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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마일-155화 (155/221)

< 『해외편 - 155』 >

『해외편 - 155』

-넘어갑니다! 넘어갔습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시다 타카시 선수 이번 대회 6번째 홈런을 터트리며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의 주목을 확실하게 받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이번 챔피언스 리그에서 그 누구보다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시다 타카시 선수지요. 이번 대회 모든 타격 부문에서 자신의 이름을 최상위에 올리고 있으며, 벌써부터 트레이드와 이적 협상을 위해 다수의 메이저리그 구단이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도 있으니 잘하면 내년에는 메이저리그의 타석에 서는 걸 볼 수도 있겠군요.

-반대로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최악의 투구 내용으로 4회 만에 강판을 당하고 마는 루카스 지올리토 선수입니다. 메이저리그 시즌 경기에서도 그렇고 오늘 경기도 그렇고 메이저리그 최정상의 투수라고 말하기엔 부끄러울 정도로 많은 강판을 당하고 있는 루카스 지올리토 선수입니다.

-일각에서는 루카스 지올리토 선수의 노쇠화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올 시즌 여러모로 부진을 겪고 있죠.

-33세의 루카스 지올리토 선수에게 벌써부터 노쇠화라는 건 조금 심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그렇지요. 하지만, 올 시즌에만 들어서 벌써 4이닝 이전에 대량 실점을 허용하며 강판을 당한 경우가 5번이나 되죠. 이 정도면 충분히 노쇠화가 시작됐거나, 기량에 문제가 생겼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군요.

-5번이나 됐습니까? 확실히 워싱턴 내셔널스 입장에서는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키무라 타로의 타구가 우익수 호세 마르코 선수에게 잡히며 이닝이 종료됩니다. 현재 스코어는 6점 차 리드로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크게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와~ 저 정도면 지올리토도 완전 맛이 갔다고 봐야겠는데? 완전 막장이네. 막장이야.”

형수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아니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졌다.

메이저리그 최정상의 투수라 불리며 올 시즌 3500만 달러를 연봉으로 받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에이스 루카스 지올리토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타자들을 상대로 4이닝을 넘기지 못하고 강판을 당하고 말았다.

3.2이닝 6실점.

충격적인 일이고, 자존심이 바닥으로 추락하다 못해 땅속 깊숙이 파고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치욕스러운 날이다.

비단, 루카스 지올리토만의 문제가 아니다.

워싱턴 내셔널스 타자들 또한 6점차 리드를 빼앗기고 있었으니 세계 최고의 리그라 자부하던 메이저리그의 모든 구단들이 먹칠을 당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설마 워싱턴까지 요미우리에게 잡아먹히는 건 아니겠지?”

형수의 말에 나도 섣부르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직 결승 1차전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무기력하게 워싱턴 내셔널스가 패배를 하고 만다면 2차전을 장담하기 힘들었다.

IBAF 챔피언스 리그는 세계 최고의 구단을 가리는 대회다.

단순히 운만 주어진다고 우승을 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격파하고 결승까지 올라온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기세가 무서웠다.

설마했던 우려가 현실로 벌어질지도 몰랐다.

딱 10년째 되는 IBAF 챔피언스 리그는 오랜 역사와 전통은 없더라도 이미 세계적으로 상당히 유명해진 대회였고, 그 주목도가 가장 높은 야구 경기 중 하나였다.

당연히 대회 우승을 달성했을 때의 혜택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컸다.

세계 최고의 구단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게 되니까.

그리고 1회 대회부터 9회 대회까지 모조리 메이저리그의 구단들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기에 거기에서 오는 자부심 또한 대단한 건 사실.

아무리 어른과 아이의 대결이라 폄하를 받고 있어도 메이저리그라는 자존심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고작 10년 만에 콧대 높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을 따돌리고 타 리그의 구단이 챔피언스 리그의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

당장 메이저리그 사무국부터 길길이 날뛸 것이 뻔했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메이저리그의 구단들을 짓밟았다며 열광을 하겠지.

“이번 결승전은 아주 흥미진진하네.”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형수가 키득거렸다.

“그런데 앞으로도 아프리카에 꾸준히 갈 거냐?”

형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글쎄. 솔직하게 말하면 나도 잘 모르겠어.”

“어쩌냐? 이미 기사는 대문짝만하게 나와서 지혁이 네가 싫어도 억지로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같은데.”

“시간이 될 때 한 번씩 가는 것도 괜찮겠지.”

내 대답에 형수가 피식 웃었다.

“실력도 그렇고 인성도 그렇고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진짜 제2의 커쇼가 되고 말았네.”

형수의 말에 나는 가볍게 웃고 말았다.

이번 잠비아 루사카, 희망의 집에 갔던 일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LA 다저스에서 가장 관심을 집중 받고 있는 나였으니 아프리카 행이 비밀리에 이뤄질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일이긴 했다.

덕분에 인터넷은 굉장히 시끄러웠다.

시즌 중 이뤄진 아프리카 봉사 활동, 안젤라와의 데이트 등이 겹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무척이나 뜨겁게 다뤄지고 있었다.

실상은 커쇼에게 12to6커브를 배우기 위해 아프리카에 갔지만, 그 사실은 별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중요한 건 시즌 전반기를 통해 LA 다저스의 새로운 에이스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차지혁이라는 어린 투수가 벌써부터 아프리카로 봉사 활동을 떠나며 커쇼의 그림자를 따라가고 있다는 거였다.

덕분에 LA 지역 언론을 비롯해서 내게 우호적인 기자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고 있었고, 팬들 또한 열광적으로 나를 지지했다.

반대로 내 행동을 두고 이런저런 말을 하는 언론과 팬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작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우호적인 언론과 팬들의 반응이 워낙 압도적이라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문제는 언론과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인한 뒷일이었다.

형수의 말대로 이제는 꼼짝없이 아프리카로 봉사 활동을 떠나야 할 상황이었다.

희망의 집을 떠나오면서 다시 갈 생각은 있었지만, 그 시기는 정확하지 않았다.

그런데 언론에서 시기를 정해버린 거였다.

시즌이 끝나면 또 다시 아프리카로 떠난다.

내 의사와는 상관도 없는 일방적인 스케줄이 잡힌 거다.

언론의 이런 보도를 가장 먼저 환영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커쇼였다.

전화를 해서는 구체적으로 날짜를 맞춰서 움직이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까지 하며 날 곤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 못지않게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람은 안젤라였다.

무려 4년 동안 봉사 활동을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녀에 대한 우호도가 급상승하고 있었다. 더불어 이번에 지에이치 3편에 출연이 확정됐다는 사실까지 덤으로 알려지며 그녀의 인기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였다.

“나갈까요?”

일주일동안 머물기로 한 방에서 안젤라가 나왔다.

활동하기 편안한 캐주얼 차림에 선글라스만 썼을 뿐인데, 모델다운 멋진 화보의 한 장면 같았다.

소파에 앉아 있던 나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변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IBAF 챔피언스 리그 결승 1차전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승리가 거의 확실해 보였으니 안젤라와의 데이트를 거절하고 TV 앞에 앉아 있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설령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하더라도 앞으로 6개월 동안 영화 촬영에만 전념해야 하는 안젤라를 위해서라도 데이트를 거부해선 안됐다.

“치사한 놈.”

형수의 투덜거림을 뒤로하고 안젤라와 함께 집을 나와 데이트를 즐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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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우승.

3차전까지 갈 것도 없었다.

1차전에서 8점차이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더니 2차전에서도 그 기세를 몰아 4:2로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워싱턴 내셔널스를 격파하며 제10회 IBAF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첫 번째 비메이저리그 구단의 우승이었다.

메이저리그 팬들은 충격에 빠졌고, 일본은 총리에 일왕까지 나서서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우승을 축하하며 일본 프로 야구의 우수성을 드높였다.

일본 총리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우승으로 인해 일본 프로 야구에 대한 평가가 낮았다며 미국 메이저리그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망언을 터트리며 메이저리그 팬들의 빈축을 사기까지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일본 총리와 일본 언론은 신경조차 쓰지 않으며 끝없는 자화자찬으로 저희들만의 축배를 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런 일의 빌미를 제공한 요미우리 자이언츠에게 패배를 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신나게 팬들과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다.

특히, 8강과 4강에서 패배한 세인트루이스와 디트로이트보다는 결승전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연패를 당한 워싱턴의 팬 사이트와 지역 언론은 차마 지켜보기 힘들 정도로 비난의 강도가 거셌다.

활화산처럼 터져버린 메이저리그 사태와는 상관없이 나와 안젤라의 LA에서의 일주일 데이트는 어느새 마지막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2027년 제 98회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이번 올스타전 개최 구장은 1912년 개장을 했으며, 현존하는 메이저리그 구장들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심장, 펜웨이 파크(Fenway Park)다.

“루키 첫 해에 올스타에 뽑힌 것도 대단한데 내셔널리그 선발 투수라니… 괴물 같은 놈.”

“다른 사람은 몰라도 트라웃이 그런 말을 할 처지는 아니지 않습니까?”

“뭐?”

내 반문에 트라웃이 멍하니 날 바라보다 이내 큰 소리로 웃었다.

루키 첫 해에 올스타에 뽑힌 건 트라웃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어쨌든 너무 무리하지 마. 올스타전은 어디까지나 즐겁게 팬들부터 시작해서 선수들까지 모두가 하나가 되어 즐기는 게임이니까. 괜히 올스타전이라고 어깨에 힘을 줬다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알지?”

“전 제가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하하하! 하긴 너라면 이런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겠군.”

트라웃은 이내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LA 다저스 선수들 중에 올스타에 뽑힌 선수는 투수로는 나와 마무리 투수인 샌디 펠런 두 명이었고, 타자 역시도 코리 시거(3루)와 마이크 트라웃(외야) 두 사람 뿐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내가 올스타 투표 득표에서 메이저리그 역대 1위를 뛰어넘는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종전 기록은 2011년 호세 바티스타(토론토 블루제이스, 외야)가 기록했던 745만 4753표였지만, 올 시즌 내가 기록한 득표수는 798만 3502표로 16년 만에 새로운 기록을 썼다.

양대리그 통합 2위를 기록한 바이런 벅스턴(텍사스 레인저스, 외야)과는 무려 90만 표 이상이나 차이가 났으며, 투수 부문 투표가 시작된 이래로 첫 700만 표 이상을 받은 유일한 선수에도 기록이 됐다.

그리고 형수와 내 예상대로 마이크 테일러 역시도 루키로서 올스타 투표에서 당당히 뽑혔다.

아메리칸리그 외야수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선발 출전이 유력했으니, 올스타전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그의 타선이 상위에 배치될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았다.

이미 많은 언론과 평론가들은 나와 마이크 테일러의 맞대결을 확정지어 놓고 있었다.

아메리칸리그를 초토화 시키고 있는 괴물 타자와 내셔널리그를 제패하고 있는 괴물 투수의 맞대결.

무척이나 자극적인 제목으로 올스타전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키고 있었기에 덩달아 나 역시도 마이크 테일러와의 대결이 무척이나 기다려졌다.

‘다른 타자들은 몰라도 마이크 테일러와의 대결은… 절대 질 수 없지.’

팬들을 위한 재밌는 경기를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앞으로 어떤 관계가 설정될지 모르는 마이크 테일러와의 대결은 절대 물러설 수가 없었다.

부드럽게 비행을 하는 비행기 의자에 편안하게 몸을 기대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보스턴에 도착해서 올스타전이 열리고, 선발 투수로서 2이닝에서 길면 3이닝 공을 던지고 나면 시즌 후반기기 시작된다.

후반기 나에게 배정된 경기 수는 12경기.

최소한 절반만 승리해도 루키 시즌 20승을 달성하게 된다.

전반기 15승 무패의 기록만으로도 이미 신인왕과 MVP의 가장 강력한 후보라고 불리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더 확실하게 결정을 짓고 싶었다.

루키 시즌 20승.

내가 생각해도 정말 완벽한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었다.

< 『해외편 - 155』 > 끝

ⓒ 독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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