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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마일-221화 (에필로그) (221/221)

< 『해외편 - 221』 >

『해외편 - 221』

에필로그.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를 말하라면 과연 누구 한 사람을 꼭 집어서 말할 수 있을까?

아마도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를 말하라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를 말할 것이다.

인류가 낳은 가장 위대한 강속구 투수, LA 다저스의 영원한 에이스 차지혁.

나는 감히 그 어떤 야구 선수도 차지혁과 비교할 수 없다 단언할 수 있다.

프로 통산 598전 474승 51패의 투수.

메이저리그 통산 569전 445승 51패를 기록하며 선수 생활을 마친 차지혁이 어째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인지 이제부터 설명을 해보겠다.

메이저리그 12년 연속 20승 돌파와 더불어 이 기간 동안 차지혁은 무려 0점대 평균 자책점을 유지했다.

놀랍지 않은가?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차지혁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라 불려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 기록은 시작에 불과하다.

프로 통산 4,727이닝을 소화했고, 메이저리그에서만 4,497이닝을 소화했다.

이 기록은 놀란 라이언의 5,386이닝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한 역대 2위의 기록으로 현대 야구 이전의 기록 즉, 데드볼 시대의 기록들은 논외로 치겠다.

프로 통산 0.8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메이저리그에서는 0.89로서 이 기록은 현대 야구 이전의 데드볼 시대를 모두 통틀어도 최고의 기록이다.

무엇보다 차지혁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것은 바로 야구의 신이 부여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마어마한 탈삼진 능력이다.

프로 통산 7,734개, 메이저리그에서는 7,457개의 탈삼진을 잡으며 이 역시 야구라는 스포츠가 생겨난 이래 가장 많은 탈삼진을 잡은 투수로서 당당히 가장 높은 자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존 2위인 놀란 라이언의 5,714개와는 무려 1,743개의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더 경악스러운 사실은 놀란 라이언의 경우 807경기에 마운드에 올랐고, 선발 경기만 무려 773경기라는 사실이다. 반면, 차지혁은 선발로만 598경기에 마운드에 올랐으니 경기당 12개 이상의 삼진을 잡으며 타자들을 완벽하게 유린했다는 뜻이다.

이제부터는 부연 설명 없이 차지혁이 메이저리그에서 달성한 기록들을 담담하게 적어보겠다.

-내셔널리그 최다승 보유 : 445승.

-메이저리그 역대 통산 승률 1위.

-메이저리그 역대 통산 최다승 2위.

-메이저리그 역대 통산 시즌 최초의 무패 기록 달성 : 총 3회(2027, 2029, 2041시즌)

-메이저리그 6년 연속 400탈삼진 : 2028~2033시즌.

-메이저리그 12년 연속 200이닝 돌파 : 2027~2038시즌.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부터 은퇴 시즌까지 연속 200탈삼진 돌파 : 2027~2046시즌.

-메이저리그 역대 통산 최다 완봉승 : 179회.

-메이저리그 역대 통산 최다 완투승 : 243회.

-메이저리그 5년 연속 다승왕 : 2028~2032시즌.

-내셔널리그 12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 : 2027~2038시즌.

-내셔널리그 4년 연속 MVP 수상 : 2027~2030시즌.

-내셔널리그 14번의 사이영상 수상과 9번의 MVP 수상.

-월드 시리즈 우승 7회.

-월드 시리즈 MVP 4회.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부터 은퇴 시즌까지 올스타 선정 1위.

-메이저리그 역대 통산 월드 시리즈 연속 퍼펙트 게임 기록 : 2028시즌.

-메이저리그 역대 통산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 : 26탈삼진.

-메이저리그 역대 통산 최다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 : 96.2이닝.

-메이저리그 역대 통산 최다 퍼펙트 게임 기록 : 23차례.

-메이저리그 역대 통산 최다 노히트 게임 기록 : 17차례.

너무나도 화려하지 않은가?

메이저리그에서 20년 동안 차지혁이 기록한 것들이다.

데뷔와 동시에 항상 최정상의 자리에서 군림을 해온 대투수가 바로 차지혁이다.

특히, LA 다저스에서만 20년 동안 활동하며 20년 동안 에이스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낸 차지혁에게 아쉬운 점이 과연 있을까 싶지만, 그에게도 아쉬운 점이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우선 단 한 번도 시즌 30승 달성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차지혁의 커리어 하이 시즌은 단연 2029시즌이다.

33전 29승 무패.

280이닝을 소화하면서 단 13실점으로 평균자책점 0.42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평균자책점의 신기록을 세웠고, 무려 440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이닝당 1.9라는 엄청난 수치를 만들어냈다. 이 당시 차지혁은 이전 시즌에서 첫 선을 보였던 제로백 슬라이더를 던지며 말 그대로 메이저리그를 완벽하게 초토화 시켰다.

실로 무시무시했던 시즌이었다.

그리고 또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역시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알겠지만, 바로 단 한 번도 골드 글러브와 실버 슬러거를 탄 적이 없다는 점이다.

골드 글러브야 수비에서 특별하게 활약을 보여줄 것이 없을 정도의 피칭으로 타자들을 압도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지만, 실버 슬러거를 탄 적이 없다는 건 아쉬웠다.

투수로서 무결점 투수라 불리는 차지혁이지만, 그에게서 유일한 약점을 찾으라면 그건 딱 하나 바로 타격이다. 메이저리그 20년 통산 타율이 0.135였으니까. 만약, 차지혁이 내셔널리그가 아닌 아메리칸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면 유일한 약점조차 발견되지 않았을 거다.

이렇게 대단했던 차지혁은 모두의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은퇴를 결심하고 말았다.

2046년이 차지혁의 마지막 메이저리그 시즌이었는데, 마지막까지도 그는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18승 3패, 1.5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생에 마지막 사이영상과 내셔널리그 MVP를 거머쥔 것이다.

한국 나이로 40살, 미국 현지 나이로 39살.

메이저리그 20년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역대 그 어떤 선수보다 화려하게 장식했다.

여전히 100마일의 공을 던지며 리그 최정상급의 구위를 자랑했던 차지혁이었기에 그의 은퇴는 전 세계의 수많은 팬들과 LA 다저스 구단에게 있어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최소 2시즌까지는 충분히 더 공을 던질 수 있는 여유가 있었음에도 그는 미련 없이 정상의 자리에서 은퇴를 하고 말았다.

언제고 일어날 일이었지만 차지혁의 은퇴식이 열린 날은 전 세계인이 눈물을 흘려야 했고, 본 기자 역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정상의 자리에 있을 때,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차지혁은 자신의 은퇴식에서 그렇게 말을 했고, 모든 팬들은 그를 그렇게 보내줘야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멋진 은퇴였던 것 같다.

아무리 대단했던 선수도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기량이 떨어지기 마련이니까.

항상 최고의 자리에만 서 있던 차지혁은 스스로 알았던 거다.

다음 시즌부터는 더 이상 자신이 최고의 선수가 되지 못할 거란 사실을.

우리 모두는 차지혁을 통해 알게 됐다.

아무리 대단한 타자가 있다 하더라도 100마일을 넘나드는 강력한 패스트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투수의 공은 말 그대로 무적이라는 사실을. 또 언제 차지혁과 같은 위대한 강속구 투수가 등장할지 모르지만, 본 기자는 어쩌면 그 시기가 무척이나 빨리 다가오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며 이 글을 마친다.

-CBC 스포츠 차동호.

@

따악-!

-와아아아아아아-!

생각보다 힘 있게 뻗어 나가는 타구를 바라보며 맥주를 들이켰다.

시원한 청량감이 무척이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체크! 체크! 체크! 체크! 체크! 체크!

홈런을 치고도 무덤덤한 표정으로 베이스를 돌고 있는 고등학생을 향해 관중들은 무척이나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약간 갈색 빛깔이 나는 머리카락에 또래보다 조금 더 큰 키와 탄탄한 체격을 갖추고 있는 그는 무척이나 잘 생겼다. 당장 야구 선수가 아니라 연예인을 시켜야 할 정도로 이목구비가 조각상 같았다.

“뭘 그렇게 흐뭇하게 보냐? 아들 얼굴 뚫어지겠네!”

맥주를 물처럼 들이키는 거구의 남자, 큰 체격에 제법 나온 배가 웬만한 서양인들보다 더 크게 느껴질 정도였다.

“살 좀 빼라고 그렇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맥주가 들어가는 걸 보면 너도 참 속 편한가 보다.”

내 말에 거구의 남자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다이어트는 개나 줘버려!”

버럭 소리를 내지른 남자가 속이 탄다는 듯 남아 있던 맥주를 모조리 목구멍으로 쏟아 부었다.

“크아~ 좋다아아아! 흐흐흐흐!”

“저기 에바 온다.”

“뭐!”

제법 박력 넘치게 소리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허겁지겁 자신의 주변에 있던 빈 맥주잔을 치우는 남자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왜 그러고 사냐? 그리고 솔직히 너 요즘 살 너무 쪘어. 적당히 좀 먹고 최소한 정상 체중만큼이라도 유지해라.”

“왜 사람 놀래 키고 있어! 그리고 요즘에 먹는 재미로 사는 놈한테 그만 먹으라니? 차라리 나보고 죽으라고 그래!”

“내가 말하지 않아도 오래 살기는 틀렸다 싶다.”

“…친구한테 그게 할 말이냐!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종섭이랑 오는 건데!”

“종섭이가 그러더라. 너랑 다니기 창피하다고.”

“차, 창피하다고? 내가 왜! 내가 어디가 어때서! 이 새끼들이 진짜! 니들 날 너무 막 대하는 거 아냐? 나 장형수야!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로 이름 날렸던 장형수라고!”

제 가슴을 탕탕 치며 소리치는 형수의 모습에 한 마디를 하려다가 어느새 다가온 시커멓고 길쭉한 그림자로 인해 입을 다물고 말았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갈아 치워버린 위대한 투수 앞에서 뭐라는 거야? 그리고 너만 이름 날렸냐? 그런 걸로 따지면 너보다는 내가 더 윗줄 아니냐? 최소한 나는 메이저리그 역대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이라도 가지고 있는데. 넌 아무것도 없잖아?”

강퍅해 보이는 인상의 마른 체형의 남자, 송종섭이 어느새 형수의 뒤로 다가와 그렇게 비꼬았다.

하긴, 따지고 보면 형수보다는 종섭이가 한 줄 위인 건 사실이다.

단일 시즌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운 놈이니까.

거기에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출루율, 안타수, 장타율에서도 종섭이가 더 뛰어났다.

물론, 따진다면야 통산 홈런만큼은 형수가 더 많았지만 상대적으로 2시즌을 더 먼저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하면 실질적으로 경기수 대비 홈런 개수는 종섭이가 더 위였다.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형수가 비열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난 월드 시리즈 반지가 집에 일곱 개나 있다! 그리고 골드 글러브도 내가 너보다 4번이나 더 많이 탔지? 아아! 실버 슬러거도 내가 하나 더 많지 않았던가? 흐흐흐흐!”

형수의 말에 종섭이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지만, 이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월드 시리즈야 지혁이 때문에 덤으로 얻은 거고, 골드 글러브 역시도 고만고만한 놈들 중에 줄 만한 놈이 없으니까 지혁이 공 받는 놈 주자 식으로 던져 준거고, 실버 슬러거? 꼴랑 열네 명이랑 경쟁하는 것하고 마흔네 명 이상이랑 경쟁하는 것하고 비교가 되는 건지 모르겠네? 뭐, 그렇게라도 이기고 싶다면 어쩔 수 없고.”

완패.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형수는 절대 종섭이의 상대가 아니었다.

“크아아아-! 이 빌어먹을 새끼들! 내가 니들하고 십 년 넘게 한솥밥을 먹었다는 게 억울하다!”

발광하는 형수를 종섭이는 이겼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나서야 내 옆에 앉았다.

“민준이는 아직도냐?”

종섭이의 물음에 나는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종섭이가 말했다.

“웬만하면 민준이가 하고 싶다는 데로 시켜. 솔직히 말해서 내가 민준이라고 하더라도 투수보다는 타자를 선택하겠다. 그러면 최소한 아버지보다 못 한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 아냐?”

“그렇지! 그렇지! 내가 방망이 거꾸로 잡고 쳐도 2할은 나오지! 흐흐흐흐!”

형수의 말에 종섭이와 내가 웃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이닝이 끝나며 공수가 교대됐다.

“체크! 삼진으로 다 잡아줘요!”

“사랑해요! 체크!”

“꺄아악! 체크가 여길 쳐다봤어! 어떻게!”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며 어쩔 줄을 몰라하는 미국 여학생들을 바라보며 형수가 말했다.

“그러지 말고 아예 모델이나, 연예인을 시켜버려. 솔직히 민준이 정도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잖아? 그러고 보면 참 다행이야. 지혁이 널 닮지 않고 안젤라를 닮았으니까. 흐흐흐! 아! 한 사람 더 있었지! 현아도 아빠를 닮지 않고 엄마를 닮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형수의 말에 종섭이와 내 표정이 동시에 일그러졌다.

하지만, 종섭이의 한 마디에 상황은 다시 역전되고 말았다.

“준호는 아직도 거울만 보면 우냐?”

형수의 아들, 장준호. 누가 봐도 형수 아들이라고 광고를 하는 것처럼 딱 형수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얼굴로 어렸을 때 왜 자신은 엄마가 아닌 아빠를 닮았냐며 며칠을 울고불고 난리를 쳤었던 과거가 있다.

형수에게는 무척이나 굴욕적인 과거의 기억이었고, 나와 종섭이에게는 언제 꺼내도 재밌게 놀려먹을 수 있는 추억이었다.

종섭이와 연락을 트면서 형수는 자연스럽게 에바와 연결이 됐다.

물론, 두 사람의 연애사를 말하자면 무척이나 길었지만, 나와 종섭이는 짧게 설명한다.

사랑을 구걸했던 형수.

진드기처럼 달라붙었던 형수를 결국을 쳐내지 못한 마음 약한 에바.

두 사람의 결혼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결혼식 날 종섭이가 아주 멋진 말로 축하를 해주었다.

‘그 시작은 구질구질하더라도 끝은 아름답길 바란다.’

멋진 축하 말이었지만, 당사자인 형수는 그렇지 않았던지 결혼식 내내 눈알을 부라리며 종섭이를 노려봤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쇄애애애액!

퍼어- 어엉!

“스트라이크!”

주심의 시원시원한 음성에 종섭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 아들 아니라고 할까봐 공 죽이네. 하긴, 저런 공을 던질 줄 아는데 타자를 선택하라고 하는 건 좀 아깝긴 하네.”

형수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누가 봐도 딱 지혁이 고딩 때 모습 아니냐?”

“그렇긴 하네.”

“다른 건 몰라도 아들 하나는 정말 기똥차게 낳았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서 메이저리거가 되면 아시아인 최초가 되지? 너도 부족해서 이제 아들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최초 타이틀을 가져가려고 하냐? 하여간 욕심이 끝이 없어요!”

형수의 말에 종섭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독한 부자지간이지.”

“젠장! 준호 이 새끼는 왜 잘 하던 야구를 때려치우고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어서 미식축구를 하겠다고… 어휴! 그 새끼 생각만 하면 아주 속이 터져요! 속이 터져!”

생각 할수록 열이 받는다는 듯 형수가 내 맥주를 뺏어서 들이켰다.

형수의 모습에 종섭이가 내게 작게 말했다.

“치어리더들이 더 많다고 하더라.”

“응?”

“준호가 야구에서 미식축구로 갈아탄 이유라고 저번에 현아가 그러더라.”

“아아…….”

고작 그런 이유로 잘하던 야구를 그만뒀다니.

역시 형수 아들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 실소가 나왔다.

“왜 웃었어?”

“아냐.”

형수의 시선을 피해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차민준, 미국에서는 ‘체크’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내 아들이 타자를 상대로 조금도 주눅들지 않은 모습으로 당당하게 공을 던지고 있었다.

한국 나이로 17살이지만, 어느새 93마일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져대고 있었다.

형수와 종섭이의 말처럼 내 지난 과거, 아니 그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다만.

아버지의 기록이 부담스러워 투수보다는 타자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려대는 바람에 요즘 좀 머리가 아픈 상태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내 뒤를 이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야구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했으니까.

쐐애애애애애애액!

퍼어어- 어엉!

“스트라이크! 타자 아아아- 웃!”

-우와아아아아아!

“지혁아, 민준이 타자한다고 했지? 아마 못 할 것 같다. 저렇게 좋아하는 얼굴을 하는 놈이 타자를 한다고? 저 녀석은 너를 빼다 박았어!”

“그러게! 아까 홈런 치고 미소도 안 짓던 녀석이 웃고 있네! 역시 피는 못 속인다니까! 흐흐흐!”

종섭이와 형수의 말을 들으며 나 역시 희미하게 웃었다.

두 친구의 말처럼 언젠가 내 아들도 나처럼 100마일의 공을 거침없이 던지는 날이 올 것만 같았다.

그 어떤 타자도 두려워하지 않을 가장 강력한 패스트볼을 던지는 메이저리거가 되는 거다.

그리고 나를 뛰어넘는 거다.

내 마지막 꿈이라면 그것 하나뿐이었다.

<지금까지 100마일을 애독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해외편 - 221』 > 끝

ⓒ 독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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