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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마일-148화 (148/221)

< 『해외편 - 148』 >

『해외편 - 148』

“우와~ 지아야 너희 오빠 저 모델이랑 이제 사귀는 거야?”

“저 언니 진짜 엄청 예쁘다.”

“인터넷에서 보니까 안젤라 쉴즈라고 요즘 모델계에서 엄청나게 뜨고 있는 신인이라고 하던데?”

“헐리웃에서도 캐스팅이 될 정도로 영화계에서도 꽤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

“맞아! 나 저번에 지에이치3편에 캐스팅이 준비 중이라는 기사도 본 적 있어!”

“진짜? 지에이치3편 나 엄청 기대하고 있는데! 그럼 지혁이 형이랑 사귀는 저 여자가 지에이치3편에도 나오는 거야?”

“지에이치1, 2편에 나왔던 배우들은 전부다 엄청나게 인기 얻었잖아? 안젤라 쉴즈도 이제 영화에 나오기만 하면 모델계뿐만 아니라 영화계에서도 엄청나게 인기를 얻겠네?”

“지아 넌 좋겠다! 오빠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야구 선수고, 언니될 사람은 세계적인 모델이자 영화배우고.”

주변의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지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LA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의 경기가 시작되었지만, 한국 중계진들은 계속해서 차지혁과 안젤라 쉴즈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안젤라 쉴즈의 공개 프로포즈는 벌써부터 인터넷을 초토화시켰다.

각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는 1위부터 차지혁, 안젤라 쉴즈, 프로포즈 등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속보마냥 짤막한 기사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었다.

차지혁의 스캔들에 관심조차 없던 사람들도 인터넷과 TV를 통해 자연스럽게 볼 수밖에 없었다.

지아는 경기 중간중간 쉬지 않고 보여주는 안젤라 쉴즈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얼굴 하나는 정말 할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예뻤다.

같은 여자인 지아가 봐도 저게 사람인가 싶을 정도의 외모였다.

모델이라 늘씬한 키는 당연했고, 예상외로 굴곡진 몸매는 빼빼 마르기만 한 일반적인 모델들과는 격이 달랐다.

인터넷에서는 안젤라 쉴즈가 돈 때문에 차지혁을 노린다는 소문과 추측이 있었지만, 지아가 검색을 해본 결과 그건 아니었다.

세계적인 톱모델들의 경우 연간 벌어들이는 수익이 무지막지했으니까.

안젤라 쉴즈는 현재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신인이라 톱모델들과 비교할 수 없지만 그녀가 머지않아 톱모델의 반열에 올라설 거라는 것이 세간의 평가였기에 굳이 차지혁의 돈 때문에 자신의 이미지를 깎아 먹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거기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SF 영화인 ‘지에이치’ 시리즈의 속편에 캐스팅이 될 거라는 기사가 있었으니 출연만 성사되면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삶을 얼마든지 살 수 있었다.

물론, 안젤라 쉴즈의 경우엔 현재 진행형인 차지혁과 다르게 모두 미래의 예측일 뿐이다.

그러나 지아가 보기에도 안젤라 쉴즈와 같은 모델이 성공하지 못한다는 건 극히 희박한 확률로 밖에 보이질 않았다.

‘여자가 자존심까지 버리고 먼저 저렇게 공개적으로 사귀자고 했을 정도면… 정말 오빠를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한데.’

직접 만나보지 못했지만, 우선 첫 이미지는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지아가 밤을 새가면서 안젤라 쉴즈에 대한 온갖 기사들을 모두 찾아봤지만 딱히 흠을 잡을 만큼 나쁜 소문이나, 지저분한 스캔들 사건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같이 일을 했던 모델계 종사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성격 좋고, 인성 바른 사람이라는 칭찬 일색이었다.

무엇보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 자체를 좋아했던 메이저리그의 팬이라는 사실 또한 지아에게는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야구 밖에 모르고 살아온 자신의 오빠에게 어울리는 짝은 당연히 야구를 좋아하는 여자여야 한다고 항상 생각을 해왔었으니까.

‘엄마랑 아빠는 지금 어떨까?’

스캔들 기사가 터졌을 때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부모님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야구만을 해온 오빠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젤라 쉴즈의 깜짝 프로포즈는 지아에게도 충격인데, 부모님은 몇 배는 더 심할 것 같았다.

‘엄마는 싫어할 것 같기도 한데.’

외국 여자보다는 같은 한국 여자와 결혼해서 오빠의 뒷바라지를 해줬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엄마였기에 화려한 삶을 살고 있는 안젤라 쉴즈와 같은 외국 여자는 엄마에게 있어 자격 미달이나 다름없었다.

‘하긴, 사귄다고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뭐.’

그저 사귀는 것뿐인데 자신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복잡하게 생각한 것 같다며 지아는 그제야 살짝 굳었던 표정을 풀었다.

삼진, 삼진, 삼진.

1회 말, 시카고 컵스의 타자들을 상대로 삼진 퍼레이드를 보여주는 차지혁의 모습에 지아의 입꼬리가 한쪽만 꿈틀거리며 올라갔다.

“여자 친구가 보고 있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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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표정이 영 좋지 않더니…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지혁이가 힘이 넘치는군.”

웃는 얼굴로 흐뭇하게 TV를 바라보는 남편, 차경석의 모습에 최인혜가 못 마땅하다는 듯 톡 쏘아붙였다.

“당신은 뭐가 그렇게 좋다고 연신 웃고 있는 거예요?”

“지혁이가 오늘 경기를 잘 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좋지. 뭐 다른 이유라도 있을까봐?”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네요.”

“다른 이유 같은 건 없으니까 괜히 그러지마.”

“당신은 정말 외국 여자를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앞서 가지마. 지혁이 녀석이 당장 결혼을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앞서가?”

“저러다가 덜컥 애라도 생기면…….”

“거 참! 쓸때없는 소리 하기는. 젊은 남녀가 만나다가 헤어지는 일이 다반사고, 설령 깊은 관계라 하더라도 그걸 나랑 당신이 어떻게 관여해? 지혁이도 이제 다 큰 성인이야. 그렇게 지혁이를 못 믿어?”

“못 믿는 게 아니라…….”

아들은 믿지만, 그 아들 곁에 달라붙은 여자는 쉽게 믿지 못하겠다는 말을 속으로 삼키는 최인혜였다.

“언제는 지혁이가 누구든 좀 사귀면서 연애도 하면 좋겠다고 해놓고 왜 막상 지혁이가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니까 눈에 쌍심지를 켜고 그러는 거야? 설마 당신도 아들 여자 친구를 상대로 질투하는 거야?”

“누가 그렇대요. 난 그냥 지혁이가 괜히 엉뚱한 여자에게 걸려서 고생이라도 할까 싶어서 그러는 거지.”

“황 대표도 그랬잖아, 괜찮은 여자라고. 그러니까 당신도 괜히 나서지 말고 그냥 말없이 지켜만 봐. 여기서 괜히 당신이나 내가 나서서 지혁이 연애사에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기 시작하면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겠어?”

“그건 그렇지만.”

“당신하고 나는 그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지혁이를 믿고 뒤에서 응원해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

남편의 말에 최인혜도 그제야 자신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생각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동을 할 때부터 이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막연하게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실제로 외국 여자와 아들이 만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렇게도 좋을까.”

엄마의 마음과는 다르게 멋지게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가며 안젤라 쉴즈를 향해 웃어주는 아들이 모습을 보고 있으니 최인혜로서는 허탈한 마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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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고 하는 건가?”

형수가 그렇게 말하며 나를 째려봤다.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경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컨디션도 별로고 얼굴도 푸석푸석하던 놈이 어떻게 한 순간에 이렇게 바뀔 수가 있는지 참 신기해서 그런다 왜! 젠장! 나도 얼른 예쁜 여자 친구를 만들던가 해야지!”

형수의 말에 나는 그저 피식 웃기만 했다.

신기하긴 했다.

분명 경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컨디션도 별로였고, 온 몸이 물먹은 솜마냥 무겁게 느껴졌는데 이상하게도 지금은 컨디션도 좋고, 몸이 날아 갈 것처럼 가벼웠으니까.

‘답답하고 조바심이 났었던 건가?’

안젤라에게 고백을 했고, 대답을 기다렸다.

긍정적인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안젤라의 주변 상황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기에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이 은근히 가슴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한창 인기 몰이를 하는 중인 안젤라에게 스캔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좋다고 할 수 없었으니까.

어쩌면 그래서 거절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건지도 몰랐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최고의 대답을 들었다.

‘안젤라를 위해서라도 오늘만큼은 최고의 투구를 보여주겠어.’

여기서 내가 패전 투수가 된다거나, 평소보다 나쁜 투구 내용을 보인다면?

언론과 팬들은 신나서 나를 비난하고 욕할 거다.

덩달아 안젤라 역시 언론의 뭇매를 맞게 된다.

우리 두 사람을 위해서라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투구는 하나뿐이다.

퍼펙트 게임.

최상의 결과물은 퍼펙트 게임이지만, 노히트 게임도 훌륭하다.

최소 8이닝 무실점 정도의 결과물은 만들어내야 한다.

“후우우…….”

4회 말이 끝난 지금까지 퍼펙트 게임 중이다.

무엇보다 10개의 탈삼진으로 시카고 컵스의 타자들을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었다.

내셔널리그 중부 지구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시카고 컵스지만,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바짝 추격하며 2위 차지했었다.

그러나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3위로 떨어지고, 그마저도 4위인 밀워키 브루어스에게 역전을 당할 것처럼 아슬아슬한 1게임 차이였으니, 솔직하게 말해서 현 상황에서는 굉장히 만만한 상대인 건 사실이다.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잡아야지.’

이런 중요한 날 시카고 컵스처럼 성적이 하락하고 있는 구단을 상대로 공을 던진다는 건 말 그대로 운이 따라준다고 할 수 있었으니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했다.

타선에서도 든든하게 지원을 해주었다.

3회 1점, 4회 2점으로 3점차 리드를 주더니 5회에 5점이나 대량 득점에 성공하면서 순식간에 시카고 컵스의 사기를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무엇보다 기쁜 건.

5회에 타자로 나선 내가 아주 오랜만에 안타를, 그것도 깨끗한 2루타를 터트렸다는 사실이다.

2루 베이스를 밟고 서서 주먹을 불끈 쥐는 내 모습과 관중석에서 누구보다 기뻐하며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안젤라의 모습이 동시에 전광판에 잡히기도 했다.

5회 말, 6회 말, 7회 말, 8회 말까지 시카고 컵스의 타선을 상대로 단 하나의 안타도 내주지 않았다.

탈삼진은 18개를 넘겼고, 점수 차이는 계속해서 벌어지며 어느덧 12:0이라는 굴욕적인 스코어가 시카고 컵스를 짓누르고 있었다.

“흐흐흐흐흐!”

9회 말 수비를 위해 더그아웃을 빠져나가는 형수의 입가엔 함박미소가 가득했다.

“롤렉스다. 롤렉스. 흐흐흐흐!”

롤렉스를 연신 중얼거리며 걸어가는 형수의 모습을 보며 나도 기분 좋게 웃었다.

홈 팀의 굴욕적인 패배 속에서도 리글리 필드(Wrigley Field)를 꽉 채운 관중들은 단 한 명도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그것도 모두 기립을 한 상태로.

마운드에 내가 오르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을 떠나서 모든 관중들이 하나가 되어 진심으로 날 향해 박수를 쳐주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선수가 두 번이나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적도 없는데, 이번에는 세 번째 퍼펙트 게임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자신이 역사의 한 장면에 서 있다 생각한다면 응원하는 팀이 달라도 마땅히 응원을 해줄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했다.

마운드에 서서 모자를 고쳐 쓰며 안젤라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두 손을 꼭 쥐고 간절한 모습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안젤라, 오늘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들어 줄게.”

마지막 다짐을 하고 타석에 들어서는 시카고 컵스의 7번 타자, 알렉스 랜드를 바라봤다.

긴장한 모습으로 타석에 선 알렉스 랜드를 향해 초구를 던졌다.

쇄애애애애애액!

《LA 다저스 차지혁! 메이저리그의 신기원을 열다! 단일 시즌 3번째 퍼펙트 게임 달성!》

《9이닝 완벽 투구! 21K로 퍼펙트 게임 달성! 차지혁 시즌 MVP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우뚝 서다!》

《차지혁 사랑의 힘으로 퍼펙트 게임 만들어 내다!》

《차지혁 시즌 12승 달성! 전반기 끝나기 전까지 15승 충분히 가능하다!》

《퍼펙트 게임 직후 인터뷰에서 차지혁 직접적으로 안젤라 쉴즈에 대한 사랑 고백!》

《한국인 배터리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퍼펙트 게임을 달성!》

< 『해외편 - 148』 > 끝

ⓒ 독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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