시키고 있었기에 굳이 포즈를 잡으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전면 샷을 찍으며 조금씩 움직이다가 혜주의 옆라인을 찍기 시작했다.
화면에서 빠져나가 매장안의 물건들이 보였기에... 어쩔 수 없이 혜주에게 잠시 옆으로 돌라고 말을 하자, 어색한 걸음으로 제자리에서 돌아 섰다.
정면 샷은 상관없지만... 옆샷이 문제였다... 손을 가지런히 내리고 있던 혜주였기에 1/3이나 가리고 있는 슬림으론 아무리 아름다운 혜주의 몸매라고 해도 상품홍보엔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 사진이 나올 거 같았기에 어쩔 수 없이 포즈에 대해서 얘기를 하게 된다.
"혜주야... 손을 좀 올려봐..."
"예?..."
'손에 가려서 슬림이 잘 안보여..."
",.,,,,"
이내 모든 걸 포기한 듯 손을 올린다... 만세를 부르듯 빳빳하게 굳어진 손을 올리자 짧은 슬림이 올라갔고. 혜주의 탄력 있는 허벅지가 내 눈에 나타났다.
자신은 내 말에 순종적으로 행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팔을 있는 힘껏 올렸지만...꼭 벌을 세우는 학생처럼 보여지고 있는 혜주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아봤다.
정말로... 속옷보다 혜주의 몸이 도드라져 보인다.
볼록 솟아 오른 가슴과 약간 하늘을 향해 시선을 보내고 있는 유두의 돌출... 그리고 엉덩이를 집어넣고 있는 구부정한 자세는 정면 샷에선 모르겠지만 옆샷에서는 너무 아깝게 보인다.
"우선 손을 올려서 머리에 깍지 좀 껴봐...응...그렇게... 그리고..."
"이렇게요?"
"응... 좋다... 그리고 힙좀 더 내밀어."
"예?"
"엉덩이 좀 뒤로 빼라고..."
"..."
시키는 대로 하긴 하는데... 혜주의 몸에는 여전히 어색함이 묻어 있었다.
내 지시대로의 포즈에 사진기를 누르기 시작한다. 역시 자세가 다르면 몸매마저 달라 보인다고 하더니... 아까보다도 더 솟아올라 완벽한 반원의 표본을 보여주는 가슴과 잘록한 허리에 이어진 볼록한 엉덩이가 또다시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그리고... 많은 알바로 다져진 탄력 있고 잘빠진 허벅지는 정말로 전문 모델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런 행운이 내게 찾아왔을 줄은... 그러나 곧 나는 그녀의 나이를 생각하며 거의 띠동갑에게 것도 남친도 있는 여자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는 자책을 하게 되며 사진 찍기에 전념한다...
마지막으로 뒤태를 찍기 위해 혜주에게 뒤로 돌아서 같은 포즈를 잡으라고 지시를 한다...
그러나... 뒷부분의 망사로 이뤄진 옷을 차마 내게 보여주기 힘든지... 옆으로 돌았던 몸을 바로 잡고는... 날 쳐다보고는 머뭇거린다...
"왜?"
"저...저기 아저씨...아니... 사장님..."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아저씨!!!! 아저씨가 맞긴 했지만...
내가 사진기를 들고 '아저씨'란 단어에 얼굴이 굳어있자. 혜주가 내 눈치를 살피는지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가리며 미간을 찡그린다...
하는 짓은 예쁜데...
내 얼굴이 또 다른 이유로 붉게 물들기 시작하자.
혜주가 이 상황을 모면하려는 듯 뒤로 돌아 조금은 대담하게 자세를 잡는다. 자세를 잡는다기 보다는... 내 시선을 피하려고 뒤로 돌았을 뿐이지만 내게는 대담하게 보였다.
그리곤 내가 아까 말했던 포즈를 취하며 발꿈치를 드는 그녀의 모습은 내 상상보다도 훨씬 아름다운 모습으로 뒤태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슬림이 감기듯 몸의 굴곡을 너무도 잘 표현하며 얇은 원단으로 인해 비쳐지는 혜주의 살결은 잡티하나 없이 하얗게 슬림의 원단으로 그림자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혜주가 왜 뒤로 돌려 하지않았는지... 그 가장 큰 원인인 끈팬티가 내 눈에 들어왔다. 탄력있는 허벅지 위에 탄력있는 엉덩이골 위로 숨어 있는 끈이 보였다. 그리고... 허벅지를 굳게 닫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약간씩 내 손짓에 자리를 이동하는 혜주의 별려진 가랑이 사이는 얇은 천으로 인해 나비팬티사이로 털들과 함께 굴곡진 틈이 살짝 보이게 된다... 여자의 보지라면 그래도 좀 봤다고 생각했는데... 혜주의 보지의 둔부살은 대음순이나 소음순을 찾아볼 수 없는 그냥 둔턱처럼 내 눈에 들어왔다...
애써 눈을 때고 혜주의 몸 전체를 보려 노력한다...이런건 한번도 입어본적이 없는지 내 시선을 피해 조금씩 들썩이며 골에 낀 끈을 어색해하는 혜주의 몸짓을 볼 수 있었다.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에 나는 사진을 찍다 말고 테이블에 바짝 의자를 끌어 앉는다... 의자가 끌리는 소리에 그제야 혜주가 고개를 돌린다.
"그만하자..."
"예??..."
"이정도면 이 제품은 충분한거 같으니까 그만해도 될거 같아."
"...그럼... 다른것도 해요?"
"아니... 오늘은 그만하자..."
사실 이미 커진 내물건으로 더 이상의 촬영이 불가능 했다.
혜주가 촬영이 끝났다는 말에 안도를 하면서도 조심스럽게 가슴을 손으로 가리며 내가 나가길 기다린다...
그러나 움직일 수 있을리 없는 나다. 내가 계속된 혜주의 시선에도 그대로 앉아 있자 혜주가 옷을 들고는 내 등뒤로 몸을 가리며 이동한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내 귀를 간지르며 자꾸 시선을 돌리게 만들었지만 이내 모든 신경을 또 대출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옷을 다 갈아입은 혜주가 내 앞에 와서 앉는다.
창피하면서도 자신이 찍힌 사진이 궁금한지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사진을 보여달라는 말은 못하고 쳐다보고만 있는다.
"나중에 편집해서 보여줄께... 지금 보면 모자이크 처리 안되서 괜히 걱정만 앞서니까..."
"예..."
"오늘 수고 많았어... 그럼 퇴근하자..."
"예.,. 수고 많으셨습니다..."
얼굴이 상기된 그녀가 나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도망가듯 매장에서 나간다.
발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걸 확인한 나는 메모리카드를 빼내 컴퓨터에 연결을 한다...그리고 하나씩 고르기 시작하는데... 전부 화보처럼 찍힌 혜주의 모습에 사진을 넘기기가 아깝다는 생각을 하며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얼굴에 약한 모자이크 처리를 하기 시작한다...
한장한장을 보는데... 어느새 어느때보다도 커진 내 자지를 느낀 난 사진을 꺼버린다. 이러다가 내일 볼 혜주의 얼굴을 똑바로 못 쳐다볼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상상의 동물이 인간이라고 했는지... 눈앞에 아른거리는 그녀의 잔상이 계속해서 자극을 시키고 있었다...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기에 순간 놀란 가슴을 쓸어담으며 핸드폰의 화면을 본다. '보미'... 그러고보니 그렇게 끊고 전화를 걸어줬어야 할 보미를 이틀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여보세요?"
[오빠?]
"또 이상한 전화질이면 나 끊는다..."
[아니~~ 오빠 보고 싶어서...어디야?]
"매장...넌 어딘데?"
[여기 종로...]
"그래?? 가깝네..."
[진짜?? 그럼 우리 만나자... 나 지금 씹이 급 땡기고 있걸랑...헤헤헤헤...]
순간 그제의 전화통화로 인한 괘씸함에 멈칫거린 나였지만... 어차피 섹스파트너가 뭐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섹스파트너에게 막 대하라는 말을 하고 그리고 보미조차도 나한테 하는 행동을 본다면 육체적인 관계외에는 이미 더 이상의 아무것도 없는 그런 관계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나는 보미에게 대략적인 위치를 설명을 한다. 하지만 역시 구석진 곳인 매장으로 인해 큰 길가의 편의점을 설명하고 그곳까지 택시를 타고 오라는 말과 함께 마중을 위해 매장을 나섰다.
생각보다 늦게까지 도착을 하지 않는 보미로 나는 편의점에 들어가 커피를 두개 산다. 계산을 하는데 택시에서 내리는 보미를 볼 수 있었다.
다리를 한쪽을 택시문밖으로 내민 채 짧은 치마속으로 빨간색 팬티가 훤히 보이는 미끈한 다리라인에 지나가던 남자들이 힐끔거린다. 잔돈을 다 받은 보미가 택시에서 내려 날 찾는지 두리번 거린다.
하늘거리는 토끼털처럼 보이는 긴팔, 짧은 자켓의 밑단속으로 탑이 보였고 미쳐 다가려지지 않은 조형물이 풍만한 가슴에 흘러내리자 시선은 상관없다는 듯 손을 넣어 끌어 올린다.
그리고 짧은 치마 아래로 늘씬하게 뻗은 각선미는 정말 놀줄 아는 여자처럼 내 눈에 비춰진다.
잠시동안 편의점 안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는 보미의 자태를 감상하는데 눈이 마주쳤다.
웃으며 손을 흔드는...
나와 보미는 걸어가는 동안 이미 꼴리고 젖어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 때의 흥분은 이렇게 같이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겉으로는 웃으며 농담을 하는 시간조차도 서로의 몸을 핥고 빨고 있는것과 같았다.
매장안의 꺼진 불을 켜지도 않은 채 서로 부여안고는 키스를 시작했다.
입술을 맞대고 서로의 몸에 손을 대기 보다는 경쟁하듯 옷을 벗기 시작한 우리였다. 내가 빨랐다... 자켓 하나를 벗는 보미의 행동에 이미 나는 바지와 팬티를 다 내리고는
이미 커진 자지를 보미의 허벅지에 문대기 시작한다. 보미의 튜브식 탑을 벗기기보다는 내리는 선택을 한 나였기에 허리에 내려져 어깨끈 없는 브래지어가 보였고, 그것또한 내려버렸다. 출렁이며 단단하기까지 한 보미의 가슴이 팅기듯 모습을 드러낸다.
이순간까지 계속해서 혀를 교차하며 입술을 때지않고 일어난 행동이었다.
남의 부인이나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가 맛있다고 하던... 삼구의 말이 생각나는 상황이었다. 절대 결혼까지 이어지진 않을 여자였지만 섹스파트너로서는 너무도 완벽한 최고의 조건녀라는 생각을 하며 내 행동이 조금 느려지자 보미가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날 벽에 밀어붙이고는 무릎을 꿇고 맛깔스럽게 내 자지를 빯기 시작한다. 음란함의 극을 보여주듯 입술로 펌핑을 하던 보미는 귀두만을 물고 혀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어깨를 짚고 있는 내 손에 힘이 들어간다.
잠시동안 그런 자세로 있던 보미가 일어나며 팬티를 벗는다...그리곤 자신도 빨아달라는 듯 내 물건에서 입을 때곤 컴퓨터가 놓여있는 책상으로 한번 고개를 돌려 확인 후 뒷걸음질로 팬티를 손가락에 끼워서 돌리며 날 유혹한다.
엉덩이에 책상이 닿았고 여전히 팬티를 돌리며 허벅지 한쪽을 들어 책상위에 올려 놓는다.
적나라하게 젖어 있는 보지를 덮고 있는 털들이 어두운 매장안에서도 창문을 통해 전해지는 가로등에 반사되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서서히 다가가 허리를 숙이기 시작한다. 허벅지를 벌리고 있는 보미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으려 고개를 숙였을 때...
너무도 익순한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시큼하며 느끼한 밤꽃냄새가... 내 코를 통해 머리에 닿았다.
황당함과 어이없음에 나는 숙이던 허리를 들어 입술을 깨물고 있는 보미를 보며 약간 화를 내며 말을 뱉어냈다.
"이거 뭐야... 지금 누구랑 뒹굴다 왔냐?"
"히히히히... 어떻게 알았오~?"
"너 미쳤냐?!!"
"히히... 미쳤긴... 울 오빠랑 하다가 자기 전화 받고 당장 달려온거구만..."
"무...뭐??"
"놀래긴..."
"지금 본 남친하고 놀다가 왔다는 말이야?"
"응~~ 자기 만난다니까... 오빠가 흥분해서 디따 빨리 싸더라..."
"그 놈도 미친놈이구나..."
"아잉~~ 자기야... 나 하고 싶어...응?~~~"
"미...미친... 야 방금까지 다른 놈이 쑤시던 구멍에 넣어달라는 말이야?"
"어때?!!~ 어차피 울 오빠는 작아서 자기랑은 비교도 안되는데... 응... 나 자기 보고 싶어서 일부러 느끼는척하고 빨리 끝내고 왔단 말이야..."
"됐다... 그냥 너 집에 가...라..."
내가 물러서는데 갑자기 내게 달려든 보미다...
무슨 섹녀도 아니고...아니!... 섹녀가 맞는게 분명했다... 내 입술에 입술을 겹치며 내 가슴에 몸을 날렸기에 나는 뒷걸음 질을 치며 소파쪽으로 쓰러지듯 보미의 체중에 밀려 넘어졌다.
'물컹...'
"윽..."
'물컹?????' 소파에 엉덩이부터 주저 앉는데...내 맨살엉덩이에 가죽과 쿠션의 느낌이 아닌 뭔가 어색한 물컹거림과 함께 여자의 탁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나는 그대로 보미의 어깨를 잡고는 들어올린 후 서둘러 매장안의 형광등 스위치를 올린다.
소파위에 내가 가끔 이용하는 이불이 덮혀 있었고,, 사람의 형태가 꿈쩍도 하지 않은채 숨어 있었다.
"누...누구야!!?"
눈이 부셔서 찡그리고 있던 보미가 내 고함소리에 놀라선 그 형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부스럭거리며... 이불이 젖혀졌고... 여자의 긴 생머리가 나와 보미의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입을 벌리는 여자는... 혜주였다.
"아...아저씨..."
또 '아저씨...' 그것보다 지금 자지를 덜렁이고 있는 내 형태와 치마와 탑을 허리에 두르고 있던 보미는 멍하니 혜주를 바라보게 되었고, 문뜩 자신의 옷매무새에 놀란 난 서둘러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자기야... 쟤 누구야??"
아무렇지도 않은지 옷도 입지 않고 있는 보미가 날 노려본다.
"우리 직원..."
"여기서 먹고자?? 근데 날 여기로 부른거야?? 오빠 은근히 진보적이다... 뭐... 난 상관 없긴한데... 아니 오히려 이런 상황 땡긴다...예쁘네...여자 낀 쓰리는 한번도 안해봤는데~~"
"무...무슨 소리야... 야! 너 그만 가..."
"에?~~ 뭐야... 나 지금 흥분상태란 말이야..."
"지금 혜주씨랑 할 얘기 있으니까 넌 가라고... 나 말고 상대 많잖아!!"
"씨... 다시는 안 만나 줄거다..."
날 노려보며 투덜되는 보미는 내 표정에 화가 담겨 있는걸 눈치채곤 역시 투덜대며 옷을 챙겨입고 나갔다.
보미가 사라지고 나서 한참을 조용한 적막감으로 둘러쌓인 매장이었다.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보미에게 난 화를 참지못하고 약간은 큰 목소리로 보미에게 소리를 친다.
섹스를 방해받아서가 아니다... 보미의 행동으로 기습을 당했지만 다른 놈과 방금까지 섹스를 하고 와선 정액냄새까지 풍기는 그녀와 더 이상의 섹스를 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냥 보낼 생각이었다. 내가 화가 난건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자고 있는 혜주의 행동 때문이었다.
"너 여기서 자는거야?"
"..."
"누구 마음대로 여기서 자는건데? 너 혹시 삼일동안 여기서 계속 잔거야?"
"..."
"친구 집에서 잔다며!!"
내 다그침에 놀랐는지 아니면 이렁 황당한 상황에 놀란것인지...혜주의 떨군 고개에서 예상치 못한 떨어지는 눈물방울을 보게 되었다.
정작 쪽이 다 팔려 울고 싶은건 난데... 울고 있는 혜주로 인해 또 다시 조용해진 사무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