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마일-171화 (171/221)

< 『해외편 - 171』 >

『해외편 - 171』

“저번 경기보다 기자들 수가 2배는 많아졌다.”

형수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네가 떨릴 리는 없을 테고. 어때? 오늘 작년 기록 갱신 할 수 있을 것 같냐?”

“컨디션은 나쁘지 않아.”

“기록 경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팍팍 느껴지네. 5회까지만 무실점으로 막으면 50이닝 무실점 기록이네. 한국에서 네가 세웠던 최고 기록이 57.1이닝이었지?”

“응.”

“오늘 8회까지만 막는다고 치면 53이닝. 다음 경기에서 7회까지만 막으면 60이닝으로 메이저리그 신기록에 세계 신기록을 달성 하겠군. 오늘 경기는 세계 신기록을 향한 전초전이라는 건데… 오늘 무실점으로 막으면 다음 경기는 진짜 엄청나겠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형수였다.

“그런데 너 그 공은 언제 던질 거야?”

“아직 멀었어.”

“왜? 제구도 되잖아?”

“완벽하지가 않아.”

내 말에 형수가 얼굴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너처럼 완벽하게 다듬어서 경기에 써먹는 투수가 몇이나 될 것 같아? 대부분 적당히 던질 수 있게 되면 실전을 통해서 제대로 된 공이 되도록 만드는 거 아니냐? 너무 완벽주의자도 인간미 없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저번에 네가 던졌던 공 생각하면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그래도 아직 아니야.”

“어휴! 독한 놈! 네 마음대로 해라.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점심을 너무 많이 먹었나? 계속 배가 부글거리네.”

다급하게 뛰어가는 형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글러브에서 공을 꺼내들었다.

‘괜찮을까?’

5월이 시작되기 직전, 형수와 함께 훈련을 할 때였다.

쐐애애애애애액!

퍼어어어엉!

“뭐, 뭐야?”

형수가 깜짝 놀란 얼굴로 포수 미트와 나를 번갈아봤다.

“왜? 뭐가 달라?”

내 물음에 형수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달라! 바, 방금 공이 떠오른 것 같은 느낌이었어!”

“정말 그렇게 느꼈어? 확실한거야?”

“확실해! 분명 공이 떠올랐어! 너… 설마 알고 던지는 거야?”

형수의 말에 대답보다는 왼쪽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작년부터 꾸준히 준비를 해왔던 라이징 패스트볼에 대한 희망이 느껴졌다.

물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라이징 패스트볼은 절대 아니다.

형수 역시 떠오른 것 같다 느꼈지만, 실제로는 평소와는 다르게 공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기에 반대로 떠올랐다 느꼈을 뿐이다.

랜디 존슨의 말처럼 착시 현상에 의한 라이징 패스트볼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던지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상당한 시간을 들여 연구하고 공부하며 훈련을 병행했다.

가장 중요한 건 공의 회전수 증가와 회전 각도를 최대한 정각에 맞추도록 투구 자세를 고치는 일이었다.

초고속 카메라로 현재 내가 던지는 공의 회전수와 회전 각도를 분석하면 좋겠지만, 개인 훈련장에 그 정도의 장비가 구비되어 있지 않았기에 현재로서는 그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으로만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진짜 라이징 패스트볼이야?”

형수가 흥분한 얼굴로 그렇게 물었다.

“아니야.”

“아니라고? 분명 떠오는 공이었는데?”

“만화나 소설도 아니고 라이징 패스트볼을 사람이 어떻게 던지겠어?”

“하지만 방금 분명히…….”

“평소보다 공의 궤적이 떨어지지 않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뿐이야.”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히 마지막에 공이 떠올랐는데?”

“다시 받아봐.”

“좋아! 던져!”

자리에 앉은 형수는 두 눈을 부릅뜬 상태로 미트를 벌리고 있었다.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와인드업을 한 상태에서 힘껏 공을 던졌다.

쐐애애애애애애액!

같은 포심 패스트볼임에도 평소보다 공이 힘 있게 날아갔다.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형수의 포수 미트를 뚫고 나갈 것과 같은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퍼어어어엉!

미트를 내밀고 있는 그 자세에서 얼음이 된 형수가 가만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짐작이 갔다.

“아니지?”

내 물음에 형수가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미묘하게 이상하네. 확실히 일반적인 포심보다는 궤적이 훨씬 높은 것 같은데…….”

“정확하게 떠오른다는 느낌이 없는 거지?”

“응.”

“라이징 패스트볼은 어차피 인간이 던질 수 없는 공이야.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허구의 구종이야.”

“그래도 방금 이 정도의 패스트볼이면 타자 입장에서는 라이징 패스트볼이나 다름없다고 느낄 거야. 보통의 패스트볼이 날아오는 공의 궤적에서 확실하게 높은 편이니까. 헛스윙이나, 배트에 걸린다 하더라도 뜬 공이 될 확률이 무척 높겠어.”

“그렇겠지.”

담담한 내 말과 다르게 형수는 다시금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일반적인 패스트볼에 지금의 패스트볼을 섞어서 던지면 타자 입장에서는 진짜 미치겠다! 괴물 같은 새끼! 언제 이런 엄청난 공을 연습 한 거야? 아니, 그것보다도 어깨나 팔은 괜찮은 거야? 아무리 너라고 하더라도 이런 공을 그냥 막 던질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그렇지 않아도 손목에 살짝 부담이 가기는 했다.

평소보다 공의 회전 각도를 정각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에 손목이 자연스럽게 살짝 틀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른 부담이 고스란히 손목으로 전해지니 사실상 지금과 같은 패스트볼을 한 경기에서 수십 개씩 던지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설령, 계속해서 던질 수 있다 하더라도 던질 이유가 없기도 했다.

굳이 노출 빈도를 늘려서 타자들에게 익숙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손목에 부담을 가중 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마구라 불리는 공을 던질 수 있으면 뭐할까?

부상을 당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지는 걸.

“랜디 존슨하고 그렇게 비밀스럽게 연습하던 게 라이징 패스트볼이었어?”

형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신구종을 던지기 위해 거쳐 가야 할 과정일 뿐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공을 던지려는 건지. 하여간 넌 이해 불가, 상식 파괴의 괴물이야. 라이징 패스트볼이야 그렇다 치고, 12to6커브는 도대체 언제 던질 건데? 또 포스트 시즌에 깜짝쇼를 할 생각이냐?”

“아니.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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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바, 방금 뭐야?”

“분명해! 커쇼의 12to6커브였어!”

“척이 언제부터 12to6커브를 던질 수 있었던 거야?”

“저것 봐! 벅스턴도 멍한 얼굴로 척을 바라보고 있잖아.”

숨 막힐 것 같았던 팽팽한 대결이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싱겁게 끝나버렸다.

차지혁의 공을 무려 5개나 커트를 해내며 9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벌이던 바이런 벅스턴이었지만,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커브에 멍하니 루킹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우와아아아아아!

잠시 정적으로 물들었던 경기장이 언제 그랬냐는 듯 흥분으로 소란이 일었다.

“척! 척! 척! 척! 척!”

맥주를 들고 있던 백인 남자의 열정적인 외침이 순식간에 전염병처럼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관중들에게 퍼지며 다저 스타디움이 들썩일 정도의 함성으로 변했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구종의 등장은 관중들에게는 즐거움이 되었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타자들에게는 불행이 되었으며, 쉬지 않고 노트북을 두드리는 기자들에게는 엄청난 활력을 불어 넣었다.

타다다닥. 타다다닥. 타닥타닥.

기자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차지혁의 새로운 구종의 등장, 바이런 벅스턴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작년에 세웠던 46.1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의 재연까지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올려야만 하는 기자들은 바쁘게 타이핑을 했다.

“휴우~ 이제는 12to6커브까지 장착을 한 건가? 도대체가 끝을 알 수가 없군!”

흑인 기자의 말에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차동호 기자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괜히 뿌듯했다.

주변 기자들의 놀란 시선과 감탄사를 들을 때마다 자신이 칭찬을 받은 것만 같았다.

“설마, 운은 아니었겠죠?”

곁에 앉아 있는 후배 기자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차동호 기자가 피식 웃었다.

“차지혁 선수 성격이라면 저건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다는 뜻이야.”

“그렇겠죠? 그럼 이제 커브만 두 종류를 던지게 되는 거네요?”

“그렇지.”

“이야~ 말이 안 나오네요. 무엇보다도 던지기 쉽지 않다는 12to6커브를 저렇게 완벽하게 구사할 정도라니. 오늘 정말 신기록 나오겠는데요?”

후배 기자의 말에 차동호 기자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이 중요한 게 아니야. 어쩌면 다음 선발 등판에서 차지혁 선수는 메이저리그의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게 될지도 몰라. 아니, 분명 새로운 신기록을 달성하게 될 거야. 차지혁이니까.”

강한 믿음이었다.

그런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차지혁은 알렉스 잭슨에게도 12to6커브를 다시 한 번 보여주며 루킹 삼진을 이끌어냈다.

“좋았어! 새 기록이다!”

후배 기자는 재빨리 노트북에 기사를 작성해서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 차지혁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국가에서는 실시간으로 기사가 올라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빠르게 기사를 작성하던 후배 기자가 약간 흥분한 음성으로 물었다.

“이러다가 오늘 경기 퍼펙트 게임 나오는 거 아닐까요?”

이제 고작 2회였지만, 투수가 차지혁이니 충분히 퍼펙트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볼 만했다.

작년엔 무려 3번씩이나 퍼펙트 게임을 달성했지만, 올 시즌에는 아쉽게도 몇 번이나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6번의 완봉승 가운데 1피안타를 기록한 경기가 무려 3번이나 됐으니 오늘 경기에서 퍼펙트 게임을 기록한다고 크게 놀라울 건 없었다.

언제 부턴가 다른 투수들에게는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퍼펙트 게임이 차지혁에게는 시즌에 한두 번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익숙해져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제 갓 데뷔 시즌을 끝내고 2년차에 들어선 투수에게 이런 인식이 심어졌다는 사실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런 투수가 또 있었던가?

단연코 없다.

다른 것도 아니고 경기 때마다 퍼펙트 게임을 기대하게 만드는 투수가 있을 리가 없다.

말도 안 되는 기록들이 즐비한 데드볼 시대라도 마찬가지다.

30승 이상 승리를 거두고, 300이닝을 우습게 던지던 투수들은 많았지만, 매 경기마다 퍼펙트 게임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드는 투수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차지혁이 얼마나 대단한 투수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차동호 기자는 문득, 차지혁이 과연 은퇴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퍼펙트 게임을 기록하게 될지 궁금해졌다.

“다른 것도 아니고 퍼펙트 게임 횟수가 기대되는 투수가 있을 줄이야.”

스스로 생각하고도 참 황당해서 웃음이 절로 나오는 차동호 기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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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석에 들어서는 바이런 벅스턴은 마운드 위에 서 있는 차지혁을 바라보며 굳게 다짐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1루 베이스를 밟는다.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초라한 다짐이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로 수년을 우뚝 서 있었던 자신이었다.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았고, 무섭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리그인 메이저리그에서 정점에 올라서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던 자신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리그 최고의 투수라 하더라도 안타나 홈런을 칠 자신이 있었다.

언제나 그 자신감은 현실로 이어졌다.

그럴 수 있었기에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던 거다.

그런 자신이 메이저리그 2년차의 루키 투수를 상대로 안타나 홈런도 아니고 1루 베이스만 밟겠다는 다짐이라니.

쓴웃음이 나왔고, 속에서 화도 치밀어 올랐지만, 현실이 그랬다.

앞선 두 타석에서 삼진만 당했다.

타자로서 가장 치욕스러운 루킹 삼진과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이번에는 절대 속지 않는다.’

바이런 벅스턴은 두 눈에 힘을 주고 차지혁을 바라봤다.

차지혁이 던지는 모든 구종은 다 위협적이다.

리그 최정상급이거나, 최고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고작 20살의 어린 투수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래도 패스트볼 계열의 공들만 던지기에 어느 정도 타이밍만 잡고 들어가면 타격에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이전 경기까지만 하더라도 분명 그랬고, 상대 전적은 좋지 않아도 자신감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경기에서 차지혁은 믿기지 않는 구종을 꺼내들었다.

그것도 이전까지 패스트볼 계열이었던 것들과 완전히 상반되는 구종이다.

덕분에 동료 타자들도 모두 혼란에 빠져 제 기량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서 내가 다시 한 번 삼진을 당하거나 아웃이 된다면…….’

퍼펙트 게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바이런 벅스턴은 1루 베이스를 밟아야만 했다.

이적생 신분이라지만 팀 내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로서 연봉값은 해줘야만 한다는 강박강념마저 생겨나 있었다.

‘패스트볼만 노린다!’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내준다 하더라도 12to6커브는 버리기로 작정했다.

마지막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결정구로 던질지 모르니 2스트라이크가 되기 전에 승부를 봐야 한다는 조급함도 생겼지만, 일찌감치 패스트볼만 노리고 배트를 휘두르겠다고 다짐하니 없던 자신감도 살짝 들었다.

‘와라!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오기만 한다면!’

자세를 잡고 서니 마운드 위에서 차지혁이 초구를 던졌다.

“……!”

퍼엉!

“스트라이크!”

초구부터 12to6커브가 들어올 줄이야!

살짝 당황했지만, 바이런 벅스턴은 오히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두 번째 공은 패스트볼이겠지! 와라! 넘겨주마!’

자세를 잡고, 배트를 잔뜩 말아 쥐었다.

모든 힘을 응축해서 타구를 담장 밖으로 멀리 날려버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바이런 벅스턴을 향해 차지혁이 2구를 던졌다.

“……!”

퍼엉!

“스트라이크!”

패스트볼을 노리고 스윙을 준비했던 바이런 벅스턴은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란 얼굴로 포수 미트를 바라봤다.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는 두 번째 공도 12to6커브였다.

“후우우. 후우우.”

타석에서 벗어나 크게 심호흡을 하며 바이런 벅스턴은 마운드 위에 서 있는 차지혁을 죽일 듯 노려봤다.

담담한 표정이지만, 그 표정 뒤에 자신을 얼마나 비웃고 있을지 생각하니 저절로 이가 갈렸다.

초구에 이어 두 번째 공도 12to6커브를 던졌으니 세 번째 공은 유인구 내지는 패스트볼이 확실했다.

‘건방진 놈! 네놈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마!’

타석에 서서 세 번째 공을 기다리는 바이런 벅스턴,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공을 던지는 차지혁.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보고 패스트볼은 무조건 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바이런 벅스턴에게 날아온 세 번째 공은 놀랍게도 또 다시 12to6커브였다.

부- 웅!

퍼엉.

“스윙! 타자 아웃!”

배트가 허공을 가르는 모습을 보며 바이런 벅스턴은 저도 모르게 외쳤다.

“fuck!”

완전히 농락을 당한 바이런 벅스턴은 그 자리에서 나무 배트를 무릎으로 두 동강 내버리고는 씩씩 거리며 마운드 위에 담담히 서 있는 차지혁을 노려봤다.

주심이 뭐라고 떠들어대며 경고를 줬지만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동료 선수에게 등 떠밀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바이런 벅스턴은 생각했다.

오늘 경기가 자신의 야구 인생에 있어 가장 치욕스러운 경기가 될 것 같다고.

그리고 예상대로 그날 경기는 차지혁에게 시즌 첫 번째 퍼펙트 게임을 안겨주었다.

< 『해외편 - 171』 > 끝

ⓒ 독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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