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마일-208화 (208/221)

< 『해외편 - 208』 >

『해외편 - 208』

《슈퍼 에이스 차지혁! 복귀와 동시에 시즌 21승! 다승 1위의 위엄 증명!》

《LA 다저스 에이스의 귀환으로 인한 선수단 분위기 급상승! 애틀란타 원정 2연승!》

《지구 우승 확신한다! 게레로 감독의 자신감!》

《LA 다저스 애틀란타 원정 스윕! 3차전 최고의 활약을 보인 2홈런의 주인공 마이크 트라웃, 은퇴는 아직 이르다!》

《LA 다저스 4연승 질주!》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5연승 달성한 LA 다저스!》

《30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마지막 홈 3차전에서 슈퍼 에이스 차지혁 선발 등판으로 6연승 자신!》

《공략이 없는 것인가? 제로백 슬라이더의 위력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진 콜로라도 로키스!》

《LA 다저스 슈퍼 에이스 차지혁! 브레이크 없는 16연승! 시즌 22승!》

《제로백 슬라이더! 인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최강의 패스트볼로 선정!》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파이어볼러들 하나 같이 제로백 슬라이더에 도전장을 내밀다!》

2028년 메이저리그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치열하게 달려가고 있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콜로라도 원정을 시작으로 이제 남아 있는 경기 수는 32경기다.

이 중 내게 배당되어 있는 선발 등판 경기는 5일 뉴욕 양키스 LA 홈 경기부터 10월 1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마지막 경기까지 총 6경기.

모두 승리한다면 무려 시즌 28승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된다.

시즌 28승.

엄청난 승수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25승조차도 기적이라 부르고 있었으니까.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부터 메이저리그 양대 리그 통합 다승왕의 평균 승수는 22승.

말 그대로 평균이 22승이지, 18승으로도 다승왕에 올랐던 투수도 있었다.

25승에 가장 가까웠던 투수가 두 명 존재하는데, 2011년 다승왕이었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저스틴 벌렌더(24승)와 2002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뛰었던 랜디 존슨(24승)이다.

무엇보다 현재 메이저리그를 투고타저의 시대라 부른다.

투수들의 실력이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기에 투수들의 성적이 잘 나오는 시대가 유지된 지 벌써 15년이 다 되었음에도 양대 리그 통합 다승왕의 승수가 25승을 넘기지 못하고 있으니 내가 올 시즌 25승만 거둔다 하더라도 엄청난 찬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솔직히 욕심은 났다.

작년 시즌 부상으로 20승에 그쳤던 점을 생각하면 남아 있는 6경기 중 최소 3승만이라도 챙겨서 25승의 고지를 밟아보고 싶었다.

“푸하하하! 지혁아! 이거 봤어?”

형수가 내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핸드폰 화면에는 4회 강판이라는 글귀와 함께 마운드를 내려가는 송종섭의 뒷모습이 사진 찍혀 있었다.

3.2이닝 동안 무려 6개의 볼넷을 남발하고, 5개의 피안타와 2개의 홈런을 맞은 송종섭은 8점을 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되었다는 기사였다.

“그럼 그렇지! 이깟 놈에게 메이저리그가 만만하지가 않지! 푸하하하!”

과할 정도로 좋아하는 형수였다.

“그렇게까지 좋아할 일이냐?”

내 물음에 형수가 곧바로 대답했다.

“좋지! 솔직히 말해서 난 이 새끼 잘되는 거 싫다!”

“왜?”

“왜라니? 당연한 거 아니냐? 타고 난 재능 좀 있다고 거만하게 남들이나 깔보고 훈련도 제대로 안한 싸가지 없는 새끼가 성공하는 게 넌 좋아? 이런 새끼는 당연히 남들보다 잘 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건 그렇지만, 혹시 알아? 미국에 와서 죽어라 노력을 했을지.”

내 말에 형수가 고개를 저었다.

“물론, 네 말대로 그랬을 수도 있지. 그래도 난 이런 새끼가 성공하는 꼴은 못 봐!”

가만히 형수를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뭐야? 그 의미심장한 웃음은? 서, 설마 너 내가 아직도 고등학교 때 그 새끼가 나한테 공도 제대로 못 받는 포수가 무슨 포수냐고 했던 말 때문에 이러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분명하게 말하지만 난 그때 일 깨끗이 잊었다! 그리고 공도 제대로 못 던지는 새끼가 누굴 까! 아! 옛날 생각 하니까 또 열 받네! 엿 같은 새끼! 그냥 다른 일 찾아보지 왜 미국까지 쫓아와서 내 앞에서 알짱거리는 거야!”

“미국은 종섭이가 먼저 왔는데?”

“어, 어쨌든! 내가 먼저 메이저리그에 데뷔 했으니까 내가 먼저지!”

분명해.

형수는 그때 일로 꽁해 있는 거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

당시 나와 형수의 동기들은 물론, 선배와 후배들까지 모두 송종섭을 싫어했으니까.

그러니 형수의 반응이 지극히 정상적인 건 사실이다.

장담하건데, 고등학교 동기들 중 송종섭이 잘 되는 걸 진심으로 축하해줄 사람은 없을 거다. 그리고 솔직히 나 역시 같은 생각이긴 했다.

재능만 믿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성공하는 건 절대 반갑지 않았다.

‘고작 그런 지루한 공 밖에 못 던지는 거야? 나 참, 난 또 랭킹 1위라고 해서 얼마나 대단한가 했더니 별 거 없네. 그런 소녀 어깨로 랭킹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겠어? 하긴, 고만고만한 놈들 사이에서 랭킹 1위네 어쩌네 하는 게 더 우습지.’

자신의 구속이 더 빠르다고 우쭐했던 송종섭의 모습이 떠오르자 슬그머니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과연 지금도 내 앞에서 그따위 말을 할 자신이 있을까?

그러고 보니 이번 시즌 마지막 시리즈가 밀워키 브루어스다.

“마이너리그로 떨어지지 않으면 만날 수 있겠네.”

투수든, 타자든 어떤 식으로든 송종섭을 만나서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콜로라도 로키스 원정을 앞두고 짐을 싸는 사이 황병익 대표가 집으로 찾아왔다.

“휴우~ 요즘 차지혁 선수 계약 문제로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습니다. 아! 오해하실 건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차지혁 선수와 계약을 하고 싶다고 얼마나 난리를 치는지 내 생에 이런 엄청난 조건들 속에서 고민을 하게 될 줄을 몰랐기에 그런 겁니다. 뭐, 이를 테면 행복한 고민이라고나 할까요? 하하하!”

나 역시 듣기는 했다.

올림픽 출전을 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LA 다저스의 종신 계약으로 인해 이적을 논의하던 구단들이 하나, 둘 발을 빼기 시작했는데, 제로백 슬라이더의 등장과 함께 다시금 나를 영입하기 위한 엄청난 돈 전쟁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덕분에 벌써 두 번씩이나 맥브라이드 단장이 날 직접 찾아와서 다저스에게 서운한 게 조금이라도 있었냐, 혹시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말을 해달라 등등 혹시라도 내가 마음이 변했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사를 보니까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믿기지 않는 금액을 준비 중이라고 했는데 정말입니까?”

당사자인 나보다 곁에 앉아 있던 형수가 더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차피 형수에게는 숨길 이유가 없었고, 이제는 완전히 비교가 불가능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인지 형수도 내 계약에 대해서는 순수한 호기심 밖에 남아 있질 않았다.

“아 그 추측성 기사 말이죠? 그게…….”

황병익 대표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 이내 픽 웃었다.

“사실입니다.”

“헐!”

형수의 입이 쩍! 벌어졌다.

“저, 정말 순수 계약금으로만 시, 십억 달러를 준비 하고 있다는 겁니까?”

두 배.

정확하게 LA 다저스에서 제시했던 계약금의 2배를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준비한다고 했다.

“차지혁 선수는 별로 놀랍지 않으십니까?”

황병익 대표의 말에 형수는 무슨 말이라도 미리 들었냐며 나에게 물었다.

“그런 적 없어. 그냥 뭐랄까,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할까?”

내 말에 황병익 대표와 형수가 이해한다는 듯 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어마어마한 액수를 계약금으로 받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고, 아마 다시는 나오지도 못할 겁니다. 스포츠 선수들의 몸값이라는 게 선례를 남기면 반드시 그걸 뛰어넘는다는 말이 있어도 계약금으로만 10억 달러는… 솔직히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그렇죠! 아무리 대단한 선수라고 하더라도 10억 달러는… 휴우~ 이건 완전.”

할 말이 없다는 듯 형수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 겁니다만, 한 명의 선수에게 계약금만 10억 달러를 준다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세요? 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네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건 적정수준을 넘어버린 이야기다.

내 물음에 황병익 대표가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솔직히 액수가 너무 거대한 건 사실입니다. 작년 메이저리그 총수익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나와 형수가 그런 걸 알 리가 없다.

“210억 달러입니다. 30개의 구단 전체가 1년 동안 벌어들인 수익입니다. 구단별로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 따졌을 때, 7억 달러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대도시의 인기 구단의 수익이 워낙 크다보니 고만고만한 구단들의 경우 5억 달러 안팍으로 보시면 됩니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평균치 이상의 수익을 벌지는 못했습니다.”

황병익 대표가 잠시 말을 멈추자 형수가 곧바로 끼어들었다.

“그럼 지혁를 영입하기 위해 계약금으로만 2년치 수익을 쏟아 붓겠다는 뜻 아닙니까? 여기에 추가적으로 연봉에다가 선수단 전체 연봉과 구단 운영비까지 더하면… 어휴! 단순 계산만으로만 따져도 3년은 적자 운영을 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그렇게까지 무리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구단주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구단을 운영하는 일은 자선사업이 아니다. 어쨌든 수익을 내기 위한 하나의 기업체이기 때문에 3년 동안 적자 운영을 하겠다는 건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 말이었다.

황병익 대표가 나와 형수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웃었다.

“물론, 단순 계산으로만 따진다면 3년 정도 적자 운영을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1년 정도 적자를 감수하고 나면 이듬해부터는 소폭으로나마 흑자로 들어설 것이고, 무엇보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구단 가치가 단숨에 치솟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나와 형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자 황병익 대표가 곧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나를 영입함으로써 엄청난 수의 팬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구단에게 있어서 팬은 곧 돈이다.

기본적인 입장료부터 시작해서 나와 관련된 상품들까지 그 수익이 어마어마해진다.

여기에 이미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로 우뚝 선 나를 데려가는 구단은 중계료가 무지막지하게 올라간다고 했다.

이것만 하더라도 콜로라도 로키스는 당장 작년 대비 최소 20%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5억 달러였다면 6억 달러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소리다.

무엇보다 이 수치가 최소치라는 점이다.

“제가 볼 때는 최소 25%에서 최대 40%가까이 수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단 한 명의 선수가?

나와 형수가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는 듯 눈을 찌푸리자 황병익 대표가 고개를 저었다.

“차지혁 선수는 단순한 슈퍼 스타가 아닌 세계적인 슈퍼 스타의 반열에 들어섰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차지혁 선수가 구단에 벌어 줄 수익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 정도는 될 거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이런 점들을 다 무시하더라도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차지혁 선수를 영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소득은 따로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형수가 급하게 물었다.

“바로 명문으로의 발돋움입니다. 얼마 전, 전문가들이 아주 재밌는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차지혁 선수가 LA 다저스에 입단을 하고 작년과 올해까지 무려 구단의 승률이 0.154나 올랐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여기에 연패를 끊을 수 있는 능력, 연승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까지 더하면 차지혁 선수 한 명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엄청나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런 결과들은 곧 지구 우승과 챔피언십 우승을 넘어 월드 시리즈에 진출할 가능성까지 굉장히 높여준다는 뜻이고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지나가면 구단의 명성은 당연히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집니다. 바로 이 점이 콜로라도 로키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같은 돈만 많고 명문으로서의 입지를 다지지 못한 구단들이 차지혁 선수를 최우선적으로 노리는 이유입니다.”

황병익 대표의 긴 이야기를 형수가 간단하게 정리를 해버렸다.

“돈으로 명문을 만들겠다는 말이네.”

바로 그거라는 듯 황병익 대표가 웃었다.

단 한 명의 선수가 그럴 힘이 있을까?

있다.

정말 압도적으로 리그를 지배할 수 있는 실력만 갖추고 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점이 기존의 명문 구단들에게는 의미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다저스 입장에서는 아무리 차지혁 선수를 붙잡고 싶어도 기존 계약금인 5억 달러 이상을 쓰기가 어렵습니다. 기껏해야 연봉을 올리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현재 이적 타진을 해오고 있는 양키스나 레드삭스, 카디널스와 같은 명문 구단들 또한 돈이 있어도 차지혁 선수에게 막대한 계약금을 선뜻 내줄 수가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뭐가 이렇게 복잡한지…….”

형수가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났다.

“계약이라는 게 원래 그렇습니다. 단순히 돈만 있다고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구단들끼리 서로 눈치도 봐야 하고 손익계산도 해봐야 하고 선수 한 명으로 인해 변할 순위 다툼이나, 선수단과 팬들의 반발 등등 골치 아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형수처럼 나 역시 더 이상 계약 문제에 깊이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내 문제이니 당연히 내가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난 지금의 연봉에도 만족했고, 종신 계약을 해달라며 LA 다저스에서 제시한 조건에도 손톱만큼의 불만도 없었다.

그저 빠른 시간 내에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시끄러운 돈지랄이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 『해외편 - 208』 > 끝

ⓒ 독고진

작가의 말

참고로 2014년도 메이저리그 수익이 90억 달러라고 합니다.

1995년의 수익이 14억 달러 (현 가치 21억 달러)

2014년 90억 달러 (작년 대비 10억 달러 성장)

19년 동안 무려 321%  상승을 했다고 하니.

2027년이면.

작중 야구 개혁도 일어났고, 거대 재벌들도 구단을 인수했고 미국내 1위였던 미식축구를 제끼고 야구가 1위로 올라섰으니 200억 달러는 충분히 넘기지 않을까 예상을 해봤습니다.

실제로 미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는 미식축구 NFL인데, 넘사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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